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먼지만큼의 가감도 없이 사실 그대로를 적겠다. 그러니까 작년이맘때의 일이다. 그때 최선생이라는 여자디자이너가 우리 미용실에 있었다. 최선생은 어디서 미용을 날림으로 배웠는지 기술도 날림이었다. 쇠똥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최선생은 사람 즐겁게 하는 재주는 탁월했다. 아마도 그녀가 미용사가 되지 않고 개그우먼이 되었더라면 대성공을 했을텐데 참 그런데 최선생은 이이야기속에서 별로 중요한 인물이 이니다. 보조 출연자일뿐이다. 하옇든 최선생이 근무하던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하루는 30세정도 되어보이는 하얀얼굴의 얌전하고 어여쁜 여인네가 우리미용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별로 일하고싶은 생각이 없어서 최선생에게 그 손님을 주게 되었다. 이윽고 손님을 받은 최선생은 그손님이 앉자마자 상담을 하기시작했다. 여인은 조용조용한 성격이었다. 상담을 대충끝낸 최선생은 내게 다가와서 "원장님 파마하고 염색 같이 하신다는데요" "안되지 한가지만 해드려야지" "근데 원장님, 미국으로 이민간데요"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서)그려? 그라먼 뽕을 다 빼서 보내야지" "알겄습니다요, 원장님" 우리는 그렇게 해서 셋팅파마에 염색에 코팅까지 시켜가지고 그여인의 뽕을 완전히 빼서 보내게 되었던것이었다.
그후 시간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한번은 본듯한, 어디선가 많이본듯한,- 미아리에서 봤나? 아니고,그럼 청량리에서봤나? 아니고,에라 모르겄다.천호동에서 봤나보다.-어여쁜 여인네가 조용하고 나른하여 나도 미스타김도 미스타정도 졸리운 어느 오후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을 닫고 들어오진 않겠지- "어서 오시렵니까? 무엇을 하시렵니까?" "파마요" "아그들아 멋허냐 까운드려야제" "예 원장님, 분부대로 거행하겄습니다" 그 여인네는 의자에 앉아 다소곳하게 있었다. "우리 초면은 아니제라이,어서 많이 본것같은디" "작년에 왔었어요, 어머 그 아가씨는 안보이네" "머라고라우, 작년에 왔었다고요?" "네 작년에 미국엘레이로 이민가면서 파마랑 염색이랑 하고 갔었는데 전에 그 아가씨가 하도 재미있게 잘해 줘서 생각나서 왔어요." "아 맞다, 생각나네요,그런데 왜 다시 나오셨어요?" "저랑 안맞는거 같아서 그냥 다시 왔어요, 잘해주시면 계속 올테니까 잘해주셔야 돼요?" "옛설,여부가 있겄습니까, 손님은 왕이잖녀요"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녀 뒤로 손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와 그날은 바쁘게 일하게 되었다. 그녀의 머리를 해본결과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쪼께 민감성격이고만,약간 공주병도 있는것같기도하고 없는것같기도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내 말초신경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자극하여 약간의 머리에 쥐나는 현상도 일으키고.' 하여간에 그녀는 좀 민감한것 같았다.
그날 나는 그녀와의 재회(?)가 예사롭지 않은듯해서 유부남의 체신머리도 잊어버린채 다른손님들은 대충대충 해주었지만, 반면 그녀는 최대한 기분도 띄워주고 머리도 신경써서 잘 해주게 되었다. 여기까지 우리사이(?)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것이다.
그후 한달이 흘렀다. 그날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음산하게 내리는 어느 한적한 오후였다.졸음이 올락말락하니 기분이 나른했다.(아이쒸 우리미용실은 맨날 손님이 하나도 없는줄 알겠네.) 갑자기 문이 휭 하고 열리더니만 웬 여자(여인네가 아니었다 여자였다)가 접은 우산을 내손에 안기며 이상한 말을 하는것이었다. "누구시죠?" "저예요 저번에 파마했던....아저씨 아니 원장님 제말좀 들어봐요 참 손좀 씻어도 돼요? "예돼요" " 아니병원에서 아저씨들이 나한테욕하면서 너 정신병원이나 가라고 막 반말하는데 그래도 되는거예요? 아이 나참 손좀씻어도 돼요?" "예 돼요" "아니 아저씨 왜 내가 가는곳마다 경찰들이 들이닥쳐요, 이건 분명히 뭔가 음모가 있어요, 원장님은 다 알고 있죠?" "아니 뭘요?" "에이 모르는척 하지 마세요, 정부에서 텔에비 브라운관으로 나 감시하는거 누가 모를 줄 알아요?" 그렇게 그녀의 횡설수설은 시작 되었다.화장을 안해서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 여인네가 분명했다.그녀는 수돗물을 틀어달라고 하더니 한 10분정도 손을 씻었다. 그리고 머리를 감겨달라고 그랬다. 그리고 드라이를 하고싶다고 그랬다. 드라이 끝내놓니까 다시 그 검은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고싶다고 했다. 