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그리고 인류의 공통분모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금의 너와 나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교양은 클래식을 들으며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그 무엇이 아니다. 교양과 인문학은 단적으로 말해서 넓고 얕은 지식을 의미한다, 개인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은 먹고사는데 필수적이지만, 타인과 대화할 때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교양과 인문학으로서의 넓고 얕은 지식이 우리를 심오한 어른들의 대화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 5쪽
이러한 연유로 저자는 넓고 얕은 지식을 우리에게 전하려 애쓴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그리고 윤리까지 5가지 주제를 이 책에서 다뤘고 다음 책에서는 철학, 과학, 예술 그리고 종교를 다룬다고 한다.
다섯가지 주제가 흘러가면서 서로는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다가 결국 한 몸이지만 다른 옷을 입고 있음을 알게 된다. 교양과 인문학이 사람 사는 모습을 이야기 해주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사는모습은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이야기 한다고 해서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혹성도 그렇지 않은가. 나비효과, 에너지보존의 법칙, 질량보존의 법칙 등등 과학분야에서도 각각의 연구분야를 칼로 베듯 분리하여 이야기 할 수 없다.
우리는 지인들과 대화를 할때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빼고 이야기 한다. 이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경우 관계가 상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암묵적으로 한정된다. 이민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런 편으로 강하게 보인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종교는 나의 내면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고, 정치는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이 둘은 제외하는 이야기라면 수박 겉핧기식의 대화가 아닐까? 물론 그런 시간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필요하다. 그러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가 가진 지성이 성장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간혹 영국(UK) 의회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들을 접한다.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를 지라도 내가 그들의 주장하는 바를 십분 이해하지 못한다 할 지라도 그들의 얼굴에서 회의장 분위기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항상 그렇게 행동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품위'이고, '멋'이다.
"한 권으로 편안하게 즐기는 지식 여행서"가 이 책의 부제인듯 싶다. 그런데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편안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선별하는 시야를 갖지 못한 사람에게 그 선별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정치는 썩었다며서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사람에게, 정치적 무관심은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보수 정당에 표를 던졌으면서도 집권한 보수 정당이 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면서 열을 내는 사람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그리고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어야 한다." - 285쪽
이것이 아마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의 다섯 영역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여 세계를 보는 기본 틀을 제공해 주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다섯 영역이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이 책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참고서로서의 소개함에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하다.
노트에 옮겨 적은 것 중에 일부를 나눠본다.
"현실에서 신의 역할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현실 세계를 설명해 주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사후세계를 주관하는 역할이다." - 54쪽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유지해주는 핵심 요소는 두가지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유행이다." - 65쪽
"정치란 단순히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 190쪽
"미디어가 객관적 보도를 하지 못한다는 말의 의미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객관적 사실에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 215쪽
"개인이 어떤 문제적 상황에 처했을 때, 종교에서는 '너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니 사회를 바꿔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경우는 없다. 반대로 종교는 개인이 처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자기 내면의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돌리는 사고방식은 그 사회의 문제를 은폐함으로써 대중의 사회적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마르크스가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하고 말한 의미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227쪽
"군에서 보수적 성향을 교육받은 국민의 절반은 사회에 나와서도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사회의 정치적 성향을 편행되게 한다." - 227쪽
"사회생활에서 화용론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억울한 상황에 놓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받은 것처럼, 미디어의 화용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은 항상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자본가와 기업에 자신의 이익와 권리를 빼앗긴다." - 324쪽
"현재의 행위를 할 때, 과거부터 주어져 있는 의무를 고려해서 행동한다면 의무론자가 되는 것이고, 미래에 발생한 결과를 고려해서 행동한다면 목적론자가 되는 것이다," - 347쪽
"비판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규정해 주는 것이다." -351쪽
(2016년4월22일 평상심)
첫댓글 제가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독후감을 읽으니, 독후감 첫부분은 과거 "상식" 책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류의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독후감 후반으로 가면서 현 사회에 대한 불만을 약간 늘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글 쓰신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삶의 깊은 이해보다 "처세술" 류의 책을 쓰시는 분이 아닌가도 생각이 듭니다.
어째 댓글을 다써 놓고 보니 약간 비판적이 된듯합니다만,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책을 읽고 남기는 기록이 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분이 읽으면 책에 대한 정보보다는 저의 느낌을 접하신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유하는 글이니 가능하면 책의 내용을 치우치지 않게 전해야 하는데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ㅠㅠ
이 책의 목적은 지금 몸을 담고 있는 사회를 역사, 경제 그리고 정치라는 갈래를 통해 저자가 이해한 바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책을 썼을까 생각하면, 이 사회와 사회의 구성원에 대한 불만을 논하는 것이라 볼 수 있구요.
- 저자의 이해에 동의한다면, 처세술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괜챦을 듯 합니다.
책을 읽는 목적 중의 하나가 다른 생각을 접하고자 하는 것인데 '오해'라니요. 많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카페에서는 정치도 종교도 품위있게 자신의 의견을 주고 받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 오랫만에 댓글 하나 달아놓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썼나 약간 맘을 쓴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그냥 아무일 없이 그냥 나가면 제가 뭔 생각을 했을지 모르는 것인데.
하여간 이해해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제 생각을 쓰고 싶으면 쓰겠습니다. 물론 조심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