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주말이 다가오면
난 아내의 표정 하나 하나에 예민한 반응을 일으키는 병이 하나 생겼다.
설거지 해 줄까?
쓰레기 버릴때 안됐어?
세탁기에 빨래 꺼내다 줄까?
.......................................
아내 말고
따로 연인 하나를 두고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아마도
바람을 피는 남자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게다.
배낭을 꾸리는 내 곁에서
아내가 이것 저것 챙겨 주는 걸 보니
이번 주 내가 해준 온갖 서비스가 괜찮았나 보다.
아무튼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아내의 밝은 표정을 보고 집을 나서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사랑해!
처음처럼 변함없이........................................................
사랑을 쉽게 포기하지 말기를...
2004년 8월 7일 토요일 11시 50분
애마가 특유의 괘성을 내 지르며
우리 앞에 다가 섰다.
내가 있는 곳에 당연히 있어줘야 할 대원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다.
대순님과 캔디님 그리고 우리 대장님과 ilsk87님
빈자리와 회장님 그리고 산토끼님과 지수님
최영장군님과 항상 함께있는 그림자한분
나와 내 그림자 대간에 취해님
큰형님과 호준님 그리고 하늘땅바다님과 푸른산님
블루노트님 그리고 Eagle님
상익님과 신규님
오늘 산행은
이렇게 엄선된 미남 미녀만 모여 산행을 하는가 보다.
버스 안은 빈자리가 많아 보였다.
차에 오를 때마다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는 날까지
모두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산행을 하지 못한 대원들은
마음속으로 이미 백두대간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 여기고 싶다.
사랑이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 오늘 대간을 사랑한 전사들 ■
고치령까지 그리고 대간의 시작점에서
2004년 8월 7일 11시 52분 나의 애마가 대전 IC를 통과했다.
2004년 8월 8일 00시 20분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록를 달리던 버스가
증평IC를 나와 02시에 단양 휴게소에 잠시 머물렀다.
간단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보내고
2004년 8월 8일 02시 30분
풍기 요금소를 지난 버스는 한참을 한적한 산골 국도를 내달렸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길가의 나무와 꽃들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그저 부족한 잠만 쏟아진다.
얼마나 굽은 길을 달렸을까?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어둠만 가득한 산골 마을에 도착했다.
싸한 새벽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 12번째 기념 사진을 찍고■
2004년 8월 8일 03시 10분
가로등 하나로
거대한 어둠 덩어리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듯
좌석리 마을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미리 임대해 놓은 트럭을 타고 고치령까지 가기로 했다.
비좁은 짐칸에 쪼그려 앉아 있으려니
오금이 당기고 잡고 있는 팔마저 아려 온다.
산중에서 맞는 새벽은 적막했다.
아니 새벽 달이 오히려 싸늘하게 다가왔다.
2004년 8월 8일 3시 20분
한참을 오른 트럭이 고치령에서 우리를 쏟아놓는다.
■ 대간 초입 길 ■ 고치령에서 미내치까지
2004년 8월 8일 03시 20분
트럭에서 내린 우리는
잠시 머물 틈도 없이 곧장 대간 길로 접어들었다.
초입 길 옆에 산신각이 있지만 촬영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지난 한달여 동안을 소진할 대로 소진한 몸을 이끌고
오늘 산행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작은 가파름이 시작되었다.
이내 평탄한 길이 나오고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철쭉나무 숲을 지나 10여분을 오르니
작은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내리막이다.
고운 흙으로 된 평탄한 길을 200여미터를 지나니
잡목들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성가시다.
입추가 지나서 인지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이다.
대간의 특성상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초반 오름 길과 내림 길은 편안하게 시작된 것 같다.
04시 05분 우리는 877봉우리를 지났다.
봉우리라야 짐작할 뿐 어디에도 산봉우리인 것을 확인 할 수 없다.
작지않은 나무로 둘러 쌓여
오르막의 끝과 내리막의 시작점인 것으로 판단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산행 구간은
육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 자체가 편안하다.
877봉을 지나면 곧바로 된 내리막이다.
그리고 평탄한 길이지만 참나무로 이루어진 밀림 숲이다.
04시 24분 우리는 미내치를 지났다.
미내치에서 마구령으로 가는 길은
앞서 걸어 온 길과 다름없는 길이었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탄한 길이 반복되었다.
04시 43분 이미 폐허가 된 듯한 헬기장을 지나서
04시 45분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해오름이 시작되는 듯
동쪽 하늘은 발갛게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해오름을 볼 수 있겠구나..........
