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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09
S#1. 지은의 집 근처, 산동네 성곽
산 위에 길게 둘러져 있는 성곽. 그 위로 도시의 화려한 야경 펼쳐져 있다.
그 앞에 세훈과 지은 서 있는데…
세훈 : (지은의 팔을 잡은 채 그대로 보는) 우린 왜 이렇게 된 거니! (아련해지는) 우린 뭐가 잘못된 걸까?
지은 : (눈빛 흔들리며 보는)
세훈 : (뚫어져라 보는) 넌 내 원칙에서 꽤 예외였어! 니가 조금만 참았었다면, 니가 조금만 기다려줬다면… (말 이으려는데)
지은 : (오버랩, 발끈해 팔 확 뿌리치며) 모든 게 다 내 탓이란 말인가요! (톡 쏘는) 장세훈씨! 잘난 척 좀 그만해요!
(울컥하는) 내가 철이 없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지독했구, 독선적이었구, 날 질식하게 만들었어!
그래서 우린 악몽이었던 거구.
세훈 : (복잡한 눈으로) 우린 왜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거지? 지금까지두!
지은 : (시선 피하며 비아냥거리는) 아마도 악연일 테니까!
세훈 : (발끈해 매섭게 보는데)
지은 : (맘에 없는 말하는, 차갑다) 당신을 만난 건 내 일생 일대 실수였어! 당신은 나한테 맞는 상대가 아니니까!
세훈 : (자존심 상해 얼굴 싸늘히 굳는, 거칠게 끌어 당겨, 강렬히 보며) 아직두 난 너한테 맞는 상대가 아냐!
지은 : (매섭게 노려보는데) …
세훈 : (동시, 기습적으로 더 가까이 끌어 당겨 입 맞추는데)
지은 : (안간힘 다해 거부하는)
CUT - 한편, 미란의 시각으로 보면 키스하고 있는 둘의 모습이 마치 격정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보인다.
불안한 심경에 미칠 것 같은 얼굴로 호흡마저 거칠어 지고…
이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차 문을 확~ 열어제치려다 안간힘을 다해 참는데…
차 문 손잡이를 움켜 쥔 손, 심하게 떨린다.
그리고 분함에 눈물까지 주루룩~ 흘러내리는.
더 이상 보기 힘든지 외면하며 최군에게 출발하라고 말하는, 이어 미란의 자동차 출발하는.
동시, 세훈 차갑게 지은을 떼어내는…
동시, 지은 거세게 세훈의 뺨 올려붙이는…
세훈 : (그저 덤덤히 맞아주는) …
지은 : (매섭게 노려보는)
세훈 : (묘하게 웃으며 비아냥) 어땠어? 십 년 만에 하는 키슨데!… (자극하는) 예전엔, 나와 키스하는 거 좋아했잖아!
지은 : (수치심에 떨리는, 차가운) 여전히 최악이야! (자극하며 맞서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치졸하게 되셨나요!
세훈 : (얼굴 굳어 보는데)
지은 : (매서운) 나에 대한 분노, 날 사랑했던 억울함 그런 거 있을 수 있겠죠! (매몰찬) 내가 당신을 버렸으니까!
게다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 당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내가 지긋 지긋하게 밉겠죠…
세훈 : (차가운)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날 자극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지은 : (쏘아보는)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질리게 해! (두 눈에 눈물 가득 고여) 한 때나마 당신을 사랑했던 거
미치도록 후회해! (싸늘히 돌아서 가는)
세훈 : (돌아서 가는 지은의 뒷모습 회한의 눈으로 보는데, 그 눈 슬프다)
잠시 그렇게 멀어져 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착잡한 얼굴로 바라보다 담배 꺼내 피워 무는 세훈, 그리고 담배에 불 붙이는데,
라이터 헛돌 뿐 불이 일지 않는다.
연거푸 몇 번을 반복하지만 여전히 붙지 않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거칠게 구겨버리는…
후회의 깊은 한숨 내쉬며 못 박힌 듯 서 있는…
S#2. 지은의 집 근처 (밤)
울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악물고 걸어가고 있는 지은, 그러나 어느새 볼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내 눈물을 야멸차게 닦아내며, 더욱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럴수록 눈물은 더욱 더 쏟아질 뿐 멈추질 않는다.
세훈의 강압적인 키스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지만
한편으론 세훈이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생각에 서글픔도 밀려드는데…
잠시 후, 집 앞에 도착하는… 다가구 주택 입구를 들어서려다 문뜩 멈춰서는.
그리고는 핸드백에서 손거울 꺼내 보며 눈물 자욱 훔치고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들어가는…
S#3. 지은의 집
TV에서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흐르고 있다.
지은 들어서면, 조현숙 티비 끄고 일어난다.
조현숙 : (쪼로로 다가가 궁금해 죽겠다) 서군이랑 같이 있다 들어오는 거니?
지은 : (거실로 들어서며 힘없는 목소리) 네.
조현숙 : (혼자 신나) 얘, 서군 말이야. 언제 집에 불러서 저녁이라두 먹여야겠다!
지은 : (방으로 들어가려다 멈춰서 보는)
조현숙 : (여전히 들떠) 서군, 뭐 좋아하니? (골똘히 생각) 뭘 해야 되나…
지은 : 엄마! … (그만 두라고 말하려다 계속 입씨름을 할 것 같단 생각에 귀찮아 마는)
조현숙 : (못마땅한 얼굴로 보며) 왜?
지은 : (순간 신경질이 치밀지만 애써 참으며) 나중에 얘기해요. 나 오늘 너무 피곤해요… (방으로 들어가는)
조현숙 : (동시, 쪼로로 따라 들어가며 여전히 주책인) 참, 서군한테 말했니? 니 아빠랑 서군 아버지, 동창이라는 거!
시간경과
스탠드 불빛 어슴푸레한 방안, 영은은 잠들어 있고… 잠옷 차림의 지은, 잠시 앉아 있다가 기운 없이 일어나 나가는데…
이때 일각에 놓인 지은의 핸드폰 진동으로 울리고… 다가가면 액정에 ‘윤미란’ 이라고 떠있다.
그렇게 몇 번 울리던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 이내 꺼져버리는.
S#4. 지은의 집 욕실
지은, 세수하고 있는. 그러다 물기 어린 얼굴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무심결에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레 쓸어보는… 그러다 이내 연거푸 다시 세수하는.
S#5. 바
빈 양주병을 집어 드는 손, 다가가면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채 이미 취한 세훈, 바텐에 홀로 앉아 있다.
양주병 집어 들다 비어 있자 바텐더(※4부 때 등장한)를 향해 한 병 더 가져 오라고 손짓하는…
바텐더 : (다가와) 그만 하시죠! 많이 취하신 거 같습니다.
세훈 : (어둡게 웃으며) 괜찮으니까 한 병 더 줘요!
바텐더 : (걱정스런 눈으로 보다 새 양주병 들어 병 딴 후) 그럼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세훈 : (잔 들어 받으며 착잡한) 누군가한테 미움을 받아 본 적 있습니까?
바텐더 : 글쎄요… (보며 옅은 미소) 누가 사장님을 미워하나요?
세훈 : (술잔 든 채 지은을 떠올리며 쓴웃음 짓는) 날 아주 많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죠…
바텐더 : (보는데) …
세훈 : (시선 맞추며, 자조적인) 세상엔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는가 봅니다! (술잔 단숨에 비우는)
이때 옆 의자에 걸쳐놓은 양복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불빛 연신 깜빡이며 진동하지만 세훈은 듣지 못하는…
S#6. 세훈의 빌라
초조한 얼굴의 미란, 핸드폰 폴더 거칠게 닫는… 일각 시계는 새벽 3시가 되어가고 있다.
이내 다시 핸드폰 버튼을 누르지만 “지금 저희 고객의 전화기에 전원이 꺼져 있어…” 하는 안내음만이 울리고…
그러자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세훈과 지은이 분명 함께 있다고 확대해석하며 질투와 불안함에 눈동자 이글거린다.
그러다 매서운 얼굴로 다시 전화 버튼을 누르는…
미란 :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저예요, 아빠! 들어오셔야겠어요! (날카롭게 버럭 소리치는) 누구 죽는 꼴보고 싶어요!!
당장 들어오시라구요! (깊은 한숨 내쉬며 짜증 가득 섞여) 그런 거 아니예요… 윌,하군 아무 문제없어요!
