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병원 매쉬(MASH)
최용현(수필가)
한국의 6․25전쟁을 다룬 할리우드영화는 거의 없다. 승패 없이 애매하게 끝난 전쟁이라서 영화화에 대한 소구력(訴求力)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서 성공한 할리우드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야전병원 매쉬(MASH, 1970년)’이다. M.A.S.H.는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의 약자로 육군이동외과병원, 즉 야전병원을 뜻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다. 골든 글로브에서는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칸 영화제에서는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8160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1998년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서 56위, 2007년 선정 때는 54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의사이며 작가인 리처드 후커가 한국전쟁 때 의정부에 있는 야전병원에서 18개월 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1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동명의 단편소설집을 1968년에 발간하였는데, 이를 각색하여 할리우드의 이단아로 불리던 로버트 알트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군대의 위계질서 훼손 및 병영에서의 퇴폐적인 행태 때문에 통관이 보류되었다가 상영시간 1시간 56분이던 필름을 25분 이상 잘라낸 상태에서 수입되었다. 서울의 두 군데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여 합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왔으니 나름대로 선전(善戰)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4077 매쉬 부대 헬기가 전상(戰傷) 환자를 실어오는 가운데 자살을 부추기는 노래 ‘Suicide is Painless’가 흘러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호크아이로 불리는 외과전문의 피어스 대위(도날드 서덜랜드 扮)와 듀크로 불리는 포레스트 대위(톰 스커릿 扮), 흉부전문의 매킨타이어 대위(엘리어트 굴드 扮)는 매쉬 3총사로 불린다.
중부전선의 치열한 고지전(高地戰)으로 인해 부상자들이 속출하여 이들 군의관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수술과 치료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3총사는 근무시간에는 부상병 진료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틈만 나면 간호장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호크아이는 간호장교 슈나이더 중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모의 간호장교 훌리안 소령(샐리 켈러만 扮)이 새로 부임해온다. 그녀는 군율도 위계질서도 없는 매쉬 부대의 모습에 분개하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외과전문의 번즈 소령(로버트 듀발 扮)과 함께 부대의 기강 해이에 대한 보고서를 상급부대에 보낸다.
그러자 부대원들은 훌리안 소령에게 복수의 칼을 간다. 때마침 홀리안 소령이 자신의 숙소에서 번즈 소령과 뜨거운 밤을 보내는 현장을 목격한 병사가 부대의 방송 마이크를 몰래 가까이 갖다 대면서, 훌리안의 적나라한 신음소리가 부대막사 전체에 생중계 되는 현장 라디오 쇼를 연출하게 된다. 그때부터 훌리안 소령은 뜨거운 입술로 불리게 된다.
어느 날, 애인이 3명이나 있는 바람둥이 치과전문의가 자신의 물건이 서지 않는다며 자살을 하려한다. 3총사는 그에게 최후의 만찬을 베풀어주면서 고통 없이 죽는 약이라고 속여서 가짜 캡슐을 먹이고 관 속에 눕게 한다. 호크아이는 그를 별실 텐트의 침대에 뉘고 내일 전역하는 간호장교 슈나이더 중위를 그 텐트에 들여보내 케어(?)를 부탁하면서 자살소동은 해피엔드로 끝이 난다.
한번은 홀리안 소령의 헤어가 검은색이냐 갈색이냐로 내기를 하더니, 홀리안 소령이 혼자 샤워를 하고 있는 텐트를 여러 부대원들 앞에서 열어젖힌다. 기겁을 한 훌리안 소령은 부대장을 찾아가 악동 군의관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당장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부대장은 맘대로 하라며 부대 기강에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그럴 힘도 없음을 드러낸다.
또, 미국 국회의원 아들이 일본에서 수류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당하자, 치료차 일본으로 급파된 호크아이와 맥킨타이어는 거기서도 일과 중에 골프를 치거나 게이샤들과 노는 등 기행을 한다. 일본 병원장은 헌병을 동원하여 이들을 제압하려하지만, 오히려 망신만 당한다. 두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오니 듀크가 훌리안 소령과 별실에서 재미를 보고 있었다.
한편, 훌리안의 보고서 내용을 감사(監事)를 하러 온 미식축구광인 상급부대장은 3총사에게 설득당해서 자신의 부대와 매쉬 부대가 5천 달러를 걸고 미식축구경기를 벌이기로 한다. 군의관들을 처벌하라던 훌리안 소령은 간호장교들을 모두 동원하여 맨 앞에서 열광적으로 응원하는데, 매쉬 팀은 전반전에 16:0으로 지다가 후반전에 프로선수 한명을 넣어서 16:18로 역전승한다.
드디어 호크아이와 듀크가 제대명령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4077 매쉬 부대의 극장에서는 3총사의 활약을 담은 영화 ‘매쉬’를 상영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매쉬 부대 군의관들과 간호장교들의 일상과 일탈을 다루고 있는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얽혀서 시트콤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군율에 대한 저항과 탈 권위, 냉소의 메시지를 드러낸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배경이지만, 베트남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반전(反戰)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극장 종영 이후에 나온 이 영화의 비디오는 40분 정도가 잘려나가 러닝 타임 1시간 16분 분량으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원본이 거의 복구된 1시간 51분짜리 ‘야전병원 매쉬’를 포털사이트 동영상에서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대성공으로 TV드라마 ‘매쉬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이 드라마는 1972년부터 1983년까지 11시즌 동안 방영되면서 미국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아시아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