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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범죄 세계 1위' 한국… 사람들, 왜 사기꾼의 덫에 걸리나대출사기 최다 피해는 40代… 자녀양육·주택구입 등으로 급전 필요한 아버지들 당해박씨는 2011년 100여명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었다. 은행 대출을 거부당한 사람들 명단을 확보, '○○저축은행 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되는 휴대전화 스팸 문자를 보낸 뒤 보증보험료 등을 받아 가로챘다. 김미영 팀장한테 속은 피해자가 2만여명, 피해액은 400억원에 달했다. 이런 보이스피싱은 10여년 전 등장했다. 김미영 팀장 이전엔 '민정이'가 있었다. "저 민정인데요, 예전에 통화한…. 사진 보고 맞으면 문자 줘요." 사진을 확인하려고 문자메시지 확인 버튼을 누르면 건당 2990원의 소액 결제가 이뤄졌다. 2006~2007년 1년 동안 이렇게 버튼을 누른 사람이 40만명이었다. 피해액은 총 17억원. 이는 최단 시간에 최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 사건으로 화제가 됐다. 비슷한 사기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한마디로 '사기 천국'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사기범죄 세계 1위 국가였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최신형부터 전 정권 비자금 관련 투자를 위장한 전통적 수법까지 각종 사기가 판친다. 문제는 이런 사기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다는 점이다. 20년 동안 대검찰청 등에서 근무한 김영헌 검찰 수사관은 "지난 100년간 사기꾼의 전략과 수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도 비슷한 속임수에 계속 넘어가는 건 다른 사람 말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인의 심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잘 속는 사람의 심리코드'(웅진서가)라는 책을 냈다. 우리는 왜 남에게 잘 속는가. ◇내가 속는 이유… 욕망·신뢰·불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였던 홍모(34)씨는 친인척들과 전(前) 직장동료, 군대 동기들 사이에 '힘깨나 쓰는' 사람으로 통했다. 홍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취직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광주 지역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는 "취직이 안 되면 돈을 돌려주겠다"며 상대방을 안심시켰다. 16명이 홍씨에게 돈을 건넸다.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2000만원까지 총 9억6000만원이었다. 이재현 광주지방경찰청 지능팀장은 "피해자들은 '아는 사람인 데다가 노조에서 간부를 맡았던 사람이기에 믿고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영헌 수사관은 잘 속는 사람의 심리를 '욕망' '신뢰' '불안'이라고 정의했다. 취업 사기는 욕망과 불안을 이용한 대표적인 수법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취업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릴수록 구직자들은 불안해지고 직장에 대한 욕망은 커진다. 불안이 커지면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거라고 기대한다. 사기꾼들은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임원 등이 '믿을만하다'고 여기는 심리를 이용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사람들은 국정원 직원, 청와대 관계자를 사칭하는 사람들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돼도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일이라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50대 남성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칭해 대우건설 간부로 취업했다 들통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 쪽에선 청와대 비서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의심한다' 소리를 들을까 걱정돼 청와대에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 남성은 대우건설에서 1년간 부장으로 일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는 사람에게 더 잘 속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용이나 낙찰 등 공적인 계약에서 사적인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람들은 각종 비리사건을 보면서 아직 우리 사회는 투명하지 않고 중요한 일들은 '밀실'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 있는 지인을 통하면 특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들·딸보다 더 친근한 사기꾼들 혼자 사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사기당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들은 사기꾼 입장에선 가장 손쉬운 타깃이 된다. 외로운 노인들은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 평소 얘기 나눌 사람이 없었는데 상대방이 살갑게 말을 붙여오면 정을 주게 된다. 외롭게 살던 노인의 말문이 트이면 사기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겨울이 되면 시골에는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떴다방'(이곳저곳을 이동하며 사은품으로 손님을 끌어모아 물건을 파는 불법 판매처)이 극성을 부린다. 떴다방 업자들은 1년 내내 농사지은 작물을 팔아 목돈을 쥔 어르신들을 노린다. 비슷한 수법으로 비슷한 물건을 파는데도 매년 피해자가 생긴다. 경상북도 군위군은 몇년 전부터 '어르신 기만상술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유정 군위군청 주무관은 "매년 강의를 해도 '사은품을 받은 게 미안해서 물건을 샀다' '아들 같아서 사줬다'는 어르신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떴다방' 업주 조모(50)씨 일당도 노인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쌈짓돈을 뜯어냈다. 지난 8월까지 6년간 전국 14개 지역을 돌며 '건강 홍보관'이라는 떴다방을 운영했다. 주로 40~50대 남자로 구성된 직원들은 뛰어난 입담과 처음 만난 노인들을 '엄마'라고 부르는 친화력으로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줬다. 휴지 등 사은품을 안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은 노인에게 "뇌출혈로 몸이 마비됐었는데 약을 먹고 나아졌다" "당뇨가 말끔히 사라졌다"는 등의 체험 담이 담긴 영상을 만들어 보여줬다. 노인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개당 18만~50만원짜리 불법 건강기능식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렇게 쌈짓돈을 바친 노인이 3만3000여명이었다. 조씨 일당은 5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맹우영 경사는 "노인들은 마땅히 놀러갈 곳도 없으니 서로 말벗이나 해주며 지낸다. 그렇게 외롭게 지내던 노인들은 다정하게 다가오는 떴다방 업자들을 아들처럼 생각했다. 피해 사실을 조사하려고 연락하면 '그 애들이 그럴 리 없다. 절대 사기꾼이 아니다'며 옹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많은 사기수법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는데도 이상한 전화를 바로 끊거나 차단하지 않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기에 당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간절한 것을 준다면 주의해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출 사기를 가장 많이 당하는 연령대는 40대다. 20대부터 70대 전체 피해자 중 32.6%가 40대였다. 이들은 가정의 생활비나 대출금 등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려다가 사기를 당했다. 오승원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부국장은 "자녀 양육과 주택 구입 등으로 큰돈이 들어가는 40대 직장인들의 조급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기가 많다"며 "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거절당한 경험이 있거나 높은 금리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던 사람들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미끼를 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잘 속는 사람'은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상황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기꾼들은 감정적으로 무너지기 쉬운 '약점'을 노리기 때문에 당시 처해 있는 상황이 안 좋을수록 사기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충동적 성향이 강할수록 남에게 속기 쉽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자녀가 어린 경우 '돈을 빌려주겠다'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는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며 "절박감이 심할수록 정보처리의 견고함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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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상상력이 풍부한 때문일까요? ㅎㅎ
아무튼 교회 성장 속도가 사상 유례가 없다는 대한 민국인데, 안 좋은 것도 모두 1위이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좀 느긋한 마음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무엇이든지 쇠뿔인 줄 아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교육과정이 다른 것도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을 예로들면 작문이나 독서수업에서 비판적 사고능력 함양(Critical Thinking Skills)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그래도 사기당할 사람은 사기당하지만요.ㅎㅎ
@vislo 서구 사람들은 합리성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기분에 좌우되지요. ㅎㅎ
정에 매이는 우리나라 정서도 일조할겁니다. 냉철한 이성보다 정에 약한 우리민족정서.
그렇습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