들어오시면 얘기해요! … 참, 윌,한텐 내가 들어오라고 했단 말, 하지 마시구요. 네, 그리구…
S#7. 바
만취한 세훈, 바텐에 쓰러져 있다.
바 위에는 빈 양주병 하나, 그리고 거의 바닥을 드러낸 양주병도 보이고…
일각에 있던 바텐더 다가와 조심스레 세훈을 흔들어 깨우는…
세훈, 부스스 눈뜬 후 일어서는… 그리고는 몇 발자국 걸어가다 휘청하는데.
이때 재빨리 다가온 바텐더, 세훈을 부축하는…
S#8. H호텔 객실과 연결된 복도 (※A급 호텔, 최소한 디럭스 룸 정도)
세훈, 휘청이는 걸음으로 바텐더의 부축을 받으며 객실 앞에 도착하는…
바텐더, 들고 있던 카드 키를 넣는데, 문 잘 열리지 않는.
세훈 : (취해 약간 혀 꼬부라져) 열쇠가 그립군!
방문 열리고…
세훈, 바텐더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는…
S#9. 세훈의 빌라 거실
어둠 속에 잠긴 내부… 거실 통유리 창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미란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드러난다.
다가가면 초조와 불안함으로 인해 미란의 얼굴은 매우 까칠해 보이는데… 눈빛만은 날카롭다.
매서운 눈으로 일각 시계를 쳐다보면, 시계는 어느덧 새벽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그러자 가차없이 휠체어를 돌려 입구로 향하는.
S#10. 세훈의 빌라 앞 (이른 아침)
어느덧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한편, 미란은 자신의 자동차 뒷자리에 이미 올라 있다.
최군, 뒷좌석 문 닫아준 후 재빨리 운전석으로 다가와 오르는…
이내 미란의 자동차 출발하는…
S#11. 지은의 집 다가구 주택 입구 거리
가디건을 걸친 지은, 영 편치 않은 얼굴로 다가구 주택 입구를 나서고 있다.
이른 아침 공기가 찬 지 가디건을 여미는… 동네 일각의 성곽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 무척이나 무겁다.
S#12. 지은의 집 근처 성곽 (※ 세훈과 지은이 어젯밤 만났던 장소 - 1)
지은, 성곽으로 다가오고…
한편, 휠체어에 앉은 미란, 지은을 매섭게 노려보는…
지은 : (당혹스런 얼굴로 보는)
미란 : (그 눈길 피하지 않고 뚫어지게 보는)
지은 : (무슨 일인가해서) … 무슨 일이야?
미란 : (환하게 가식적인 미소까지 흘리며 다정한) 이리 좀 앉아 볼래!
지은 : (별 생각 없이 미란의 눈높이 맞춰 앉는데)
미란 : (지은의 양쪽 뺨을 거침없이 딱딱딱!! 연거푸 석 대, 올려붙이는)
지은 :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맞는, 황당해 매섭게 보는)
미란 : (독이 잔뜩 올라 매섭게 쏘아보는) 가증스러운 년!
지은 : (기가 차 말도 안 나오는) !
미란 :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사람 뒤통수 치는 게 니 특기니!
지은 : (오버랩, 단호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너한테 따귀까지 맞을 이유가 뭔지 분명히 말해!
미란 : (뚫어져라 보며 매서운)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니? 참 뻔뻔스럽다!
너, 어젯밤 여기서… 바로 이 자리에서 뭐했니? 우리 윌하구!
지은 : (당혹하는)
미란 : (쏘아보며) 나, 부탁했었어! 아니 울며 사정했었어! 흔들지 말아 달라구…
그 사람, 나한테서 제발 빼앗아가지 말아 달라구!
지은 : (오해라고 말하려는데)
미란 : (동시, 오싹할 정도로 싸늘한) 차라리 내가 죽어 줄까?
지은 : (황당해 차마 말이 안 나오는)
미란 : (독기 가득한 눈으로) 내 말이 장난 같니? 난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왜냐면… 그 사람이 없다면 난 살 이유가 없는 거니까!
지은 : (당혹해 보는)
미란 : 한 가지만 묻자! (불안한, 아니라는 말이 듣고 싶은 심경인) 같이 있었니, 윌, 하구?
지은 : (기가 차 상대하기도 싫은) …
미란 : (매섭게 소리치는) 같이 있었냐구?
지은 : (발끈하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두 사람 문제는 둘이 해결해야지 왜 나한테 물어!
미란 : (불안한,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며) 좋아! 가자, 니 집에. 니 엄마한테 가서 물어보자!
지은 : (기막혀 쏘아보는)
미란 : (이내 휠체어 움직이며 앞서 가는데)
지은 : (황당하지만 당혹스런) 그런 거 아니야!
미란 : (얼마쯤 가다 멈춰 돌아보는)
지은 : (애써 침착하게) 미란아, 오해처럼 사람을 어리석게 하는 건 없어!
미란 : (오버랩, 매섭게 보며) 오해? 그걸 지금 말 따위라고 하고 있는 거야! (싸늘한) 이지은! 이건 마지막 경고야!
날 더 이상 분노하게 만들지 마! 또 다시 날 기만한다면, 그땐 보란듯이 니 눈앞에서 죽어 주지.
지은 : (당혹스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미란 : (빙긋이 웃기까지 하며) 참, 윌,한테 가서 말하고 싶으면 해! 내가 널 협박하구 있다구!
지은 : (이제 미란이 무섭기까지 한, 애써 감정을 삭히며) 참아주는 대두 한계라는 게 있어…
미란 : (코웃음치며 비아냥거리는) 그 말은 내가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면, 내 머리채라도 잡을 거라는 말로 들린다!
지은 : (차분하지만 야멸찬) 이렇게 맥없이 당해 주는 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야!
미란 : (오버랩, 비꼬는) 그렇게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매섭게 쏘아 보며) 그럼 경우에 따라선 거짓말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거, 그것두 잘 알고 있겠네!
지은 : (분노가 치미는)
미란 : (동시, 비아냥거리는) 분해두 니가 참아야지 어쩌겠니? 니가 자초한 일이잖아… (싸늘히 웃으며) 못 참겠으면,
넌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그럼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까… (휠체어 돌려 차를 향해 가버리는)
지은 :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얼굴인)
S#13. H 호텔 아침 전경
S#14. H 호텔 룸
세훈, 눈도 뜨지 못한 채 옅은 신음 내뱉으며 손으로 포트 병 찾는…
머리가 깨질듯 아픈지, 관자놀이를 짚으며 일어나, 포트 병 들어 물 컵에 따라 단숨에 마시는…
S#15. H 호텔 휘트니스
상쾌한 얼굴의 정민, 프론트 앞에서 체크 인 하며 키 받고 있다.
이때 까칠한 얼굴의 세훈, 들어서다 멈칫 서는… 그러다 프론트로 다가가는.
한편, 세훈을 본 정민, 반가운 얼굴로 환하게 웃는…
정민 : 사우나 왔어요! (장난스런) 어휴, 술 냄새! 어젯밤에 술독 안에서 잤나봐요!
(옷이 어젯밤 그대로 이자 짓궂은) 어? 수상한 냄새도 나네!
세훈 : (시선 피하는)
S#16. H 호텔 사우나
세훈과 정민, 사우나에 앉아 땀 흘리고 있다.
정민 : 여자를 사랑한다는 거 회사를 경영하는 것 보다 휠 더 어려운 일인 거 같죠!
세훈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는)
정민 : 어젯밤에 미란이랑 싸웠습니까?
세훈 : 아닙니다! 그냥 술 좀 했어요!
정민 : (더 이상 묻지 않는 게 좋겠다 싶은, 그리고 장난스레 툭 던지듯 내 뱉는) 가끔은 알콜로 가슴을 소독할 필요가 있죠!
세훈 : (픽 웃는)
정민 : 해장 해야죠! 여기 1층, 황태국 괜찮던데!
S#17. 지은의 집 아침 전경
S#18. 지은의 집
식탁 위엔 아침상이 차려져 있다.
지은, 가스렌지에서 국 떠 식탁 위에 올려놓은 후 안방으로 향하는… 엄마! 하며 방문 여는데…
S#19. 지은의 집 안방
조현숙, 통화 중이다.
지은 : (문가에 선 채) 아침 드세요!
조현숙 : (통화하다 지은을 쳐다보며, 알았다고 눈짓하는, 그러나 전화 통화에만 정신 팔려 있는)
그렇다니까… 보고 싶지! 왜 놀러 안 와? 오늘 저녁 때 바쁜가?
