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성모 성당]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
로마에는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이 많이 있다 그중 성모님께 봉헌된 최초의 성당이며,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가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이다. 3세기경 칼릭투스 1세 교황이 건축하였고, 1138년경 인노첸트 2세 교황에 의해 재건되었으며, 18세기까지 몇 차례 손질되면서 바로크 건축양식들이 추가 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성당이 되었다.
‘트라스테베레라’는 뜻은 ‘테베레강 건너편’이라는 뜻으로 로마에서도 역사가 오랜 구시가지이며 전승에 따르면 미래에 생명의 샘이 되시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하는 기름샘이 기원전 38년에 이곳에서 솟아났다고 하고 그 자리에 이 성당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기억하기위해 주 제단 오른쪽에 Fons Olei(기름샘)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 전승은 4세기에 성 예로니모(St Jerome)가 언급한바 있으며, 체사리아의 에우세비오(Eusebius)도 언급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기름이 솟아나 테베레 강에까지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하느님의 은혜가 온 세상에 흘러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했으며, 그로인해 이곳은 로마에서 초기에 그리스도교 예배를 드리던 장소들 중에 하나가 되었고, 그 자리에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듯이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성당의 정면에는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님에게 수유하는 장면을 금박과 유리로 만든 12세기의 모자이크가 있다. 성모님 주위에는 등잔을 든 10명의 여인들이 있는데 오른편에 있는 두 명의 여인은 면류관을 쓰고 있지 않으며, 손에든 등잔에는 다른 여인들과 달리 불이 꺼져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성서에 나오는 슬기로운 처녀와 미련한 처녀들의 비유로 보이지만 그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 이들은 로마의 동정녀 순교자들 일 수도 있고 단순히 황실 궁정의 여인들 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성모님이 앉아계신 의자 좌우에는 이성당의 건립을 위해 돈을 봉헌 했던 기증자 두 명이 작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성모님의 머리위에는 어린양(Agnus Dei)이 또한 묘사되어 있다. 그 위로 삼각형의 공간에는 19세기 프레스코화 ‘그리스도의 영광’이 그려져 있었지만 매우 심하게 손상을 입고 지워져 일부만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클레멘차의 성모 마리아 이콘 통해 무수한 치유 기적 일어나
성당 내부는 중앙 회중석 좌우로 회랑이 있는 삼랑식 건물로 좌, 우의 21개의 화강암 기둥으로 회랑과 나뉘어져 있고, 또한 좌우 회랑에는 11개의 소경당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중 제대 왼쪽 뒷부분의 알템프스 경당이 특히 유명하다. 이 경당은 1584~1585년경에 마르코 싯티코 알템프스 추기경이 만들었는데 이 경당에는 이 성모성당에서 가장 귀중한 예술적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클레멘차의 성모 마리아’(Madonna della Clemenza, Our Mercy of Mercy)라는 소나무판에 밀랍으로 그려진 (6세기 말엽이나 8세기 초기) 이콘으로 유명하다. 보라색 옷을 입고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쓴 비잔틴 황후로 묘사된 성모님이 예수님을 안고 계시는데 그 좌우로 두 명의 천사가 서있다. 이 성화를 통해 치유의 기적이 무수히 일어나 이 성화 앞은 늘 기도하는 신자들로 북적거린다.
제대 칸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두 개의 기둥이 영광의 아치를 받치고 있다. 이 아치 좌우 벽면에는 예언자 이사야와 예레미야가 묘사되어 있다. 이사야는 Ecce virgo concipiet, et pariet Filium(“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라는 글이 쓰인 두루마리를 들고 있고, 오른쪽의 예언자 예레미야는 peccatis nostris Christus Dominus captus est(“그리스도는 우리의 죄에 사로 잡혔습니다”(애가 4:20))라는 글이 새겨진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이들 위로 4복음사가를 상징하는 네 가지 형태의 동물들이 묘사되어 있고 이들 사이 아치의 꼭대기에는 십자가와 그리스 문자 A와 Ω(알파와 오메가)가 있으며 그 좌우에 묵시록에 나오는 일곱 촛대가 묘사되어 있다.
성당의 바닥 역시 다양한 색상의 모자이크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데 코즈마테스크(Cosmatesque) 바닥은 19세기에 복원되고 재배열 되었지만 전반적으로 원래의 디자인에 충실하게 만들어 졌다. 그리고 천정은 1617년 도미니코(Domenichino)가 디자인 한 것으로, 나무로 기본 형태를 만들고 금박을 입히고 청색 및 적색으로 칠하고, 중앙에는 팔각형의 액자 안에 성모승천을 묘사했다.
지성소 안의 제대 위에는 4개의 질 좋은 반암으로 만든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닫집(Ciborio)이 보이는데 19세기에 Virginio Vespignani가 보수했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코스메딘 양식의 13세기 부활 촛대가 있다.
제대 위 천장에 성모님의 대관식 모자이크 있어
특히 제대 칸 위의 반원형 둥근 천장(앱스)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으로부터 천상 모후의 관을 받으시는 모습이 화려한 모자이크로 묘사되어 있다.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인 산타 마리아 마죠레(성모설지전)에도 이곳과 비슷한 성모님의 대관식 모자이크가 있는데 시기상으로는 이곳 트라스테베레의 성모성당의 것이 더 앞선다.
이 모자이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점은 예수님이 성모님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계시는 모습과 성모님께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모습의 손동작을 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성모님이 세 손가락을 펴서 위로 들고 계시는데 이는 지금까지 예수님의 손동작에서 볼 수 있던 자세로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이심을 우리에게 설명해주는 자세인 듯싶다.
그리고 성모님과 예수님이 앉아 계시는 옥좌 좌우로는 여러 성인들이 도열해 있는데 왼쪽에는 인노첸트 2세 교황이 자신이 재건한 이 성당의 작은 모형을 들고 있고, 그 옆으로 성 라우렌시오, 칼릭투스 1세 교황이, 오른쪽에는 사도 성 베드로, 성 코르넬리오 교황과 율리오 1세 교황, 성 칼레포디오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의 띠 모양의 공간에 좌우로 6마리씩 모두 12마리의 양 즉 12사도들을 상징하는 양들이 중앙의 어린양으로 묘사된 그리스도를 향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에서 나와 모여드는 모습을 묘사해 놓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6개의 면에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성모영보, 주님의 탄생, 주님의 공현, 아기 예수님의 성전에 봉헌, 성모 마리아의 안식 등 구세사 속의 성모님의 삶에서 중요한 장면들이 모자이크로 아름답게 제작되어 있다. 이는 1290~1291년에 카발리니(Pietro Cavallini)가 제작한 작품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4월호,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