나는 몸이 안좋은것같으니까 '집에 가셔서 쉬는게 좋겠네요'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집을 피웠다. 염색을 안해주면 안간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의 일들은 말로 설명하기가 벅찰정도로, 그녀는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는 말을 횡설수설 하여 심현섭 버전으로 '도저히 표현허기가 힘듭니다'가 되겠다. 바로 이런것이다. @$%&&^$%$%^$#$%%%^$&&%^%%^#####^^%@^$@@$&^$#^%##&^**&(%*%$&^%*(&&^%*#&%^$%%%%%%%%^(((((*&$%$^&*&*#&^&^&^%^*&*^$^&*%%&$%%%&&^&*&*((&*^#%^ㅒ%%&^*&&(*)(*()^()^#%***&*&(*(*)*)(&&*#^*&^^&&^&^&^&^&^^***&^^^아저씨 나 염색해달래니깐요$%$#&$%#!%$!$#!#$^^^^^^^^^$#!&!이윽고 파출소에서 순경들까지 오게 되었다.$##$#%^&&*$&*&^&*&*%&@&**(*(#$^!$^!##^(*)%&*()&&(#%^*&%&아가씨 영업방해하지 말고 빨리 나가란 말이야$%^&^&*&$#^%&*^@#@^&^&**(*(((((((((((((@#$^%^%^&^^&*&*&*&^(*&^%$%^&(*&*(&*^*%^@%&^%순경들도 두손 두발 다들고 나가게 되었다.^*^**&*&*^%^%나 이쁘죠$%%^$&*&**&*이윽고 손님들이 몰려오기시작했다. 미용의자 다섯개가 모두 꽉찼다.그녀는 드디어 손님들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손님이 싫어하면 저손님한테, 저손님이 싫어하면 나한테 돌아가면서 게속 떠들었다.%%^^********&%)(***^%$@&&&&&^$원장님 나 라면 끓여줄거죠?!$#^^^%*#############$나 여기서 파출부해도 돼요?^@#%@#$!^&*&*$(%^@^^^%^@@%&^&^&&^&^ 우리 직원들도 나도 화도 내보고 구슬려도 보면서 돌아가기를 권유했지만 그녀는 끝내 가지 않는것이었다.!#^*#%%%%%%%%%!*#%^^^^^^^^^^^^^^^!^#$^!$^^#$%&^*&(*)&&$(&^%&하하하%&&^&^&^^&&%원장님 너무 잘생겼다,결혼했다는거 거짓말이죠?!#$&^%*&^(!@#$^$%^%%%%%%%%^^%^%#$$&나 원장님댁에서 식모로 살면 안돼요?$%$&^***&^아이 배고파라%$#&&&^%*(#$&^^**&*^^^%나 매일매일 여기와도 돼죠?$%###&*(($%#$%&^&(*()^&^^^ $%^%^*&*&(&%^&*&(&*(&*(((((&#)**)*)(%&&&&&&&&&&&&&&&&&&&&&&&^%&%^&^*%@%^%&%%&%우리 오빠가 나를 성폭행^@%^@%^**&%^!###!!!!!!%%%%%^$^!%^&%^&^&^&^&*%(&*이복오빠가 $%##$@$%^&*%^#$%&**(*&&&^%$%$$$$%$%$#$%^&*&*&*&*(%&^우리아버지가 그렇게 슬프게 돌아가셨어요$%^&^$%%^&^&*&*&&&*(%^%^%^%^&^&^&*&*(&*우리가족들이 다 엘레이에 있어요.나만 한국에 있어요@#$^^$%^^&*&*((*(*(&(&^%^%^$%&^^****%^$%^&&*(*($^%^&^&*&**&^*&^나 직장에서 짤렸어요$%^&&*(*(*(*()*()%^%^%^%^^%%&&^&^&^&^%^%&%&방빼고 고시원 알아봐야되겠어요.$%%^*$&%&^&^^&*&*&^%$%%^%^%^%^%^%^%^%^%^&&^^*%^%^%^내일도 와도 돼죠.!#@^%&*(*($%$%@%^^%%^&^&^&^^*&*&*&*&*여기서 오늘하루만 자면 안될까요%^%*%^%^&^&*(%&%^&&^&^&^&^&^*&(*$%&^$&*(&*($#^%^**()()^(*(&*&^^%^%^&^&(*(*(%^%^^%%^우리집 다 부셔놨어요. 텔에비브라운관 망치로 부셔도 안깨지데요!#@$%@#^%^&^&^&^%^$%$$^%^%^%^&^*&*%^%^%^%@^^*^&*&^우리집에 똥도 싸놓고 왔어요#$!@#$#$%^%^$%$%^&^&*(*(%^$%$%$$%^%&%&유리창 창문도 다 부셔놨어요,!@#$$%%&^&^&*&**&&^$%$%$^&^^*%^%^$%57%&&&%^%^%^여기가 미국 전화번호에요,!@$$%4554우리엄마랑 오빠랑 시누이랑 그렇게 살걸랑요#@$$%$^%^%&^&%$$%$%%^%&&&*$&*^*#$^$^^%^%^%^%^%^%^^&&^^*&*&*&*&*&*&*&*&*그렇게 해서 밤 10시가넘게 되었고 그제서야 그녀는 지쳤는지 우리 직원의 설득에 의해 장장 8시간만에 집으로 기적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빨리 끝낼일을 우리는 10시 반이 되어서야 다 끝낼 수있었고,나는 기진맥진하여 머리가 띵했다.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손님들도 짜증들이 나서 큰소리로 야단쳐도 그녀는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라리 완전히 정신이 돌아버린여자면 욕이라도 할텐데 그렇게 할수 없는것이, 그녀는 한자와 영어가 매우 수준이 높았고,어느정도 교양은 있게 떠들어서 함부로 대하기도 좀 그랬다.
