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27장,
황마담은 혜미가 오는 것을 알고 방밖으로 나와 혜미를 반긴다.
“어서 오너라!
나를 찾아올 시간이 있니?“
“엄마!
마침 계셔서 다행이네요.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안 계시면 어쩌나 걱정을 했어요.“
“안 그래도 방금 들어왔다.헌데 같이 온 사람은?”
황마담은 뒤에 서 있는 혜자를 보며 묻는다.
“언니!
인사드려!
내 양어머니셔!“
“안녕하세요?
혜미를 통해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혜미 언니 신혜자입니다.“
혜자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아, 언니가 있다더니 바로 혜자씨구나!”
“동생한테 너무나 많은 신세를 지고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혜자는 정중한 인사를 드린다.
다과상이 나오고 잠시 쓸모없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혜미야!
내가 이렇게 왔을 때는 무슨 일이 있는 거지?“
황마담은 혜미를 보면서 신중하게 묻는다.
말을 얼른 꺼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사실은 언니 문제로 상의를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물론 언니는 이미 마음을 결정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엄마와 상의를 드리고 싶어서.....“
”무슨 말인지 해 보거라!
너와 내가 언제 감추고 숨기면서 살아왔었니?“
”엄마!
얼마전에 경북에 있는 한 계곡에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셨는지요?“
“남자의 시신?
글쎄다.........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혜자는 처음부터 차분하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황마담은 혜자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혜자가 말을 끝내기 전에 질문을 하거나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고 말을 듣는다.
말을 이어나가는 간간히 혜자는 눈물을 흘리거나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때도 황마담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혜자의 행동과 말을 주시한다.
목이 타는 듯이 찻잔을 가져다가 입술을 적시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혜자는 말을 이어간다.
“처음 그를 찾을 때만 하더라도 죽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를 만나기만 하면 내 모든 재산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쉽게 돌려줄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사기는 치지 않았겠지?
그러나 혜자야!
난 그냥 편안하게 너를 이름을 부르겠다.“
“네!”
“넌 처음부터 그를 살려둘 생각이 아니었어!
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를 절대로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없었다.“
“........................”
“왜냐면 그 재산은 남들이 말하는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네 영혼까지도 그 안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처음 본 나이 먹은 남자에게 네 순결을 걸고 거래를 했을 때 이미 네 영혼까지도 그 안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니?“
혜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황마담의 말대로 그것은 혜자 자신의 영혼까지도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겠니?”
“바로 자수를 하려고 합니다.
이미 그 사건이 어떻게 되었든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제 딸의 아버지를 죽인 악마입니다.“
“그래!
자수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겠지.
허지만, 넌 지금도 그를 죽인 것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네!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그를 죽인 것에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습니다.
다만, 영원히 우리 수현이가 알지 못하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네가 자수를 하던 체포가 되던 구속이 된다면 수현이가 모를 수가 있을까?“
“.......................”
“그리고 이제 창창한 앞날이 놓여져 있는 네 두 명의 남동생들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윤호나 윤석이는 이제 앞만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희망과 꿈에 부풀어 있는 동생들이다.
그런 동생들의 앞날에 살인자 누나가 어떤 걸림돌이 될지 생각해 보았니?“
“.........................”
혜자는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자신이 두려워진다.
“혜자야!
네 어머니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니?
평생을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인해 온갖 고통을 당하시면서 당신이 낳지도 않은 두 딸을 어느 한 순간도 버리지 못하셨던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해 보았니?
불구의 몸이 되어서도 자식들의 앞날을 생각하시면서 가슴 아파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잠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니?“
“....................”
“또 네 동생 혜미는 어떨 것 같으니?
혜미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무엇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족을 위해서 혜미가 아기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을 혜자는 알고 있니?“
혜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는 지금 이 두려움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지?”
혜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혜자야!
참으로 딱하고 불쌍하다.
