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2023, 총403쪽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고 리처드 파인만 RICHARD FEYNMAN(1918~1988)이 말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단지 원자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어떤 목적도, 의도도 없다.(47)
위의 말은 냉정한 사실이지만 [기묘한 이야기] 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또 한편으로는 편안한 느낌도 든다. 우리 몸의 원자는 고양이에서 왔을 수도, 태양에서 왔을 수도 있다. 우리가 죽으면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져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산이 될 수도 있다. '나'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겠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48).
우리 몸은 수소 10퍼, 질수 3퍼, 탄소 18퍼, 산소 75퍼, 그 밖의 원소 4퍼로 구성되어 있고, 우주는 75퍼가 수소이고 나머지 25퍼는 헬륨이라고 한다. 태양계도 대부분 수소이다. 지구 전체를 이루는 물질은 철과 산소가 각각 30퍼이고 규소와 마그네슘이 각각 15퍼, 황, 니켈, 칼슘, 알루미늄까지 합치면 99퍼가 된다. 이러니 내가 죽어 내 몸은 우주로 날아갈 것이 필연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사물과 인간은 같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인간은 이성을 갖고 판단하고 창발적인 사고를 하는가?
이 책에서는 원자가 분자가 되는 이 단계에서 양질전환이 일어나서 물질로 변한다고 대댭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힘의 종류는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등 4가지 힘이 있는데 원자규모에서 중력은 너무 약하므로 무시해야 하고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은 원자핵 내부에서만 작용하므로 무시할 수 있다. 결국 원자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힘은 전자기력뿐이다. 전자기력이라는 것은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다. 원자들이 서로 만나서 결합하고 반응할 때, 원자핵은 깊숙히 있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자 결합의 주인공은 전자다. 그래서 '이온결합, 공유결합, 금속결합'을 통해서 물질이 형성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원자에서 분자, 분자에서 세포, 세포에서 인간으로 층위가 바뀔 때마다 이전 층위에서 없던 새로운 성질이 창발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층위에 따라 다른 법칙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것은 More is different라는 공식이 적용된다. 그래서 창발하는 우리 인간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규정하면서 물리학과 인문학의 접합을 찾아내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태양!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별, 빛의 속도로 가면 8분 걸리고 차동차로 시속 100킬로미터로 가면 170년 걸린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은 알파 센타우리인데 지구에서 40조 킬로미터라고 한다. 시속 100킬로미터 자동차로 5000만년, 빛의 속도로 가도 4년 이상 걸려야 도달할 수 있다. 통신에 사용하는 전파도 빛의 속도로 이동하니 알파 센타우리에 사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면 질문하고 답을 듣기 위해서는 최소 8넌이 걸린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모든 물질은 엔트로피(무질서)가 증가하기 때문에 모든 생명은 죽고 멸종한다. 그러나 생멸할 때까지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식물의 경우는 광합성이고 동물의 경우는 호흡이다. 동물의 호흡은 숨쉬는 것이 아니라 세포호흡을 말한다. 즉 세포 하나하나가 하는 호흡을 말한다. 사람 몸에는 수십조 개의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들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고 이 미토콘드리아가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공장이라고 볼 수 있다.
세포들에서는 다음의 작용이 일어난다.
C6H12O6(포도당)+6O2(산소) → 6CO2(이산화탄소)+6H2O(물)+에너지.
이때 생기는 에너지가 생물이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다.
우리의 호흡은 단지 연소에 불과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생명에 쓰이는 원자는 무생물에 쓰이는 원자와 동일하다. 생명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 기계다(228). 그것도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생화학 기계일 뿐이다.
생물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 기계다. DNA, RNA, 단백질 모두 원자로 되어 있고, 이들 사이의 화학 반응은 양자역학에 따라 작동한다. 화학 반응을 지시하는 존재는 따로 없다. 충분히 많은 분자가 빠른 속도를 갖고 무작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원자 수준에서 이것을 위한 어떤 의도나 목적이 없다. 그러나 수많은 원자들이 모여 생명의 몸체를 이루는 순간, 외부 변화에 저항하며 자신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신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탄생한다.
적어도 현재의 물리학으로 원자 수준에서 생명이 있어야 할 필연성을 끌어낼 수는 없다. 물리학은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생명도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된다.
생물이 무생물과 다른 점은 자신을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진화는 당연한 것이다. 주어진 자원을 놓고 생물들 사이에서 자손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경쟁하는 죽음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진화의 속성상 승자가 누구일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무작위로 발생하는 오류의 결과로 얻어진 우세가 승부를 가리기 때문이다. 다만 오류를 통해서 진화하는 것이므로 이전의 개체에서 아주 조금씩 점진적으로 변해갈 뿐이다.
5만 년 전 [총균쇠]에서는 대약진, 에덤 프랭크의 [시간 연대기]에서는 의식의 빅뱅, [사피엔스]에서는 '인지 혁명' 이라 부르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현재의 인간의 두뇌의 크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인류는 동굴에 그림을 그리고 바늘로 옷을 만들고, 수를 세고, 추상적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지 혁명의 핵심은 바로 추상적인 사고의 탄생인데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허구야 말로 인류가 더 큰 규모의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발명품이었다." 하고 강조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은 언어였다. 침팬지도 "사자다!" 라는 의미의 울음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사자 신께서 분노하셨다." 하는 문장을 표현할 수 는 없다. 인간은 인지 혁명을 통해 물리학이 미치지 못하는 허구의 영역을 만들었다. 허구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건설하는 토대가 된다.(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