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6일 1402.93으로 1400선을 넘어선 이후 20일 1983.54로 장을 마쳐 한 걸음만 더 내밀면 2000시대를 맞게 됐다.
증시가 활황이면 주식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내수가 진작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이론이다.
과거엔 증시가 활황이면 식당과 술집은 물론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내구 소비재의 판매도 늘면서 연쇄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의 지역경제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무색케 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유통업계는 주식 활황과 반비례라도 하듯 냉랭하기만 하다.보통 증시가 활황을 띠면 예상 소득을 감안해 소비가 느는 경향이 있지만 1년 새 증시가 거침없는 질주를 하는 동안 소비는 되려 둔화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대전지역 백화점이 내놓은 정기세일 성적은 초라하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전년 대비 -3%의 역신장을 보였고 갤러리아타임월드점 1.2%, 세이백화점 2.3% 신장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2% 이하면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이 같은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정기세일의 경우 2005년 대비 성장률이 롯데 5.1%, 갤러리아타임월드 4.3%, 세이 4.1%였고, 올 봄 정기세일에도 롯데 5%, 갤러리아타임월드 2.8%, 세이 2%를 기록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증시로 대거 투입되는 돈이 실제로 시장에 풀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부자들의 씀씀이가 커지는 반면 증시의 개미군단인 중산층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직장인들이 대부분 가입하는 펀드의 경우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려면 2∼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당장의 소비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점으로 작용한다.
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발표하는 소비지수가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다"며 "대기업이 없고 건설경기가 나쁜 지역 상황에서 소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무원과 직장인 등이 돈을 쓰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재래시장에선 증시 활황과 경기회복과는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한민시장에서 19년째 신발 가게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가계의 돈 씀씀이가 인색해진 탓인지 장사가 잘 안 돼 경기 회복의 온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가계를 짓누르는 각종 고정비 성격의 부담도 주가 상승에 따른 경제 효과를 살려낼 수 없는 요인이다.
우선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산 가구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은행에서 빌린 9600만 원의 이자 36만 원이 이제는 50만 원으로 늘어났다.
학원비와 연초보다 크게 오른 기름값도 큰 부담이어서 다른 곳에 돈 쓰기가 쉽지 않다.
한편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는 지난달 '2분기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 2분기 생활형편지수는 92로 1분기 86보다 6포인트 올라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전과 충남지역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3분기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박길수·이경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