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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간 긴 휴가를 지내고 오늘, 이동장터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8시, 주문 전화가 왔습니다. 하지만 못받았습니다.
아침 9시까지 두번 전화를 더 드렸습니다. 연결이 된 어르신.
"나 지금 밭에서 일항께, 이따 저 불가리스랑 떠먹는것 좀 갖다줘~"
해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요즘, 어르신들의 하루 시작도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습니다.
싱그러운 봄 날, 모든 나무들이 새잎이 나고 있습니다. 곳곳이 싱그럽고 푸른 시야가 시작을 기분 좋게 해주었습니다.
9시 15분,
일하고 계신 어르신,
"담에 올 때, 작은 카스 좀 두 박스 갖고 와줘~" 하십니다. 그럴줄 알고 아침에 챙긴 카스 미니 2박스.
수요가 워낙 적은 제품군입니다. 많이 사진 않고, 사시는 분만 사는 제품중에 하나입니다.
"저 집에 저온저장고가 없으니, 우리집 토방에 놔둬주시게~"
어르신은 오늘도 이웃집 어르신에게 선사하기 위한 선물로 카스 2박스를 사셨습니다.
항상 이맘 떄쯤, 한창 덥고 일할 때는 캔맥주 카스가 잘 나갑니다. 한 박스씩 저온저장고에 두고 일할 때 꺼내 마시곤 하십니다.
한창 기다리고 물건을 주고있을 무렵,
"왔는교? 전화 좀 해주지"
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밭에서 일하시다보니 못들으셨나봅니다. 오셔서는 주문하신 것 외 다른 물건들 추가로 더 사십니다. 그 사이 옆집 어르신도 함께 오셔서 어르신의 어머님이 드실 것도 추가로 사십니다.
두분 다 사시는 것이 비슷했습니다. 불가리스, 요플레.
갖고 온 것은 요플레 4개짜리 2묶음, 불가리스 4줄. 유제품은 많이 나가지가 않기에 많은 주문을 받아놓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와중 오늘 미리 주문하시기로 한 불가리스 4줄 중 2줄이 먼저 나가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점빵에 전화해서 불가리스, 요플레 양을 확인하고, 추가 배달 바로 요청드렸습니다. 그러나, 점빵에 있는 요플레 양이 한 어르신의 기대치보다 양이 적었습니다.
"이거 하나 너가 갖고 가서 먹어~"
"아냐 괜찮아~ 마시는 불가리스도 있으니 괜찮아~" 하시며 서로 양보해주십니다.
그렇게 서로 타협하며 필요하신 물건을 나눠 갖고가십니다.
9시 40분,
어르신께서는 빵을 찾으셨습니다. 무슨일인지 싶었는데 오늘 동네에 어르신이 생신이라고 하시며 들고가야한다고 하십니다.
빵이 없는 지금, 어르신은 초코파이를 하나 고르셨습니다. 그러곤
"망고 없어?" 하십니다.
아침에 챙긴 노란 쥬스가 많이 있었는데, 하필 그것이 다 오렌지였습니다.
"오렌지는 셔~셔~~ 그 사람이 못먹어~~" 하십니다. 어르신께는 점심에 갖다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며, 생신 잔치에 갖고 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9시 55분,
도착하자마자 나오는 어르신 2분,
불가리스를 기다리시는 어르신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전화하셔서 유통기한이 긴 불가리스를 요청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 한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이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 이 제품을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고정 주문을 하실 경우, 유통기한 충분히 확보해서 꾸준하게 배달해드리겠습니다. "
어르신들 드리고자 갖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누군가 미리 사버리면 어르신들은 필요한 만큼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경우도 되니, 어르신들께서도 이야기를 듣고는 납득해주셨습니다.
"그럼 내가, 돈은 여기 항아리 옆에 둘테니, 늘 놓고 가게~" 하십니다.
어르신들께는 혹여나 돈이 없어도 늘 놓고 갈테니, 다음에 주세요~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그만달라고 할 때까지는 꾸준한 납품으로 필요한 유제품을 드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자 합니다.
10시, 어르신들께서 모판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 곧 있으면 모내기 할 때구나 싶습니다. 모판에 넣을 모래를 땅에 펼치고 어르신 부부가 함께 작업합니다. 얼마 안된다고 하시지만, 10마지기는 하신다는 어르신. 2천평입니다. 50평도 힘든데, 2천평은 언제나 하나 싶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하는 노동이 2천평의 논도 메워질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10시 40분,
한동안 안보였던 이야기마을 어르신이 오늘은 정류장에 나와계십니다.
"소리가난것 같아서 나와보니 아니었더라고. 그래서 기다렸어~"
어르신께서는 늘 이야기마을에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물건들을 사십니다. 오늘은 믹스커피 280개. 그리곤 본인을 위한 구운계란 1줄.
이야기마을에만 있다보니 무엇인가 살려면 나와야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동락점빵은 그 앞에까지 지나가니 어르신께서 직접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 어르신에게 점빵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집니다.
