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주는 혼양주의 하나이다. 혼양주란 곡물 등을 발효시켜 만든 술에 증류주를 부어 만드는 것이다. 약주, 막걸리 등에 소주 등을 부어 발 효시킨 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하주는 왜 빚게 되었을까? 날씨가 뜨거워지면 발효주는 빚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보관은 더 어렵게 된다. 발효주는 아무리 높은 도수를 낸다해도 20도를 넘기가 어렵 다. 이렇듯 20도가 안 되는 술은 기온이 높아지면 술에 있는 미생물의 활동에 의해 기존의 술맛을 잃는다. 거기에 더해 약주는 기온이 높아지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에는 약주 속의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할뿐더러 차갑게 마시기 어 려워 약주 특유의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맛이나 보관의 문제를 해결한 술이 혼양주이다. 혼양주는 발효주에 증류주를 부어 도수를 높여 산패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여름에도 약주 특유의 구수하고 향긋한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한 술을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과하주(過夏酒)의 의미는 산패의 계절 여름에도 변하지 않는 술을 뜻한다. 또는 봄에 빚어 여름에 마실 수 있는 술을 말하거나 과하주를 마 시고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의미에서 지어진 술 이름이다. 과하주는 조선 후기에 널리 빚어진 술이며 문헌에도 많이 언급되어 있다. 과하주를 빚는 법을 수록하고 있는 문헌에는 <산림경제>, <규곤 시의방>, <역주방문>, <규합총서>, <주방문>, <부인필지> 등이 있으며 춘향전이나 흥부전에도 과하주가 등장한다. 1849년, 홍석모가 조선의 세시풍속이나 문화를 정리한 <동국세시기> 3월편에는 '술집에서 과하주를 빚어 판다' 고 적고 있다. 최남선은 < 조선상식문답>에서 경성과하주를 좋게 평했으며 순천의 낙안읍성에는 사삼주와 더불어 과하주의 일종인 강하주가 유명하였다. 일제의 조선주조사에는 과하주 편을 따로 두어 과하주를 빚는 실태와 제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상품화된 과하주는 김천의 과하주가 있다. 김천의 과하주는 경북의 도지정문화재 지정을 받아 현재 알콜 도수 23도의 술을 빚고 있다.
전주의 과하주는 장군주라 하여 언양김씨 문중에서 13대에 걸쳐 제조비법이 내려오고 있다. 임진왜란 때의 명장 김천일 장군은 몸이 허약 하여 자리에 눕는 일이 많았으나 과하주를 장기 복용하여 몸이 건강해지고 임진왜란 때 큰공을 세웠다고 한다. 전북도지정문화재로 한때 상품화하여 시중에서 술을 구할 수 있었으나 경영난으로 지금은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과하주를 빚는 방법은 문헌에 따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밑술을 죽으로 쑤거나 고두밥을 쓰는 차이 등이 있다. 또는 소주를 붓는 양이나 덧 술을 찹쌀로 하는지 멥쌀로 하는 지의 차이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곡식을 써서 술을 발효시키고 거기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1) 권오표씨의 과하주
권오표씨는 가양주로 과하주를 빚는 분이다. 전주완산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국어선생님이다. 그의 집안에는 대대로 과하주를 빚어 왔 다. 해마다 여름이면 쌀 반가마 정도의 과하주를 빚어 이웃이나 친지, 문우(文友) 등을 초청해 과하주를 대접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순창군 적성면이다. 그를 따라 그의 고향집을 방문했는데 20여 가구에서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이 전부 누룩을 딛고 있었다. 밀 주금지령이 내려진 과거에도 그곳에서 만난 한 할머니에 의하면 "잽히가거나 말거나 술을 빚었다" 고 한다. 명절에 술을 빚어 손님들을 접대하고 명절을 지냈던 우리 가양주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이었다. 권오표씨도 술을 음식으로 이해하 며 자신의 집에 손님들을 초청하여 음식을 나누고 손수 빚은 과하주를 대접하고 있다. 소설가 윤흥길은 전주이야기라는 책에서 권오표씨의 과하주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향토를 지키며 단아하고 절제된 시작을 선보이고 있는 전주의 권오표(權五杓) 시인은 이따금 친지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가용주로 담근 득 의의 과하주를 술상에 내놓곤 한다. 헌 번 술맛을 본 이들은 연방 감탕을 금치 못하면서, 특허청에 출원해서 하루 빨리 상품으로 개발하라 고 이구동성으로 압력 아닌 압력을 가하곤 한다. 그만큼 과하주의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권커니 잣거니, 주거니 받거니, 아무리 밤 새껏 마셔도 이튿날 전혀 뒤탈이 없고 몸과 마음이 두루 거뜬하기 때문이다.
