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아가씨>
내일은 내 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 을 못봐준다고 그랬다. 할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녀석이 떠올랐다. 나쁜 녀석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거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 겠다.
< 백수>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 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 는다는 증거다. 이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밤은 그녀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 만화방아가씨> 그가 아침 일찍 왔다. 제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 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 가느냐며 물 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 간다고 말했 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슬한 표 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 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되었나..? 괜 히 신경이 쓰인다.
< 백수> 아침 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 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가냐고 물었다. 선보 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 달 내 로 시집을 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 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 픈 술집여자 같이 보였다.
< 만화방아가씨>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 의 인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 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 런 그 둘 앞에 내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 지 내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백수 가 내가 늘 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구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 도 저러 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 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 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지 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녀석은 좀 좋아질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이 나 빠서 다다음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 참 머뭇거리더니 "그럼..으..하여간 시집 잘가쇼.. 아줌마..! 그 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구 아까 신간 값 치루고 남은 삼천오백원 여기서랍에 넣어 두었소.. " 그리구선 홱 나 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 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 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 백수녀석 여전히 속 하나는 좁은거 같다.
< 백수> 그녀가 선본다는 게 분했다. 어떤 녀석이 만화책값으 로 10원짜리 스무개를 냈다. 열받는데 석유를 붓는 거 같았 다. 그중 한개를 냅다 그녀석한테 던졌다. 근데 이녀석이 쉽 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야릇한 느 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X나게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리에 나오라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 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받으니 말이 술 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댄다. 나는 어떡 하라고 ..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야속했다.
< 만화방아가씨>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 라 왠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 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 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 하다 영화본 지도오래되고 해서 그녀석 하구 영화나 보러 가야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주 토요일저녁 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 표두장 예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가 이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 백수>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구개월째 다. 여전히 내 일기장엔 그녀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 늘 놀이터 벤취에 앉아서 담배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보았 다. 선본 남자는 어떤 놈일까 생각해 보았다. 백수는 아니겠 지.. 그녀가 보고 싶지만 나두 존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 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싶어 꺼이 꺼이 울었 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 하고 기운내라며 곰탕을 끓 여 주셨다. 곰탕을 먹을때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 든 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 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포스트가 눈에 들어왔 다. 지금 인기최고인 영화다. 재밌을 거 같다. 불현듯 이 번 주말에 그 선본놈하고 그녀가 이영화를 보러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배아프고 슬펐다.
< 만화방아가씨>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보인다. 오늘로 5일째다. 만화방 보아준 거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 볼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해진다. 그녀석이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 백수>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 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걸 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 까?
<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 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 봐야겠 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 예매해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 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 인공 얼굴과 그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 온다. 그냥 피식 웃 고만 말았다.
< 백수>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 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 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두 장가가게 선좀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 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 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 리구 슬펐다.
< 만화방아가씨>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 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나는 머리를 식힐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 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 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 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었다. 밤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 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 지 3일만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 몸을 돌 볼 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 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 이 별루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 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 백수>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 려치우고 딴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대로라 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 가 무슨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 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 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참 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 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 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 지만 왜그랬을까. 아팠던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 백수 > 들어서자 마자 흠칫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구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 토났나? 연기되었나.?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 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 에 눈물이 맺히는걸 보았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있 는 빗자루가 맞으면 상당히 아플것 같은 무기로 보였다. 그래 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 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 만화방아가씨> 이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말이 냐..?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 냐? 진짜 바보다. 어떻게 선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수 있 나. 이런 바보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 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 백수 > 그녀가 결혼 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 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 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봐요."하 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 터 그가 다시 나올것 같다.
< 백수> 만화방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 걸 보 았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보다. 무슨날인가 .......? (음흉한 웃음) 조심해 야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가스통같은 걸 안다. 그날 잘못 걸리면 뭔가 날라올 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 만화방아가씨> 며칠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 생일을 축하해 줄 사람도 별루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보았다. 혹 그 백수가 이 표를 보고 내생일인걸 생각할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그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바. 가스통에 맞은것처럼 으시시대잖아..
< 백수> 그녀를 보러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야 겠다. "에.. 아줌마 ,,, 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 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 만화방아가씨 > 이 백수녀석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 다. 열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라고 따졌다.
< 백수>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 까.. 음.. 딱 좋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 워 보인다.
< 만화방아가씨> 그녀석 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챈 것 같은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 다. 27살이라고 말해버릴까..? 저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 서 "그쪽은 몇살먹은 백순데요?" 라고 말했다..
< 백수>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한걸 들었구나..흑 28살이나 되어가지고 백 수라 그럴까봐 아줌마보다는 한살 많아요 라고 말했다. 잘했 쥐..
< 만화방아가씨> 뭐야 연하잖어.. ! 연하도 괜찮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 는지 모르겠다. 저녀석이 나하고 무슨상관이라고... 다음에 기 회봐서 말을 놓아야 겠다.
< 백수> 만화방에 오늘은 좀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 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 고 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 했지 뭐하나 준게 없다. 편 지도 한번 안보냈으니.. 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 하나가 있다. 뭘 사가지고 갈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었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순대 족발 통닭 닭똥 집....비암..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만한게 없다. 근처 에 제과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기 가면 뭔가 살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익을 샀다. 졸라 비쌌다. 만원으론 거 기있는 것 중에 제일 작은거 밖에 살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장 을 해놓으니 순대나 족발 싸놓은거 보다는 있어 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구있다. 저자린 아마 졸리게 만드는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거 같다. 그 아저씨한테 이 물건을 주며 어떤 멋있는 단골이 줬다라고만 말하 라고 했다. 썩 나를 쳐다봤다. 왜 보셨을까..? 나도 의심이 갔 다. 그래서 한마디 더했다. "이거 먹지 마요.." 그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그래 도 오늘 뭔가 내 마음을 표시한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 만화방아가씨> 오늘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온 거 말고는 아무 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 이 들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잔하구 자축해 야겠다. 그러던 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생일인걸 아셨나 부다. 내가 만화방 봐줄테니 오늘 하루라도 맘껏 놀다 오라 그 러신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이 참 상냥하신 울 삼촌이시다. 같 이 늙어가는 친구 불러서 놀았다. 그냥 조용하게 제과점서 케익 사서 파티하고 저녁무렵에 괜시리 그때 그영화 또봤다. 친구가 딴거 보자고 그랬는데 그냥 그영화가 보고싶었다. 만화방에 가 니 삼촌이 뭘 준다. 좀 덜 떨어진 백수같은 게 그냥 단골이라 준다 그러면서 놓고 갔다는 것이다. 케익이다. 누굴까..? 혹 시 그백술까..? 좀덜떨어지는 놈이라니.. 그런거 같다. 근데 그에겐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좋 아하는 사람이 있나.? 나 오래 못살거 같다. 내 미모는 아무리 감출려고 해도 안되나 보다. 흑흑.. 미인박명. 그녀석이 주었을 까... 감히 백수연하 주제에.. 근데 나 이거 그가 선물한 것이 면 좋겠다.
-----------4편에 계속 됩니다---------- | | |
첫댓글 ㅎㅎ 아직도 계속되는 장편 백수 이야기.... 나중에 해피 엔딩으로 끝날까...??
남자와 여자의 생각의 차이가 웃음을 주네요. 남자가 더 오해를 잘 하는 면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