차라리 혜미처럼 가족들을 위해서 살다가 그렇게 되었다면 네 자신이 조금은 떳떳하고 조금은 덜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넌 너 자신만을 위한 욕심을 부렸지?“
“.........................”
“그래!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네 꿈과 야망이 다른 여자들보다 컸다는 것뿐이다.
네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 해 주지 못하는 부모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싫고 특히 엄마에게 모든 화살을 날려 엄마의 마음을 일부러 상하게 하기도 했고 모질게 대하기도 했을 것이다.
허지만, 그런 경우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살지는 않는다.“
황마담은 말을 하면서도 답답해져 오는 가슴을 억제하기가 힘이 든다.
혜미를 위해서라도 혜자의 문제를 이대로 모른 척 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생각을 해 보자.
과연 이대로 네가 자수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황마담은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그 사건이 지금 현제 어떻게 처리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사건은 일단 자살로 처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는다.
또한 수사요원들 또한 모두 철수가 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황마담은 한참을 깊은 생각 속에 잠긴다.
“그 사람을 죽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구나!”
“......................”
“말하자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것이겠지?”
“...............네!
계획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자수를 한다고 해도 정상참작이 힘들 것 같구나!”
혜미 또한 가슴이 무거워지면서 암이 캄캄해져온다.
“그렇게 하기 전에 혜미를 만나 볼 생각이 없었니?
허기야 이제 이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혜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금만 생각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황마담 역시 답답했다.
“수현이를 생각해 보았니?
넌 수현이가 영원히 네가 생모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니?
이제 수현이가 조금만 더 성장을 하면 혜미가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너 말고 다른 여자를 수현이의 생모라고 할 수가 있겠니?
이다음에 수현이가 받을 고통을 어찌 생각해 보지 않았니?“
황마담은 분노가 치솟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큰 심호흡을 하면서 혜자에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한다.
“혜자야!
너 지금부터 내 말을 믿고 따르겠니?“
“네!
그렇게 하라시면 하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순간 부터 넌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갈 생각부터 버릴 수 있겠니?”
“네!
허지만 자수는 해야겠지요?“
”그 모든 것을 내가 하라는 대로 따를 수 있겠어?“
“네!”
“넌 지금도 네 자신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너도 함께 죽고 싶었다면 그 모든 정황들을 그렇게 철저하게 은폐하지도 않았고 모든 증거들을 없애지도 않았겠지?“
“.........................”
“우선은 내가 나가서 일의 결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더 알아보아야만 하겠다.
참, 네 승용차는 어디 있니?“
“엄마!
언니 승용차는 우리 회사 지하 주차장에 있어요.“
혜미가 대신 대답을 한다.
“차 안에 중요한 소지품이 있니?”
“중요하다기 보다는 제 일용품들 화장품과 옷가지들이 있어요.”
“혜미야!
넌 지금 바로 언니 승용차에 가서 언니 물건을 네 차에 옮겨 실어라.
어떤 증거라도 남기지 말고 모두 집으로 가지고 가라.
그리고 혜미 너는 내가 연락을 할 때까지 이곳에도 오지 말고 평상시처럼 그대로 네 일을 하면서 지내도록 해라.
가족들에게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말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엄마 말씀대로 할게요.”
“혜자는 이 순간부터 절대로 이 방을 떠나지 말고 있어야 한다.
네가 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야 할 것이니까 절대 이 방을 나서지 마라.
내가 다녀올 동안은 특히 더 조심을 하고 있을 수 있지?“
“네!
심려하시지 마세요.“
그리고 황마담은 혜미와 함께 급히 나간다.
황마담은 혜자의 사건을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발로 뛴다.
또한 그곳의 수사 책임 직원이 누구인지 알아본다.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단서가 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찾아내지 못한 경찰은 일단 자살 쪽으로 결정을 내리기는 했어도 박상철이 그 시간에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가서 극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는지도 밝혀내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마담은 우선 담당 경찰들을 바꾸는 것에 힘을 쏟는다.
