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오진 어제~~
혼자 경주로 갔심더(원래 혼자 다니는 거 좋아함더).
안있능교. 지는요 고속도로로 쪽 바로 가는 거는 쫌 싫심더.
그래서 청도로 삐~잉 둘러서 가기로 마음 먹었지예.
막내딸만 눈빠지게 기다린다는 엄마 보러 가는 길에
알부자(계란 농장) 고향 친구가 좋아하는 산내 보리막걸리도 사고 드라이브도 하고 카면서~
가기 전에 산내양조장에 전화하니 고마 폐업했다꼬 카는기라예.
그라면 또 동곡동동주가 있으까네 걱정은 안했심더.
'니 요새 술 묵째'
알부자 친구한테 보낸 문자임더. 혹 속 아파 술도 못 묵는데 맥째 사 갈 필요 없으까네 그랬지예.
한참 동안 답이 없대예. '지 몬 묵으머 내 혼차라도 묵찌머...'
반 말 술통을 조수석에 앉혀 안전밸트까정 해가 데불고 운문댐 옆구리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며 가는데
그 친구한테서 통기가 오대예. 일하는 중이라 그제사 문자 봤다카면서...
"그랬나. 그라머 인자 일 끈났나."
"아이다. 쉬면서 웃딸(울타리)에 기대가 이래 전화하고 있따. 허허허"
그런저런 얘기하미 또 한참을 전화로 떠들다 보이까네 건천 가까이 와버리십디더.
노인네 부부가 길 가에 움막을 차려놓고 포도를 팔긴데 차를 세웠지예..
아따 포도가 억시로 단기라예. 세 상자를 샀심더
두 상자는 엄마 계신 요양병원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드리고
하나는 내가 묵든지 우짜든지 카면서~~
술통도 실맀쩨. 포도도 실맀쩨. 참말로 그카이 또 어디부터 먼저 가야하노 고민이 되대예.
엄마 계신 병원에 가면 엄마한테 붙잡혀 금방 못 나오고~~그카면 땡볕에 술이 변할끼고
친구한테 먼저 가자니 또 한참을 놀다 오고 싶은데 그새 포도가 또 걱정이고~~
할 수 없이 그 병원에 간호사로 근무중인 친구한테 전화를 했심더.
그라고는 엄마 몰래 주차장에서 접선을 해가 포도 두 상자만 전해주고 살찌기 나왔지예
(친구한테는 평소 엄마일로 전화도 해주고 고마버 사과 한 상자 따로 준비해 가서 줬지예)
그럭저럭 점심 때가 짓대예.
배를 채워 가야겠다 싶어 삼릉 숙모집 가게 가서 들깨 국수 한그릇 묵었심더.
점심도 안묵꼬 가면 친구가 괜히 신경쓸까 봐서지예
(그 친구 집은 시내에 있고, 농장엔 일 도와주는 사람이랑 있는데 사람이 좋아 여자 남자 다 몰리는 시골 사랑방임니더)
작은아부지랑 숙모랑 주거니 받거니 주로 일본 갔다 못돌아오신 둘째 작은아버지 얘기였지예.
그러다 숙모님이
"이서방네야.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주까."
카면서
"우리 동네(친정동네) p씨 안있나. 마눌이랑 이혼했다는 거는 니도 들었쩨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서로 맞바람 피워 갈라진 집인데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바람둥이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지예)
마눌 나가고 얼마있다가 여자를 하나 데불고 왔꺼덩.
근데 좀 지나 동네 사람들이 보니 원래 아픈 사람이었는지 여자가 다리를 절뚝절둑뚝 절더란다
그기 마음에 안들어떤지 그 여자 두고 또 여자를 하나 데불고 왔더란다.
이번에는 남자 딸린 여자를ㅎㅎㅎ. 그 남자가 바보아닌 딴에야 그래 오겠나.
외국도 아이고 세사 그런 일이 어딨노~
그러다 보이까네 졸지에 한 집에 남자 둘 여자 둘이 살게 돼뿟쩨ㅎㅎㅎㅎ
또 머라카노 카머. p가 홀아비로 사는 저거 고종사촌 형한테 전화해서 절름발이 여자를 델꼬 가라 캤다 안카나. 지금은 남자 둘 여자 하나 그래 살고 있딴다."
배꼽 잡는 얘기지예. 그 장본인을 훤하게 아는지라 숙모님이랑 둘이서 꼴까닥 넘어갔지예.
그 얘기 듣는 통에
아이쿠야 차에 얹어놓은 술통을 이자뿟는 기라예
바쁘다며 신발을 끌듯 나와 시골 친구 집으로 갔지예.
안그래도 술 기다리고 있었다 카머 친구는 인사하자마자 술통부터 덥썩 집어 냉장고에 넣더예.
오랫만에 만나다 보이 이 얘기 저 얘기 뒤세가 없이 되는 대로 했심더.
간 김에 새차도 했지예. 포도 상자를 집 모퉁이 한 쪽에 내려 놓으면서~~
"친구야. 이거는 니꺼 아이데이. 또 누가 와서 니꺼라고 묵짜칼까바 미리 말 한데이."