지은 : (누군가 하는 얼굴로 보다가 순간 정민이란 걸 예감하고 얼굴 굳어 방안으로 들어서며) 엄마~
S#20. H 호텔 테라스 (동 시각)
정민, 싱글벙글인 얼굴로 조현숙과 통화중인…
테이블 위엔 정갈하고 간단한 한식이 차려져 있고…
맞은 편에는 세훈, 착잡한 얼굴로 앉아 있다.
정민 : (통화 중인, 기분 좋아 소리내 시원스레 웃는데) … 어떤 분의 호출인데 감히 마다하겠습니까!
예… 그럼 저녁 때 찾아 뵙겠습니다. 예… (전화 끊는)
세훈 : (조현숙과 사이좋은 정민의 모습을 보며 씁쓸해지는)
정민 : (웃으며) 지은씨 어머님이요! (수저 들며) 참 재밌는 분이예요…
세훈 : (쓴웃음 짓는, 착잡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지은씨 어머님이 서 이사님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군요!
전화 통화하는 느낌이…
정민 : (기분 좋은) 천만 다행이죠, 만약 여자 집안에서 날 싫어한다면…
와우~ 생각만 해도 자존심 상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를 것 같은데요!
세훈 : (순간 지은의 부모가 자신을 싫어했던 옛 생각이 나 착잡해지는, 그러다 걱정스러워 조심스레)
그럼, 이지은씨랑 결혼 할 겁니까?
정민 : (오버랩, 보는) 결혼요? (짓궂게 내뱉는) 좋아하면 꼭 결혼해야 되는 겁니까?
(놀리듯) 생각했던 거 보다 되게 촌스러우시네!
세훈 : (그대로 보며)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외로운 자유를 선택하든지, 행복한 구속을 선택하던지
명확한 제스처를 취해야 (지은이 걱정되는) 상대가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민 : (오버랩) 그야, 물론 그렇죠! 당연히 상대가 상처받을 수 있는 거죠! (보며 씩 웃는) 나 말이예요. 나!!
세훈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는)
정민 : 지은 결혼보단 자신의 일을 찾고 싶답니다!
세훈 : (의외라는 듯 내심 놀라는) 일이요?
정민 : (빙긋이 웃으며) 사실 이지은이란 여자한텐 다양한 무기가 참 많아요! 순발력, 성실함, 끈기 그리고 두둑한 배짱까지!!
(쓴웃음) 나야, 내 옆에 꽁꽁 묶어 두고 싶지만 그래 줄 거 같지가 않네요!
세훈 :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얼굴인)
S#21. 지은의 집
지은과 조현숙 식탁에 마주 앉은…
조현숙 : (짜증내는) 왜, 서군 우리 집에 부르면 안 되는 거니?
지은 : (못마땅하지만 애써 참으며) 엄마가 정민씨 탐내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랑 정민씨 아직 이렇다할 사이 아니예요!
조현숙 : (오버랩) 그러니까 이렇다할 사이로 빨리 만들어야지! 너 서군 놓치면 평생 후회해, 이 맹꽁아!
지은 : 엄마… (말 이으려는데)
조현숙 : (동시 날카로운) 듣기 싫어! (수저 들며) 서둘러 밥이나 먹구 어서 시장이나 갔다오자!
이때 방문 열리고 영은, 부스스 나오는…
그리고 냉장고로 다가가 물 꺼내 마시는…
지은 : (영은 향해) 아침 먹어!
영은 : (대답 없는)
지은 : (또 왜 저러나 하는 얼굴로) 밥 먹으… (말 이으려는데)
조현숙 : (동시, 지은을 보며 그냥 내버려두라는 듯 눈짓하는데 -
서린 그룹 오디션 포기를 종용 중이기에 영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영은 : (동시, 그런 조현숙의 모습 보는) 엄마! 참 애쓴다! (은근히 약올리는) 조여사님! 나 오디션 포기 못합니다!
그러니까 나한테 그냥 하던대로 하세요! (방으로 들어가 문 쾅~ 닫는)
조현숙 : (발끈해서) 아니… 저 기집애가!
지은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며) 무슨 소리야!
조현숙 : (당황해 얼버무리는) 아무 것두 아냐, 넌 몰라두 돼! (그리고는 큼지막한 감자 조림 저분으로 집어들며 말 돌리는)
얘, 이걸 어떻게 한 입에 먹니? 교양 없게!
S#22. 재활 병원 앞
미란의 차 들어서는…
CUT - 미란의 차안
뒷자리에 앉은 미란, 프론트 글라스 너머 병원 일각에 멈춰 서있는 세훈의 벤츠를 발견한다.
아무 약속 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지은이가 세훈에게 부부였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다고 말을 했나… 싶어 불안해 지는데.
한편, 들어서고 있는 미란의 차를 사이드 미러로 발견한 세훈, 자신의 차에서 내려서는…
그리고 멈춰선 미란의 차를 향해 다가가 뒷좌석 문 여는…
세훈 : (옅은 미소) 물리치료 하는 날이잖아!
미란 : (그제야 안심하는, 순간 화가 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한데) 잊지 않고 있었네!…
세훈 : (진심인 그리고 미안하고 안쓰러워) 난 당신과 한 약속은 안 잊어!
미란 : (순간 울컥하는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이래서 난 당신을 놔 버릴 수가 없어!
(세훈을 와락 끌어안는데, 절대 놔 줄 수 없다는 심경이 느껴지는)
세훈 : (옅은 미소지으며 미란을 안아 들며) 늦겠어! 어서 들어가자.
S#23. 물리치료 수영장
미란을 안고 있는 세훈, 풀 안을 천천히 걷고 있는 중이다.
미란 : (세훈에게 안긴 채) 당신이랑 풀 속에 들어 온 게 얼마 만인 지 모르겠네…
세훈 : (안쓰럽게 보는)
미란 : (밝은) 사고 당하기 전에, 당신이랑 아침마다 리츠칼튼 휘트니스에서 수영했던 거 생각난다!
(시선 맞추며) 내가 당신 만날려구 일부러 2시간씩 운전해 갔던 거 모르죠?
새벽마다 브루클린 다리 위를 달리면서, 그때 결심했었어요. 날 떠날 수 없게 꼭 만들어야지…
(하다가 씁쓸해져) 물론 이런 식으로 내가 당신을 잡아 둘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지만…
세훈 : (안쓰럽게 보는, 희망을 주려는) 난 윤미란이란 여자 참 강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구!
재활치료도 계속 받고 있고, 또 척수 이식 수술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완전 마비 상태는 아니니까 우리가 희망을…
미란 : (얼굴 어두워지며 한숨 내쉬는) 내가 포기했다면 희망 같은 건 없는 거예요!
세훈 : (오버랩) 희망이 없다면 기적도 일어나지 않아. (장난스레) 누가 알어? 하늘은 날 순 없어도 다시 걸을 수는 있게 될지!
미란 : (그 말에 소리내 웃는)
S#24. 지은의 집 앞 (오후)
다가와 멈춰서는 정민의 스포츠 카…
어느새 내려선 정민, 트렁크 열어 과일바구니, 갈비세트, 수산물 세트, 케잌 등 잔뜩 꺼내 드는.
그리고 백합 한 다발도 꺼내든다.
한껏 기분 좋은 얼굴의 정민, 지은의 다가구 주택 입구를 들어서는…
S#25. 지은의 집 거실
손에 잔뜩 선물을 든 정민, 들어서는…
현관 앞에 조현숙과 지은, 서 있다.
정민 : (손에 든 물건들 내려놓으며) 뭘 사와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좀 샀습니다!
조현숙 : (환한 얼굴로)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빈손으로 와두 되는데…
정민 : (뒤에 감추고 있던 백합 한 다발 내미는)
조현숙 : (동시, 지은을 보는)
정민 : (빙긋이 웃으며 백합 한 다발 조현숙에게 내미는) 어머님 겁니다!
조현숙 : (약간 놀라) 나한테! (백합꽃 받아들며, 감격해 오버톤) 어머나~ 어떻게 알았어? 내가 젤 좋아하는 꽃이 백합이야!
이때 영은, 외출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영은 : (오버랩, 퉁명) 엄마, 백합 싫어하잖아! 냄새 때문에 머리 아프다며!
조현숙 : (영은을 슬쩍 째려보는, 한숨 내쉬며) 아휴~ 머리 아퍼!
영은 : (오버랩, 얄미운) 거봐!
