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새봉
술김에 영동을 지나쳐 김천역에서 기차를 내리고 라면으로 아침을 먹은 다음 우여곡절 끝에 택시로 영국사 주차장에 내려 진주폭포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간다.
계곡 가에서 길을 찾다 능선으로 붙어 한동안 올라가 어둠 속에 천태산 기념석과 삼층탑 한기를 지나고 길이 사라져 링반데룽을 하며 30여분 헤멘 끝에 왼쪽으로 이어지는 흐릿한 산길로 들어간다.
작은 계곡 상단부를 건너고 묵은 묘 한기를 지나 밧줄이 걸려있는 슬랩 바위를 긴장해서 올라가면 영국사의 불빛이 내려다 보이고 찬 바람이 땀을 말려주어 정신이 조금씩 맑아져 온다.
스님의 나지막한 불경 소리를 들어가며 산불 흔적이 남아있는 가파른 산길을 한동안 지나 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옥새봉(약570m)으로 올라가니 어둠 속에서도 조망이 확 트이며 앞에 우뚝 솟은 천태산이 그로테스크하게 보인다.
▲ 천태산 기념석
▲ 삼층석탑
▲ 옥새봉에서 바라본 천태산
- 천태산
천태산을 향하여 오른 첫 둔덕의 암릉 지대에서 오른쪽으로 붙은 표지기를 확인하고 내려가다 보면 점차 족적이 사라지고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다시 올라와 길을 찾는다.
몇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능선을 찾으며 옥새봉까지 다시 올라갔다가 조망을 둘러보고 돌아와 점차 날이 밝아오는 암릉 지대를 넘어 바로 이어지는 능선을 찾고보니 한시간도 넘게 시간을 허비해 버려 한숨이 나온다.
산불에 타버린 암릉 길을 뚝 떨어져 내려가 남고개를 지나고 뜬금없이 능선에 박혀있는 405.6봉(?)의 삼각점(이원438/1980재설)을 의아하게 보면서 헬기장으로 오르면 천태산은 이제 지척이다.
진땀을 흘리며 정상석과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천태산(714.7m)을 4시간이나 걸려 오르고는 급한 마음에 무심코 왼쪽 지능선으로 떨어져 내려가다 푸념을 하면서 힘겹게 되돌아 온다.
▲ 되돌아온 옥새봉
▲ 옥새봉에서 바라본 맞은편의 마니산과 월이산
▲ 옥새봉에서 바라본 서대산
▲ 옥새봉에서 바라본 월영산과 갈기봉
▲ 천태산 정상
- 대성산
정상 바로 전에서 주능선으로 들어 대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신안리 갈림 길을 지나고 길게 밧줄이 걸려있는 크랙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절터 갈림 길을 지나고 서대산으로 소위 장령지맥이 이어지는 706봉으로 올라가니 전에는 없던 이정표도 서있어 몇해 전 초봄에 대전의 산님과 서대산을 가며 춘설 속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간혹 걸려있는 '천성장마종주' 표지기들을 보며 뚜렷하고 한적하게 이어지는 산 길을 마냥 따라가 율재로 능선이 갈라지는 봉우리로 올라가면 미답지인 마니산 쪽으로도 표지기 두엇이 보인다.
돌 무더기들이 널려있는 공터 봉을 지나고 709봉을 힘겹게 넘어 억새들을 헤치며 송전탑과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대성산이 앞에 보이고 대성기도원으로 길이 갈라진다.
꼬부랑재로 하산 길이 갈라지는 이정표 안부를 지나고 산행 안내도를 만나 조금 위의 대성산(704.8m)으로 올라가면 정상 오석과 삼각점(이원301/1980재설)이 있고 상곡리로도 길이 이어진다.
▲ 서대산 갈림길
▲ 대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대성산 정상
- 장용산
정상에서 조금 돌아와 반질반질하게 나있는 낙엽 수북한 산 길 따라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고 햇볕 따사한 헬기장을 지나 봉우리들을 서둘러 넘는다.
뚜렷한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황급히 도망 가는 한쌍의 노루들을 구경하다 멀리서도 뾰족하게 솟아보이던 매봉(약590m)을 올라 나뭇가지 사이로 장찬저수지를 바라보며 흐릿한 안부인 지내재를 지난다.
좌우로 길이 안 보이는 금산고개를 지나고 노송들이 서있는 암릉으로 올라서니 시야가 트여서 앞에 장용산이 멋지게 서있고 뒤로는 지나온 대성산과 매봉이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암릉으로 되어있는 563봉을 넘고 유독 노간주나무들이 많은 바위 지대들을 지나 안부에서 가파른 바윗길을 휘어 돌아 깨진 삼각점(이원409/xxx0재설)이 있는 574.0봉으로 올라가면 지나온 산줄기와 장찬저수지가 잘 보이고 남서쪽의 도계 길로도 표지기들이 많이 붙어있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안부로 떨어져 내려가 관목들이 울창한 가파른 능선을 지나 공터에 정상판 하나만 궁색하게 붙어있는 장용산(655m)으로 올라가니 휴양림 안내판이 서있고 나무들이 많아 조망은 가려있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매봉과 뒤의 장용산
▲ 암릉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용산
▲ 암릉 전망대에서 바라본 매봉과 지나온 산줄기
▲ 574.0봉 정상
▲ 장용산 정상
- 마성산
잘 나있는 산 길 따라 '제5지점' 안내판이 서있는 장령지맥 갈림길을 지나고 줄줄이 나타나는 휴양림 안내판들을 보며 정자가 서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면 이원면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암릉 길 따라 왕관바위와 거북바위를 차례로 넘고 앞에 서있는 서대산과 마성산을 바라보며 용암사 갈림길을 지나 삼각점(보은321)과 안내문이 서있는 474.6봉으로 올라간다.
