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간 : 2006년 7월 29일 ~ 2006년 8월 2일
2. 방법 : 여행사 투어에 참가(가이드 포함 16명)
3. 경비 : 여행사요금 93만원, 팁 4000 ¥, 개인경비 3000¥
* 개인경비 내역(1¥ = 828.74원으로 환전)
엽서 500¥, 지도 700¥, 생수 500ml병 300¥, 받은 물 200¥,
우산 525¥, 자판기음료수 120¥
4. 목적 : 일본 북알프스 야리 종주, 일본 문화체험
5. 일본 북알프스 개요
일본알프스라는 명칭은 영국인이 붙인 것으로 19세기말 히다산맥에 대해 쓰이기 시작했으며, 히다산맥은 나가노, 기후, 도야마, 니가타 현에 걸쳐있는 중부산악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북알프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미고지(상고지)지역은 남부알프스이고 끝 부분인 북부알프스는 다테야야, 스루기봉으로 나누어 진다. 그리고 이산은 광대한 넓이뿐만 아니라 웅장한 암산을 이루고 있고 용암대지 위에는 아름답고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펼쳐져 있다. 깊은 협곡과 조각한 듯한 암릉과 호쾌한 수계 등은 북알프스의 독특한 멋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에서도 광범위하게 볼 수 있는 빙하지역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고산 지역의 식물, 야생동물 생태의 특수성은 산행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흥미 거리가 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산장이 설치되어 있고 위급시 연락할 수 있는 구조대가 있으며, 중 간 중 간 가파른 산행 길에는 쇠사슬, 철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산행 중 바라보는 후지산, 남알프스의 연봉과 뒤로 보이는 야리가다케, 다테야마연봉, 백마악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3000m가 넘는 봉우리에서의 일출과 일몰, 운해는 산행 중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10. 일본개요
일본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아기의 건강과 미래를 빌고, 또 장년이 되어서 결혼을 하게되면 성당이나 교회에서 현대식으로 화려하게 치루고, 나이가 들어 장례식을 치룰 때는 사후세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불교적으로 치룬다고 한다. 이처럼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되어 하나의 독특한 문화를 이룬 나라 일본은 현대적이면서도 고도화된 사회속에서 간간이 찾을 수 있는 옛모습의 풍치를 한껏 느낄 수 있다.
◈ 수 도 : 동경(Tokyo)
◈ 인 구 : 약 1억 2700만명 (2003 현재)
◈ 면 적 : 약 38만㎢ (한반도의 1.7배)
◈ 기 후 : 해양성의 온화한 기후
◈ 종 교 : 신도(Shintoism), 불교(Buddism), 기독교(Christianity)
일본은 남북으로 3,000㎞에 걸쳐 길게 늘어져 있으며 4개의 주요섬과 4,000여개 이상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로 주요섬은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九州)와 홋카이도(北海道)이다.
일본은 대부분이 산지로 3000m 이상이 21개, 2000m 이상이 300개가 된다. 경작이 가능한 면적은 고작16% 정도이다.
가장 넓게 자리잡고 있는 종교는 토착 신앙인 신도(神道)로 씨족신과 고장의 수호신을 섬기는 신사 신도 외에 국가 신도, 황실 신도, 학파 신도, 등이 있다. 현재 일본은 수상을 중심으로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천황은 상징적 원수로 일본 헌법에는 일본국 및 일본 국민의 통합의 상징으로 규정되어있다.
