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해양낚시공원에서 바라 본 일출
갑판장은 지난 일요일(4/4)에 당일치기로 전라남도 장흥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열 댓 명이 모여 전라남도 장흥의 무산(無酸)김 양식장과 가공공장을 둘러보러 간다기에 깍두기로 낑겨서 다녀 온 것입니다.
(여기서 '깍두기'란 초대받은 인물에 딸린 동반 1인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일요일 오전 0시 0분에 합정동을 출발한 대절버스가 예정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인
오전 5시쯤에 정남진해양낚시공원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아직 깜깜한 시각이라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슴에도 불구하고 딱히 할 일을 찾을 수가 없기에
부랴부랴 장흥에서 안내를 맡아주시기로 한 윤두현님께 긴급호출을 드렸습니다.
갓 잡아 온 낙지를 끄집어 내는 노부부
원래의 일정은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 까지 바다낚시 및 조식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 보니 수온이 너무 낮아 바다낚시는 접어야 할 형편입니다.
현지인의 말씀에 의하면 수온이 18도 이하에선 고기가 잘 안 잡힌답니다.ㅡ.,ㅜ;;
때문에 조식이 준비될 때 까지 일 없이 정남진해양낚시공원과 활선어위판장 주변을 서성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심정으로는 위판장에서 감성돔과 낙지, 고동 등을 한 보따리 사서 즉석에서 회를 떠서 시식을 하고 싶었으나
이번 여행에 깍두기로 묻어 간 처지를 감안하여 눈치없이 나대지 않고 잠자코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입안 가득 고인 침만 하염없이 삼켰습니다.
장흥에서의 첫 끼니(아침식사)
배가 고프다 못해 뱃가죽이 등가죽과 조우하기 직전에 아기다리고기다라던 아침식사가 준비되었단 전갈을 받았습니다.
기대했던 바닷내음이 가득한 상차림은 아니었지만 소박한 시골의 향취가 물씬 베어있는 밥상입니다.
쑥국
상차림 중에서 단연 일행들의 관심을 끈 것은 봄내음을 가득 담은 쑥국이었습니다.
여린 쑥임에도 불구하고 한 술 떠먹어 보니 금세 입안 한가득 진하디 진한 쑥향이 가득 찼습니다.
갑판장은 막연히 장흥 바닷가의 해풍을 받고 자란 쑥이라 쑥향이 그리도 짙은 줄로만 알고는
'먹어 본 쑥국 중에서 쑥향의 진하기로는 이번 것이 최고다.'
라며 연신 감탄을 하고 있는데
앞 자리에 앉아 계시던 형님이 뭔가 쑥하고는 다른 맛과 향이 감지된다며 갸우뚱 하십니다.
하여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에 식사를 준비해 주신 분께 여쭈어 보니
과연 쑥 이외의 모종의 산나물 한 가지를 더 넣어서 끓인 된장국이랍니다.
쑥국 그릇을 들춰 모종의 산나물을 찾아 그 것만 따로 맛을 보았습니다.
생긴 것은 민들레의 여린 잎파리처럼 생겼는데 자스민의 냄새와 씀바귀의 맛을 담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선 뭐라 부르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갑판장의 기억력이 당최 하찮은 지라 전혀 기억을 못해내고 있습니다.
ㅠ.,ㅠ;;
밥상머리에서 무산(無酸)김생산자이신 윤두현님이 직접 구워주신 김
일행이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무산김생산자이신 윤두현님이
직접 김을 두 장씩 겹쳐 드시고는 가스불에 살랑살랑 흔들어 구워 주셨습니다.
'김은 두 장씩 겹쳐서 살짝 구어야 향과 맛이 빠져 나가질 않아서 제 맛이야.'
윤두현님의 말씀에 일행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입니다.
김양식장으로 타고 나갈 배(上)와 윤두현님(下)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는 준비된 배의 승선인원에 맞춰 두 팀으로 나눠 무산김양식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일행들에게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신 윤두현님은 현재 득량만에서 무산김양식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작년에 무산김양식을 하시는 장흥군의 어민들이 공동으로 출자를 하여 설립한 장흥무산김주식회사의 주주이시기도 하고요.
