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인생의 학교’…빛과 소금으로 거듭나는 이랜드 부동산
얼마 전 재계에는 ‘믿거나 말거나’ 소문이 하나 떠돌았다. 재개발과 관련해 국세청이 건설업체들의 장부를 뒤진 적이 있었다. 물론 이랜드 그룹 계열의 이랜드개발도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랜드개발은 특히 그룹의 거침없는 인수ㆍ합병(M&A) 수뇌부 역할을 하는 곳이자 부동산 개발 업체인 만큼 국세청의 송곳니 같은 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랜드개발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 직원들이 혀를 차는 것으로 싱겁게 끝을 맺었다고 한다. 비자금도 있고 뭔가 ‘구린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깨끗했다는 것이다.
26년 이랜드의 발자취를 밟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는 ‘정직’이다. 이랜드의 4대 경영이념(나눔, 바람, 정직, 자람) 중의 하나이기도 한 정직은 ‘기업은 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정직해야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압축되고 있다.
“과정의 정직함을 통해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구조악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의 정직이란 바른 삶의 모습을 통해 주변의 많은 사람과 기관에 도전을 주고, 노력한 대가만을 이익으로 거두며, 떳떳하게 세금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정직한 성공을 통해 정직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부자답게 살지 않는 부자, 존경받는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박성수 회장의 이 같은 ‘청지기적인 기업’에 대한 목마름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잉글런드 초창기 시절 세무서의 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는 박 회장이 스스로 “중대한 결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세금을 정직하게 내기로 결심을 했던 때. 박 회장은 고심 끝에 세무서 직원에게 “정직하게 살기 위해 새로 시작하겠다.”며 보세의류 취급을 중단하고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결심을 적은 편지 한 통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의 “중대한 결정”은 오히려 빛을 내기 시작했다.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기 시작한 것. 박 회장은 당시의 경험을 회상하며 “돌아가더라도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지름길이다”는 불고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칙’과 ‘정직’에 한발 비껴나는 사업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이랜드가 96년 설악켄싱턴호텔을 인수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호텔의 알짜 사업부인 나이트를 없앤 것이다.
지난 2004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옛 맨하탄호텔)의 위탁경영을 맡았을 때에도 나이트 폐쇄는 어김없었다. 나이트와 같은 사행성 사업은 정직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랜드의 기업 이념에는 맞지 않는다는 박 회장의 생각에서다.
최근엔 이런 일화도 있었다. 이랜드는 얼마 전 오대산 뉴코아호텔 옆에 9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계획했다. 골프장 건설을 통해 뉴코아호텔의 영업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골프장 건설은 곧바로 폐기됐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서는 토지형질 변경이 필요한데 이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골프장 건설을 포기한 이유였다.
박 회장은 종종 어머니에게서 배운 ‘가치가격’(외부에선 저가정책이라 하지만 이랜드는 가치가격을 강조한다)과 남성 전용 이발소에서의 경험을 예기하곤 한다. 박 회장이 초등학교 시절 그의 어머니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우먼이었다. 교회 집사이기도 했던 어머니가 만들어 파는 상품의 가격은 경쟁자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았다.
자연히 그의 어머니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왜 가격을 올려 받지 않아요?”라고 묻는 박 회장의 억울해하는 모습에 그의 어머니는 “얘야, 내게는 돈 버는 것보다 그 사람들이 내 것을 싸게 사서 이익을 보는 것이 더 보람 있고 기쁘단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소박한 답변은 박 회장이 말하듯 그의 “비즈니스 골격”이 됐다. 당시 어머니에게서 받은 인상은 ‘시장가격이 아닌 소득 수준에 맞는 소득가격’을 고집하는 이랜드의 가격 정책으로 발전했다. 이는 구멍가게에서 출발한 이랜드가 매출 5조원 남짓한 튼실한 중견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남성 전용 이발소에서의 경험은 이렇다. 박 회장은 몇 년 전 5000원을 주고 남성 전용 이발 체인점에서 머리를 다듬은 적이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발할 곳이 마땅치 않아 미장원에서 거북하게 앉아 있거나 비위생적인 낡은 이발소를 이용했던 그는 이발할 때가 되면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부담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 전용 이발 체인점은 깨끗하고 빠르게 머리를 깎아주는 데다 뒷머리를 거울로 비춰주며 고칠 곳이 없는지 확인까지 해주는 서비스에 반해 앞으로도 이용하기로 맘먹었다고 한다.
“성공한 만큼 실패한 경우도 많았는데 모든 경우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업 성공이나 돈을 벌려는 목적이 우선한 경우 대부분 실패를 한 반면 고객의 불편을 발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즈니스가 시작된 경우에는 대부분 성공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고객은 누구나 이기적입니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이타적 공급자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경험은 ‘기업은 고객을 위해 운영돼야 합니다’라는 경영이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특히 이랜드 기업문화의 근저에 흐르는 ‘남중심적 사고’와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랜드의 정신적 가치를 나타내는 ‘이랜드 스피릿’에는 ▷상대방의 유익을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등을 담은 <남중심적 사고> 항목이 있다. ‘이랜드 스피릿’에선 특히 <상인정신> 항목을 통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세를 열거해 놓고 있다.
‘나눔’(기업은 정직하게 이익을 내야 하고 그 이익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의 경영철학은 지난 91년 재단법인 이랜드재단, 96년엔 사회복지법인 이랜드복지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2년엔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을 통해 이듬해부터 매년 100억원대의 예산을 조성해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직원들이 사업부 단위별로 매년 해비타트에 참여하고, 점심시간 때면 자발적으로 조를 짜서 서울 신촌 본사 인근에 있는 마포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기업문화는 이와 무관치 않다.
나눔ㆍ정직ㆍ바람의 경영철학은 ‘직장은 인생의 학교이어야 합니다’라는 자람의 철학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이랜드의 향후 경영권 이양을 묻는 기자의 순진한 질문에 박 회장은 “이랜드그룹의 비전 가운데 하나가 세계적인 경영자 50명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경영자들이 이랜드그룹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것입니다. 잭 웰치 같은 그런 경영자 50명이 우리에게서 길러진다면 이랜드 1세대의 꿈은 이뤄지는 것입니다”라는 다소 의외의 화두를 던졌다.
(옮겨온 글)
모름지기 직장이란 적어도 이래야 일할 맛이 나는건데
도둑질 해쳐먹고, 뒤 봐주고...심지어 동업자란 소리까지 나올까?
나가서도 그곳에 근무했다는 소리도 못하니 ㅉ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