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강 위대한 ‘평민’과 교육이야기
11월 10일 목요일, 충북 홍성에서 홍순명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모이지 않은 중에 살짝 한 걸음 먼저 들어오셨습니다.
10여분 지나 사람들이 조금 더 모이고 차 한 잔을 마신 뒤, 선생님의 말씀은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위대한(?) 평민과 교육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평민”이란 나무의 뿌리, 건물의 토대와 같은 사람들로, 말 그 자체가 귀하고 커서
따로 형용사가 필요하겠는가라고 운을 떼며 말씀하셨습니다.
평민이 훌륭해야 좋은 사회가 된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홍성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또 어떻게 가꾸어 가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중 동네 농사짓는 분들이 직접 강의에 참여한다는 것과 특강이 있을 경우,
지역 주민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도록 교실에 언제나 의자를 넉넉하게 준비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학교와 지역의 담이 없고, 배우는 이와 가르치는 이의 경계가 없다면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농사는 기술이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짓는다, 농업과 교육. 문화는 세계화가 될 수 없다,
교장도 역할이고 교사도 역할이다(높고 낮음이 없다)라는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대안교육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대안학교는 공교육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대안교육의 유연함을 장점으로 삼아 좋은 제도는 공교육에 자꾸 들어가고,
서로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1세기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자생적 실험의 새로운 학교가 필요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학교교육도 함께 고민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1세기의 교육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크게 세 가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과거에 뿌리박은 교육, 현재를 움직이는 교육,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새로 나아가려면 뿌리가 깊어야 하며, 과거와 단절하고선 현재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교육의 전통에서 그것을 찾자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조선시대의 민간교육기관인 서당에
대해 새롭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동네에 뿌리박은 민간 교육기관이라 백성의 식자율을 높였고, 지역과 긴밀히 연결되었으며,
일대일 인격적인 유대가 가능하고, 사람 만드는 일을 제일 큰 일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무한경쟁 사회에 살다보니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본질적인 뜻을 놓치게 하는군요.
어떤 사람을 목표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양반 이퇴계보다 선비 정약용을 추천하셨습니다.
선비 정약용은 이론과 실제를 겸한 분으로 평생 실사구시의 자세로 살아갔고, 고난과 역경을
인격으로 승화한 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서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해 혁신적인 얘기도 많이 하고, 방법도 내오고...
책도 500권이나 냈다지요.
제자가 찾아올 때에는 지붕은 잘 이었는가, 돌담은 허물어지지 않았는가, 복숭아꽃은 잘
피었는가, 잉어는 몇 자쯤 자랐는가... 이런 걸 물으셨다고 하는군요.
삶과 철학이 그대로 하나가 되었던 분으로, 죽을 때에도 “언제 어디서 만나든지 부끄럼 없이
만나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는군요.
반면 이퇴계는 학술적으로는 위대하지만 종이 387명 있었으며, 논 30만평에 병작제를
옹호하는 등 소작인을 괴롭히는 일에 동의하고,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생활을 하였다는군요.
근래에 들어서는 “백성들의 가슴 속에 하나님의 씨앗이 있다.“고 말씀하신 함석헌 선생이
겨레의 스승이 아니겠는가 말씀하십니다.
홍성의 40여년 전통의 풀무학교가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인 서당과 가난한(?) 선비정신,
함석헌 선생의 씨알 사상을 잘 계승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를 움직이는 교육에 대해서는 졸지 않게 하는 교육이 그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쟁보다는 팀을 이룬 협동학습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자치회나 동아리 활동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노작을 통해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현실 감각을 익혀 지속가능한 사회를 준비하게 하고,
학교가 지역사회 자체 즉 생활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교육은 10년 뒤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그 큰 기능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생태를 살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생태 원칙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생태는 다양하며 그것을 있는 대로 존중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 과거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음을 아는 것, 생태는 끊임없이 흘러간다는 것, 순환한다는 것, 스스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며, 이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경제, 환경, 사회가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삶과 환경이 조화로우면 일자리도 다양하게 늘어난다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화는 내 몸만, 내 맘만 편하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학교와 지역사회, 시민단체가
서로 협력하고 도와 생태평화 사회로 나아갈 때 가능한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희망을 나눠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 강연과 좋은 후기에 감사드립니다. ^^
평민이 훌륭헤애 시회가 발전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진정한 민주사회는 시민의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생각나구요. 함석헌선생님의 '씨알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 물클하네요.
좋은 강좌에 참가도 못하는데 이렇게 후기라도 읽으니 사람 사는 맛 납니다. 평민 좋은 말입니다. 예전에 평민사란 출판사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저의 맘속 깊이 가지고 있던 교육과 지역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 특히 서당이야기, 정민선생의 책읽는소리에서의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었는데 선생님의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유의 기쁨도 참 좋았습니다. 평생교육아카데미에서 공부한 지역동아리활동과 협동학습
습에 대한 생각도 일치하여 설레이는 마음을 추스릴수가 없어서 몰래 화장실가서 진정시키고 언제 한번 풀무학교 견학을 좀 가고싶단 생각도 했죠. 전에 한겨레 문화센터의 교열교정과정에서 평교사로 일하시면서 우리 말글살이에 대한 고민을 실천하신 이수열 선생님이 생각나더군요. 과정을 끝마치고 책걸이때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을 생각한다'란 책을 선물했는데 그분이 엄청 좋아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서정록 선생님, 홍순명 선생님, 이수열 선생님 재야에서 자신의 갈길을 묵묵히 가는 아름답고도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번 강좌 참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