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빰빰빰~ 빰빰빰~ 빰빰빰빰 빠바밤 내일 또 다시 만나요~~♪"
오랜만에 TV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간다.
얼핏 보니 그야말로 소싯적 인기그룹 딕패밀리가 가요무대에 선 것이다.
최헌, 장계현, 조항조.
아니! 저 사람들이 왜 가요무대에 선 거야?
아나운서의 소개멘트에 이어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곧이어 한때 내 가슴을 소용돌이 치게했던 '흰구름 먹구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가만 있어봐....
70년대 음악인데... 왜 가요무대에??
그리고 보니 30년전 노래다.
갑자기 계산이 안 나온다.
모야 모야....
골방 논네 박하사탕 까먹으며 궁시렁거리는 듯한 나의 중얼거림에
제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아들녀석이 밖에 대고 냉큼 하는 소리가
"아.. 난 가요무대가 제일 싫어!"
오잉? 나도 싫어 했었는데....
그리고 보니 나 자랄 때 울아부지가 가요무대 틀어놓고
김정구씨가 '두만강', 신카나리아가 '세월아 네월아' 부르는 걸
따라 흥얼거리시며 TV 독점하시는게 그리 싫었는데....
내가 딱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야 이눔아! 나도 가요무대 제일 싫어 했던 사람이야."
벌컥 한 마디를 던져놓고도 무색하다.
화도 아니고 울분도 아닌 묘한 충격에서 그나마 알량하게나마
챙긴다고 챙긴 자존심에서 우러나온 소리다.
그러면서도 화면에 뜨는 자막을 보지도 않았는데
가사가 저절로 혀에서 굴려져 나오며 흥얼거려진다.
머릿 속에서는 그 노래와 함께 했던 젊은 날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언제 우리 세대가 가요무대 세대가 된 걸까.
가요무대가 굳이 구세대의 전용무대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자라면서 느끼고 각인되었던 그 느낌대로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딴에는 통기타와 청바지를 즐기면서 민중을 생각하며 고뇌하고 사색하던
과도기의 신세대라 자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세월은 흐름을 멈추지 않고 유유자적 하는 동안
나만이 한 시절의 귀퉁이에 표류하면서 낡은 시간을 부여잡고 있었다는 것인가.
또 한 해를 어영부영 보내면서 자각하기 싫었던 철없는 나의 시절은
KBS 가요무대로 인해 격세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유는 다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래서 가요무대는 정말 싫어........ ㅡ.ㅡ;
카페 게시글
내마음의 풍금
가요무대
미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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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02 02:3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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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중고등학교 다니던 70년대에 통키타 들고,강촌,대성리 가서 부르던 그런 노래가 가요무대에 나온다구요? 허허...세월이 벌써 그리됐나요?....ㅎㅎ
요즘도 가요무대 하남요?? 프로그램 개편 됬는줄 알았드만^^ 담주부턴 나도 시청 해야쥐~~^^ 이젠 뽕짝이 좋드만~~^^ 나이를 먹어가긴 하나벼^^
'흰구름먹구름' '화'....이노래를 즐겨부르던 춘순언니가 갑자기 보고싶어지는군요...
그 언니 결혼식에 지니두 갔었던것 같은데 20여년전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세월의 화살을 피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