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안사병중 총동창회 2022년 가을 소풍대회 기요
지난 6월27일 서울대공원에서 가졌던 봄 소풍 대회에 이어 10월28일에는 올림픽공원에서 가을소풍 대회를 가졌다. 2019년 12월12일 예년의 총회 겸 송년회를 가진 이래 실로 거의 3년 만에 재개한 모임이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이제부터 “등반”이 “소풍”으로 바뀌는 것은 우리들의 늙어감에 따른 자연스런 일이다.
열시 반부터 이미 많은 회원이 평화의 문 광장 여기저기에 모여서 선후배의 반가운 인사와 이야기의 꽃을 피우더니 열한시부터 동기회 별로 무리지어 각각 편한 코스를 찾아 소풍 길에 나섰다. 날씨는 쾌청하여 하늘과 호수와 나무들이 아침의 햇살에 선명하였고 가을의 삽상한 공기가 심신을 청량하게 만들어 주었다. 대부분 호수 둘레에 펼쳐진 숲과 몽촌토성의 언덕을 끼고 한 바퀴 도는 코스를 각자의 편안한 걸음으로 즐기는데 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숲과 그 숲이 비치는 맑은 가을 물, 그리고 햇빛에 반짝이는 은빛 갈대의 움직임과 숲 사이로 언뜻 언뜻 숨어있는 구절초의 꽃들이 상쾌함을 더해주었다.
도토리가 투둑투둑 떨어지는 길을 지나 몽촌토성의 얕은 언덕에 오르니 발아래 펼쳐진 가까운 구릉과 먼 시가지의 풍경이 정상에 올랐을 때의 통쾌함과 여유로움을 맛보게 하였다. 문득 백제 위례성 터 너머 한강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백의 <登金陵鳳凰臺> 라는 시가 생각난다. “鳳凰臺上鳳凰遊 鳳去臺空江自流. 吳宮花草埋幽徑 晉代衣冠成古丘 봉황대에 봉황이 노닐더니 봉은 날아가고 텅 빈 봉황대 옆 강물만 덧없이 흐른다. (화려했던)오나라 화초들은 후미진 길가에 묻혔고 (영화롭던)진나라 (고관대작들의)의관은 언덕의 흙이 되었구나.” 오늘 우리는 나그네가 되어 여기 다시 서니 그 아래 전설의 터에는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그렇게 역사는 또 켜켜이 쌓이는 법이다.
알맞게 쉬고 걸은 후 우리는 한시에 “산들해”라는 식당에 모였다. 참가자는 얼굴이 다소 바뀌었으나 봄 소풍 때와 똑같이 68명이었다. 정갈한 한정식을 즐기는 동안 회장의 인사와 총무의 보고로 준비한 간단한 회의가 있었고 4회 이광복 선배의 축하 말씀에 이어 5회 임영희 선배의 시낭송이 있었다. 멀리 부산에서 특별히 참가한 6회의 김광림(전 경희대 체육대학장) 선배는 50대의 건강한 풍모와 음성으로 감회를 토로하였고 10회 정용원 선배가 접시꽃 씨를 담은 봉지를 참가자 전원에게 일일이 선물하였다. 누구나 꽃밭을 가졌던 옛날 8월의 작열하는 여름 해에 짙은 색깔로 번쩍이던 화사한 접시꽃처럼 계속 열정적인 만남을 누리기를 축원하는 뜻이리라.
나는 “기적이란 하늘을 날고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걷고 있는 것”이라는 어떤 이의 말을 전하고 살아온 오랜 세월을 편안한 마음으로 반추하면서 앞으로 계속되는 인생을 아름답게 보내자는 축언으로써 오늘 모임의 뜻을 새겼다. 회식을 마치고 서로 축복의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 기별로 인근의 커피숍으로 흩어져 못 다한 아쉬움을 달래었다. 어느덧 해가 짧아졌으니 4시가 너머 커피숍을 나서니 늬엿한 오후의 햇살에 더욱 깊게 물드는 단풍의 모습이 눈앞에 다시 펼쳐진다. “서리 맞은 단풍 잎 봄꽃보다 더 붉어라 霜葉紅於二月花”(杜牧. 山行)라 하였거늘 그것은 우리들 노년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 초나흘 달이 뜨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또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고 석양이 드리고 별이 뜨는 일상들이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풀이 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재회의 기대로 서로를 그리워 할 것이다. 이윽고 계절이 지나고 때가 오면 언젠가 다시 만나 변함없는 사소한 즐거움을 나눌 것이니 우리는 익숙한 그 그리움을 위하여 건강과 평안을 또 다듬을 일이다. 2022년 10월 28일. 회장 김광억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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