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2 : 김요한 선교사
인터뷰2 : 김요한 선교사
정희전 기자
한국 개척선교부 (GMP) 대표 김요한 선교사는 터키에서 수년간 사역하면서 세 차례의 체포와 투옥 및 추방명령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재판을 거쳐 승소한 그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 복음 전파가 불법이 아니며, 기독교 관점에서 이슬람교와 코란의 모순을 지적하고 알리는 것 역시 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추방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선교의 장을 개척한 그는 자신의 지난 경험을 통해 선교사 추방이 오히려 하나님의 뜻 안에 이루어지는 선교의 한 모습임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한다.
처음 체포되었던 경위를 말씀해 주세요.
1996년 4월 5일 3차 제자훈련이 시작되기 3일전,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을 마중하러 이스탄불 공항에 갔습니다. 저는 터키에 있으면서 늘 가방에 전도용으로 30권 정도의 터키어 성경책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터키에서는 성경을 배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그것이 체포 및 추방의 사유가 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던 때였습니다. 저는 성경을 주로 경찰을 중심으로 나누어 주었는데 이스탄불 공항을 자주 가다 보니 이미 많은 경찰들에게 성경을 나누어 주어서 2층 출국장에 올라가 세 명의 남성들에게 성경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복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뒤돌아서는 순간 세 명의 남자들이 저의 양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안기부 테러진압요원이었던 그들은 저를 주차장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고 다시 안기부실로 끌고 가서 밤새 취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항 경찰서에서 3일을 감금되어 있었고, 그 후 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감옥에서 8일을 지냈습니다. 마지막에 수감되어 있던 감옥에서는 가족과의 면회가 허락되지 않았지만 저의 아내와 3살 된 막내아들이 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어린 아들은 저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더니 울기 시작했고 이 광경을 안쓰럽게 본 터키 경찰들은 저를 한국이 아닌 터키와 가까운 불가리아로 추방되도록 선처해 주었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불가리아로 가서 평소 알고 지내던 선교사님 댁에 일주일을 머물면서 상한 몸을 추스렸습니다. 주님께서 추방을 당한 후에도 다시 터키로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강하게 주셨습니다. 이미 추방 명령의 도장이 찍힌 제 여권을 가지고 다시 터키로 입국을 시도하였습니다. 여권의 앞장에 ‘추방명령’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입국수속 직원은 신기하게도 여권의 빈 면만을 펴서 입국허가 도장을 찍어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입국 심사관의 눈을 순간적으로 가려주신 이런 놀라운 과정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은 다시 터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첫 재판 과정은 어떠했나요?
저는 터키에서 추방되는 것과 동시에 법원에 기소가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1996년 9월 총 3번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재판은 기독교 전파행위, 성경 배포 행위, 전도 행위에 대한 것이었고, 2차 재판은 공항에서 있었던 체포 과정을 왜곡 해석하여, 명령 불복종이라는 것으로 저를 기소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주변 선교사님들과 지인들은 많은 걱정을 하며 중보기도에 동참하였고, 격려의 말씀을 전해오셨습니다. 저는 분명한 하나님의 계획안에 이 모든 일들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재판에 임했습니다. 결국, 주님께서는 그 세 번의 재판에서 모두 승소하게 하셨습니다. 그 동안 성경을 배포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공공연하게 불법처럼 여겨지던 당시 상황에서 이런 승소의 소식은 정말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터키 헌법에는 엄연히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고 있었지만 실정법으로는 그것이 이름뿐인 법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던 당시였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도우셨던 하나의 큰 기적이었습니다.
