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희비]롄잔 손뼉치다 땅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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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으로 얼룩진 선거가 결국 나라를 결딴내고 말았다. 대만 국민들은 TV를 통해 숨 가쁘게 진행되는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절반은 분노와, 절반은 우려 속에 20일 밤을 지새웠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발표 직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야당 지지자들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국은 더욱 혼란에 휩싸였다.》
▽투표, 팽팽한 긴장감=전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피격으로 투표당일 대만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오전 11시40분 천 총통은 투표를 마친 뒤 “필생의 과업인 국민투표를 마치기 전에는 누구의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대만 민주의 길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당 롄잔(連戰) 후보는 투표 개시 시간인 오전 8시 부인 및 당직자들과 투표를 했으나 2장의 국민투표 용지 수령은 거부했다. 그는 “어제의 저격 사건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만의 민주주의와 제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뚜껑 열리다=오후 4시 전국 25개 시현(市縣)에서 개표가 시작됐다. 대만 TV들은 성향에 따라 중간집계 결과를 서로 다르게 보도해 혼란을 부추겼다.
친(親)국민당 성향의 동삼, 중국, 중화, TVBS 등은 오후 6시가 넘도록 야당의 롄잔-쑹추위(宋楚瑜) 후보가 5만∼20만표까지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민진당 계열의 민성(民生)TV는 중후반까지 천수이볜-뤼슈롄(呂秀蓮) 후보가 이기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지지자들은 서로 나팔을 불고 깃발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오후 5시5분 TVBS가 ‘롄-쑹 53%, 천-뤼 47%’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야당 지지자들은 “당선! 당선!”을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롄 후보는 총투표의 75%인 1000만표 이상이 개표될 때까지 5만여표를 앞서나갔다. 그러나 85%가량 개표된 오후 6시부터 격차가 줄어들면서 피를 말리는 접전이 벌어졌다.
오후 6시55분경 마침내 천 후보가 롄 후보를 앞질렀다. 종반까지 2만∼3만표의 박빙의 차가 계속되자 야당 지지자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후 천-뤼 후보가 647만2452표로 644만1970표를 얻은 롄-쑹 후보를 2만9518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는 잠정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야당의 반발=롄 후보는 선거운동본부에 나타나 “패배라고? 중요한 것은 2300만 국민 모두가 역사에 책임을 지고 민주정치 제도와 존엄을 옹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총격사건에 대한 진상 설명이 전혀 없는 등 의문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며 “이런 불공정한 선거에 침묵한다면 어떻게 역사와 자손, 민주제도에 떳떳이 얼굴을 들겠느냐”고 선거 무효소송 제기를 선언했다.
이어 등단한 쑹 후보는 “개인의 승패는 작은 것이지만 대만의 민주주의는 큰 것”이라면서 “중국에 대한 대만의 최대 무기는 민주주의였는데 천 총통이 이를 훼손했으니 이제 어떤 무기로 중국과 대항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공식 발표=오후 9시15분 황스청(黃石城) 중앙선관위원장은 천-뤼 후보의 당선을 공식 발표했다. 표차는 2만9516표였다. 무효 처리된 표는 33만여표로 득표 차의 10배가 넘었다.
오후 10시 민진당 선거운동본부에 나타난 천 총통은 뤼 부총통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천 총통은 “중국은 대만 민주주의의 선택을 받아들여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을 조속히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 부총통은 “총격사건을 민진당의 음모로 몰아붙이는 야당 인사들의 억지 주장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롄-쑹 후보는 증거를 내놓아라”고 반박했다.
▽야당의 장외투쟁=롄-쑹 후보는 농성을 벌이다 21일 오전 4시 1만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총통부 앞 광장으로 진출, 재검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나팔을 불어대며 “대만은 지지 않았다. 롄-쑹 힘내라!”를 외쳤다. 오전 6시반 이들은 국기 게양식을 갖고 국가를 부른 뒤 ‘대만 민주 만세’를 외쳤다.
타이중(臺中)과 가오슝(高雄)에서는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수천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검찰청에 집결해 정문과 담장을 부수고 건물 안으로 난입했으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차가 불타기도 했다.
타이베이=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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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희비. 제11대 총통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과 뤼슈롄 부총통이 방탄유리 뒤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왼쪽). 그러나 역전패한 야당연합 롄잔 총통 후보와 쑹추위 부총통 후보의 표정은 침울하다. -타이베이=로이터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