잡목이 가로 막지만
긴 오르막을 바쁜 마음으로 올랐다.
05시 17분 처음으로 새소리를 들었지만 새소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금방이면 오를 것 같던 아침 햇살은
이내 깊은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도 해오름을 포기 해야할 것 같다.
해오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중의 행운인가 보다.
05시 20분
널직한 헬기장을 만났다.
대간에 취해님의 변함없는 정상주가 대원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주 잠깐 아침 햇살이 보이는가 싶더니
아침 안개가 주변 산을 감싸버린다.
06시 00분
우리는 헬기장에서 줄곧 내려와 마구령에 도착하였다.
■ 정상주 한잔씩 ■■ 헬기장에서 바라본 아침 하늘과 산들 ■■ 마구령에서 본 대간 초입 길 ■
마구령에서 박달령까지
마구령에서 시작된 대간 초입 길은 쉽게 시작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훤히 뚫린 길을 들어서서 한참을 오르다보니
대간 길이 아니라 약초를 캐러 다니는 길인것 같다.
앞서가던 ilsk87님이 멈춰서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바위"하고 외쳐보니 진행 방향의 우측 정상쪽에서 "바위"하고 대답이 온다.
지도를 보니
중간 능선 쪽에서 시작된 길은 곧바로 정상으로 향해있다.
일단 정상쪽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캔디님이 앞장섰다.
잠깐을 오르니 대간 마루금이 나오고 곧바로 894봉우리다.
이것도 알바라고 칭해야 하나?
06시 55분
우리는 1057봉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대간에 취해님의 버섯찌게로 무장된 특별 요리가 준비됐다.
푸른 산님의 라면 그리고......
허거걱.........
왕비님이 들고 있는 고추가 맹랑하게 생겼네...........
큰형님과 회장님 그리고 대원 모두 맛나는 아침인 표정이다.
후식으로 커피 한잔이면 산중에서의 아침은 풍성한 것이다.
07시 23분
아침을 끝낸 우리는 갈곶산으로 향했다.
약간의 내리막은 있었지만 3Km정도가 산책길 수준이다.
아침 매미 울음 소리가 한가롭다.
양 옆에 늘어선 나무 터널이 여유롭다.
화려한 버섯들과 송이 버섯을 연상하는 버섯들이 고향 뒷산같이 정겹다.
이를 두고 "산행"이라 하나 보다.
08시 00분 934봉에서 잠시 간식을 먹기로 했다.
푸른산님의 메론 과 대간에 취해님의 거봉서비스
푸른산님의 청양 메론 자랑이 아니더라도
메론의 향과 맛은 유난히 진하고 달았다.
08시 15분 완만한 내리막과 오르막을 끝내니 갈곶산이다.
갈곶산이라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봉황산 갈림길이라는 이정표가 대신하고 있었다.
08시40분
갈곶산에서 곧바로 시작된 내리막을 끝내니 늦은목이가 나온다.
옛날엔
이곳이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이었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넘어다녔을 테지만
지금은 문명에 밀려 흔적만 간신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늦은목이를 지나
오늘 최대 고비가 될 선달산으로 향했다.
고도 편차만 500여미터이니 각오는 하고 왔고
등고선으로 보아 된 오르막인것은 틀림없을테니
더도말고 덜도말고
70미터만 오르고 한번씩 쉬어 가자고 대원들께 부탁아닌 강요부터 해본다.
하지만 지도의 등고선과 실제 지형은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
긴 오르막이었지만 그리 고된 오르막은 아니었다.
아무튼 몇번을 오르다 말고 쉬었었지만
09시 48분 무난히 선달산에 올랐다.
선달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가파른 내리막과 된오르막이 있었지만
잦아 든 바람때문에 더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을 제외하곤
박달령까지 가는 길은 편안했다.
촉촉한 땅
파란 바위 이끼
그리고 잔잔한 숲
전설이 슬픈 동자꽃이 널려 있는 산책로였다.
10여미터 정도의 잡목숲을 빠져 나오니 탁트인 헬기장이 나온다.
11시30분
우리는 박달령에 도착하였다.
■ 갈곶산 정상의 이정표 ■
■ 늦은목이 ■
■ 이름모를 버섯 하나 ■
■ 이름모를 버섯 둘 ■
■ 박달령의 신령나무 ■
■ 박달령의 산신각 ■
■ 선달산에서 ■
박달령에서 도래기재까지
박달령을 지나 11시에 55분
흰병이 마을과 대간길 갈림길부터 시작된 된 오르막은
나에겐 고통이었다.
