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수필
보라매공원
加山
하늘은 높고 푸르고 산야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드넓은 논에는 고개 숙인 벼들에 황금들판이 너무 너무 보기 좋은 대한민국의 가을풍경이다.
일요일 새벽 제법 쌀쌀해진 아침기온이 심상치 않은데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작업복을 입고 나오니 새벽 기온이 6도이고 날이 밝아 밭두렁에 심은 호박 덩굴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10여개의 풋 호박을 수확하는데 손이 시리다. 식물이 제일 무서워하는 서리가 내릴 때가 된 것이다.
오늘 새벽에 달력을 보니 어제가 24절기의 상강(霜降)이었고 홍천군에도 서석에는 서리가 내렸다는데 곧 서리가 내리면 원자력 폭탄만큼 무서운 서리가 온 대지를 강타할 것이다,
지난 일요일 고향의 후배 아들 혼례에 다녀오느라 처남에게 전해줄 땅콩, 은행, 호박 두 개를 작은 자루에 담아 갖고 홍천읍사무소 앞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오는 가을 여행은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혼례식이 신랑이 근무하는 라면회사 농심 본사건물 본관 지하에 각종 행사에 다용도로 활용하는 곳이었고 뷔페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 부천에서 서류를 가지러 온 처남과 함께 보라매공원을 한 바퀴 산책을 다녀왔다.
17세에 공군에 입대하여 서울 대방동 공군본부 1년간 근무할 때 공군사관학교를 수차례 다녀 온 곳이 보고 싶어 46년 만에 찾아오니 공군 초창기
사용하던 정찰기, 전투기, 수송기, 헬리곱터 등 고물이 된 공군의 상징물이 전시되어 있어 역사 속으로 스며들고 있고 나 또한 인생의 고물이 되어 젊은 청춘은 가고 만인이 부러워하던 사관생도들의 걸음걸이부터 단정한 복장에 멋있고 정말 기분 좋은 청춘들이 다녀간 곳이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과 향기로운 국화향기 그윽한 공원 나들이 산책은 즐거운 하루였다.
하지만 시골 쥐 加山은 역시 농촌이 좋고 내 고향 홍천이 좋다.
시원한 공기마시고 맑은 하늘아래 꿈속에 그린도시 홍천이 너무 좋고 70고개를 오르는 노후 인생살이 이만큼 살아 온 것도 행복이고 걷는 것 하나만도 행복인데 무엇을 더 바라리.
두 아들 잘 키워 출가시켜 한양에 보내고 조상님 선산 돌보면서 살아온 귀농생활 10년도 행복했고 건강이 따르고 여건이 좋은 큰가람농원 가꾸면서 시와 글이나 쓰고 노후에 붓글씨나 배우면서 조용히 살려고 2016년 3월에 신축한 정자에 충효정이라는 현판도 향나무를 켜다가 말려서 붓으로 쓰고 서각을 만들어 달았으니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
두 아들 내외와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가 갖고 오는 막걸리로 노후를 달래고 용돈도 나누어 주면서 가족의 사랑을 나누노라면 또 한세상이 흘러 갈 것이다.
내가 노후를 보내는 큰가람농원에서는 자가용으로 동홍천IC가 5분 거리, 동쪽으로 양양이 100키로 거리 한 시간, 서쪽으로 두 아들이 살고 있는 서울 양재동이 120키로 이다
심심하면 서울로 양양으로 드라이브도 하고 버스여행도 다니고 가까운 대한민국 100대 최대명산 1호 가리산을 비롯하여 공작산, 팔봉산을 비롯한 홍천군 9경 관광지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산행도 나의 즐거움이다.
언제까지 일 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힘에 맞게 살려고 농삿일을 무척 줄이고 있다. 노후를 조용히 보내려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데 시골에 살고 있는한 풀과의 전쟁이고 야채라도 심으려면 소똥 발효작업도 해야 하고 겨울이면 표고목도 만들고 사계절이 항상 바쁘다.
시골 쥐는 시골이 좋은데 서울에 살고 있는 두 아들 가족들이 노후에 이곳으로 정착하도록 주변을 나 나름대로 잘 가꾸고 있으면서 그 즐거움으로
살고 부모님, 조부모, 증조, 고조, 5대, 6,7,8,9,10,11,12대 선산 모두 30여기 종중묘지를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그것이 가산의 큰 숙제인데 모두 수목장으로 정리를 하려해도 두 아들은 물론 종원들이 아직은 아니라는 듯
태평스럽기만 하다. 보라매공원을 다녀와서 느끼는 것이 나도 역사 속으로 함께 사라지고 있는데 내 인생은 고향에서 내 조상을 돌보며 지키는 인생살이가 참 행복하고 홍천군민이라는 자부와 긍지로 살고 있다. 끝.
2017년 10월 24일 05시 큰가람농원에서 홍천군장애인복지관 마당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