첫 번째 체포 이후 다시 터키에서 사역하시는 것에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물론, 인간적인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습니다만 하나님께 담대한 마음을 구하면서 사역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1998년 8월 후원교회의 장로님, 그리고 그 아들과 함께 성경 1000여권을 배포하는 3000Km 전도여행을 하였는데 성경을 나누어주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서 다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첫 번째 체포 후, 성경을 배포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터키 정부로부터 확인받은 상태였는데 다시 체포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와 동행했던 두 분은 관광객 신분이었기 때문에 곧 석방되었고, 저 혼자 이스탄불로 이송되었습니다. 이스탄불로 가는 동안 제 마음에는 사실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함이 밀려와서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이미 첫 번째 체포를 통해 온갖 모욕과 구타를 당해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때 주님께서 제 머릿속에 히브리서 12장 2절 말씀을 떠올랐고 예수님께서 당하신 고난을 기억하자 곧 마음이 담대해졌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하였는데 놀랍게 제 모든 혐의가 벗겨지고 곧 석방되었습니다. 두 번의 체포를 통해 현지인 지도자들은 전도에 대한 부담과 열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 외국인 선교사도 우리 민족을 위해 저렇게 애쓰는데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일어나게 되었고 많은 터키인 형제들이 전도에 더욱 힘쓰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슬람, 코란, 무함마드 모독죄로 기소된 후, 긴 재판을 거쳐 최종 승소하였는데 그 과정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1999년 터키의 큰 지진으로 세계 각국에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는데 그들의 대부분이 크리스천들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터키인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형제라는 이슬람 단체들은 정작 우리를 돕지 않는다’는 생각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슬람 세력의 약화를 우려하던 한 방송국에서는 의도적으로 크리스천들을 공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개종자를 가장하여 저희의 교회로 잠입취재를 하였는데 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이슬람교, 코란, 무함마드에 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평소에 이와 같은 질문에는 복음의 내용을 제시하고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것이 저희 방법이었는데 이 날은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하라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슬람교와, 코란 등이 모순되고 거짓되었다고 전하였고, 그 모든 것이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어 터키의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슬람교, 코란, 무함마드 모독죄로 기소가 되었고 살해의 위험, 출국 금지 명령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곧 저희 가족은 이스탄불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하였고, 다른 지역의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터키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한국에서 잠시 머무른 뒤 영국에서 사역을 시작하였고 그 와중에도 터키 정부와 3년이 넘는 긴 재판을 치렀습니다. 주님께서는 7차에 걸친 재판 끝에 결국 무죄판결을 주셨고, 터키에 입국이 금지되었던 모든 조치들을 해제시켜 주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모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당장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렵고 막막한 상황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늘 때에 따라 저와 가족을 지켜주셨고 또한 선교사역이 막히지 않도록 도우셨습니다.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무엇이었나요?
세 차례의 체포와 추방 그리고 두 번의 재판. 그 길고 긴 시간동안 저를 가장 힘들게 하였던 건 주변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말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제가 무모한 길을 걷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제 상황에 대한 설명조차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선교사역을 통해 선하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사도행전 14장 19절과 고린도후서 4:23절-27절 등에서 보듯이 바울이 겪었던 고난과 같이 장애물이나 어려움에 부딪치는 것 또한 선교의 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이슬람권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데 제한적이며 위험한 요소들이 많이 있어서 선교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선교의 돌파구를 열어주신다고 확신합니다. 불가능한 상황을 열어주시고 어려움을 이기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확신이 많은 사람들과 공감되지 못했던 상황이 저를 가장 힘들게 하였습니다. 긴 재판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 행동을 무모하고 지혜롭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일부의 목소리에 때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개척선교부(GMP)의 대표로서 ‘선교사 추방’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갖고 계시나요?
저희 선교단체는 선교사 추방과 같은 상황을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팀원들은 위기 상황에 처한 선교사들과 가족들을 육체적, 정신적, 영적 차원에서 케어하고 회복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돌보는 일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교사가 위급한 일을 당했을 경우, 선교 현지와 신속하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하여 신속한 조취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교사 추방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선교사 추방 사건을 두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단정 짓는 태도가 매우 위험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참새 한 마리도 팔리지 않는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우리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도 분명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선교의 역사가 긴 서양의 선교사들은 제가 처음 체포되었을 때,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이 나타내시는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였습니다. 사건에 대해 자신의 판단이나 의견을 유보한 채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는 그들의 태도를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 추방을 단지 선교사 개인의 문제나 잘못에서 비롯되는 것으로만 여기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 안에 있는 선교사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