더 이상 사건을 수사하지 못하도록 담당을 바꾸는 것이 시급한 문제였던 것이다.
황마담은 정계의 윗선을 동원해서 그 모든 일들을 처리한다.
그리고 혜자를 위해서 여권을 만들기로 부탁을 하는 것이다.
황마담이 꽤 많은 시간들을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일을 처리하고 돌아온 것은 밤이 상당히 이슥한 시간이었다.
“너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있니?”
“일본어하고 영어를 좀 할 줄 압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라도 좀 더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일본어를 공부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넌 신혜자가 아닌 일본 여인으로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
“그 사람은 자살로 잠정 결정이 되었다.
그러나 넌 이곳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어!
네 몸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집안을 위해서도 넌 고국을 떠나 살아야만 한다.
네 동생들의 앞날을 위해서 교도소가 아닌 외국에서 어떤 삶을 살든 그것은 네가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해 주겠다.
난 혜미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든 아까울 것이 없는 사람이야!
또 다시 혜미가 가족들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너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 땅을 떠나서 어떤 식으로 살아가든 그것은 네가 선택할 문제다.“
“허지만 제가 어떻게 이 땅을 떠날 수가 있겠습니까?”
“모든 것을 내가 준비해 준다.
너는 일본여자로 살아갈 준비를 해라.
다행히 일본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자식으로 넌 여권을 만들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넌 신혜자가 아닌 일본여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야!
내 말대로 할 수 있지?“
“네!
다시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이상은 절대로 실패하는 인생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런 각오를 가지고 앞으로 십 오년 동안 외로움과 고독과 그리움을 달래면서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절대로 십 오년 안에는 이 고국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런 각오를 할 수 있지?“
“해 내겠습니다.
어머님!
도와만 주신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감당하겠습니다.“
혜자는 황마담에게 무릎을 꿇고 매달린다.
혜자는 또 다시 자신에게 희망이 보이는 것을 느낀다.
이 땅을 떠나서라도 살고 싶었다.
자수를 해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보다는 타국 땅에서라도 악착스럽게 살아남고 싶은 혜자의 심정이었다.
황마담은 그런 혜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다음날 황마담은 혜자를 위해서 일본어 책과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구입해 준다.
긴 시간은 아닐지라도 한시각을 쪼개어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일본 여자로 여권을 만들어 외국에서 살아가자면 일본어를 막힘없이 구사를 해야만 할 것이었다.
혜자는 모든 것을 잊고 황마담이 시키는 대로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한다.
워낙에 배우는 재주는 타고난 혜자였다.
그렇게 근 한 달여를 황마담의 집에 머물던 혜자는 미국으로 떠나게 결정이 된다.
이제 신혜자로서가 아니라 미우라 신지꼬라는 일본여자의 이름으로 외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해야만 할 것이었다.
황마담은 그런 혜자를 위해서 모든 물건들을 일본제로 구입을 한다.
속옷에서부터 자잘한 일용품들을 일본제로 구입하고 혜자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혜자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절대로 혜미에게 연락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이제부터 너 신혜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머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다시 너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분명히 해 낼 것으로 믿는다.
십 오년이 지나고 나면 아마 혜미가 너를 찾을 것이다.
그럴 때까지 넌 네 스스로 가족들 앞에 나설 생각을 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어머님!
제가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주십시오.
이 은혜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제 생일을 오늘 어머님께서 주신 이 날로 기억을 하겠습니다.“
혜자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보는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래!
나도 너를 기다리며 살아가겠다.
오늘부터 넌 내 딸로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십 오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자꾸나!“
“어머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혜자는 미우라 신지꼬라는 이름으로 비행기에 탑승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대단한 여인이구나. 혜미의 양어머니
황 마담 ! 이런 여인을 만나 밤새 술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싶다. 답답한 내 속이 탁 트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