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11년 7월 29일(금요일) 아침이다. 오늘도 예외 없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스코틀란드 앵거스의 링크스에서 치루어지고 있는 브리티시여자오픈 1라운드 경기 진행상황을 보니 한국의 이 미나 선수가 7언더로 2위보다 두타 앞선 단독선두로 되어있다. 2,3,4라운드를 보아야 알겠지만 웬지 이미나 선수가 한국선수의 LPGA 100승째 기쁨을 안겨 줄것 같아 일단 기분이 좋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신문함봉지에서 조선일보를 꺼내 들고는 하늘을 올려다 보니 구름은 짙게 끼어 있는데 어제 그제와는 달리 좀 높아 보이면서 화가 좀 풀린 순한 모습이다. 큰비는 안내리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지구를 함부로 파손하고 오염시키는 인간들아! 앞으로 아름다운 푸른지구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고 마구 다루면 또 쏟아 부을꺼야"라는 대자연과 구름들의 경고음이 들리는 듯하여 마음이 씁쓸하여진다.
엊그제 세차게 비가 내려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겪은지라 온 신경이 날씨에 가 있기에 먼저 TV와 신문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오전에만 비가 온후 오후 부터는 날씨가 개이겠다고 한다.
7월26일과 27일 이틀간 인천 서울 경기등 수도권과 강원도에 퍼부운 장대비의 량과 피해의 대강을 살펴본다.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지 104년 만에 기록적으로 퍼부은 것이라는 비의 량을 보면 서울 465mm 양주579mm 포천545mm 동두천527mm 하남517mm 가평503mm 춘천440mm등 으로 수도권과 강원도에 집중됐다. 이틀 동안 서울에 쏟아진 비는 2일 연속 강우량(7월) 기준으로 종전 최대치인 1940년 7월 10일의 390,6mm 기록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란다. 특히 관악산 밑에 있는 서울 관악구는 27일 오전7시 41분부터 1시간동안 113mm의 비가내려 1963년이후 단위시간에 내리는 비의 량으로는 최고의 기록이라고 한다.
1시간에 30mm이상이 오면 폭우라고 하는데 이번에 내린 비의 량은 그 3~4배를 기록했으니 물 폭탄이라고 밖에 다른 할말이 없다, 또 우리나라 1년강우량이 1270mm인점과 비교할때 불과 이틀 동안에 일년에 내릴 강우량의 삼분의일을 쏟아 부은셈이다.
TV등 언론과의 대화에서 사람들은 '하늘이 뚤렸다" "하늘이 노했다" "87살 평생에 처음본다" "하도 무섭고 기가막혀 말이 안나온다"는 등으로 이날의 폭우상황을 대변하였다.
이와 같은 폭우로 28일 오후 현재 전국에서 54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 된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 날 것이라고 한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 떡갈봉산 붕괴로 봉사활동차 와서 펜션에서 잠을 자던 인천 인하대학생 13명이 숨지고,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17명이 흙더미에 깔려 숨젔으며, 남태령 산붕괴로 6명이 숨지고, 파주에서도 산사태가 공장을 덮쳐 3명이 숨젔으며,경기도 광주시에서는 곤지암천과 경안천이 넘처서 주민 6명이 목숨을 잃는등 경기도 광주 포천 과천 동두천 용인 연천 여주 양평등 곳곳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수재민을 구하다 국군 장교1명과 소방관 경찰관등이 순직하는 안타까움도 겪었다.
집에 물에 잠기거나 산사태가 날지 몰라 대피한 이재민은 서울 1272가구 1883명 경기 3482가구 7418명등 4809가구 9440명에 달했다.물에 잠기거나 파괴된 집과 차량등으로 보험회사도 매우 분주하게 움직인다고 하고 자동차 정비공장들은 업무가 폭주하여 쉴틈이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물난리를 겪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비만 오면 우리집의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줄줄 새던 비가 이번에는 새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1988년 단독주택을 사서 이사 왔을때부터 옥상 바닥의 부실로 비가새어 방수페인트를 바르는등 온갖 조치를 다해도 소용 없어 고민하다가 2002년에 똑같은 처지에 있는 옆집 신상일씨와 함께 아예 옥상전체를 두터운 포장(갑바)천으로 덮은 덕분에 비가 새지 않았는데 작년 가을에 또 비가 새어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물구멍이 막혀서 뚫어 놓은 결과 이번에는 새지 않았다. 그 당시 포장 덥개를 씌울때 업자 사장이 "7년후에는 교체해 주어야 한다"고 했는데 올라가 보니 실제로 거의 다 삭아있어 교체해주어야 겠으나 아파트로 재건축이 된다하여 인내심을 갖고 견디어내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물과 불은 不可近 不可遠이요 불의 피해는 재라도 남지만 물의 피해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니 특히 물조심을 해야한다"고 일깨워 주시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 올려 지면서 저수지 역할을 하는 治山治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옛날 선정을 베풀어 후세에 존경을 받고있는 임금들과 고을 원님들을 보면 한결같이 치산치수를 힘써서 백성들의 수해를 최소화 한 분들임은 역사가 밝혀주고 있다.