근근히 버틴 나의 체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숨이 차오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허벅지 근육이 오름길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십발자욱을 옮기고 다시 몇발욱 옮긴 뒤 휴식 그리고 휴식
큰형님과 대장님 그리고 대간에 취해님의 뒷모습이 자꾸만 멀어져 갔다.
얼마를 인내하고
얼마를 고통스럽게 올랐을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큰형님과 대장님 그리고 친구 곁에 앉았다.
지친 날위해 얼음물과
떡하나를 건네주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대신
그저 받아 마시고 먹는 것만으로 모든 걸 끝냈다..
큰형님의 지난 이야기
대장님의 백두대간 추억 이야기는 힘든 산행 중에 얻은
소중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고
그렇게 고통스런 오르막이었지만
13시00분 막상 올라서 바라 본 옥돌봉은 작고 초라했다.
바로 밑에 있는 헬기장이 오히려 넓고 전망이 좋아 보였다.
옥돌봉 근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잇는
회장님과 일행대원 모두를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오름길을 끝내고 이젠 하산 길이니
배낭속에 있는 것 모두 꺼내놓고 먹고 가자고.............
아휴!
배낭속에서 나오는 간식이 왜이리도 많은지
먹고 또 먹고
ilsk87님의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옥돌봉에서 도래기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었다.
다래넝쿨 숲
단풍나무 숲
고사리나무 숲
철쭉나무 숲
싸리나무 숲이 수백미터씩 무리지은 곳을 지났다.
잠시 더덕을 캐는 할머니들을 만나 흥정 끝에
더덕을 기꺼이 사서 들고
우리는 도래기재에서 풍기는 흙내음을 맡기 시작했다.
14시 05분
도래기재에 도착했으므로 오늘 산행은 끝이다.
■ 옥돌봉 정상 표지석 ■■ 도래기재의 백두대간 안내판 ■
산행 후 조각 모음
산행기록 산행일자 : 2004년 8월 7일(토) - 2004년 8월 8일(일), 비박2일
산행날씨 : 맑고 더움(더운날치고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씨)
산행거리 : 26Km
산행시간 : 10시간 45분
구간별 산행기록 2004년 8월 7일, 11시52분 : 대전IC
2004년 8월 8일, 00시20분 : 증평 IC
2004년 8월 8일, 02시00분 : 단양휴게소
2004년 8월 8일, 02시30분 : 풍기 요금소
2004년 8월 8일, 03시00분 : 좌석리 마을 도착
2004년 8월 8일, 03시20분 : 고치령
2004년 8월 8일, 04시05분 : 899봉
2004년 8월 8일, 04시24분 : 미내치
2004년 8월 8일, 06시00분 : 마구령
2004년 8월 8일, 06시55분 : 아침(07시23분까지)
2004년 8월 8일, 08시15분 : 갈곶산
2004년 8월 8일, 09시48분 : 선달산
2004년 8월 8일, 11시30분 : 박달령
2004년 8월 8일, 13시00분 : 옥돌봉
2004년 8월 8일, 14시 05분: 도래기재
두주간의 국토순례와 한주간의 여행으로 건강이 많이 소진되었을 터인데 얼굴엔 변함없는 미소와 여행얘기로 우리에게 오히려 웃음을 선사하는 님은 정말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십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챙기시는 대원들의 사진은 또 하나의 감동이네요^^ 삼복더위를 온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정열의 천년바위..홧팅!
첫댓글 힘든 산행이었지만 대원님들 모두가 함께했기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함께한 대원중 빠지신 두분 사진은 편집 후 바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대원님 한분 한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시길....... 천녀바위 드림.
삼복더위에 지친 몸으로 타는 대간길에 기록까지 남기시느라 수고 무쟈게 많으셨읍니다...다음 산행까지 푸욱 쉬셔~~~
국토 순례까지 하시고 지친 몸으로 대간종주 무사히 마치심을 진심으로 추카 드립니다..지난해에 다녀온 감회가 새롭습니다. 생생한 산행기 즐감하고 .....남은 구간도 6차팀원 여러분 건강한 몸으로 한분도 빠짐없이 완주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6차팀원 여러분 화이팅!<보문산>
두주간의 국토순례와 한주간의 여행으로 건강이 많이 소진되었을 터인데 얼굴엔 변함없는 미소와 여행얘기로 우리에게 오히려 웃음을 선사하는 님은 정말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십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챙기시는 대원들의 사진은 또 하나의 감동이네요^^ 삼복더위를 온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정열의 천년바위..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