(2) 권오표씨 과하주의 특징
권오표씨의 과하주는 문헌에 나오는 과하주나 상품화된 과하주와는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먼저 술을 빚는 시간이 50일정도로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이는 발효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숙성의 시간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술맛이 은근하며 깊다. 두 번째 특징은 발효주를 만들고 나서 소주를 빚는 과정에서 소주를 한 번만 붓지 않고 대여섯번에 걸쳐 소주를 부어서 곡주 특유의 맛을 완전히 우려내는 것에 있다. 소주를 붓고 며칠 후에 술을 떠내고 다시 소주를 부어 떠내고 하는 식으로 해서 떠낸 술을 모두 합쳐 과하주를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술은 잘 익은 약주처럼 향기가 좋고 곡주 특유의 구수한 맛이 있다. 마지막으로 권오표씨의 과하주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밑술은 죽을 쑤어 만들며 이때 약 5ℓ의 술(25도)을 붓는다. 덧술에도 물을 사 용하지 않고 약 10ℓ(25도)의 술을 붓는다. 물을 사용하여 발효시키지 않고 술을 부어 발효시킴으로 인해 권오표씨의 과하주는 약간 단맛이 난다. 전분이 당으로 변했지만 알콜을 부어 효모의 작용을 억제해서 당이 알콜로 가수분해 되지 못하고 술 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그 러나 달다고 해서 술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십일이라는 발효와 숙성의 기간을 통해 형성된 에스테르향이 술맛을 자극하고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술을 못하는 사람도 몇 잔씩은 마실 수 있으며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갈증이 나서 폭음을 하지 않는 것이 권오 표씨 과하주의 특징이다.
(3) 제법 - 권오표씨는 2002년 11월 22일부터 2003년 1월 15일까지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 과하주를 빚었다. 아래의 제법은 권오표씨 과하주 빚는 법 을 근거로 만든 것이다.
밑술 담기 1. 찹쌀 13㎏을 죽을 쑨다. 물론 하루 전에 찹쌀을 담가두어야 한다. 이때 죽은 그 양이 상당하다. 따라서 큰 냄비를 준비해야 하며 큰 냄비더래도 몇 차례에 걸쳐 죽을 쑤어야한다. 죽은 꽤 됨직하게 쑨다. 거의 말랑한 일절미 떡에 가깝게 수분을 증발시킨다. 냄비의 죽이 다 쑤어지면 함지박에 담아 한 쪽에 모아둔다. 죽을 쑨 냄비는 깨끗이 씻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다시 죽을 쑬 때 전 에 쑤었던 것이 눌어붙기 때문이다. 다 쑤어진 죽은 식히기 위해 찬물에 담가둔다. 2. 항아리에 밑술 안치기 - 밑술을 안칠 항아리는 크기가 배꼽정도 오는 것으로 안이 150ℓ정도 되는 것을 사용한다. 항아리는 사용하기 전에 물을 담아 새지 않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바닥이 온들이면 스티로폼 등의 단열재를 밑에 깐다. 바닥에서 직접 전해지는 열에 의해 품온이 상승해 이상 발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죽이 다 식으면 밑술을 항아리에 담는다. 이때 누룩 5㎏을 밑술과 함께 버무려 사용한다. 소주 5.4ℓ(25%)를 함께 붓는다. 소주는 과실주를 담는 일반 소주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1.8ℓ소주 페트 3병을 부어주면 된다. 밑술을 안친 후 이불을 덮어주고 덧술 할 때까지 온도는 25℃를 유지한다.