근대 들어서 치산치수를 힘쓴 대통령은 박정희대통령 뿐이라고 여겨진다. 새마을가꾸기 소하천가꾸기 자연보호운동전개 푸른 숲 가꾸기로 벌거숭이 민둥산은 짙은 록음으로, 장마때마다 뚝이 무너지고 논과 밭이 매몰되게 하는 전국의 하천은 물길과 제방뚝을 튼튼하게 정비하여 물이 구비구비 순조롭게 흐르는 맑은 하천으로 바꾸어 놓았음을 당시 실무공무원의 한사람으로 근무하면서 감명깊게 여겨왔다.
특히 박대통령은 도시 주변의 산과 벌판을 무분별하게 파헤치지 않고 록지로 보전해 나아가기 위해서 일정 범위의 필수 지역을 그린벨트로 지정하여 보호해 왔는데 후임 대통령들과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선심을 사기 위해 공원개발 공공건물조성 체육시설설치 무슨무슨 길 조성등의 명목으로 경쟁적으로 파헤쳐서 이제는 그린벨트라는 이름만 겨우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번 우면산등의 도시주변 山사태도 이렇한 난개발에 따른 산림훼손지역에서 부터 불어나는 물을 견디지 못하여 무너져 내리는데 단초를 제공한 셈이라고 시민들 대부분이 人災라며 울분을 토하고있다.
이번 비피해는 짧은 시간에 많은량의 비가 온데 기인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자연을 너무 인간 편의 위주로만 개발한데 따른 업보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전국의 평야 곡창지대는 아파트 숲으로 바꾸어 놓고 도시 전체를 시멘트로 번드르하게 발라 놓아서 내리는 비는 땅으로 숨어 들어가지 못하고 모두가 시멘트 위를 맴돌아 하수구로 몰려 들어 가는데 그 하수구가 너무 좁은데다가 나무가지 등으로 막히기라도 하면 시가지로 범람하여 차량도 두둥실 뜨고 옷가지며 가구들을 흑탕물로 흠뻑 삶아 버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깊이 반성하고 이제 부터라도 무엇이 진정으로 자연과 더불어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그 길을 찾아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야만 앞으로 계속될 폭우 피해를 최소화 해 나가게 될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물을 귀하게 여기어 가물때는 비가 와달라고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고 또 비로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 달라고 수살제(水殺祭)를 지내 왔는데 지금도 그 풍습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있다. 특히 수해방지를 소망하는 수살제는 우리고향인 충북 증평읍의 경우 매년 정월 대보름날 "비나이다 비나이다 수해없는 마을 되게 해주소서"라고 주문을 읊으면서 지내오고 있다.
또 경북 예천 같은 곳에서는 수해방지와 바람을 막기 위해서 소나무단지를 조성해 놓고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렇게 정성을 다하여 제례를 올리고 그 마음으로 수해예방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수해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청주에 사시는 형님과 동생들에게 "수해 없느냐"고 전화를 하였더니 없다면서 "이번에 서울 집은 안 새었느냐"고 반문한다.
요즘은 인사가 "비피해 없느냐"는 말이 먼저다. 그 만큼 이번 비피해가 크고 충격적이다.
이 와중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해방지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명박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해서 수해가 났다, 광화문 물 난리는 청계천 때문이다"는등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민심을 정부로부터 등돌리게 하려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어 수해로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하고 있다.
엄청나게 비가 왔음에도 4대강 주변은 범람피해가 없는데 이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바닥을 준설한것으로 여겨진다는 전문가의 분석이고. 오세훈시장이 수방예산을 삭감한 적도 없다 한다. 또 청계천 개발로 도심의 빗물이 더 원활하게 빠지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렇한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고, 팔을 걷어 올리고 수해 돕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과 같은 재해가 닥쳐 와도 우리나라는 슬기롭게 해결하면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선다 하겠다.
이번 수해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자식과 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농작물과 가축이며 집을 잃은 수재민 모두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2011년 7월 29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