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회 토요일 전주우림중학교에서 9시부터 5시까지 배움공동체 연수를 받는다. 매번 겹쳐서 자연사 탐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때가 많은데 8월에 이어 9월은 자연사에 참석하고 10월은 마지막 배움공동체 연수일이라 안타깝게 합천 1박 탐사를 포기해야만 한다. 탐사 전날 퇴근하자마자 남편이 리더인 교사밴드 [이카루스] 멤버들이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12시까지 흥겹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었다. 늘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이상구 박사님의 건강론을 뒤로 하고 맥주와 직접 담은 하수오주까지 나눈 것을, 새벽 6시 차를 몰고 대전을 향하는 시간에 후회해야했다. 하지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오가는 길의 안전을 지켜주실 분이 계시리라 믿고 조심스레 국립중앙과학관 주차장까지 달려갔다. 전날 내린 비로 상큼한 공기와 깨끗한 풍경이 스쳐가고 새벽이라 도로도 무척 한산했다. 7시 15분 주차 후 산수관광 버스에 오르니 생소한 분들이 무척 반겨주셨다. 명찰이 생소해서 살펴보니 전통과학연구회? 8월 탐사 때 산수관광 빨강 버스를 이용했던 터라 이번 9월 탐사에도 2대의 버스가 이용되는 줄 알았는데 실수를 한 것이다. 멋쩍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해,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한 템포 늦춰 행동한다는 [담론]의 저자 신영복님의 글을 떠올려봤다. 화장실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주차장 입구로 반가운 과학관 버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나가서 버스에 오르니 기사님이 반겨주시고 8월 신입회원이셨던 김경록님께서 두 번 째 도착하셔서 전주에 얽힌 인연으로 대화를 이어주셨다.
8시 10분 청주식당으로 가서 선지해장국과 우거지국으로 아침을 먹고 김천 휴게소에서 15분 휴식을 취한 후 2시간 후 청암사 수도암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 유난히 많이 보이던 지의류가 수피는 물론 돌계단과 돌조각상에도 군데군데 흔적이 남아있었다. 고풍스런 멋을 그대로 간직한 대적광전에는 석조 비로자나불(보물307호)이 새로웠고 약광전에서 들려오는 세 사람의 연합 불경 화음이 놀라웠다. 보랏빛 영아자와 생강나무, 대팻집나무, 산앵도, 정금나무의 붉은 열매, 노각나무, 붉은 단풍이 든 마가목, 흰 꽃으로 피어난 뚝깔, 꼬마장구채, 흰송이풀, 분홍빛 꽃며느리밥풀과 물봉선, 잔구슬처럼 줄줄이 맺힌 큰까치수영 열매, 노랑꽃을 피운 지리꼬들빼기, 고추나무, 흰빛 가화가 또렷한 어수리와 산수국, 구절초와 여우오줌, 등골나물, 괴불주머니, 좀깨잎나무, 가시여뀌, 고마리, 서양톱풀, 보랏빛 잔대와 배초향, 참취, 오갈피, 동자꽃, 말불버섯과 노루궁뎅이 버섯까지 잘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들메나무는 열매가 물푸레보다 약간 넓고, 콩과에 속하는 다릅나무는 겉 황갈색 표피와 검은색 심재로 인해 조각품으로 많이 이용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1317m 수도산 정상에 올라 사진도 찍고, 김밥 점심 먹은 후 이희옥샘께서 찬조해주신 포도 간식도 먹었다. 총무님께서 준비해오신 지퍼백 속의 다양한 간식도 틈틈이 즐겁게 나눠먹고, 서로 식물에 대한 특징과 이름의 어원에 대해 복습도 하면서 즐겁게 산행을 마쳤다. 청암사로 내려오신 분들도 정확히 시간을 맞춰 예정했던 6시 과학관에 들어설 수 있었다. 9월 신입회원으로 인사를 하신 강신욱님과 심영진님도 좋은 탐사로 새겨두셨으리라 믿는다.나무 위에 귀하게 자리한 노루궁뎅이 버섯은 발견, 채집, 보관한 사람이 모두 달랐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흐뭇했다. 김천 농주와 두부를 준비해주신 심영진 회원님 덕분에 버스에 오르기 전 산행의 여독을 풀 수 있어 좋았다.
자연사 탐사 길은 늘 쾌적한 날씨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김천 수도산 탐사! 많은 분들이 벌초와 성묘 등으로 취소하셔서 적은 수의 참여가 아쉬웠지만, 무사히 산행 탐사를 마치고 전주까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어 좋았다. 비록 가족 1박 모임에 늦게 참여했지만 흐뭇한 탐사의 기분을 형님들에게 사진과 함께 보여드리며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알찬 시간의 활용이 가져다 주는 생활의 활력은 더욱 놀라운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 탐사였다.
첫댓글 많이 궁금했는데 역시나 김연주샘의 탐사후기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지난 달, 이사로 활동하는 산악회에서 청암사를 다녀 왔기에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어찌나 리드미칼하던지...
그 좋은 곳을 등지고 사진가 팀과 채석강, 격포항, 곰소항, 내소사 그리고
새만금 신시도 고군산열도 일몰까지 다녀 왔습니다.
상세하게 전개되는 후기글에 함께했던 것 처럼 착각을 하며...
김샘! 다음 달은 불참예고? 그 때나 보려나 했는데
그럼 또 어쩐다요?
지난 목요일 밤은 도교육청 특강, 금요일 밤은 성교육 연수, 토요일 온종일 배움공동체 연수에서 조선대 나희덕 교수님의 문화예술 강의까지 잘 듣고.......
일요일은 서울 다녀오느라 바빴답니다.
그 사이 궁금했던 회원님들 근황과 후기 소식 접하려 들렀는데 이렇게 반가운 댓글이 달려있었네요.
건강하신 근황 접해 몹시 기뻐요. 다음 뵐 때까지 강건하시길.....
항상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10월 안타깝게 불참한 탐사 후기도 누가 올려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