모처럼 초소 앞에 앉아 챙겨 오지도 못한 점심 대신 사과와 호두과자 몇개로 시장기를 달래고 밧줄들이 걸려있는 암릉 지대를 통과해 비포장임도가 넘어가는 사목재로 서둘러 내려간다.
뚜렷한 산길을 지나 넓은 헬기장에 억새가 무성한 448봉을 넘어 산불 흔적이 역력하고 새카맣게 탄 나무들이 서있는 암릉 길을 내려가니 시야가 훤히 트여서 장용산에서 이어온 산줄기가 잘 보이고 이 근처의 맹주인 서대산은 듬직한 모습으로 앞에 서 있다.
다 타버린 껍질을 뚫고 자라 나오는 푸른 솔가지에 생명의 경외심을 느끼며 왼쪽으로 경사가 급한 가파른 산 길을 한동안 지나 돌탑들과 산성터가 있는 마성산(510m)으로 올라가면 작은 헬기장에 아담한 마성산성 오석이 서있고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 정자봉
▲ 암릉길
▲ 왕관바위
▲ 암릉에서 바라본 448봉과 마성산
▲ 474.6봉 정상
▲ 474.6봉에서 바라본 마성산
▲ 사목재
▲ 448봉 내려가며 바라본 마성산
▲ 암릉에서 바라본 장용산
▲ 마성산 정상
▲ 마성산 돌탑
- 용봉
무너진 성터에 서서 멀리 이 산줄기의 끝과 옥천의 아파트들을 바라보다 흔들리는 너덜들을 밟고 내려가니 곧 뚜렷하고도 완만한 송림 길이 기분 좋게 이어진다.
성터 흔적이 있는 376봉을 넘고 곳곳에 나타나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405봉을 지나 용봉에서 옥천읍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많이 붙은 사거리 안부를 지나고 헬기장 봉을 넘어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서 흙 계단을 타고 석축이 쌓여있는 405봉으로 올라가면 동평산성 오석과 안내문이 서있고 편켠에서는 시설물을 힘겹게 지고있는 식장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적한 산길 따라 삼각점(이원20?/1983재설)과 정상석이 있는 용봉(436.7m)으로 올라가니 마성산에서 이어온 능선이 잘 보이고 앞에는 마지막 남은 314봉과 303봉으로 주민들의 산책 길이 뚜렷하게 나있다.
▲ 376봉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봉을 지나 옥천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동평산성이 있는 405봉 정상
▲ 용봉 정상
▲ 용봉에서 바라본 314봉과 303봉
▲ 용봉에서 바라본 마성산
- 옥천
간간이 올라오는 주민들을 지나치며 314봉을 넘고 서화천의 절벽들을 바라보다 녹아가는 진흙 길에 빠지며 잣나무 울창한 안부로 내려가면 임도처럼 넓은 길이 나타난다.
흙 계단이 만들어진 가파른 산길을 지나 303봉으로 올라가니 넓은 공터에 동국여지승람에도 이름이 나왔다는 삼성산 정상석과 체육 시설들이 있으며 옥천 읍내는 이제 바로 옆이다.
돌 무더기 위에서 소란스럽게 장난치는 다람쥐들을 보며 벤치에 앉아 가져간 과실주로 정상주를 한 컵 마시고 뚜렷한 산길을 마냥 따라가 오른쪽의 아파트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나서 점차 낮아지는 야산 길을 내려간다.
경부선의 기차 터널이 뚫려있는 마지막 156봉 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밭을 지나고 가화대교를 건너 4번 국도 가로 내려가면 새벽부터 비몽사몽 헤메었던 산행은 끝이 난다.
굉음을 내며 삭거터널로 빨려들어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바람이 설렁설렁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가다 칼국수 한그릇과 찬 맥주 한병으로 종일 굶은 속을 달래고 옥천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첫댓글 점심을 사과와 호두과자로만 때우셨군요,,, 잘 드시고 다니세요 건강도 생각해서... ㅎㅎㅎ
무조건 최대한 잡아땡기기 ㅠㅠ 서대산도 가봐야되고....차라리 조금 늦게 시작하였으면 링반데룽이나 되돌아가기 안하셨을텐데~~~
그러게요. 종일 굶은 속에 칼국수 한그릇과 맥주 한병은 너무 약한 것 같은데요. 감악산님 말씀에 한표요~!
누구 살빼고 싶은 분 있음...따라 붙으
ㅎㅎ 술김에 점심을 깜빡해서 그랬지요... 배는 고픈데 호두과자는 잘 안들어가더군요.^^ 진주폭포길에서 직진해 바로 능선으로 붙어야하는데 오른쪽으로 꽤 떨어져 있는 석탑까지 가 다시 계곡을 횡단해 제능선으로 붙은 것 같습니다.
홀로산행을 하게되면 버너와 코펠은 못가지고 다니지만 ...몸생각하셔서 뜨끈한 밥과 물은 가지고 다니시길~~
수고하셨구여...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26키로에 12시간을 넘겨 산행하셨네요. 와우~ 남쪽산이라 그런지 눈은 눈을 씻구 찾아봐도 없네요. 좀 서글프다는..ㅎㅎ 영동-옥천 산자락도 굉장한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래 전에 광인님과 천태-장용을 간 기억이 있습니다.그 때도 산길이 아주 좋지만,너무 긴 듯하였는데~~~더 길을 멀리까지 가셨네요.산 사진들을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