현재 국가원수는 아키히토천황 (明仁天皇)이고, 총리는 코이즈미준이치로(小泉純一郞)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47도도부현(都道府縣)으로 구획이 나눠지며, 동경도(도오교토도 東京都), 북해도(홋카이도, 北海道), 경도부(교토부, 京都府), 대판부(오사카, 大阪府)등과 43개의 현으로 이루워졌으로 지방자치제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0시 30분 인천공항 3층 A구역에 집결하여 5일간 같이 산행하게 될 부부 2팀, 가족 2팀, 청년 3명, 그리고 나와 가이드 모두 16명이 인사를 나누었다. 가족팀 중 초등여학생2명과 남자 중학생 2명이 무리 없이 산행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등산용 스틱(기내 반입이 않됨)은 가이드가 미리 준비한 카고백에 모두 넣어 짐으로 부친다. 대한항공 G카운터에서 Check in, 출국수속을 한 후 면세점을 서성이다 서점에서 일본여행책자를 뒤적인다. 드디어 탑승, 1시간 40분 비행이지만 간단한 기내식(점심)이 나온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라서 인지 생선과 야채가 섞인 덮밥에 오렌지 쥬스이다. 고마쯔 공항은 한글로도 안내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모양이다. 실제 북알프스 산행 중에도 외국인은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서양인은 1명만 보았음). 미리 대기하고 있는 전용버스에 탑승하여 3시간을 이동한다. 일본도 어제까지 비가 많이 왔단다. 장마가 끝났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고속도로를 들어서 몇 분쯤 가니 좌측 소나무 숲 건너 바다가 보인다. 군데군데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지런히 쌓아 놓은 방파제가 깔끔하다. 좌측 건너편 바다를 직선으로 가면 바로 강릉이란다. 우측에는 백산이 있다는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 아쉽다. 장남감같이 작은 차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경량차는 노란색 번호판을 그 외는 흰색 번호판이다. 푸르른 논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작은 기와집들, 고층건물이 별로 없는 것은 지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거의 2, 3층 목조주택으로 짓는단다. 3시 43분쯤 가나자와시를 지나고 있다. 행정구역이 2도(동경도와 북해도), 2부(경도부와 대판부), 43현으로 구성된 일본을 우리는 오늘 4개의 현인 이시가와현, 도야마현, 기후현, 나가노현을 거치면서 이동하고 있다.
도로 사이 좌우의 우거진 숲을 지나는 데 쭉쭉 뻗은 삼나무는 집 짓는데 사용하는 썩지 않는 나무란다. 꼬불꼬불 산길은 강원도의 한계령과 같다. 이번 장마로 한계령은 많이 파손되었다는데... 4시 9분에 들어선 도야마현은 바닷가를 끼고 있어 날씨가 더울 때는 바다에서 신기루가 보이고 반딧불 오징어로 유명하며, 뱃길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헌차를 많이 수출한단다. 휴게소에서 버스 밖으로 나오니 찜통같은 열기가 후끈하다. 여러 종류의 자판기와 포장이 아름다운 양갱, 각종 먹거리를 구경한다. 4시 28분 좌측으로 북알프스의 북부편인 다테야마가 있단다. 일본의 북알프스는 일본명으로는 히다산맥으로 영국인이 스위스의 알프스와 같다하여 붙였단다. 다테야마(3015)는 4월에서 9월까지 정상 등산이 허용되고, 일본에서 제일 높은 후지산(3776)은 7, 8월에만 정상 등산이 허용된단다.
