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성곽 언저리, 순댓국밥집과 돼지갈비집이 늘어선 골목 풍경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369번지에 위치한 약수역은 3호선과 6호선의 환승역이며, 남산을 지척에 두고 있다. 지하로는 매일 십만여 명의 서울시민들이 각기 바쁜 일상을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이고, 지상으로는 남산과 서울성곽 등을 가까이 두고 고층 아파트와 오랜 가옥들이 함께 자리 잡은 정겨운 골목길의 동네다.
서울성곽 언저리라는 위치는 서울의 구도심권과 인접해있다는 의미다. 고층 아파트 대단지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꼬불꼬불한 골목길 등 정겨운 옛 서울의 풍경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 때문일까? 약수역 인근의 맛집들은 돼지갈비, 순댓국밥, 찜닭, 막국수 등의 서민적인 메뉴들로 유명하다. 식당들의 평균연령 또한 30년 이상이 대개다. 30년 전통의 순댓국밥, 40년 전통의 막국수가 약수역 인근에서는 흔하다.
이 동네에서 30년을 넘게 순댓국을 팔아온 골목 안 자그마한 밥집이 이제는 강남에까지 입소문이 퍼졌고, 인터넷에 소개되어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큰 길에 위치한 또 다른 순댓국 가게는 나름의 특색이라 할 김치순댓국으로 유명하여 가게를 확장 이전하기도 하였다.
새마을깃발을 간판과 함께 걸어놓은 순댓국밥집에는 24시간 순댓국밥 끓이는 냄새가 그득하고, 서울 어느 골목보다 저렴한 순댓국밥을 정성껏 말아주신다. 깍두기국물을 더해 얼큰하게 맛보는 순댓국밥 한 그릇에 속이 든든해진다. 순대야 어느 동네에서나 맛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지만, 뚝배기 그득한 돼지고기와 들깨가루 듬뿍 얹은 맛난 국물, 세월이 흔적이 역력한 가게 안 풍경은 이 동네에서나 만날 수 있지 싶다. 오고가는 많은 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불릴 수 있었던 따끈한 순댓국밥,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시절 서울성곽 언저리에 자리 잡은 서민들에게 꽤나 든든한 끼니가 되었을 것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근대화의 물결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고 시장의 형편도 이제 많이 달라졌다. 순댓국밥이 더 이상 싸구려국밥은 아니지만 사람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남산을 거닐고 버티고개로 내려오는 이들이나 서울성곽의 흔적을 찾아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귀갓길, 약수역 인근 순댓국밥집들은 여전히 따끈한 국물을 그네들에게 내주고 있다.
사람과 차가 함께 북적이는 동네 골목길에 자리 잡은 돼지갈비집 또한 정겹다. 연탄불이 들어가는 드럼통을 테이블 삼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보는 돼지갈비, 서민들의 고단한 하루를 달래주는 소주와 돼지껍데기. 이제는 서울의 한복판 금싸라기 땅이 되어버린 약수역 골목길이지만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며 저녁장사를 준비하는 풍경은 계속되고 있다.
약수역 사거리 고가도로는 금호터널을 지나 강남으로 향하는 길목이 되고, 그 반대편은 장충동 언덕으로 향하고 있다. 6호선 청구역과 버티고개역 사이로는 소나무 가로수가 운치 있으니, 이대로 걸어 서울도심 도보여행을 해도 좋을 듯하다.
6호선 약수역 대합실에 들어서면 지하1층 벽에 자리 잡은 작품 ‘장생도’도 눈에 띈다. 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염원하는 인간의 이상향을 묘사한 이 작품에는 해, 구름, 물, 바위, 소나무, 복숭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약수 등이 표현되어 있다. 인근에 위장병에 특효가 있는 약수(藥水)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지명이니, 약수역을 오고가는 모든 이들이 장생도의 염원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6호선 약수역 고객상담실 바로 옆에는 또한 아기사랑방이 설치되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은 항시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