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不信)이 만들어낸 중국의 보증금 문화
“야진(보증금) 먼저 내셔야 합니다”, “시엔자오야진(先交押金)”, 중국에서 흔하게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먼저 보증금을 내세요”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보증금이라 하면 보통 주택이나 상가를 계약할 때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유원지의 오리배를 잠깐 타고자 할 때도 ‘야진’이라 불리는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보증금 지불제도는 중국의 전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달해 왔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분별한 보증금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보증금이라 하면 계약이나 채무 이행을 담보로 상대편에게 미리 일정부분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서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나 계약 불이행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대인이 받는 돈이 바로 보증금인 것이다. 그래서 보증금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중국의 보증금 제도는 위험부담의 고저를 떠나 온갖 시스템에 만연해 있어 생소한 외국인들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임대한 대상을 사용기간이나 방법을 잘 지켜 문제없이 돌려주면 보증금 역시 환불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보증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불만일 수밖에 없다.
보증금 문화는 불신의 상징
말도 안 될 법한 상황에서 보증금을 주고받는 것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믿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꼭 보증금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해산물 식당 같은 곳에서는 요리를 하기 전 손님 앞에 살아있는 재료를 보여주고 주방으로 향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주방에 가서 바꿔치기 할 수도 있겠지만 형식적으로나마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그리고 핸드폰 요금 등이 모두 선불제인 것을 보면 중국사회에 만연한 불신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임대인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결국 담보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가장 간단한 담보라는 것이 바로 보증금이다. 중국에서 상가나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몇 가지 어이없는 보증금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어 알아보았다.
호수가 딸린 시내 공원에서 만약 오리배를 타려고 한다면 적어도 100위안(1만5000원) 이상의 현금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다. 오리배를 한 시간가량 이용하려면 30위안 정도가 필요한데 보증금으로 100위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리배를 타기 위해 100위안의 보증금을 지불했으니 원래 이용료보다 3배나 비싼 보증금을 지불한 셈이다. 물론 오리배를 원위치에 안착시켜 놓는다면 이용료 30위안을 제외한 나머지 70위안은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도무지 오리배에 보증금을 붙인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전에 누가 오리배를 들고 도망이라도 간 것일까?
차라리 오리배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수질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일반적으로 생수를 마시게 된다. 거의 매일같이 생수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보통 19ℓ짜리 대형 생수통을 구입하게 되는데 처음 구입할 때 물통에 대한 보증금 50위안을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중국의 물가를 감안했을 때 물통 값이 50위안을 넘을 리가 만무하겠지만 그 보증금이 없으면 절대로 생수를 팔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에 영수증을 잃어버렸다 할지라도 빈 물통이 있기 때문에 보증금을 지불한 것으로 간주, 환불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영수증이 없으면 보증금도 돌려주지 않는다. 생수를 판매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물통을 돌려받고 50위안을 내주는 것보다 차라리 물통을 안 받고 50위안을 가지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증금을 냈다는 영수증은 반드시 잘 보관해야 한다.
학교가 망하지 않는 한 보증금 신화는 계속
최근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부쩍 늘어 각 학교 기숙사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교에서도 보증금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경우 필요한 학생증이나 도서관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 무조건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경우 유학생 규모가 큰 학교일수록 보증금의 규모도 커지기 마련이다. 만약 한 학교에서 학생증과 도서관 카드를 이용해 보증금 20만 위안을 벌어들였다고 가정해보자. 이 보증금을 4년간 은행에 넣어둔다면 이자만 해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꽤 괜찮은 장사를 한 셈이다. 또 졸업생들에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준다고 할지라도 매년 학생들은 새로 들어오기 마련이니 결국 20만 위안이라는 금액은 항상 학교 계좌에 고스란히 남아있게 된다. 여기에 간혹 어떤 졸업생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간다거나 또 어떤 학생들은 학생증을 기념으로 삼기 위해 일부러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측에 쌓이는 보증금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위 ‘눈먼 돈’이라고 하는 이 금액을 학교 측은 보증금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착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수교가 벌써 십수년째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중국의 학교를 거친 한국 학생들도 수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중 과연 학생증과 도서관 카드를 학교 측에 돌려주고 보증금을 되받아온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우리 학생들을 욕할 일도 아니다. 적게는 1년, 길게는 4년 가까이 학교에 머물면서 어떻게 그걸 일일이 기억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는가? 기숙사에 입주할 때 입주보증금 내야하고, 전기 사용하려면 전기카드 보증금 내야하고, 학교 내 식당카드를 사려면 또 보증금 내야하고… 나열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무조건 학교 측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세계 어디서든 보증금 제도는 있겠지만 보증금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합리적인 금액만을 받는, 그런 융통성 있는 중국을 우리는 과연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요원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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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공 글이 길어서요 쬐끔 ... 긁은 글씨랑 파라아색 글씨만 보구요..담에 시간이 나면 다시 읽을께요 헤헤그랴도 핵심은 읽은것 가토욯그치요....가님...
핵심....그것빼면 암것도 없슈
프리티는 아직도 이거 안읽어 봤어요 그때 제목과 파란색글씨만 읽은후로는요..
어...미치묜 안되는디
아..그래요..그럼 미를 치지 말고 파를 칠까요그럼 파는 매운디..
현지인들은 몰라도 여행자들은 짜증 나겠어요, 오리배같은 경우는 탈려고 줄서고, 보증금 되돌려 받을려고 줄서고,,,나 같으면 안타고 말겠어요,,,ㅎㅎ 유학생들은 집에서 오해도 받겠네요, 학교사정이 다르다 보니,,,도서관,식당,등등에 보증금? 웃기쟎아요.
지방 출장을 다니다보면 호텔비보다 押金(야진)이 더욱비싸답니다...경비 산출시 항상 따로 계산을해서 챙겨가야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