버스는 고속도로 Toyama IC를 빠져나와 국도로 들어서면서 남쪽 도야마 시내로 들어선다. 좌측의 강을 끼고, 터널을 지나 다시 안개 자욱한 강을 따라 간다. 4시 49분 수문을 1개 열은 댐을 지난다. 장마로 떠내려온 나무들이 떠있고 2명이 탄 카누가 유유히 지난다. 길조라는 까마귀 한 마리가 공중을 날아간다. 길 위에 세워진 전광판에 24℃라 표기되어 있다. 5시 20분 경에 기후현에 들어서고 우측에는 산사태로 누런 흙이 드러난 산이 보이고 강가 곳곳에 쓰러진 나무가 보인다. 6시 22분 긴 터널을 경계로 나가노현으로 들어선다. 가미고지는 공해 방지를 위해 히라유에서 셔틀버스(막차 18시 30분)와 택시만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일행은 막차시간이 지났으므로 택시를 타고 19시 20분에 드디어 가미고지에 도착한다. 자욱한 안개 속의 숲길을 걸어서 니시이또 산장에 여장을 푼다. 각자의 짐을 식당옆에 모아두고 미리 예약되어 이미 차려진 저녁식사를 먼저 한다. 밥과 국은 마음껏 먹지만 한줌의 반찬은 달짝지근하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다. 부부팀이 준비한 김치와 멸치볶음이 가장 인기다. 녹차로 뒷맛을 정리한다. 7인실을 배정받고 부부 2팀과 나, 그리고 가이드가 같이 머문다. 방 입구에 2층 침대가 좌우에 있고 그 안쪽에는 다다미 방으로 정결하다. 대충 짐을 풀고 온천장으로 간다. 일본 중고등부 학생들도 단체로 들어와 머물고 있는데 조용조용하다. 온천장 한쪽 벽면은 유황탕이고 한쪽 벽면은 샤워꼭지가 늘어서 있는 데 샤워꼭지 하나에 나무의자와 물통이 가지런하다. 오늘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다. 방으로 돌아와 부부팀이 준비한 복분자주로 파이팅을 외치며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안개 자욱한 주변을 거닌다. 일본인들이 삼삼오오 산책을 하고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 빙하가 녹아 흐르는 옥빛 물을 만져보고, 계곡 좌우에 구름이 걸쳐있는 산을 바라본다. 산장으로 돌아와 배낭을 꾸려 산행에 필요없는 짐은 산장에 맡기고, 아침식사를 한다. 10시간 이상 산행을 위하여 차려진 밥상은 모두 접수한다.
드디어 7시 50분 산행 출발이다. 산장을 나서 우측의 멋진 나무다리(河童橋)를 건너며 멀리 보이는 높은 산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계곡을 좌측에 끼며 평탄한 길을 걷는다. 좌우에 산죽이 낮게 깔린 사이로 원시림의 숲이 펼쳐진다. 45분후 명신관이라는 산장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계속 평탄한 평지길이 이어진다. 좌측으로 우뚝 솟은 마에호다카다케가 보인다. 9시 20분경에 도꾸사와휘테를 지난다. 어제까지의 장마로 계곡물이 불어나 중간중간 나무가 뿌리채 뽑혀 넘어져있고, 떠내려온 나뭇가지들, 무너져 내린 길로 흙더미와 돌더미가 어지러운 길을 지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야생화들이 등산로 옆쪽에서 자라고 있다. 10시 28분 요꼬산장 입구에 세워진 지도를 보며 갈 길을 가늠하는 데, 뒤따라온 울산 산악회팀 20여명과 인사한다. 요꼬산장 좌측의 다리를 건너면 호다카다케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우리팀은 그대로 직진한다. 좌측에는 내일 우리가 가야할 기타호다카다케가 우뚝 솟아 있다. 넓은 대로가 좁아지며 약간의 오르내림이 시작되면서 12시 13분쯤 야리사와롯지에 도착하여 도시락을 펼친다. 단단한 주먹밥 두 덩이를 김으로 감싸고, 한줌도 않되는 달달한 밑반찬과 함께 맛나게 먹는다. 매점에서 그림엽서(500¥)를 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고도 1200m를 높여야하는 야리가다케산장을 향하여 출발이다! 화산석으로 되어있는 뜨거운 땡볕의 오름길을 따라 좌측에는 대규모의 빙하지대가 펼쳐지며 경사가 심해진다. 빙하지역 아래로는 녹아내린 계곡물이 흘러내린다. 