"오야~오야~허허."(수황쿠로 친구한테 항개도 안준거는 아이고 몇 송이 내서 맛은 보있찌예)
그랬는데~~~
병원에 와서 엄마를 휠체어에 모시고 첨성대 부근 잔디밭에 가려 준비하면서
(사실 저녁답 시원할 때 엄마 모시고 바람 쐬려 그 시간 될 때까정 친구집에서 놀았지예)
차에서 돗자리도 내고 옆 가게 가서 엄마랑 먹으려 고구마 샌드위치랑 생과일 주스도 샀심더.
포도를 담으려 가게에서 봉지까지 하나 얻었지예.
근데 뭐시 차 뒷좌석을 보니 친구가 준 계란 한 판만 댕그라니 앉아있는 거라예
글쎄 깜박하고 두고 온 거지예.
전화를 했심더.
'아이구. 내가 고마 포도를 깜박 이자뿟더라. 니 맛있게 묵거레이."
"그랬나. 그라고 보이 그 포도가 원래 내 포도였데이. 허허허."
시내 볼일 있다미 내랑 같이 농장을 나서서 포도 잊은 사실을 친구도 몰랐던 거지예
하기사 알았다면 당장 전화와서 기다리라며 내가 있는 곳까지 갖다줄 사람이지예
한 바탕 전화 소동을 끝내고 엄마랑 잔디밭에 앉아 놀았지예
"엄마~~ 있잖아. 내~~애들 둘 델꼬 여름 방학때 일본에 가서 스무날 있다가 왔데이.
그게 있으까네 둘째 작은아부지 생각이 참 마이 나더라."
"야야~~니 내한테 오라카머 시간없다고 넘어가쌌티마는 그기 갈 시간은 우째 있더노."
우리 엄마가 어찌 이런 정신 맑은 말씀을...
뒤통수를 크게 한방 맞았지예. 그래도 기분이 좋았심더.
엄마 하는 얘기는 되는 말도 있고 안되는 말도 있고 그냥 응 응 응 대답만 할 수 밖에요.
하늘엔 구름이 새털처럼 깔렸고 달무리 진 달이 사람 마음을 아련하게 하대예. 주위 분위기는 좋제. 고마 맴이 살랑살랑~~
그래서 보고 싶은 또 다른 친구한테 전화했지예. ㅎㅎ경주가 고향이라 전화할 때는 천지임니더.
친정 엄마 도와주려 시골 있다는 친구는 지 갈 때까지 가지말고 있으라고 카대예
고추 따고 막 친정집 들어왔다면서 잽싸게 갈 테니까 기다리라며 또 전화오고~~
ㅎㅎ엄마는 전화가 온긴지 건긴지도 모르시고 돈 드는데 어데 자꾸 전화하노 카미 나무라쌌터만도 카기나 말기나~~어둠이 두툼해지니 불빛이 살아나서 예쁘더만은도 엄마는 무서우신지 병원 가자카대예.
침대 위에 비집고 누워 가지말라꼬 애원하는 엄마를 재워 놓고 병원을 나왔심더
(막내 아니랄까 봐 엄마한테 가면 엄마 안고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있지요. 처음엔 이불 속에 있는 나를 보고 간호사들이 놀라기도~이제는 으레 그런 줄~~~)
안가도 마음 안편코 가도 마음 안편코~~~
친구와 만나기로한 천마총 옆의 작은 찻집으로 갔심더.(아~ 여기는 여자친구임더~~)
만나면 편안한 사람, 이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지요~
친구가 사 주는 민트차를 마시며 지금 껏 있었던 얘기로 한 바탕 웃고~~~
또 문학 얘기, 여행 얘기(그 친구는 여행 매니아임더), 아이들 얘기 등 하다 보니 또 시간이 껑충~
집에 오이까네 10시가 쪼메 넘어십디더
그냥 햇살 오진 날~~찔레꽃의 오진 하루 일정 널어놓아 봤심더.
중요한 거는 울 남편이 어제 경주 간 걸 아즉 모린다는 겁니다
또 금방 경주 갈 일 생길까 봐 머 꼭 할 필요없는 얘기는 안하지예
그래서 이 재밌는 야그를 못하고 있으까네 입이 간지러버 참느라 애묵었심더~~~^^*
*이상은 그 이튿날 어느 까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첫댓글 흐음.... 하루풍경이 곱게 그려졌군요... 평화롭습니다..^^
알부자는 남자라예?^&^
누군지 알것도 같은데....음...^^
... 누군지 인사 땡기고 싶네예!~ (따악 내 스타이루 라서리~~~ㅋ
참말로 오진 하루 보내셨구만요. 갑자기 그대가 무지 궁금합니다 그려~~~ㅋ
지도예에~~, 이런 것 진짜 좋아 합니더어~~ 구수하네예에.
멋지고 알찬 하루를 보내셨내요~글이 넘 재밌내요^^
잘 읽고 웃으며갑니다~~
댓글 감사요~~~~^^*나중에 모두 같이 한번 뵙시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글 올린 보람을 느낍니다~~
울퉁불퉁한 원석에서 친금감을 느끼듯
세련되지 않은 사투리에서 정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글을 쓰면서, 왜 서울말만 표준말이라고 할까라는 반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루가 적나라하군요, 우스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