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오지를 다니며 그곳의 환경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방영하는 유튜브가 있다. 60대쯤으로 여겨지는 진행자는 아내와 함께 트럭을 타고 다니며, 구수한 입담으로 산촌의 전원풍경을 잘 그려내어 좋았다.
그가 가는 곳은 정말로 사람이 거의 살지않는 경북의 오지들, 안동, 봉화, 청송, 영양, 영덕 등...
그러데 그 유튜브가 나의 휴대폰 화면에 잡혔다. 뜸하다 했더니 알고보니 그도 지난번 의성산불의 피해자가 되었단다. 살고있던 가옥이 불타고, 군에서 마련한 임시처소에 머물고 있다고 하였다.
산촌과 어촌을 근거지로 하여 사는 삶, 모든 것이 불타 버렸으니 살아갈 장래를 걱정하는 것 외에는 달리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그가 보여주는 불타버린 산과 마을에 대한 피해의 동영상을 보니 정말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산불에 의한 가옥의 피해란 산림 가운데 있거나 인접한 곳으로만 여겼는데, 숲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과 바다에 정박한 선박까지 화마가 휩쓸었다.
생각을 해봐도 상상이 안된다. 불이 날아 다녔단 말이 맞는다. 용가리가 불을 토하거나 우주전쟁의 대형 우주선에서 광선을 뿜어 파괴하는...
불길을 피해 자동차로 탈출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 날쌘 동작으로 숲을 도망쳐 다니던 노루도 재앙을 피하지 못하고 불에 타죽었다.
그가 살던 산골의 아름다운 숲과 여름이면 사람들이 몰려들던 휴식처,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불타버리고, 황량한 그곳엔 얼음풀린 청량한 맑은 계곡물 소리만 들린다.
수년간 발품 팔아가며 구독자들 눈요기 시킨 아름다운 터전을 까만 숫껌댕이로 보여주는 그 속쓰린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까? 그의 처한 현실마져 또 그럴진대...
2025년 3월 22일 경상북도 의성군의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여 경북 일대로 확산된 산불은 11시 24분경 경상북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하였고, 같은날 13시 57분 금성면 청로리에서, 또한 14시 39분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에서도 산불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의성부터 영덕까지 불이 번지며 전체 소실 면적은 최소 약 45,157 ㏊ (451.57 ㎢)로 추정된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발생한 단일 산불의 소실 면적 중 최대 규모이며, 대한민국 최악의 산불로 거론되던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의 23,794 ㏊ (237.94 ㎢)를 넘어서는 수치다.
또한 가장 심한 인명·재산 피해를 낸 거대 산불로 28명이 사망하였으며 32명이 부상을 입었고, 36,674명이 피난한 가운데 화마가 휩쓴 곳에는 심한 재산 및 문화유산 소실 피해가 발생하였다.
경북 산불의 시작이 된 안평면 대형 산불은 대구광역시 거주 성묘객에 의한 실화로 추정되며, 성묘객이 119에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신고했단다.
산불의 피해 규모는 3만 3천 ha로 추정되며, 서울시 면적(6만 520ha)의 5분의 1 규모이다. 사망자는 주민 21명과 헬기 조종사 1명 등 모두 22명으로 파악되고, 시설 2천 5백여 곳이 불에 탔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인근지역에서 산불이 나다니? 고의는 아닐지언정 가슴아픈 일이다. 불감증...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잘못으로 남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고, 재산을 잃게하는 죽어 마땅한 극악한 강탈행위다.
어째 나라가 불안하다. 정치는 실종, 경제는 사망, 민심은 중상, 사건과 거짓선동만 번뜩이는 것 같다. 사회불안에 대형 화마까지 겹치니 뭔가 뒤숭숭하다.
나도 불이 번진 지역을 몇차례 지나 다녔었다. 동해안을 따라 영덕에서 청송, 안동을 거쳐 다니거나 강원도에서 반대로 내려 다녔다. 이젠 가기도 힘드려니와 아름다운 모습들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희생자들의 영면을 빌고, 산불피해자들의 건강과 빠른 복구를 기도한다.
천연기념물인 이 만지송도 불길에 휩싸여 죽기 직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