조현숙 : (당혹해 정민의 눈치 살피며 무마하려) 아니… 그 머리가 아니라…
정민 : (오버랩, 픽 웃으며) 다음엔 다른 꽃으로 사 오겠습니다!
지은 : (동시, 영은의 행동에 민망하고 정민에게 미안한)
조현숙 : (동시, 당황스러워 정민의 팔을 잡아끌며 소파에 앉히며 다정한) 어서 앉아!
(하고는 슬쩍 영은을 못 마땅한 눈으로 보며 입 모양으로만 너 이따가 봐! 하는)
영은 : (동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할 말 있으면 지금 해! 나 녹화 있어서 좀 있다 나가야 된단 말이야!
조현숙 : (째려보는)
시간경과
지은과 조현숙, 부엌에서 음식 준비에 한창이고…
한편, 거실 테이블 위엔 찻잔 놓여 있고… 정민, 소파에 앉아 있다.
영은, 맞은편 바닥에 풀썩 앉으며 공격적인 눈으로 보는…
영은 : (톡 쏘듯) 앞으로 형부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대로 보며, 의미심장한) 나 이번에 서린 그룹 전속 모델 오디션, 접수했어요!
정민 : (보는)
영은 : (당돌한) 내가 이 말을 왜 하는지 아시겠죠?
정민 : (기가 막히지만 빙긋이 웃으며) 서운하게 듣지마! 그건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냐!
동시, 부엌 일각에서 음식을 차리고 있던 조현숙 그 말에 사색이 되는…
한편, 싱크대 앞에 선 지은, 영은이 서린 그룹 오디션에 응모했단 사실을 그제야 알고 당혹스러워 쳐다보는…
정민 : (빙긋이 웃으며) 하지만 내가 장사장한테 부탁은 한 번 해 볼게… 너무 기대하진 말구!
그 사람 원칙 주의자라 장담은 할 수 없어!
영은 : (오버랩의 느낌) 얼마 전 부임한 CEO 말하는 거예요?
정민 : (영은을 보며) 응… 참, 언니 친구랑 결혼 할 사람이야.
지은 : (당혹스러워 영은을 보는)
조현숙 : (동시, 지은의 친구란 말에 누군가 하는 얼굴인)
영은 : (동시, 지은 보며) 언니 친구? 언니 친구 누군데?
S#26. 고급 불란서 레스토랑
세훈과 미란 저녁식사 중인.
미란 :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보며) 단 둘이 분위기 있는데서 저녁 하는 거 참 오랜만이다!
세훈 : (미안한 눈으로 보며) 나, 그다지 좋은 남자가 아니란 거 잘 알아!
난 표현할 줄도 모르고, 또 여자 마음, 헤아릴 줄도 몰라… 장미꽃을 안겨주거나, 사랑한다는 고백, 그런 거 난 못해!
미란 : (무슨 말을 하려나 긴장해 보는)
세훈 : (그대로 보며)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약속해!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난 당신 곁을 떠나진 않아…
미란 : (감격스러워 환하게 웃으며 하지만 뼈 있는) 나 또한 당신을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않아요!
S#27. 지은의 집 다가구 주택 입구 (저녁)
정민, 지은과 나서는… 조현숙, 배웅하는…
정민 : 자주 와도 되죠?
조현숙 : (환하게 웃으며) 매일 와두 돼!
정민 : (웃으며, 농담하는) 그럼 아예, 저 여기 들어와 살까요?
조현숙 : (주책 부리며) 우리 집 데릴사위 할래?…
지은 : (오버랩, 불편한 얼굴로) 엄마, 어서 들어가세요. 정민씨 가는 거 보구 금방 들어올게요.
조현숙 : (오버랩) 금방 안 들어 와두 돼! (정민 향해 눈 찡긋 하며) 어디 가서 차라두 마시구 둘이 좀 더 있다가 가게!
S#28. 지은의 동네 놀이터 (저녁)
지은과 정민, 일각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다.
지은 : (생각에 빠진 얼굴인)
정민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합니까?
지은 : (쓴웃음 지으며) 아무 것도 아니예요!
정민 : (빤히 보며)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은 분명 뭔가가 있다는 얘긴데! 무슨 고민 있어요?
지은 : (시선 피하며) 그래요, 고민 있어요!
정민 : (그대로 보며) 혹시 그 고민에 나두 포함되는 겁니까?
지은 : (착잡한) 그럴 수도 있구요…
정민 : (오버랩, 진지한) 나한테 뭔가 감추고 있다는 거 압니다! 대체 그게 뭘까… 물론 무척 궁금하죠.
(장난스러운) 혹시 숨겨 논 아이라두 있는 겁니까?
지은 : (웃는)
정민 : (보며) 웃는 거 보니까 그건 아닌 거 같구… 만약 지은씨 닮은 이쁜 딸을 숨겨 놨다해두 상관없습니다! 진짭니다!
지은 : (시선 맞추며 보는, 정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 너무도 미안한) …
정민 : 왜 그런 눈으로 봅니까? 누구 입이 더 큰지 한번 대보자구요?!
지은 : (웃는 그리고 복잡한 눈으로 보는) 정민, 참 좋은 사람이예요!
정민 : (오버랩, 장난스런) 나두 그렇게 생각해요!
지은 : (시선 피하며, 세훈과의 관계 때문에 죄스럽고 복잡한 심경인) 정민씨와 이렇게 가까워질 거라곤 예상 못했어요!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정민 : (오버랩) 그럼 내가 가르쳐 줄까요? 아무 생각하지 말구 우린 그냥 사랑만 하면 되는 겁니다!
(시선 맞추며, 오해하는)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 날 만났기 때문에 시작을 두려워한다는 거 물론 잘 압니다!
하지만 날 한 번 믿어봐요!
지은 : (차마 말을 못해 답답한 그리고 죄스러운) 정민씨를 못 믿어서가 아니예요!
(시선피하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닌 거니까…미안해요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해요…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요!
정민 : (무슨 말인가 해서 잠시 바라보다, 벤치에서 일어나며) 멀리 뛰기 해 본 적 있죠? 멀리 뛰기는 과감히 해야 되거든요!
절대로 망설이면 안 돼요, 우물쭈물하면 절대 멀리 뛰지 못하니까. 자, 이렇게 (멀리 뛰기 준비 자세 취하며)
주저하지 말고 팔을 앞으로 힘차게 저으면서 과감히 몸을 던지는 게 비법이죠!! (멀리 뛰기 하는) 과감히!!
지은 : (그런 모습 따뜻한 눈으로 보는)
정민 : (돌아보며) 그냥 과감히 나한테 다가와요!
지은 : (복잡한 눈으로 보는)
S#29. 서린 그룹 저녁 전경
S#30. 서린 그룹 내 사내 식당 (동 시각)
한가한 식당 풍경… 식판 든 영은과 영석, 배식 받고 있는데…
이때 영은의 시야에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복자에게 정성스레 가져다 주는 여진의 모습이 들어온다.
영은 : (이 모습을 보며, 쳐다보라는 듯 영석을 툭 치는) 여진이 쟤, 정말 대단하지 않니?
어떻게 십 년 동안 한 여자한테 저렇게 지극 정성을 다할까!…
영석 : 원래 애가 좀 띨띨하잖아! 근데 내가 볼 땐 승산 없는 게임이야! 남녀 관계두 한 방이어야 하는 건데,
그동안 잔 펀치만 들어갔으니까… 물만 떠다 주면 뭐하냐! 매번 물이나 먹으면서… 가자~ (여진 쪽으로 향하려는데)
영은 : (오버랩) 가긴 어딜 가? … 그렇게 눈치가 백치니까 맨날 나한테 구박이나 받지!
영석 : (왜 그러나 보는)
영은 : 둘이 먹게 나둬! 어디 천 번 찍어서 넘어가나, 안 넘어가나 구경이나 한번 해 보자!
영은, 여진의 테이블과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영석, 따라가는…
한편, 일각에 복자와 여진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밥 먹고 있는 중인.
여진 : (감자 조림 집어먹다가) 앗! 뜨거…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복자 : (밥 먹다 웬 수선인가 해서 보는)
여진 : (보며) 뜨거운 감자 먹어 봤어요?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꼭 내 경우 같죠?
복자 : 뭐가?
여진 : 작금의 우리 둘의 사태를 볼 때, 지금 와서 내가 남피디님 말구 다른 여자한테 눈 돌릴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꿈쩍도 안 하는 여잘 마냥 바라만 보고 있기두 깝깝하고!
