손수건에 담아온 행복
- 김효린
잔칫집 교자상에 차려진 음식
밥과 국은 먹고 떡 고기는
하얀 손수건에 고이 싼다
올망졸망 까아만 눈들이 떠오른다
맛나게 냠냠거릴 손주들
깨끗하게 씻어 고이 접어
소맷귀 속에 넣어둔 가재 손수건에
행복을 담아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행복을 선물했던 가재 손수건도
할머니의 은혜도 모두가 추억 속으로
정겨웠던 풍속을 쌌던 손수건
『노령문학』제 12호(도서출판 신정, 2025)에 게재된 김효린 시인의「손수건에 담아온 행복」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더워 온다. 누구 있어 늙은 나이에 무슨 주책을 떨고 있냐고 나무란들 뭐 대수일까? 시인이 어릴 적 잔칫집에 가신 할머니가 손수건에 싸 온 음식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듯, 나 역시 어머니가 잔칫집에서 가져 오신 음식을 늦은 밤이었음에도 졸린 눈 비비며 벌떡 일어나 맛나게 먹었던 게 어제 일맹키로 기억에 생생하니까 말이지...
시인이 추억하는 가재 손수건은 행복을 선물하고 정겨웠던 풍속을 쌌던 손수건이라 했는데, 왜 하필 가재 손수건인감? 조선시대 말에 들어온 프랑스 신부들이 비누를 '사봉(savon)'이라고 하는 걸 듣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누를 '사분'이라 했듯, 환자의 환부(患部)를 덮을 목적으로 얇고 성기게 짜여져 속이 비치는 천을 '거즈(gauze)'라고 한 게 '가재'라고 불리게 되었다는구만 글쎄. 아무튼 옛날 어린 자식이 콧물이나 코피를 흘리면 어머니께서 얼른 소맷귀나 행주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가재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셨는데, 어머니의 마음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손수건의 촉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느니...
어머니께선 동네에서 행사가 있는 집에 품앗이로 가셔서 저녁 늦게 돌아오실 때면 어김없이 손수건에 싼 떡이랑 부침, 글고 운이 좋은 날은 눌린 돼지고기 등을 내놓으셨는데, 많은 형제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환하게 웃으시던 우리 어머니. 그게 뇌리에 남아서인지 난 지금도 외출을 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으레 먹거리를 사 오는 버릇이 있는데, 가족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우리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 있었으니...
그러고 봉게 내가 코피를 흘리거나 콧물 훌쩍거릴 때면 쏜살같이 달려와 닦아주시던 어머니의 그 손수건에다 잔칫집 음식을 싸 갖고 오셨는데 그걸 맛있다고 히히덕거리며 먹었던 게 나? 에궁! 뭐 결과적으로 보면야 콧물이나 떡이나 매 한 가지로구만 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