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위더스푼을 확실하게 스타덤으로 올려 놓은 [금발이 너무해]는, 금발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다양한 수사학이 등장한다. 금발은 멍청하다라는 편견과 관습에 저항해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가는 과정이 그 영화의 재미였다.
하지만 [금발이 너무해2]는 정말 너무하다. 속편의 법칙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새로움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 법대로 간 1편에 이어, 2편에는 법대를 졸업한 리즈 위더스푼이 국회로 간다. 역시 속편의 법칙, 사이즈는 더 크게, 하지만 상상력은 빈약하기 짝이없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식의 계몽주의적 영화를 만들 바에야 굳이 금발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을까? 발상도 너무 순진하고 해결방법도 너무 만화적이다. 어디에서도 현실감은 찾아볼 수 없다. 할리우드 상업주의 영화에서 무슨 독창적 상상력이며 영화의 작품성이나 미학을 찾아볼 수 있게느냐마는, 그래도 최소한 상도덕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3편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즈 위더스푼의 국회 연설이 좋았다면 조금 재미가 있었겠지만, 아깝게도 제작진들은 마지막 찬스까지 놓쳐버렸다. 미국은 재미있는 나라다. 대의명분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왜 이라크는 허위명분으로 침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