10시 50분,
올라가려고 하니 옆에 양파밭 물 주기 위해서 큰 각목에 호스를 묶어서 길을 막아놓았습니다. 지나가볼까도 싶었는데, 안될 것 같았습니다. 욕심을 내려고놓고 아래에서 기다려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왔는가~ 왔으니 또 갈아줘야지. 집에 조금 남아있는데 사야지~" 하십니다.
늘 똑같은 말씀하십니다. 어르신께서 사시는 우유2개, 요구르트 3줄. 지난번 외상 4,400원을 말씀드리니 조용히 계십니다. 어르신의 잔돈 600원은 지난번 외상을 갚는 것으로, 600원씩 매주 8번 갚으시겠구나 싶습니다.
11시 10분,
오늘도 회관에 사람이 없습니다. 회관 옆에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던 찰나 공사하시던 대표님이 저희 마을 어르신이었습니다.
차를 보시고는
"뒷 바퀴 압을 더 넣어야겠구만~" 하십니다.
바람이 많이 빠져있는 상황, 여름에는 타이어 압을 더 올려서 넣어야한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어르신 말씀듣고 점심에 바로 가야겠다 싶습니다.
11시 30분,
지난번 공사하던 어르신 주택이 완공이 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휴, 떠날까봐 빨리 뛰어왔네~" 하십니다.
"어머님 오셔야 떠나지요~" 하니, 어머님도 웃으십니다.
지난번 완공된 주택이 이쁘다고 하니, 안에 들어와서 보라고 하십니다. 방과 화장실, 곳곳을 보여주시며 자랑하십니다.
어르신은 만족하셨는지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며 일하러 다시 가셨습니다.
11시 40분,
"바나나 있어? 나 여기 있을 줄 알고 안 사왔는데..."
지난번에 사셨던 어르신, 기억하시고 점빵을 이용하시려고 하셨습니다.
오늘 마침 갖고 왔던 바나나 두손, 어르신들께서 참거리로 모두 갖고가셨습니다. 매장에 있는 바나나 추가로 확인하고 어르신께 갖다 드린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큰걸로 갖고 와야해~~" 하시며 들어가셨습니다.
13시 10분,
특명!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라!
이 날씨에 아이스크림 20개를 주문 받았습니다. 어떻게하면 녹지 않고 갖고갈 수 있을지.
여름철마다 이따금 주문하시는 어르신들. 녹지 않고 갖고가는 것이 필수입니다. 혹여나 싶어서 아이스팩 8개를 넣고 아이스가방에 찬 기운이 새지 않도록 꽁꽁싸매고 갑니다. 오후 코스 첫번째로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빨리 갑니다.
어르신 집에가니 어르신은 일하러 나가셨지만, 문은 안잠겨있었습니다. 어르신 댁 안으로 들어가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모두 넣어두고 어르신께 전화드렸습니다.
돈은 어떻게 받을까요 여쭤보니, 토방위 돌 아래 두었다다고 합니다.
돌을 들어보니, 돌 아래에 있는 5만원. 어르신께 잔돈도 이 돌 아래에 두겠다고 말씀드리며 배달을 완료하였습니다.
13시 20분,
아이스크림 배달 갖다온 찰나, 옆집 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
"지난번 반찬 잘 받았습니다 .통 갖다 드릴까요? " 하십니다.
병원에 입원을 하는 기간 내 담당 주무관님이 통만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둔것 같았습니다.
가방은 없고 통만 갖고와주시는 어르신. 덕분에 잘먹었다고 해주십니다. 그러곤 주문 하신 막걸리 3병.
어르신은 항상 만날 때마다 저희 공동체가 잘 되기를 바래주셨습니다. 저도 어르신의 앞날이 잘 되길 늘 기원해봅니다.
13시 30분,
제주에서만 봤던 특별한 차량이 여기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차량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옛날에 개조된 자동차들이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해당 차도 그런 차에 일종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차량 번호판은 없지만, 차량 부품이 조달되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만든 차로 보이는 멋진 자동차. 인상 깊어 한 장 남겨 봅니다.
14시 30분,
어르신께서 밭에서 전화를 하고 계십니다. 조용히 안쪽 골목으로 차를 몰아 주차 합니다. 잠깐 있는 사이 어느새 뒤에서 오고 계시는 어르신. 이것저것 고르시더니
"내가 돈을 안갖고 왔는데, 돈 갖고올까? " 하시더니, "돈 갖고 올께~" 하십니다.
계란도 사시려다가
"아직 계란이 좀 남긴 했는데... 한 판 줘봐~" 하셔서,
굳이 사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남아 있다면, 다 드시고 다음주에 만날 때 또 사시면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내려놓으셨습니다. 점빵차 볼 때마다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없다고, 본인이 더 사줘야한다고 하시는 어르신의 마음이었습니다.