윤두현님의 부유식 (無酸)무산김양식장/득량만
무산(無酸)김의 '무산(無酸)'은 무농약농산물의 '무농약(특히 제초제)'과 같은 의미로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보충설명을 드리자면 김을 양식할 때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파래 등의 다른 잡조류의 번식을 억제하여야 하는데 그 때 편의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산(유기산과 무기산)을 주로 이용한답니다.
헌데 산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김의 맛도 저하시킬 뿐더러 멀쩡한 생태계 마저도 훼손을 시킵니다.
그래서 장흥의 어민들은 노력과 경비가 훨씬 더 들지만 생태계를 해치지 않게
나흘에 한 번 꼴로 양식장의 김발을 모두 물 위로 뒤집어 올려서 햇빛과 바람을 쐴 수 있게 한답니다.
'우리가 버린 것은 고스란히 우리의 입속으로 돌아오게 되 있다.'는
윤두현님의 말씀에 깊은 동감을 합니다.
김발에 매달린 김
사진에 보이는 김발에 부착되어 있는 부표(스치로폴)가 김발 위로 향해 있으면 김발이 바닷속에 잠기고,
김발 전체를 뒤집어서 부표를 아래로 향하게 하면 부표의 높이 만큼 김발이 바다 위로 떠오릅니다.
김은 파래 등의 다른 잡조류보다 햇볕과 바람에 강해 이렇게 하면 김만 남고 다른 잡조류들은 성장을 못 한답니다.
새벽에 바다로 나가 김발이 공기중에 노출되게 뒤집어 준 후,
오후가 되면 김이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김발을 도로 뒤집어 바닷물에 잠기게 하는 고된 작업을 나흘에 한 번 꼴로 해야만 한답니다.
김발에서 방금 채취한 생김
짭니다.
ㅡ.,ㅡ;;
황금마차와 두부와 김치 그리고 막걸리
두 번째 조가 김양식장을 둘러 볼 동안 다시 수산물위판장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위판장의 남자들이 하나 둘씩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그 뒤를 쫒아보니 주차장 한켠에 포장트럭 한 대가 서 있는데
그 주위로 위판장의 남정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면이 갑판장의 시야에 포착되었습니다.
트럭의 정체는 황금마차였습니다.
군대에 잠깐이라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황금마차의 정체를 너무나도 잘 아실 겁니다.
바로 '이동식 구멍가게'입니다.
무료하던 위판장의 남정네들은 황금마차에서 파는 두부와 오뎅, 라면 따위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에 한껏 고무된 갑판장이 두부 한 모와 막걸리 두 통을 사서 일행들과 나눠 먹었습니다.
그런데 황금마차 쥔장이 두부와 함께 꺼내주신 김치의 맛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형수님이 쥔장에게 어떤 젓갈을 쓰셨냐고 물어보시니 의외의 대답이 전해집니다.
"친정어머니께 배운 대로 갈치젓과 조기젓, (볶은)돼지고기를 함께 곱게 갈아서 넣어요."
갑판장이 이런저런 김치를 먹어 보았지만 젓갈과 함께 돼지고기를 넣었다는 김치는 처음이지 싶습니다.
"여기(김치)에 두부만 넣고 물을 부어 끓이면 바로 김치찌개가 된다니깐요.ㅎㅎㅎ"
포장트럭 아줌씨의 너스레가 귀에 쏙 들어 옵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참 다양합니다.
생(生)김 세척 및 선별 작업
김공장 견학
바다가 코 앞인 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대나무발에 사각틀을 올리고 김물을 부어
한 장 한 장 김을 뜨는 장면은 이젠 옛날이야기에나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요즘은 공장에서 자동화된 설비로 김을 생산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높은 생산비용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한재공원에서 바라 본 득량만
장흥산 낙지회
막간을 이용하여 주최측이 준비해주신 장흥산 산낙지도 맛을 봤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정이 가득 담겼습니다.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동류인으로서의 동질감이랄까요.
낯선 이들에 대한 마음의 빗장이 허물어지는 순간입니다.
장소를 옮겨 장흥무산김주식회사의 사장님으로 부터 그간의 경과와 무산김에 대한 말씀도 들었습니다.
