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맞는 친구와 가는 여행, 좋다. 그러나 나홀로 여행만이 갖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인생 길의 선택과 결정은 어차피 내 몫이다. 간섭과 의견 조율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된 나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가벼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남행열차에 올랐다. 정읍에서 안 갈아타고 바로 가는 순천행 열차에..
서광주를 지나자 무궁화는 60년대 완행열차가 된다. 모든 간이역에서 선다. 특히 보성군 남쪽 지역에서는 군내버스 처럼 보성사람들이 이용한다. 오징어와 삶은 달걀만 없을 뿐, 옛 정취가 풍기는 열차 안 풍경이 정겹다.
단선인 경전선 보성 지역은 숲길을 느리게 달린다. 디지털 시대로 표현되는 초고속 시대에 아날로그 느림의 미학을 추억 속에서
되돌려 보며 한껏 여유로운 게으름을 피워본다.
좁은 레일 양 쪽에는 깎아진 언덕에 아카시아, 칙넝쿨이 어우러진 숲을 가끔, 아주 자주 지나간다.
열차가 수풀 속을 헤지고 간다.
구부러진 커브를 돌고 있는 기관차 앞 부분을 창 너머로 보니 마치 한 마리의 뱀이 풀속을 헤치고 가는 것 같다.
와 ! 참 좋다. 들판의 녹색 논 풍경 하며.
벌교역에서 탄 택시의 기사는 내 또래 노인. 태백산맥의 실제 상황을 설명한다. 당시 학살의 처참한 이야기 등을, 경찰서, 학교 등 당시의 무대를 지나가면서 ...
벌교에 내려 구경하고 사우나에서 자고 다음날 왔다.
또 가고 싶다
보물 304호 벌교 홍교. 1729년에 선암사 초산, 습성 두 선사가 벌교(뗏목 다리)를 헐고 건립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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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벌교엔 태백산맥 문학기행으로 학생들과 다녀온 적은 있는데 이렇게 기차여행으로 다녀오시니 참 좋아보입니다. 나홀로 여행은 여행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신경쓰지않고 간섭받지않고 나와의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정읍에서 순천행 기차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