빙하지대를 가로지르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간다.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져 굴러 2-3m 깊이의 구멍으로 빠져지면 죽음이다. 아찔한 구간이다. 산행속도도 떨어지며 선두와 후미의 간격도 벌어진다. 아이들의 지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산행내내 찡그린 얼굴에도 잘 나타난다. 돌이 굴러 내릴 것 같은 지그재그 길을 힘겹게 오른다. 앞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라는 가이드는 가끔씩 slow slow를 외치며 간다. 일본인들은 올라가는 사람을 위해 내려오는 사람은 한쪽으로 비켜서서 길을 내주고 곤니지와 인사하며 기다려 주는 배려심이 아름답다. 14시 55분경 3000m 이상에서 산다는 일본의 희귀조인 라이조를 만났다. 어미 새가 아기 새를 데리고 먹이를 찾는 모습을 지켜본다. 인기척에 놀란 어미 새가 아기 새를 보호하며 종종종종 가는 모성애가 눈물겹다. 타는 듯한 목마름과 더위에 지친 우리들은 시원한 계곡 물을 마시고 받으며 얼굴을 씻는다(계곡물을 그대로 마시면 배탈이 날 수도 있다는 데 우리들 중 누구도 탈 난 사람은 없었음). 지나온 산길이 아득한데 우리가 가야할 산은 아직도 저만큼 물러나 있다.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며, 안개 속에 수없이 잠기며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는다. 14시 5분에 바위굴에 도착하여 한숨 돌린다. 굴 안에 작은 부처 상을 돌틈 사이에 세워 놓고, 안쪽으로는 넓은 공간이 있어 유사시에 대피소 역할을 충분히 할 것 같다. 우측으로 야리가다케가 우뚝 솟아 있다. 야리는 창이라는 뜻으로 창과 같이 뾰족하다하여 붙였단다. 야리가다케 배경은 푸른 하늘이였다가 곧이어 구름으로 덮였다 하며 구름들이 점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손에 잡힐 듯한 야리가다케 산장이지만 지그재그 빙퇴석 급오름길은 고도가 높아지면서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다. 드디어 17시 30분에 야리가다케산장에 도착하여 20인실을 배정받아 모두 같은 방에 머무르게 되었다. 식당의 혼잡을 막기 위해 저녁식사는 팀별로 시간을 다르게 하여 준비가 되면 스피커를 통해 알려준다. 6시의 저녁식사는 두 공기의 밥에 두 그릇의 된장국에 예의 달달한 장아찌와 생선 한 토막 그리고 양배추샐러드로 맛나게 먹는다. 저녁 식사 후 북알프스의 일몰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눈 덮인 북알프스의 능선이 장대하다. 골짜기 구름위에 솟은 산봉우리가 서쪽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따라 붉게 물들어가는 산줄기가 장관이다. 어두워지며 바람도 점점 거세어져 산장으로 들어와 짐정리를 하고, 고지대라 물이 귀하여 빙하를 녹인 물로 양치질만을 하고 물티슈로 대충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한 둘씩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산장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9시가 되면 일제히 소등된다. 산장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디젤에 의한 자가 발전으로 90% 조달하고 나머지 10%는 지붕에 태양열 발전 판넬과 능선에 부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으로 자연에너지를 이용한다고 한다. 과연 알뜰한 일본인이다. 다시 헤드랜턴을 가지고 산장 밖으로 나오니 와! 밤하늘에 보석을 뿌린 듯 무수한 별들이 반짝인다. 지리산에서도 히말리아에서도 반짝이던 별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그 사이의 북극성을 찾고 오랜만에 은하수를 보면서 별들의 잔치를 즐긴다.
좋은 날씨, 건강한 산행, 황홀한 일몰, 별들의 잔치까지 감사한 하루였다.
