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월. 천성산 계곡을 위해 양산시가 해야 할 일
드디어 휴가철이 끝났다. OECD국가 중 최고의 노동 강도와 저임금을 유지하고 휴가조차도 전 국민이 4~5일 사이에 몰아쉬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휴가도 전쟁이다. 그래서 나는 휴가 기간에 좀처럼 돌아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천성산을 늘 오르다보니 내원사 계곡과 홍룡사 계곡도 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올해도 어쩔 수 없이 휴가객들의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내원사 계곡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차들이 몰려왔다. 자동차 가득 바리바리 싸들고 와 지지고 볶고 술 마시고 물놀이를 시작한다. 물놀이를 하며 고둥을 잡고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휴가가 시작되기 전 시에서는 취사 야영 금지 플랜카드를 걸었지만 여전히 취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작년과 달리 올해는 취사 야영 금지 플랜카드가 걸린 게 성과다. 하지만 홍룡사 계곡은 올해도 취사 야영 금지 플랜카드가 아예 없었다. 편백나무 숲과 계곡에는 야영객들이 밤을 보내고 취사는 물론 빨래를 해 넣어놓기도 했다. 물론 화장실은 있지만 취사장이 없으니 설거지를 계곡에서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마침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도 보였다. 도립공원 지역이 아니라 그런지 아예 취사 야영과 천렵 채취 금지 따위 안내문도 없었다. 교통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사람들이 배치되어 차량을 정리할 분이었다. 내원사 계곡과 홍룡사 계곡 모두 주차 안내와 쓰레기 금지 플랜카드는 예년처럼 확실히 붙어 있었다. 사람도 지나치다 싶게 많이 배치되었다. 시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주차와 쓰레기라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휴가철이 오기 전에 내원사와 시 담당자들이 만나 공원계곡 내 취사문제와 천렵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나마 내원사 계곡에 취사 금지 플랜카드가 걸린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고둥과 물고기 등 천렵금지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천렵금지를 하지 않는 까닭에 천성산 계곡의 물고기들은 너무나 작고 적다. 수달이 살만한 계곡이지만 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뿐인가 고둥을 보는 족족 따면 반딧불이 같은 곤충도 만나기 어려워진다. 눈에 띄는 보호종이 이럴진대 천성산 계곡을 보존함으로써 생태계의 촘촘한 먹이그물과 종다양성 보존이 가능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홍룡사는 도립공원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취사 야영금지 안내판조차 없었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휴가문화가 양산시에서 계속되고 시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양산은 양산군의 농촌에서 벗어나 이미 30만의 시민이 사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냇가에서 밥을 해먹고 천렵을 하는 일을 시시콜콜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농촌문화로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설사 그것이 도립공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공공재에 해당하는 계곡에서 물을 오염시키고 생태를 파괴하는 일을 방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공공의 재산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시의 책임이 크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휴가철이 끝나고 용소폭포에 갔다가 놀랐다. 별의별 쓰레기들이 다 버려져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달 방치되었다. 내원사나 홍룡사 계곡 같이 큰 계곡은 시에서 곧바로 쓰레기도 처리하지만 작은 계곡의 곳곳은 이렇게 방치되기 일쑤다. 천성산 열 두 계곡을 가보지 않아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그러면 시와 사람들은 아직 양산시민의 시민의식과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이것은 시민의식과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에 비해 천성산 정상과 화엄벌 야영객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아무데나 편한 곳에 마구 야영을 하고 취사를 했지만 작년 겨울 이후 정상과 화엄벌 곳곳에 취사와 야영금지 팻말을 세우니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원효봉 정상과 사자봉에 야영을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지만 주변지역으로 퍼지거나 들어가지는 않는다. 과연 시민의식과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인가? 아니다. 눈에 잘 띄도록 곳곳에 안내판을 제대로 설치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안내판을 보고 인식하고 주의하고 삼갈 뿐이다. 사람이 나서서 막고 단속할 문제가 아니다. 시민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의 가치와 공공재를 지키기 위한 안내문을 많이 붙이고 알리면 쉽게 개선이 된다. 결국 시민의식과 수준을 낮게 방치하거나 모함하는 것은 시의 무책임에 기인한 문제다.
명심하자. 천성산은 우리들만이 누리고 떠날 공공재가 아니다. 우리들의 아이들과 후손들이 함께 누려야 할 공공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은 언제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양산시가 천성산의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