우리가 퇴근을 할 때 비는 많이 잠잠하여져 있었다. "야 미스타김 혹시 비가와서 그여자 미친거 아니냐, 아니면 생리하나,그여자 화장실에 생리대 버려놨던데.." "글쎄요, 그런가보네요 진짜, 여자들 생리하면 미치는 여자 있대잖아요,비가와서 그러는여자들도 있고" "그여자 설마 내일은 안오겠지" "혹시 모르죠, 올지도, 그여자 원장님 좋아하나보던데.." "아이고 꿈에볼까 겁난다,허긴 그여자 횡설수설해도 똑똑한 말도 많이 하더라야, 나 잘생겼다고 그러잖더냐,보는눈은있어가지고..." 그 다음날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고, 다행히도 그녀는 오지않았다. 그러나 나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올캐된다는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박지연(가명)씨 아시죠,박지연씨 원래 그럽니까,안되겠어요, 어제 우리미용실와서 8시간동안 소란피웠는데 그렇게 가만 놔뒀다간 뭔일 낼까싶어서 위험하겠더라구요,누군가 보호자가 나오셔서 정신병원에 입원이라도 시키던가 해야지" "아이고 그랬어요, 원래 우리신우가 좀 몸이 안좋아요,잘좀 봐주세요" 그렇게 얘기하다 손님이 오는바람에 길게 얘기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다음날에 박지연씨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 자초지종을 소상히 들은 어머니는 걱정스러운듯이 "원장님 우리 딸아이가 어렸을때 뇌막염을 앓았어요,원래 영특한 아이였는데 그렇게 된거예요, 그래서 약도먹고 해서 많이 좋아졌는데... 저번에도 전화와서 몸도 많이 좋아지고 나보러 걱정 말라고 그랬는데...그아이 효녀예요, 엄마걱정도 얼마나 많이하는데..원장님 좀 수고스럽겠지만 또 우리 딸아이 오면 병원에좀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아니면 경찰이라도 불러서 경찰한테 부탁해서 좀 데려다 달라고 하면 좋겠는데..그아이가 아마 약을 안먹어서 그럴거에요, 약먹으면 괜찮은데 ,최근에 약을 안먹고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다 나았다고 그러면서..그리고 우리딸아이 전화도 안되더라구요" "전화기도 다 때려 부셔놨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안될겁니다, 그리고 보호자가 있어야 병원에도 보내는거니까 어머니가 나오셔야죠, 다른 친척이라도..한국에 친척이 전혀없습니까?" "에 전혀 없고요, 저도 미국이란곳이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수가 없어서 아들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불법체류로 있어서 못나오겠으니 나보러 잘좀 돌봐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흘렀다. 그날은 나른하고 한적하지 않은 손님 염색을 하고 있던 오후였다. "안녕하세요" 그 여인네가 그날의 병환이 싹 가셨는지 극히 정상적인 행색으로 화장까지 깨끗이 하고 들어왔다. "저 그동안 잠만 잤어요, 아픈것도 싹 나았어요,원장님 다음에 머리하러와도 받아 주실거죠?그리고 저번에는 소란 피워서 정말 미안했어요,용서해 주실거죠?" "엄마가 전화해달라던데.." "전화했어요, 그리고 참 저 취직했어요, 그리고 혹시 그때제가 우산 여기다 놔두고 가지 않았어요?" "예 안놔뒀는데" "네 그럼 수고들 하시구요,다음에 머리하러 오께요" 그렇게 그 여인네는 갔다. 그날밤 밥먹으러간 식당의 아줌마가 말하길 "그여자 미친 여자랑게, 한번은 요 앞에 쓰레기를 들고 와서는 나한테 얼마냐고 묻는것이여,내가 만원이라고 헝께는 지갑을 열더니만 만원짜리를 턱 꺼내서 주더니만 어떻게 하나 본께로 그 쓰레기를 그냥 들고 가더랑께,내가 얼릉 달려가서 쓰레기를 뺏어서는, 예라이 이년아, 내가 이쓰레기를 너한테 팔겄냐, 빨리놔두고 집으로 드가라 했더니만 그냥가더라고 ,그여자 오면 절대 받아주지마, 받아주먼 계속 찾아온당게.."
그후로 나는 비오는 날만되면 왠지모를 복잡한 심경에 빠져서 마음이 착잡했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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