어른들만 일어나 일출을 본 후 야리가다케를 오른다. 가파는 암벽을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오르며, 수직에 가까운 사다리를 타고 드디어 정상에 오르니 사방의 연봉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상에는 일본의 신사를 축소한 구조물이 정상표지를 대신한다. 아침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3180m의 정상에 선 기쁨을 잠시 누려본다. 서둘러 앞서 내려간 가이드를 따라 다시 야리가다케산장에 도착하니 6시이다. 부지런히 정리하여 6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한다. 옆에 앉은 초등생이 밥을 먹지 못하여 걱정이다. 도시락 하나씩 배낭에 챙기고 생수 500ml를 300¥에, 지도 700¥에 산다. 산장에서 생긴 쓰레기든 산행 중에 생긴 모든 쓰레기는 배낭에 챙긴다. 드디어 6시 55분에 출발이다. 여학생을 맨 앞에 세우고 청년 3명이 맨 뒤에 선다. 야리가다케를 뒤로하고 늘어선 암릉길 바위틈에 바람을 피해 피어난 야생화가 더 없이 아름답다. 좌측 저 아래에는 어제 올라온 계곡이 까마득하고, 멀리 꼭대기에 후지산이 있다는 데 구름 속에 가려 볼 수 없어 아쉽다. 우측으로는 눈덮인 북알프스의 연봉들이 늘어서 있다. 1시간 후에 나카다케(中岳, 3084)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는다. 좌측에 삼각형으로 솟은 산이 조난다케로 상념이라는 뜻이란다. 뒤돌아본 야리가다케는 점점 작아지며 주변의 산과 어울려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한다. 8시 26분 中岳 40분, 南岳 30분이라 써있는 표지판을 지나고, 8시 55분 미나미다케(南岳 3032)를 지나, 10분 후에 미나미다케산장(3000m)에 도착하여 기념스탬프를 엽서에 받고, 일행 중 한 명이 500ml 생수를 사서 500ml병에 물을 받는다(일본 산장은 생수 500ml를 병째사면 300¥, 산장에서 본인 물병에 물을 받으면 100¥ 임). 오르내림의 경사도가 점점 커지면서 철사다리를 오르고, 수평으로 설치된 쇠줄을 잡으며 바위를 돌아서고, 사지를 써서 오르는 암벽이 펼쳐지면서 방해가 되는 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아둔다. 돌이 많은 구간이라 앞사람과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간다. 바위에 새긴 흰색페인트의 동그라미와 화살표가 산행 길을 계속 안내한다. 이렇게 험한 길인줄 몰랐다는 아버지의 말에 분통을 터트리는 자식들, 직벽에 가까운 사다리를 오를 때 발이 심하게 떨리는 남학생은 “차라리 죽여라 죽여라”면서 울상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계속 가는 수밖에 ... 13시 9분에 드디어 기타호다카다케산장에 도착하여 찰밥을 바나나잎에 싸서 종이로 포장한 도시락을 펼치며 긴 휴식을 갖는다. 마에호다카다케가 손에 잡힐 듯 좌측 바로 앞에 우쑥 솟아 있다. 물 500ml도 단숨에 마시며 갈증을 해소한다. 바로 위의 기타호다카다케(3106m) 지난다. 그나마 흐린 날씨는 뜨거운 암벽 구간을 지나는데 도움이 되고, 암벽을 오르내리는 칼날 능선의 연속으로 돌이 자주 굴러내려 “낙석”을 자주 외치며, 쇠사슬이 있는 구간은 앞사람이 완전히 오른 후에 하나씩 매달려 오른다. 배낭의 무게를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은 누군가 대신 짊어지고 그렇게 어렵고 힘든 산행이 이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끝없는 암벽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언젠가는 종착점에 이르겠지. 보이는 것은 들쑥날쑥 바위 길의 연속이다. 16시 30분 사면 길을 돌아 산장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 우리 모두 그동안의 고생은 모두 잊고 희열에 싸인다. 산장을 지나 구름에 덮여 있는 앞의 봉우리, 3190m의 오쿠호다카다케, 북알프스의 최고봉을 대하니 감개무량이다. 사면길로 오느라 지나친 뒤의 봉우리가 가라사와다케(3110m)라고 한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여유를 부리며 주변을 돌아보면서 오쿠호다카다케와 마주하길 기다린다. 구름은 계곡 쪽에서 쉴새 없이 밀려와 오쿠호다카다케의 봉우리만 구름 위에 살짝 내밀었다가는 금새 사라지고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산장으로 천천히 내려서며 빨강 파랑 텐트가 늘어선 곳을 지나, 산장 앞에서 좌측을 내려다보니 빨강 노랑 텐트가 즐비하게 늘어선 가라사와 카르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장 턱 바로 아래는 2m 가량의 빙하가 입을 벌리고 있다. 2층의 20인실이 배정되어 우리 일행은 또다시 모두 한방에서 묵게된다. 