잠시뒤 어르신은
"울 집서 커피 한 잔 먹고 가~" 하십니다. 잠도 쏟아지던 그 시간, 어르신 댁에 갔습니다. 어르신 댁은 우사가 바로 함께 있는 옛날의 집 구조 형태였습니다. 한쪽엔 하우스 안에 고추모종이 심어져있는데, 양이 적어서 왜이렇게 적나 싶었더니,
"지비도 와서 따먹어~ 손님들 따줄려고 해놓은거니~" 하십니다. 본 밭은 다른 곳에 있고 집에서 먹을 용도로 심어놓으셨답니다.
어르신과 커피 한 잔 하며 우사를 여쭤보니,
"내 친정이 저 월야인데, 거기는 참 땅이 넓어~ 어렸을적에 집에서도 소를 키웠는데, 글쌔말이여 내가 그 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잔여~ 집에서 소를 내다 팔라고 차를 불러서 소를 내놓는데, 소가 얼마나 울던지, 눈물이 그렁그렁한게, 동물이 말만 못할 뿐이지 동물도 게려~" 하십니다.
"또 일전에는 내 아버지 형제들이 참 잘 살았는데, 아버지 묘를 파묘해서 이장하던 찰나였어. 근데, 이상하게도 집에 강아지가 따라나서는거야~ 처음엔 별일 아니거니 싶었는데, 이장할 위치에 땅을 파니 이 강아지가 막 짖는거야. 그걸 지켜본 다른 작은 아빠가 아무리봐도 이상하다 싶어서 다른 곳에 이장했더니 그 땐 강아지가 아무런 행동도 안하더래. 근데 그 때 아버지묘를 거기에 이장한 뒤로 그 자손들이 그렇게 잘 산다지 뭐야. 자식놈 하나는 취직했던곳이 그 때 당시에는 충장로에 라디오를 하는 곳이 딱 하나였는데, 그것도 일본놈들이 하던 거였는데 일제시대 끝나고 일본놈들 싹 나가니 그 가게를 그 자식이 받아 하게 되었지. 그래서 그 때 번 돈으로 동생들 공부도 시켰는데 여동생 미국으로 유학보내고 나니 나중에 들리는 말엔 목포에서 제일 가는 부잣집에 시집 갔다지 뭐야~" 하며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암튼 동물들도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람 맘을 다 헤아리고 상황을 게릴줄 알어~"
어르신의 신기한 동물 경험을 잘 들을 무렵 커피도 다 마셔서 다음 마을로 향했습니다.
15시 10분,
회관 뒤에 펼쳐져 있는 봄날의 멋진 풍경.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좋습니다. 어르신들께 "시정에 올라가실 때가 되었군요~" 하니,
"아직은 좀 추워~ 좀 더 있다 가야제~" 하십니다.
시장에서 쌀 튀겨온 쌀튀밥 한 컵 주시면서 실컷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회관에 필요한 반찬들 주문해주시는 어르신.
이번주에도 집안 제사가 있다는 또 다른 어르신. 이것저것 많이 주문하십니다. 성이 다른 두 어르신이 함께 의논하시며 사시길래 무엇인가 싶었더니,
"아니, 우리는 시집 왔잔는가~" 하십니다.
각 어르신들의 남편분들이 한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곳도 집성촌임을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어르신들께 물건을 내어드리며 출발하던 순간
"잠깐~!!!!" 하시는 어르신.
"울집에도 먹을 두부랑 콩나물 좀 쪼까 사려고" 하십니다.
"생각해보니 울 집에도 손님이 좀 올 것 같아" 하시며 더 사주시는 어르신. 매출을 조금이라도 올려주시고자 하셔서 감사했습니다.
15시 50분,
회관에는 오늘도 비어있습니다. 크린백을 놔야하는데... 윗동네 어르신 집에 가보기로합니다.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회장님.
회장님은 지난번까진 안차던 허리 복대를 차고 계셨습니다.
"밭일 하다보면 아프지~" 하십니다.
회장님 뒷집으로 가니 총무님과 어르신 함꼐 계십니다.
"울 손주 왔어~~ 한 번 손주는 영원한 손주지~~" 하시는 어르신. 늘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울 손주 먹을 요구르트 하나 사까~? " 하시다 괜찮다고 하니, 아들넘이 사다준 과일 있으시다고 과일 꺼내 주십니다. 어르신 댁에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마지막 신정 꼭 대기 집 가보겠다하며 인사드리며 나왔습니다.
"거 집은 물건 사도 안사도 꼭 들리래요~" 말씀드리니 모두들 허허 웃으십니다.
16시,
문 앞에 계신 어르신.
"아니 어찌 왔는가 살것도 없는데~"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매주 오시라고 했잔아요~ 이렇게 어르신 얼굴 뵜으니 진짜 갈께요~" 하니,
"잠깐 기다려봐~ 내 뭐 좀 그래도 갈아줘야지" 하십니다.
"물엿, 커피...그리고 그 번들 있더만 그거 하나 줘보게" 하십니다. 살것 없어도 그래도 왔으니 뭐라도 사줘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사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건을 팔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마음을 열고 함께 할 의지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한 일임을 깨달으며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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