장흥산 쇠고기구이
장흥은 주민 수(數)보다 소(牛)가 더 많은 고장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점심식사로 쇠고기구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흥산 쇠고기...
갑판장이 이번에 먹은 것(차돌박이와 채끝살 부위로 짐작되는 등심)에 한정하자면
씹히는 치감은 좋은데 그 이상의 무엇은 없더군요.
짐작컨데 등급에 따라 맛이 갈리지 싶습니다.
이런 정도의 고기라면 부담없이 마시기 좋은 데일리 와인을 곁들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장흥사합(?) 준비 중
어느 정도 쇠고기를 먹고 난 후에 다들 식사를 주문하는 분위기인데 갑판장의 옆자리에 있던 인물이 키조개를 주문합니다.
아마도 갑판장이 십 수년 쯤 전에 장흥으로 여행을 왔을 때 키조개를 묵은지에 싸먹었단 추억담에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장흥이 원래 키조개도 유명한 고장입니다.
또 이번에 와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표고버섯도 유명하다네요.
장흥사합(?)
묵은지 대신 김치+키조개+쇠고기+표고버섯을 합해 사합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장흥사합의 맛은 비공개로 할랍니다.
정 궁금하면 직접 장흥에 다녀오시던가요.
장장 왕복 12시간 동안 버스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을려면 쪼께 뻑적지근 하실 겁니다.
^.,^::
귀경길 버스 안 풍경
밤새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이른 새벽에 장흥에 도착해서 무산김양식장과 가공공장 등을 둘러보고
토요시장내에 위치한 식당에서 오찬까지 거하게 마쳤으니
이젠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새벽에 내려 올 때는 5시간 이상이 걸렸지만 대낮에 올라갈려면 대략 6시간 이상은 걸리지 싶습니다.
하루의 반을 버스의 불편한 좌석에 묶여서 지낼려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귀경길에는 특별히 수면제를 몇 병 준비했습니다.
헌데 여럿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홀짝이다 보니 정이 두터워 지는 만큼 수면제도 금세 바닥을 보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두어 번 정도 휴게소에 들려 수면제를 추가로 공급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갑판장을 동반 1인으로 데려 간 인물의 수면제 복용후 모습
그랬더니만 신기하게도 늦은 밤(오후 21시 30분 쯤?)에 서울에 도착할 때 까지 쿨쿨 잘 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상 잘 (버스, 배)타고,
잘 (득량만의 일출, 무산김양식장, 가공공장 등)보고,
잘 (쑥국, 두부, 김치, 막걸리, 낙지, 쇠고기, 키조개, 표고버섯 등)먹은 이야기는 끝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만 몹시 부지런한 갑판장이 씀>
& 덧붙이는 말씀 : 전라남도 장흥군의 김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김생산량의 4%정도랍니다.
4%의 분발이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꼭!!!
첫댓글 ㅋㅋ "출장"이라더니...무산 김이 궁금하구만요.
'장흥무산김'으로 검색을 하면 온라인쇼핑을 통해 쉽게 구입을 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이구만...
무산김의 진가를 느낄려면 조미김보다는 생김을 선택하는 센스를...즉석에서 살짝 구어 먹어야 제맛이지...아무렴...
장흥무산김에 궁금하신분은
www.jmgim.com 으로 들어가보세요^^
그냥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다 수면제에서 쓰러집니다 형님 ㅎㅎㅎㅎㅎ 무산김은 맛나게 드셨어요??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다는 소문이 모락모락~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씀도 진리...
양념 안한 구운김과 생김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일반 김보다 조금더 질깃한 듯한 식감과 해초류 특유의 진한 내음의 입안에 남는것이 참 좋더군요. 간만에 김 한봉 앉은자리에서 다 먹었습니다. ^^;
생산자 탓만 할게 아니라 소비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무산김처럼 정직한 식품은 하나라도 더 사서 그들이 흘린 정직한 땀에 대한 보답을 해줘야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정직한 식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덕분에 좋은 생산자를 또 알게 되었군요. 저도 어서 맛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직한 먹거리가 반드시 맛있는 먹거리는 아니지만 그래서 정직한 먹거리의 가치를 깨닫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이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