배낭을 풀고 1층의 식당에서 예약된 식사를 한다. 밥과 된장국에 연어구이와 달달하게 조린 감자를 맛나게 먹고, 녹차로 뒷맛을 정리한다. 일행들 대부분은 2층 배정된 산장으로 올라가고 나는 다시 산장 밖으로 나와 일몰을 구경한다. 오던 방향 쪽으로 올라가 오쿠호다카다케를 바라본다. 바람이 많아지면서 구름도 많이 몰려온다. 산장으로 들어가니 1층의 한쪽 구석에서 오쿠호다카다케산장과 북알프스를 소개하는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설벽의 가운데를 잘라서 길을 내는 장면과, 눈을 잘라서 굴리면 다음 사람이 받아서 나르는 장면, 산장식 요리법, 눈이 많은 겨울이 오기 전에 출입구를 나무판자로 막아 못을 박고 산장식구들이 내려가는 모습들, 처음 산장을 짓는 광경, 눈 많은 하얀 북알프스의 정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비디오가 끝난 후 한쪽 벽면을 장식한 서가에서 일본 100명산을 소개한 사진집을 꺼내 본다. 역시 내 발길이 닿아서일까 야리가다케가 가장 인상깊다. 9시에 일제히 소등이 되니 한 두 명씩 자리를 뜨고, 나도 우리 방으로 올라와 눈을 붙이는 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남자들의 코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리듬을 탄다. 1
4시쯤 깨어보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 바람 소리도 요란하고 소낙비 같이 퍼붓는다. 일어나 1층으로 내려오니 부지런한 일본인들은 벌써 오버트라우져로 무장하고 랜턴을 켜고 산행준비를 한다. 이러한 악천우에도 출발을 하는 걸까..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눕지만 마음은 무겁고 심란하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퍼붓는다. 한 두 명씩 일어나 앉으며 걱정을 한다. 가이드는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며 밖으로 나간다. 아침식사를 한 후에 빗줄기는 다행히 가늘어지지만 안개비가 되어 시야를 가린다. 7시10분 출발에 앞서 가이드는 오쿠호다카다케를 오르는 암벽길이 비에 젖어 미끄럽기 때문에 가라사와 카르를 거쳐 계곡을 끼고 요꼬산장으로 하산한다고 무겁게 입을 연다. 오호 통재라! 여기서 오쿠호다카다케를 눈으로 보고 만 가는 구나! 생각 같아서는 세 청년과 같이 오쿠호다카다케 능선을 타고 가고 싶은데 의외로 세 청년은 가이드의 말에 긍정적으로 따라간다. 가슴속에 열불이 난다. 엊저녁에 오쿠호다카다케를 갔다가올걸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이드와 선두그룹이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급내리막 바윗길을 더듬더듬 내려온다. 구름은 서서히 걷히며 햇살이 눈부시다. 오버트라우져를 벗느라 잠깐 쉼을 하고, 계속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며 기다려준다. 거대한 빙하지역을 가로지르고 8시 48분에 가라사와산장에 도착하여 조넨다케(상념)를 조망한다. 우측으로 마에호다카다케가 우뚝 솟아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올려다본 파란 하늘이 가슴 시리게 한다.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 거대한 카르 빙하지역을 형상하는 가라사와카르를 뒤로하며 내리막길로 내려서 다시 뒤돌아서 카르위의 텐트를 바라보고, 그 위쪽의 오쿠호다카다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이미 배는 떠나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하자고 마음을 달랜다. 거대한 빙하가 녹아 계곡 물을 이루며 나무로 덮인 시원한 계곡길을 따라 산행길이 이어진다. 앞에 다리가 보이는 계곡 근처에서 25분간 휴식하며 발을 담그는 데 뼈가 저려 10초도 담글 수가 없다. 좌측의 다리를 건너 길은 이어지고 반대로 올라오는 일본인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진다. 젊은 사람보다는 중년 이상의 노년층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드디어 현수교를 지나 요꼬산장에 도착하여 그늘을 찾아 도시락을 먹는다. 참치와 야채를 밥 위에 얹은 주먹밥 두 덩어리가 부담스러운 것은 이제 남은 길은 평지 길임을 몸이 먼저 인지한 것이다.