복자 : (외면하며 인상쓰는데)
여진 : (약올리는) 왜 얼굴은 구기고 그래요?
복자 : (오버랩) 늙어서 구겨졌다? 어쩔래?
여진 : (넉살 좋은) 걱정 말아요, 호호 할머니 돼서 쪼글쪼글해지구, 뱃살 출렁거려두 좋아해 줄 테니까.
복자 : (인상 쓰며) 야, 가뜩이나 몸살기 있어서 온 몸이 찌뿌둥한데, 너 자꾸 건드릴래!
여진 : 그럼, 우리 녹화 끝내구 찜질방이나 갈래요?
S#31. 찜질방
텅 빈 찜질방 안에, 복자 길게 누워 자고 있다.
한편 그 옆에 앉은 여진, 복자를 은근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늘씬한 다리, 잘록한 허리, 봉긋 솟은 가슴, 하얀 목선, 그리고 도톰한 입술이 차례로 들어온다.
이 모습 위에…
호진(소리) : 복자가 너한테 야리꾸리한 감정이 생길려면 결정적 계기! 그래, 결정적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
여진 : (중얼대는) 결정적 계기라…
(복자를 입술을 빤히 바라보는데, 이내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복자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복자 : (찰나의 순간 두 눈을 부릅뜨는)
여진 : (동시, 놀라 뒤로 자빠지는)
복자 : (후다닥 일어나 앉는, 노려보며) 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여진 : (헉~) …
복자 : 내가 뚜껑이 확~ 열려서 지금 니 목을 콱~ 조를 거거덩!
여진 : (순간 자신의 목을 감싸는데)
복자 : (픽 웃으며) 어이, 여씨! 포기 할 건 빨리 포기 하구 대안을 찾어!
내가, 분명히 말했지. 넌 나한테 좋은 제자구, 친구구 동료라구… 그러니까 딴데루 눈 돌려라~
여진 : (꼬장 발동해 버럭 소리치는) 아니, 내가 왜 남자로 안 보여요?
복자 : (오버랩)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냐? (기가 차) 니가 남자루 왜 안보이는지 갈켜줘? 널 봐두 내 가슴이 안 뛰거덩!! 됐냐?
여진 : (오버랩) 그럼 어디 진짠지 아닌지 한번 만져봐요!
복자 : (여진의 옆구리 있는 힘껏 퍽 치는) 이 짜식이!
여진 : (동시, 아파 배를 움켜쥐며 우이씨~ 하는데)
복자 : (약 올리는) 배 아프냐? 난 배고픈데… 그만 엉기구 얼른 가서 계란이나 사와!!
여진 : (울상이 되어 배 움켜쥐며, 천천히 일어나는데)
복자 : (교관 톤) 동작 봐라, 얼렁 안 뛰어 나가나!!
S#32. 몽타주
- 구름 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
- 비행기 안
퍼스트 클래스 안, 기내 풍경. 서문수와 로즈만 부부, 서린의 임원들과 가족들 모습 보이고…
일각에 앉은 호진, 정민은 앤더슨 부부와 담소 중이다.
반대편 자리엔 서류 검토 중인 세훈과 잡지 뒤적이고 있는 미란의 모습 보인다.
미란, 애교를 부리며 자꾸 말을 부치지만, 세훈,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향한 채 그저 건성으로 대답하는…
그러다 서류가 눈에 안 들어오는지 내려놓은 후 좌석에 기대며 눈감는…
한편, 그런 세훈을 쳐다보는 미란의 눈동자 불안함과 질투에 매섭다.
- 제주도 거리 (낮)
제주도 풍경들… 나란히 줄지어 도로를 달리고 있는 리무진과 고급 세단들… (서너 대 정도)
그 뒤를 승합차 한 대 따라가고 있고…
- 승합차 안
달리는 차안, 창 밖으로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헬퍼 1,2 연신 수다 떨고 있고… (20대 중반)
한편 지은은 착잡한 얼굴로 그저 차창만 바라보는.
헬퍼1 : (지은 향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지은 : (동시, 그저 창 밖만 보며 딴 생각에 빠진 채 심난한 얼굴인데)
헬퍼1 : 이 팀장님!!
지은 : (그제서야 정신 들어 보는데)
- 리무진 안
서문수와 정민, 미란 그리고 세훈, 앉아 있다.
서문수 : (세훈을 보며)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
세훈 ; (차창을 바라보다 서문수 보며) 아닙니다! 풍경이 좋아서요!
서문수 : 그 사람들은 바루 호텔로 가나?
세훈 : 네…
서문수 : (내심 걱정스런) 별장에 묶게 하고, 우리가 호텔로 갈 걸 그랬어…
세훈 : 로즈만 회장님이 호텔을 원했습니다! 아무래도 제 별장보단 호텔이 더 편할 겁니다!
정민 : (보며) 저두 있고, 또 임원들도 호텔에 묵으니까 걱정 마십쇼!
서문수 : (세훈과 정민 보며 당부하는) 입에 혀처럼 굴어 주라구! (날카로운) 그 사람들, 합작 성사 전까진 아군이 아냐!
S#33. 제주도 별장 앞
미끄러지듯 들어서는 리무진… 그 뒤에 승합차도 따라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선 서문수 휙~ 한번 둘러보더니 별장 안으로 들어서고…
지은과 헬퍼1,2 승합차에서 내려서는…
한편,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선 지은과 세훈, 옛 생각이 나는지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못 박힌 듯 서 있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데…
동시, 어느새 리무진에서 내려 휠체어에 앉은 미란, 그런 둘의 모습 보며 얼굴 싸늘해지는데… 그러다 이내 세훈에게 다가가는.
한편, 서로를 바라보던 지은과 세훈 멋쩍은 얼굴로 시선 돌리는…
미란 :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여기 계속 서 있을 거예요?
세훈 : (착잡한 표정 감추며 들어서는) 들어가야지!
한편, 지은에게 다가온 정민, 그저 신나서 주위를 둘러보며…
정민 : (별장 둘러보며)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곳이네요! 그쵸?
지은 : (어둡게 웃는데)
미란 : (동시, 별장 안으로 들어가다가, 들으라는 듯) 사랑하는 남녀가 애정의 도피행각을 벌이기에 좋겠지?
지은 : (얼굴 굳는)
세훈 : (동시, 얼굴 굳어 멈칫하는)
정민 : (동시, 그 말에 껄껄~웃는) 애정의 도피행각? 좋지! 지은씨랑 여기서 단 둘이 살면 끝내주겠다!
미란 : (오버랩) 그럼 정민씨가 이 별장 사! (비릿하게 웃으며 농담처럼 말하지만 내심 진심인 세훈을 향해)
당신한테 팔지 말구 정민씨한테 프리미엄 붙여서 팔 걸 그랬다!
세훈 : (그대로 굳은 채 무의식적으로 지은을 쳐다보는)
지은 : (세훈이 별장을 샀다는 말에 10년 전 약속이 떠올라 회한의 감정이 밀려오는,
잠시 세훈을 복잡한 눈으로 보다 이내 시선 피하는)
정민 : (동시, 장난스런) 어때요? 장 사장님한테 이 별장 넘기라구 할까요?
난 지은씨랑 이런데서 히히덕거리며 아주 유치하게 살고 싶은데!
지은 : (얼굴 굳는)
세훈 : (동시, 지은을 차갑게 보다 별장 안으로 휙~ 들어가는)
S#34. 별장 거실
창가 앞에 선 서문수, 통유리 너머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그 옆엔 세훈, 서 있는데…
서문수 : (창 너머 풍경 감상하며) 미국에만 있었던 사람이 이런 별장은 언제 사 둔 거야?
세훈 : 윤회장님 별장이었는데 이번에 들어와서 인수했습니다.
서문수 : (픽 웃으며 소파로 다가와 상석에 앉는) 사위 될 사람한테, 자기 별장을 팔아먹나! 역시 윤회장다워!
세훈 : (쓴웃음 지으며 소파에 앉는)
미란 : (방에서 나오며) 뭐가요? 회장님!!
서문수 : (말 돌리며 능청스레 웃는) 아버지가 사윗감 하나는 잘 골랐다구!
미란 : (빙긋 웃는 당돌한) 제가 남편감 하난 기가 막히게 고른 거죠!
세훈 : (어둡게 웃는)
정민 : (동시, 화장실에서 나오는, 시계보며 세훈 향해) 한 30분 있다 출발하면 되겠죠?
세훈 : (정민 보며) 그러죠!!
