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리포트 │'별 음악회' 심우훈 감독 인터뷰
일정 매주 토요일 오후 8시(휴회 시 공지)
관람 방법 홈페이지(star.metro.daejeon.kr)에서 선착순 예매 신청
관람 요금 무료
![심우훈 원장(왼쪽)이 김지만 학생기자의 반주에 맞춰 가곡 ‘강 건너 봄이오듯’을 열창하고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2/04/htm_201702049470329912.jpg)
![`별 음악회` 음악 총감독인 심 원장은 종종 테너로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2/04/htm_2017020494930822057.jpg)
`별 음악회` 음악 총감독인 심 원장은 종종 테너로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지난 1일 대전 신탄진동에 위치한 심안과.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 음악을 사랑하는 두 남자는 진료실에서 그들만의 작은 음악회를 열었어요.
피아노에 일가견이 있던 김 학생기자가 반주를 하고 심 원장이 노래를 부르며 ‘강 건너 봄이 오듯’이란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병원에 있던 환자들과 간호사 모두 잠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공연을 마친 심 원장은 김 학생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죠. “자, 얼른 인터뷰를 마치고 한 곡 더 할까?”
- 질의 :별 음악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응답 :“별과 음악이 함께하는 대전 시민들의 휴식처라 할 수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음악회로 2002년 3월에 시작돼 지금까지 956회 선보였죠. 무예산 행사이고 모든 공연은 무보수 자원봉사 연주로 진행됩니다. 물론 공연 관람도 무료죠. 천문대 안에서 열리기 때문에 조명이 무척 어두워요.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옆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합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객석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혀 누우면 돔 천장에 빔으로 쏜 3000여 개의 아름다운 별을 감상할 수도 있죠. 공연 중간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어요.”
- 질의 :어린 시절의 꿈이 무척 다양했다고 들었어요.
- 응답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성악가를 할 정도의 재능은 없었나 봐요. 초등학생 때 합창반에서 ‘노래를 못한다’고 잘린 적도 있었으니까요. 이후엔 천문학자나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그러다가 가장 적성에 맞는 의사가 됐어요. 하지만 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안과를 개업하고 난 뒤 이런 아쉬움 때문에 성악 교육을 받았어요. 한국천문연구원을 찾아가 천문학 강의를 들으며 아마추어 천문학회 활동도 했고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관심 있는 분야를 병행하니 결국 꿈을 전부 이룬 셈이 됐죠. 별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기 때문에 별 음악회 활동은 무척 즐거워요.”
- 질의 :어떻게 음악회 총 감독을 맡게 됐나요.
- 응답 :“2002년에 제가 개인 성악회를 연다는 소식을 제 천문학 멘토인 박석재 박사님께 전해 드렸어요. 그러자 대뜸 대전시민천문대 천체투영관에서 음악회를 열어 보라고 일종의 명령을 내리셨죠. 그렇게 총 감독이 됐어요. 예산도, 장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비를 털어가며 음악회 준비를 했어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객석 의자를 배치하고 공간이 좁아 피아노 대신 전자피아노를 구입했죠. 조명을 세게 틀면 별자리 영상이 보이지 않을까봐 조명 배치에도 신경을 썼고요. 음악회의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손을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다 보니 벌써 15년이 흘렀네요.”
![김지만 학생기자와 심 원장이 음악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나누고 있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2/04/htm_2017020494740292329.jpg)
- 질의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 응답 :“다행히 음악회가 토요일마다 열리기 때문에 병원 일과 겹치진 않았어요. 업무에 방해 받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죠. 하지만 처음엔 자발적으로 봉사해주실 출연진을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100회 때까지는 제가 무대에 서는 일도 잦았죠. 당시엔 별 음악회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출연 신청이 오히려 쇄도하고 있는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장비를 손보는 과정도 힘들었어요. 제 손재주가 그리 나쁘진 않아서 직접 전자피아노에 컴퓨터를 연결해서 MR(반주 음악)을 제작하고, 쇠자와 널판지를 이용해 특수 보면대(악보를 펼쳐 놓고 보는 대)를 만들기도 했어요.”
- 질의 :15년 넘게 꾸준히 음악회를 열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 응답 :“음악회를 찾아오는 관객 덕분입니다. 최근엔 드라마 ‘도깨비’ 방영 시간과 음악회 시간이 겹치는 일이 많았는데도 관객석이 가득 찼어요(웃음). 관객 동원은 음악회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죠. 관객들이 와서 투영관의 별을 보며 음악을 감상한 후 집에 돌아갈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을 건네요. 이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음악회를 계속 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매번 음악회에서 행복을 찾아간다고 생각하면 무척 기뻐요.”
- 질의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있나요.
- 응답 :“출연자를 위한 음악회가 아닌, 관객을 위한 음악회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연자와 관객 모두 감정을 공유하는 음악회라면 더욱 좋겠죠. 별 음악회는 보통 30분 연주, 20분 설명이라는 구성으로 진행돼요. 별자리나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죠.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선 이런 설명 과정이 무척 중요해요. 또 저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어요. 제가 만든 무대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웃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죠. 병원에서 아픈 분들의 힘든 표정을 보다가 음악회에서 밝게 웃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기쁘기도 해요.”
- 질의 :본업과 취미를 병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 응답 :“가족입니다. 15년 넘게 토요일 저녁마다 가장이 집에 없는 것을 참아주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열정도 중요해요. 제 본업은 의사지만 별 음악회를 하는 순간만큼은 천문학자인 동시에 성악가가 되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 없이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가졌던 여러 개의 꿈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시간이죠. 또 열정엔 보상이 필수라고 봅니다. 매주 100명 이상의 관객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매력은 무엇보다 뛰어난 보상이죠.”
- 질의 :음악을 두고 본업과 취미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10대 청소년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 응답 :“음,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악을 전공해 평생 직업으로 이어갈 사람은 몇 안 될 거예요. 제 경험상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주변에서 분명히 알아줘요. 그리고 몇 시간이고 연습할 수 있는 지구력이 있어야 해요. 또한 좌절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 하죠. 재능·지구력·끈기라는 삼박자가 갖춰진 사람은 음악을 평생 직업으로 도전해도 좋을 것 같지만, 아니라면 음향학이나 장치에 관해 공부해서 저처럼 음악회를 총괄하거나 다른 방향을 보며 꿈을 이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아요. 나중에 사회인이 돼서 음악을 계속하면, 포기하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리=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글·취재=김지만(대전 갑천중 2)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