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버마을"이란 필명을 가진 분의 글을 카페"에스틴"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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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에 지인 2분과 같이 개성공단에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의 중요한 모델이 되고,남과 북이 윈윈하면서 경제의 살 길을 열어주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 거란 생각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선 그냥 두서없이 사진을 중심으로 여행기를 풀어갈 건데, 중간중간 제가 하는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되시면 제가 예전에 이 컬럼에 쓴 개성공단 관련 글 2편을 미리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1. 개성공단 도착
계동에 있는 현대그룹 빌딩 앞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졸다 보니 도라산에 있는 남측 관리소가 나옵니다. 출국절차를 밟고, 다시 버스를 타고 북한 땅을 넘어, 북측 관리소에서 입국수속을 거쳐 약속한 현대아산 빌딩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준비만 2달 걸렸지요. 요샌 남한정부의 입국허가가 잘 안 나옵니다. 사전에 사이버방북교육도 받고, 서류도 내서, 남과 북의 정부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전날 눈이 와서 버스가 자유로를 살살 기어갔는데, 도착까지 2시간이 조금 못 걸리네요.
2. 개성공단 현대아산 사무소
현대아산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같이 가신 지인이 예전에 현대아산에서 북한 관련 사업(금강산 사업 및 개성공단 관련 사업)에 중책을 하셨던 분이었거든요.
현대아산 건물 2층에 있는 개성공단 모형도 앞에 서서 개성공단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설명을 해주신 여자분은 현대아산에 채용된 북측 근로자입니다.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반했습니다. (여기선 모두 남측, 북측 이란 용어를 편하게 사용합니다. 남한, 북한 이란 용어가 서로에게 안 좋은 어감들을 주니까 남과 북의 협의과정에서 상호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고 하네요)
개성공단 2,000만평이라고 보이시죠. 몽땅 개발하면 그렇다고 하네요. 현재는 가운데 도로 아래쪽 우측편 일부만 개발되어 있는데(1단지라고 합니다) 100만평 되는 이곳의 땅과 도로만 전부 정비가 되어 있는 것이고, 이곳조차 공장은 아직 안 들어 온 곳이 많습니다.
몽땅 개발하면 창원 규모가 될 거라고 합니다. 가운데 큰 도로도 아직 완공된 것이 아니지요. 자유로와 연결하여 평양까지 가는 고속도로를 미리 설계한 것이지요. 사진으론 잘 안 보이지만, 도로 밑에 철도가 있고, 이것은 연결은 되어 있는데, 아직 남과 북 사이에 열차가 다니지 않아서 현재론 무용지물이고요. 개성공단 공장들은 대개 우리 쓰레기차 처럼 생긴 트럭을 이용하여 재료를 실고 와서, 가공하고 다시 완성품을 남한으로 실어 나릅니다.
모형도 위쪽 왼편에 있는 지역이 개성시내입니다. 예전에 개성 관광이 열려있을 때 방문하던 곳이지요.
건물 옥상에서 개성공단을 쳐다본 전경입니다.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인데, 입주한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 건물에 간 이야기는 따로 하지요.
앞쪽에 공사를 하다 만 공장이 보이시죠. 우측에도 거의 다 지은 4층짜리 건물이 보이는데 역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5.24조치(연평도 사건이후 남북의 경제교류를 중단한 우리 정부의 조치)로 개성공단도 영향을 받았는데, 기존의 공장들은 가동을 허락하지만 신규 투자나 공사는 중단을 시켰거든요. 덕분에 피해를 본 기업들이 몇개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차 한잔 하면서 사무실 한구석을 보니 달력이 눈에 띱니다. 12월 달력인데 크리스마스는 일하는 날이고, 27일이 공휴일입니다. 무슨 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성공단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감상하다 보니 이런 중요한 것이 끼어 있네요. 물론 원본이 아니지만. 북한 정부가 준 개성공단에 대한 토지이용권입니다. 50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3. 평양식당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시간이 되어 현대아산에서 운영하는 평양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습니다. 먼저 간단한 요리 몇가지를 먹고, 냉면을 시켰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물냉면이 아니고, 쟁반식으로 생긴 그릇에 담아 주고, 약간의 양념도 들어 있는 새로운 개념의 냉면이네요. 북한가면 이 냉면이 가장 인기라네요.
냉면 그릇 뒤에 평양주란 소주가 보이죠. 도수가 30도인데, 맛은 진로 소주 오리지널과 비슷합니다. 예전에 먹던 냄새나던(크 소리가 저절로 나는) 소주가 아니라, 아주 정제가 잘 된 소주입니다. 품질이 진로 보다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진엔 안 나왔지만 대동강 맥주와 폭탄을 했었는데, 이 맥주 맛이 끝네주네요. 국산 맥주 보다 훨씬 좋습니다. 독일 기계 가져다가 독일식으로 만든다고 하고, 북한 TV 광고 까지 한다고 하던데, 말만 들었지 맛은 처음 봅니다. 우리나라 맥주들 각성해야 겠더라고요.
4. 현대아산 운영 호텔 및 상가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호텔의 내부 모습입니다. 요샌 손님이 별로 없어서, 현대아산 직원이나 공사 때문에 사람들, 비지니스 차 온 사람들이 묵는다고 합니다. TV는 스카이라이프 통해 나오는데, 인터넷은 안 된다고 합니다.
호텔 건물내에 상가와 면세점도 있는데, 면세점엔 북한 물건은 없고, 제주도 면세점 보다 물건이 적은 규모입니다. 식당과 술집은 몇개가 있는데, 여기 거주하는 남한 직원들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주로 식당은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고 수익을 안분하는 구조이지만, 현재 노래방은 한국사람이 직접 운영하고, 스크린 골프가 곧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 근무하는 직원들이 인터넷이 안 되니 참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도 정치색이 있거나, 역사책 같은 것은 반입이 안되고(심지어 잡지나 소설책도), 전문도서 만 반입이 되니 심심할 만 합니다. 그래서 계층별(예를 들어 법인장 모임등)로, 공장별로 저녁에 술집을 많이 찾는 편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직 거주인구가 770명 수준이어서 크게 지은 식당은 망해 나가는 형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