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아시안 게임이 있었습니다. 특히 토요일에는 야구 결승전과 축구 결승전이 연달아 있었고,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금메달을 따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대에 비인기종목 중에서 결승전이 진행된 종목도 있었습니다. 브레이킹이라는 종목이었는데, 비인기종목 답게 국내에서는 방송으로 중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도 은메달이었기에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우연치 않게 은메달을 탄 김홍열 선수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공감이 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김홍열이라는 선수는 어려서부터 브레이킹을 추기 시작했고 16세인 2001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여러 번 차지한, 브레이킹 계에서는 이미 전설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선수입니다. 이미 심사위원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젊은 선수들과 경쟁했고, 실제로 결승 상대와는 20살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났습니다.
결승 후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하고 픈 말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까 다른 재능도 없고 다른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춤만 추며 25년 동안 살아 왔는데요. 이렇게 춤만 추다 보니까, 잘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금방 사라진 사람도 있었고, 결국 버티는 사람이 나중에 승리하는 것 같아요. 믿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길이든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어요."
한 분야를, 같은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그 길이 외롭고 때로는 어리석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인기종목이라 결승전 중계조차 안되는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수상 소감에서 "버티자"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버틴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외로이 자신의 길에서 버티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응원하며, 나도 버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