숲사이 넓은 길로 터덜터덜 내려 온다. 장마로 유실된 길들이 올 때와는 다르게 빠르게 정비가 되었고 주변에 작은 포크레인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도꾸사와휘테를 지나 묘진산장에서 우측길로 들어서 다리를 건너면 묘진다케가 우뚝 솟아있다. 묘신연못은 입장료를 내므로 생략하고 신사앞에서 일본인이 절하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가미고지 니시이또 산장에서 맡긴 짐을 찾아 대충 정리를 하고 히라유행 셔틀버스에 오르니 16시 30분이다.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전용버스를 타고 2시간 40분 정도 달려서 가나자와의 엑셀호텔에 여장을 푼다. 달리는 전용버스 안에서는 일본의 100명산중 다테야마(3015m), 쓰루기다께(2998m) 기타다테야마, 五童岳(280-0m)에 대한 비디로를 틀어놓아 일본산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7시에 오랜만에 서양식 뷔페로 야채와 과일을 마음껏 먹는다. 8시에 거리를 나오니 무더운 열기가 대단하다. 학교로 가는 여학생들이 눈에 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버스정류장에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다. 짧은 감색 주름 미니스커트에 흰색 티셔츠의 차림이 발랄하다. 편의점에 들러 양산 대용으로 우산(525¥)을 하나 산다. 이 우산은 넓은 겐로쿠엔과 무사의 집을 관람할 때, 바닷가를 거닐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호텔로 돌아와 전용버스를 타고 일본의 3대 정원(가나자와 겐로쿠엔, 미또 카이라, 오카야마 고라쿠엔) 중의 하나인 겐로쿠엔에 도착하여 둘러본다. 35만평 넓이에 수목 183종, 8750그루의 나무들, 3개의 연못에 정원 안을 굽이굽이 흐르는 물, 오래된 멋진 소나무가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1774년에 지어진 다실 유가오테이가 인상적이다. 북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들어가니 신사가 자리잡고 있다. 소원을 적은 나무판을 걸어 놓은 곳에 문구를 들여다보니 ○○大學합격이라는 패가 가장 많이 달려 있어 입시지옥을 실감케한다. 가게 앞에는 각종 울긋불긋한 불감이 뿌려진 빙수샘플이 눈에 띈다. 길을 건너 하얀 무사의 집으로 간다. 뜨거운 햇볕에 관람을 포기하고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는 일행이 더 많다. 입구의 문화재로 지정된 거대한 문을 지나 넓은 대지에 우뚝 솟은 성안에서 그 옛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바퀴 둘러보고 전용버스에 올라 바닷가로 향한다. 뜨거운 햇볕 아래 일행 대부분은 나무그늘을 찾아들고, 나는 동해바다로 걸어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돌 몇 개를 줍는다.
20년 후쯤에 다시 오면 일본은 어떤 모습일지....그 때를 기약하며....
첫댓글 멋지네여 부럽습니다
멋진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산지기님! 반갑습니다. 일본의 북알프스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정말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