3. 덧술 하기 - 밑술 안친 3일후 찹쌀 27㎏을 고두밥으로 찐다. 이때에도 찹쌀을 하루 전에 불리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고두밥이 충분히 익었을 때 퍼 담아 평평하고 서늘한 곳에서 식힌다. 고두밥이 다 식었으면 항아리에 넣는다. 누룩 10㎏을 이때 함께 버무려 넣는다. 누룩은 모두 버무려 넣지 말고 조금 남긴다. 남긴 누룩은 덧 술까지 안친 후 겉표면에 골고루 뿌려 누룩막이 형성되게 한다. 이 막이 잡균의 침입을 막아주게 된다. 후에 발효가 끝나면 겉의 누룩막은 제거해 주어야한다. 소주는 10.8ℓ를 부어준다. 1.8ℓ페트병 6병을 부어주면 된다. 덧술을 하고 온도는 계속 25℃를 유지해준다. 덧술하고 이틀 후에 이불을 벗기고 실온을 22℃로 낮추어준다.
4. 소주 붓기 - 덧술하고 한달 후 (소주를 붓기 전에 용수를 박고 채주한다) 덧술을 하고 한달 후에 소주를 붓는다. 소주는 10.8ℓ씩 3일에 한 번 꼴로 총 5번을 붓는다. 첫 번째 소주를 붓기 전에 용수를 박고 채주한다. 그런 후에 소주를 붓는다. 소주를 붓고 나서 날마다 오전에 세 번, 오후에 세 번 용수 안의 술을 용수 밖으로 퍼낸다. 이때 작은 바가지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철물점 에서 자브라(석유 등을 난로에 넣는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간편하다. 자브라는 큰 것을 사용하며 사용 후에는 물로 깨끗이 씻어 잘 건조해 두거나 될 수 있으면 항아리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간편하다. 3일 간격으로 용수에서 자브라를 이용해 채주하고 소주를 붓는다. 실온은 22℃를 유지한다.
5. 채주하기 첫 번째 채주는 덧술을 하고 한달 후에 실시한다. 발효항아리 옆에는 채주 항아리를 두어 자브라를 이용해 용수 안의 술을 채주 항아리로 옮겨 담는다.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 채주한 술까지 모두 채주항아리에 섞어 보관한다. 채주시 용수안으로 술이 걸러 들어오지 않으면 용수에 양파망을 씌운다. 채주된 항아리의 술을 일주일정도 둔 후에 마신다. 오래 묵을수록 술이 더욱 맛이 깊고 그윽해진다.
과하주의 죽쑤기
물은 쌀이 잠길 정도로 쑤었습니다. 가양주로 내려온 것이라 정확한 양은 가늠을 못하고 적당량을 부었다고 할까요 죽의 상태는 거의 인절미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과하주를 담고 있는데 맵쌀로 고두밥을 해넣었습니다. 죽을 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거의 타거나 눌거나 하거든요. 이번 과하주는 맵쌀로 해넣었습니다. 과하주의 단점은 단맛이 너무 강한것인데 이번 것은 단맛도 많이 줄었습니다. 작년 것 보다 더 맛있는 것이 나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4월말이면 완성이 되는 데 맛을 보여드리죠. 쩝 ㅁ ///////////// < 재료> 멥쌀 4Kg, 누룩 0.9g, 물 8ℓ <만드는 법> ① 멥쌀은 깨끗이 씻어 12시간 정도 불린다. ② 불려진 멥쌀을 체에 받쳐 건져, 시루에 담아 1시간 넘게 쪄 낸 다음 펼쳐 식힌다. ③ 식힌 고두밥에 물로 반죽한 누룩을 함께 넣고 고루 버무린다. ④ 이것을 술항아리에 담고 10∼12일간 발효시킨다. ⑤ 발효된 술을 소주고리나 증류기에 넣고, 증류시켜 소주를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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