정민 : (서문수를 향해) 회장님께선 정말 같이 안 가실 겁니까? (짓궂은) 로즈만 회장하구 쎈텐이나 같이 하시죠!
서문수 : (못마땅한 듯 보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늙은 애비 놀리면 재밌냐!
이때 유니폼에 쟁반 든 지은, 거실로 나오는…
동시, 정민 재빠르게 다가가 지은을 향해 빙긋이 웃으며, 쟁반을 받아주려는…
한편, 놓치지 않고 그 모습 본 서문수, 이내 인상쓰는데…
지은 : (주위 의식하며) 괜찮습니다! (일각에 쟁반 내려놓고, 크리스탈 잔 하나 들어 냅킨으로 싸서 서문수에게 건네면)
서문수 : (내심 차가운) 나이가 들면서 신 건 싫어지드라구…
지은 : (공손한) 감귤 주스라서 시지 않습니다. 회장님 건 차지 않게 준비 했습니다.
서문수 : (당당하고 센스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보는 그러다 한 모금 마시는데)
정민 : (동시, 기분 좋은 눈으로 보는)
세훈 : (동시, 복잡한 눈으로 보는)
미란 : (동시, 그런 세훈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보는)
서문수 : (주스 잔 내려놓고 일어나는) 난 눈 좀 붙여야겠어!
동시, 세훈과 정민 일어나는…
서문수 : (침실 향해 몇 발자국 움직이다 돌아보며) 참, 내 방으로 잠깐들 들어와 봐!
세훈과 정민, 서문수를 따라 들어가고…
한편, 지은, 부엌을 향해 가는데…
미란 : (동시, 가식적으로 상냥한) 이지은씨, (테이블 위에 놓인 주스 잔들 눈으로 가리키며) 여기 좀 치워요!
지은 : (멈칫 서는, 그러다 다가가 테이블 위의 주스잔들 쟁반에 올리는데)
미란 : (동시, 지은의 귓가에 대고) 어때? 10년 만에 다시 온 기분이!
지은 : (당혹해서 주스 잔 집는 손, 슬쩍 떨리는 그러나 애써 참으며 쟁반 들고 부엌으로 향하는)
미란 : (지은의 뒷모습을 차갑게 쳐다보는데) …
S#35. 바다
바닷바람에 돛이 펄럭이고 있는데… 다가가면 바다 한가운데 수심 깊은 곳에 닻을 내린 요트 한 척 떠 있다.
S#36. 요트 위 (낮)
요트 뒤쪽, 난간에 나란히 걸쳐진 여러 개의 낚시대들…
그 앞 낚시 의자에 앉은 세훈과 정민 바다 위에 떠있는 찌를 보고 있는 중이다.
한편, 저 일각엔 로즈만과 앤더슨 썬배드에 누워 한가로이 썬텐하는 모습 보이고…
정민 : (보며) 지루하죠?
세훈 : (보는) 오늘은 인연이 안 되나보죠, 뭐…
정민 : (오버랩, 장난스레) 고기랑 놀다 간다고 생각해야지 잡으려고만 하면 스트레스 받아 정신 건강에 해로워요.
세훈 : 그거야 잡은 사람의 여유에서나 나올 법한 말 아닙니까!
정민 : (빙긋이 웃는 그러다 찌 바라보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아무래도 자리를 잘 못 잡은 거 같네요!
좀 더 수심이 깊은 곳으로 나가 봐야겠어요. (조종키를 향해 걸어가는)
한편, 배 뒤쪽과 간격이 떨어진 곳에선 미란(※탑에 짧은 반바지 차림), 썬배드에 누워 썬텐 하고 있다.
그 일각 테이블 앞에 선 지은은 피크닉 바구니에서 샌드위치 꺼내는 등 한창 점심 준비중인데…
이때 조종키를 향해 걸어가던 정민, 다가오는…
미란 : (정민 보며) 좀 잡았어?
정민 : 전혀 안 잡히네! 자리를 좀 옮겨 봐야겠어 (지은에게 다가가는)
지은 : (보는) 뭐 필요해요?
정민 : (짓궂게 농담하는) 내가 필요한 건 오로지 지은씨 밖에 더 있겠습니까!…
(기습적으로 지은의 볼에 키스한 후 뱃머리 향해 걸어가는)
지은 : (얼굴 빨개지는)
어느새, 뱃머리로 온 정민, 키 잡아 배 진로 바꾸는…
CUT - 물살을 가르며 시원스레 질주하는 요트…
불어오는 바람에 정민의 머리카락 흩날리고, 키 잡고 선 정민의 모습 근사하다.
한편, 썬배드에 누은 미란, 썬텐 크림 뚜껑을 열다 그만 뚜껑 떨어뜨리고 마는…
이내 떨어진 뚜껑은 지은을 향해 또르르 굴러가기 시작하고…
미란 : (지은 향해 톡 쏘는) 뭐해 안 줍구?
지은 : (보며) 뭘?
미란 : (신경질 내는) 안 보이니? 아니면 주워 주기 싫은 거니?
지은 : (참는, 시야에 썬텐 크림 뚜껑 들어온다)
지은, 다가가 뚜껑을 주으려는데…
동시, 요트는 높은 파도에 부딪혀 심하게 덜컹거리고… 이에 지은, 중심 잃고 휘청거리는…
동시, 다시 한번 파도가 강하게 밀려와 요트를 뒤흔드는데…
그와 동시, 일각의 있던 미란의 빈 휠체어가 순식간에 굴러와 휘청거리고 있는 지은을 향해 강하게 부딪힌다.
결국 중심을 잃어 휘청거리던 지은, 그만 바다로 떨어지고 마는데…
한편, 미란, 그 모습을 보고 놀라고…
동시, 요트 뒤쪽에 서 있던 세훈, 바다로 떨어지는 지은의 모습을 발견하는… 그리고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데…
S#37. 바다
한편, 허우적거리던 지은, 결국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고…
S#38. 요트 위
미란을 비롯한 로즈만, 앤더슨의 놀란 표정들…
비로소 지은이 바다에 빠진 걸 알게 된 정민, 사색이 되어 재빠르게 바다로 뛰어 드는…
S#39. 바다 속
동시, 지은 더 깊이 가라앉고 있다.
지은의 시야는 점점 가물가물 해지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마는…
한편, 지은을 향해 다가온 세훈, 지은의 목을 끌어안고 수면 위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잠시 후, 그제야 지은이 있는 곳까지 다가온 정민, 그러나 이미 한 발 늦었다.
S#40. 바다 위
세훈, 지은을 안고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이어 조금 뒤, 정민도 튀어 오르는…
S#41. 요트
지은을 안고 있던 세훈, 지은을 일각에 내려놓는…
동시, 이 모습을 쳐다보는 미란의 시선엔 질투가 가득하고…
한편, 정민 세훈을 밀치며 지은을 감싸 안는… 동시, 뒤로 밀쳐진 세훈 씁쓸해지는…
정민 : (애타게) 지은씨! 지은씨!
지은 :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정민의 목소리에 부스스 눈뜨는,
시야에 걱정스런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민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리고 자신을 구한 사람이 정민이라고 오해하는)
S#42. 호텔 전경 (밤)
S#43. 호텔 지은의 방
링거 병 안엔 액체 알갱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고…
지은, 팔에 주사 바늘 꽂은 채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카메라, 지은의 얼굴로 다가가면…
S#44. 지은의 꿈
지은, 부스스 눈뜨는… 순간 시야에 방 문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세훈의 모습 들어온다.
그러자 놀라 몸 일으켜 앉는.
동시, 복잡한 눈빛으로 세훈을 바라보는…
한편, 그대로 문 앞에 서 있던 세훈, 지은에게 다가갈까 말까 고민스런 얼굴로 잠시 바라보는 그러다 돌아서는…
지은 : (동시, 마음속으로만) 가지 말아요…
동시, 세훈, 지은의 마음을 느낀 듯 힐끗 돌아보는. 이내 표정 싸늘해져 나가버린다.
지은 : (동시, 세훈을 불러 세우려 하지만 그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 뿐 목소리 나오지 않아 애달픈,
나가는 세훈의 뒷모습을 향해 손 내미는)
정민(소리) : (걱정스런 목소리) 지은씨… 지은씨…
S#45. 호텔 지은의 방
자신을 부르는 정민의 목소리에 꿈에서 깨 부스스 눈 뜨는 지은, 시야에 정민의 얼굴 들어온다.
