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푸르면서 또 사철 단풍이 드는 나무는 무엇일까요?"
"사철나무요."
"아닙니다."
"구실잣밤나무요."
"아닙니다. 제주도에 사는 담팔수입니다."
담팔수의 매력은 도톰한 가죽질의 잎사귀에 있다. 상록수인 담팔수는 때때로 한두 장의 잎을 붉게 물들인다. 홍일점(紅一點)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잎이다.
제주도에는 원래 야자수가 없었다. 워싱턴 야자수나 소철 등은 없었고 구실잣밤나무, 담팔수 등만 많았다. 그러나 제주도가 야자수와 소철나무 등의 외래종을 들여오면서 제주도는 제 멋을 크게 잃었다.
제주도에는 원래 까치도 없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는 까치는 없고 울음소리가 재수 없다는 까마귀만 많았다. 그런데 지난 1989년 일간스포츠신문사가 까치 50여 마리를 방사하여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제주도의 입장에서 보면 외래종인 까치 수의 증가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잡식성인 까치가 들어와 제주도 생태계 교란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삼다의 섬이다. 바람과 여자와 화산 돌이 많은 섬이다. 이 섬에 나무를 잘 안다는 사람들이 워싱턴 야자수와 소철을 들여왔다. 처음에는 제주도에 적응하며 잘 자랐다. 열대의 풍경을 한껏 자랑했다. 그런데 잘 자라던 야자수가 갈수록 점차 제 빛깔을 잃어갔다. 제주도의 거친 바람에 시달려 야자수 잎이 말갈기처럼 갈라지는 것이다.
한번 갈라진 야자수 잎은 허옇게 마르고 마른 잎은 더욱 요란한 바람소리를 냈다. 푸른 제주도가 아니라 빛바랜 제주도의 풍경을 연출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 제주시를 건설하면서 구실잣밤나무와 담팔수를 가로수로 심은 일이다.
제주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구실잣밤나무와 담팔수다. 1970년대 제주도를 국제관광지로 개발하면서 가로수로 심은 나무들이다. 대략 40여년을 자란 이 나무들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나무가 되었다. 다행 중의 다행한 일이다. 이때에 만약 야자수를 사다 심었다면 제주도의 시가지는 지금쯤 을씨년스런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국적 없는 성형미인이 활보하는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담팔수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상록성 교목이다. 키가 약 20m 내외로 크게 자란다. 생장속도는 빠르기 때문에 가로수 등의 조림에 유용하다. 제주도에는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곳이 많아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다. 그렇지만 아열대 식물이기 때문에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다른 지방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담팔수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섶섬, 문섬 등에 드물게 자생한다. 천지연 계곡에 있는 담팔수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하여 보호한다.
담팔수의 꽃은 7~8월에 연한 황색으로 핀다. 꽃에서 나는 향기는 그리 향기롭지는 않지만 벌 나비가 많이 달라 든다. 만개한 담팔수 의 꽃에는 온갖 곤충들이 꽃에 달라붙어 꽃가루와 꿀을 따느라고 정신이 없다.
담팔수의 열매는 핵과(核果)로 9월에 검 푸른색으로 익는다. 올리브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 검은 자주색으로 농익은 열매는 길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때때로 직박구리가 날아와 담팔수의 열매를 쪼아 먹는다.
담팔수(膽八樹)의 학명은 Elaeocarpus sylvestris var. ellipticus.이다. 잎과 줄기와 단풍과 열매와 꽃 등이 모두 여덟 가지의 빛을 낸다하여 담팔수라고 한다. 또 상록성의 잎이 붙는 모양이 팔자를 이루고 열매가 쓸개와 흡사한 색깔이어서 담팔수라고도 한다.
설익은 지식으로 야자수와 같은 외래종을 도입하여 제주도를 오염시킬 일이 아니다.
첫댓글 나무는 잘 모르고 지나쳤었는데
샘덕에 많은 공부를 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