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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캐년 중 가장 남성스러움을 자랑한다. 하늘에 닿을 듯 드높이
깎아지른 듯한 암석 절벽들이 우리를 가로 막았다가 에워쌓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길을 열어주었다가를 반복하였다. 암벽은 마치 바둑판
모양으로 홈이 패여져 있었고 신기하게도 그 암벽 사이에는 나무들이
제법 많이 기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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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어느 관광 포인트가 있다기보다는 차로 캐년의
터널과 협곡을 편안히 이동하면서 주위에 펼쳐지는 장관을 관광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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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년을 관통하는 터널은 1930년대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형
토목공사였다는데 화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사람들이
작업을 했다. 터널 중간 중간 멋진 풍경이 내다보이는 곳에
인위적으로 다섯개의 구멍을 만들어놓았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구멍으로 볼 수 있는 자이언캐년의 웅장함과 거대함은 또 다른
세상을 엿보는 듯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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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암석 절벽으로 빙 둘러싸인 서너개의 협곡을 잊을 수 없다.
경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도로를 만들어놓았고 버스는 그 길을 따라 왔다가 갔다가를
반복하면서 내려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우리가 충분히 바라볼 수 있도록
버스는 느리게 움직였다.
당연히 사방팔방 암벽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여러번 온전히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이번 가이드는 그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을 배경으로 세가지나
바꿔가면서 깔아주었다. 우리의 감성을 극대화 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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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으로 탄성으로 사진 촬영을 무수히 반복하였는데 자이언트캐년을 떠나고
한참 뒤까지도 그 감동이 진하게 남아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그게 그 사진.온통 암벽사진뿐. 미물인 우리 인간이 어찌 자연의 웅대함을
전부 담아내겠다는 욕심을 부릴까만은.
그날은 거대한 암벽과 낭만적인 음악과 파란 하늘의 조화가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같은 영상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던 듯 싶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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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캐년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말했다. 이렇게 웅장한 풍경을 본 뒤에
설악에 가고 싶어질까. 일단은 시시하게 느껴질테지만 딱딱하고 온기가
없고 단조로운 이곳 풍경과 따스하고 아늑하고 오밀조밀한 설악의 풍경을
어찌 비교하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