꿈이라는 사실이 허탈하고 한편으론 세훈을 못 잊고 있다는 것에 민망한…
정민 : (애잔하게 보며) 나쁜 꿈 꿨어요?
지은 : (세훈의 꿈 꾼 것을 들킨 것 같아, 순간 당혹해 시선 피하며) 아니예요…
정민 : (환하게 웃으며) 꽤 잠꾸러기네요! 이제 좀 괜찮아요?
지은 : 네… (미안한) 근데 여기 계속 있었어요? (단 둘이 방안에 있다는 게 어색해) 늦었어요, 그만 가서 주무세요.
정민 : (거의 비워져 가는 링거 병 보며) 이거 빼면요!
지은 : 내가 해두 되요! 가세요, 가서 주무세요!
정민 : (오버랩, 빙긋이 웃으며) 내가 새 나라의 어린이 입니까? 아홉신데 벌써 자게! 왜 자꾸 날 쫓아 낼려구 그래요?
지은 : (얼버무리는) 쫓아 낼려구 하는 게 아니라…
정민 : (오버랩, 짓궂은) 이렇게 방에 단둘이 있으니까 겁나요? 혹시 내가 잡아 먹기라두 할까봐!!
(장난스레) 도둑 키스 한 번 했다구 이렇게 취급 하기예요.
(하다가 일어나 방 안 주위를 둘러보는, 그리고는 멀건 얼굴로 보며) 뭐 타는 냄새 안 나요?
지은 : (방안을 둘러보는)
정민 : (동시, 짓궂은) 내 맘이 지금 불타고 있잖아요…
지은 : (그 말에 맑게 소리내 웃는) …
CUT - 지은의 방 앞 복도
세훈, 지은의 방 앞에 쓸쓸한 얼굴로 서 있는…
동시, 방안에서 들려오는 정민과 지은의 웃음소리에 그 눈동자 슬퍼지는데…
그리고 맥없이 돌아서는데, 그 순간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미란의 시선과 마주치는…
세훈 : (순간, 당혹)
미란 : (질투가 가득한 얼굴로) 뭐해요, 거기서!
세훈 : (얼버무리는) … 서이사랑 할 얘기가 있어서…
미란 : (다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럼 들어가죠 왜 그러구 서 있어요?
세훈 : 아냐… 나중에, 나중에 하지.
미란 : (빤히 보며) 급한 일은 아닌가 부죠?
세훈 : (덤덤하게) 급할 건 없어! (하고는 시선 피하며) 근데 여긴 왜 왔어?
미란 : (오버랩의 느낌) 지은이 어떤가 좀 보려구요! (자극하는) 같이 들어가요!
세훈 : (순간 당혹 그러다 애써 태연하게) 아냐, (보며) 들어가 봐! 난 로비에서 기다릴게… (걸어가는, 그 발걸음 맥없는)
미란 : (질투의 얼굴로 세훈의 뒷모습 뚫어져라 보는)
동시, 정민, 지은의 침대에 걸터앉는…
정민 : (그윽한 눈으로) 어떻게 하면 내가 지은씨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겁니까!
어떻게 하면 이지은이란 여잘 내 여자로 만들 수 있는 겁니까! 목숨이라도 걸까요?
지은 : (눈동자 흔들리는)
정민 : (부드럽지만 단호한) 난 이지은이란 여자한테, 날 사랑한다는 말 꼭 들어야겠어요!
지은 : (순간 민망해 시선 피하는)
정민 : (오버랩, 달콤하고 진지한) 내 눈 피하지 말구 날 봐요!
지은 : (긴장해 보는데)
정민 : (동시, 장난스레) 도장 좀 꽝~ 하구 찍어 주면 안 됩니까! 날 담보로 할 테니까…
지은 : (옅게 웃는, 이토록 극진한 사랑을 보내주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걸 느끼는)
정민 : (동시, 진지한) 예전에 받은 상처 때문에 날 밀어내지 말아요.
(야릇한 눈으로 보며) 난 언제든지 지은씨와 키스 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은데…
(천천히 지은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가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미란 들어선다.
동시, 지은 당혹해 뒤로 물러앉는…
미란 : (그런 둘 보며, 순간 멈칫 서는)
정민 : (넉살 좋다, 미란 보며) 결정적인 순간에 분위기 깨는 당신의 의도가 뭔데!
시간경과
지은과 정민 그리고 미란 일각 티 테이블 앞에 둘러앉아 있는… 어느새 지은, 팔에 링거 뺐다.
미란 : (가식적인) 미안하다, 나 때문에…
지은 : (기가 차 보다가 외면하는데)
미란 : (전혀 개의치 않고 더욱 오버하는) 우리 윌,두 걱정 많이 했어…
지은 : (순간 얼굴 굳는)
미란 : 그래두 우리 윌,이 워낙 수영을 잘해서…
지은 : (동시, 놀라 미란과 정민을 번갈아 보는)
정민 : (장난스레 말하지만 씁쓸한) 불행히도 난 간발의 차이로 밀렸어요! 지은씨 몰랐어요? 장사장님이 구한 거.
지은 : (얼굴 어두워지는) 네…
미란 : (슬쩍 지은의 표정 살피는)
지은 : (동시, 고개 돌리는, 세훈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이때 정민의 핸드폰 울리는… 정민, 핸드폰 꺼내 보면 액정에 ‘우리 회장님!’ 이라고 떠 있다.
씁쓸한 얼굴로 핸드폰 플립을 여는데…
S#46. 별장 밤 전경
S#47. 서문수의 방
서문수, 일각 티 테이블 앞에 앉아 있고… 정민, 그 앞에 마주 선…
서문수 : (어이없다는 듯) 고작 좋아한다는 여자가 헬퍼였냐? 생긴 건 반반하 더구나…
(날카롭다) 대충 데리고 놀다가 그만 둬라!
정민 : (순간 그 말에 발끈하는, 단호한) 다릅니다, 이번엔! (진심인) 아버지, 나 그 여자를 위해서 달라지기로 작정했습니다!
서문수 : (그대로 보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래, 얼마나 가는지 구경이나 한번 해 보마!
정민 : (그대로 쏘아보는)
서문수 : (날카롭게 보며) 내일 아침에 회의 있다! (일어나며) 그만 돌아가 자거라!
정민 : (울컥 치밀어) 이 말 하려고 부르신 겁니까?
서문수 : (매섭게 쳐다보는)
정민 : (애써 참으며 착잡한 얼굴로 나가는) 주무십쇼!
S#48. 별장 세훈의 방 앞
휠체어에 앉은 미란, 세훈의 방 노크하는… 그러나 반응이 없자 열어보는…
시야에 빈 방안 들어오자 얼굴 싸늘히 굳는…
S#49. 바닷가 일각
손에 담배를 든 세훈, 바닷가 일각을 거닐고 있다.
그러다 멈춰서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내뿜는데… 무척 쓸쓸해 보이는 얼굴에서…
P CUT - 바닷가 (※2부 15)
지은과 세훈, 바위 위에 앉아 바다에 발 담그고 물장구치는.
세훈 : 사랑과 수영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지은 : (보는)
세훈 : 직접 빠져 보기 전엔 결코 배울 수 없다는 거! (지은 안아들어 물 속에 빠뜨리는)
지은 : (까르르 웃으며 세훈 물 속으로 잡아끄는)
P CUT - 별장 방 (※2부 18)
세훈과 지은, 하얀 시트 덮고 침대 위에 나란히 기대있는.
지은 : (서럽게 울먹이며) 우리가 헤어지지 않으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단 말이야! 이제 세훈씨가 나 책임져야돼!
세훈, 지은의 어깨 감싸안는데, 이때 방문 벌컥 열리며 이상범, 조현숙 들이닥치는…
이상범과 조현숙, 방문 앞에 서서 분노에 찬 표정으로 노려보는.
별장 거실 (※2부 19)
이상범 : (매섭게 쏘아보는) … (지은의 팔, 잡아끌며) 가자!
지은 : (버티며) 싫어요. 못 가요!! (세훈 쪽으로 다가서는)
세훈 : (동시, 지은을 끌고 나가려는 이상범을 막아서는)
이상범 : (순간 세훈의 뺨을 거세게 올려붙이고, 거칠게 지은을 잡아 채며)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지은, 눈물 범벅이 된 채 이상범에게 끌려나가고…
조현숙, 세훈에게 물컵 끼얹는.
세훈, 물벼락 맞은 채, 모멸감에 그저 미동 없이 서있는…
어느덧 세훈의 손에 들린 담배 필터까지 타 들어갔고…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세훈의 눈동자, 회한으로 가득한데…
그러다 쓴웃음 지으며 별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발걸음 맥없다.
한편, 지은, 바닷가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얼마쯤 걷던 지은의 시야에 저 멀리 별장을 향해 걸어가는 세훈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순간 눈빛 흔들리는…
그리고 무심결에 부르려다, 이내 멈칫하는…
그대로 선 채 점점 멀어져 가는 세훈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서 있는 지은의 모습, 애달프다.
S#50. 별장 정원 (다음 날 - 이른 아침)
정원의 이른 아침 풍경… 그 모습 사이로 별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보인다.
(※ 평상복 차림 - 하늘거리는 긴 플레어 스커트 차림에 얇은 스웨터
그리고 의상의 색상과 잘 매치가 되는 굽이 없는 운동화를 신고, 운동화 끈을 칼라 풀한 여러 줄로 겹쳐 매었다)
한편, 로즈만 회장도 별장을 향해 들어서고 있는데…
이때 로즈만 회장을 발견한 지은, 멈춰서는.
어느새 다가온 로즈만 회장 인자한 눈으로 보는데.
지은 : (공손히 인사하며 상냥한, ※ 영어로) 편히 주무셨습니까?
로즈만 : (웃으며)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네요! (따뜻한 눈으로 보며) 괜찮아요? 어제 많이 놀랬을텐데…
지은 : (생긋 웃으며) 괜찮습니다. 심려 끼쳐서 죄송합니다.
로즈만 : (빙긋 웃는, 시야에 지은의 운동화가 들어오는) 무척 멋쟁이군요!
지은 : (옅은 미소)
어느새, 지은과 로즈만 별장 현관 앞으로 다가온…
로즈만, 현관문을 열어 지은을 향해 어서 들어가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는데…
지은 : (고마운 눈으로 빙긋이 웃으며, 별장 안으로 들어서는) 차 한잔 드시겠습니까?
로즈만 : (시작하는) 좋습니다!
지은 : 당뇨에는 녹차가 좋은데, 녹차를 가져다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로즈만 : (뜻밖인) 내가 당뇨가 있는 줄 어떻게 알았죠? (유심히 보는)
지은 : (미소) 언젠가 경제지에서 회장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로즈만 : (기분 좋은 얼굴로 보는) ?
지은 : (환한 얼굴로 웃으며)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회장님의 인터뷰를 읽고 저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
로즈만 : (인자하게 웃으며) 내 말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줬다니 기분 참 좋군요!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며)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죠?
S#51. 별장 내 회의실
로즈만, 소파에 앉아 서류보고 있는데… 노크소리 들리고… 로즈만 들어오라고 대답 하는…
잠시 후, 지은 들어선다.
지은 : (다가와 찻잔 내려놓으며) 차 가져왔습니다.
로즈만 : (온화하게 웃는) 향이 좋네요!
지은 : (로즈만 보며) 필요한 거 있으십니까?
로즈만 : (의미 심장한 눈으로 보며) 부탁할 게 좀 있는데!
지은 : (앞치마에서 수첩을 꺼내들고, 메모 준비한 채로 경청하는)
로즈만 : (유심히 보는)
지은 : (웃으며)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요!
로즈만 : (깊은 신뢰를 느끼는) 메모를 한다는 건, 상대방의 말을 놓치지 않을 거란 신뢰를 주는 거죠!
(보며) 영어가 유창하군요!
지은 :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옅은 미소) 졸업은 못했습니다!
로즈만 : 그래서 발음이 정확하군요! 전공은 뭐였죠?
지은 : 의상학과였습니다!
로즈만 :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미즈 리!
지은 : (영어로) 예, 회장님!
로즈만 : (조심스레 서류를 하나 꺼내며) 내가 이 서류를 주웠는데, 어떤 내용인지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지은 : (서류를 받아보면, 서류 상단부에 기밀서류라고 되어있자 당황스런)
로즈만 : (그대로 보며) 말해줄 수 있습니까?
지은 : (당혹스러운 이내 단호한) 죄송합니다. 저는 이 서류의 내용을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로즈만 : (흥미로운) 왜죠?
지은 : (공손하지만 야무진) 전 서린 그룹에서 고용한 헬펍니다! 전, 제 고객인 서린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옳지 않은 일인 거구요! (그대로 보며) 회장님, 비즈니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목례한 후 나가려는데)
로즈만 : (동시, 부르는) 미즈 리!
지은 : (돌아보는)
로즈만 : (빙긋이 웃으며) 이 서류는 이미 지난번 회의 때 공개된 서륩니다!
지은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는데)
로즈만 : 미안해요… 이지은씨를 한번 테스트 해보구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결정할 일이 좀 있습니다!
지은 : (그대로 보는)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세훈, 들어서는…
그러자 지은, 세훈을 바라보는…
세훈, 무표정한 얼굴로 지은을 바라보는.
한편 지은, 이내 세훈의 시선 피하며 로즈만을 향해 목례하고 나가는…
S#52. 부엌
일각, 테이블 앞에선 지은, 로즈만이 했던 말이 무슨 뜻일까, 골똘히 생각하며
크리스탈 화병에 장미꽃을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꽂아 넣고 있다.
로즈만(소리) : 미안해요… 이지은씨를 한번 테스트 해보구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결정할 일이 좀 있습니다!
잠시 후, 지은, 화병을 들고 거실로 나서는…
S#53. 별장 거실
지은, 화병을 들고 나오는…
이때 회의실에서 세훈, 나오는… 두 사람, 잠시 회한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세훈, 그러다 이내 차갑게 외면하며 돌아서는…
지은 : (그대로 보며) … 고마웠어요, 어제…
세훈 : (동시, 돌아보는)
S#54. 테라스
안개 자욱한 새벽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은데… 세훈과 지은 나란히 서 있다.
지은 : 당신이 날 구했단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세훈 : (애써 덤덤한 척) 누구라도 그랬을 일이야! …
지은 : (어떤 말을 해야 하나 하는 얼굴인)
세훈 : (그런 지은의 얼굴 보며, 낮은 목소리) 꼭 무슨 말을 하려고 들지마! 무슨 말을 하겠어. 우리 서로가…
지은 : (회한의 목소리) 여긴, 바닷가도 이 별장도 십 년 전 그대로네요…
세훈 : (씁쓸히 웃으며) 달라진 거라곤 당신과 나 뿐이지! (눈빛 애잔한)
지은 : (그 말에 가슴이 에이는 것 같은 하지만 냉정을 찾으려 애쓰는) 그래요! 달라진 건 당신과 나 뿐이죠!!…
세훈 : (복잡한 눈으로 보며) 우리가 정말 한 때 사랑했던 사람들일까?
지은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보는) 우리가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단지… 당신의 사랑과 내 사랑이 달랐을 뿐이니까.
세훈 : (그대로 보며, 회한에 젖는) 우린 무책임했고 어리석었어. 그러니까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지은 : (착잡한) 언제나 서로를 힘들게 하는군요, 우린!
세훈 : (그대로 보며, 마음 아픈) 날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처음부터 서 이사를 만났다면… (차마 말 잇지 못하는) …
(눈빛 흔들리며) 아니…만약 우리가 오늘 처음 만났다면…만약 그때가 아니라 지금 만났다면…그래도 우린 헤어졌을까!
지은 : (후회스러운) 그땐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보는, 목소리 떨리는 하지만 차분한) 당신한테 잘 못 한 게 많았다는 거 이젠 알아요!
그 땐 내가 몰랐던 게 너무 많았으니까…
세훈 : (오버랩) 니가 날 찾길 바랬어… 내가 다시 널 찾을 순 없었잖아! 난 거절당한 사람이니까…
지은 : (오버랩, 안타깝고 가슴아픈) 그만해요! (눈동자 흔들리는, 하지만 듣고 싶지 않은)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내가 바라는 건 우리로 인해,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길 바랄 뿐이예요! (시선 피하며) 이번 일 끝내면
이제 얼굴 마주 할 일 없을 거예요! 진심이예요, 미란이한테 잘 해줘요! (돌아서는데)
이때 돌아선 지은의 시야에 테라스 유리 창 너머, 현관 일각에서,
자신과 세훈을 바라보고 있는 정민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은 : (순간 멈칫 서 당혹하는)
세훈 : (동시, 돌아보며 얼굴 굳는)
한편, 정민, 테라스를 향해 다가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