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6
한나절의 도보여행을 마치고 거제자연휴양림 중산막에 여장을 풀고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휴양림을 한바퀴 돌아보자며 산막을 나섰다가 길없는 숲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단풍숲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길없는 골짜기를 올라가다보니 쉼터가 있는 등산로에 접근했다. 내친김에 노자산 정상을 올라가보기로했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올라서니 학동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늦은 오후의 햇빛이 노자산 정상석을 물들이고 있었다.
노자산 정상에 서니, 섬들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낙조를 기다려보기로했다. 진도 세방낙조보다 더 기막힌 광경을 기대하면서 명상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었다.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산과 나만의 대화를 위한 시간이었다.
해가 기울어가고 있다. 낙조를 기다리는 시간은 설레고 행복했다.
그러나 하늘은 내게 더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멋진 낙조를 보려면 다시 오라는 것 같았다. 정상에서 휴양림으로 가는 가장 빠른 등산로는 1km거리다.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가니 휴양림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2011.11.27일 오전10시 휴양림을 나섰다. 오늘은 학동해수욕장을 지나서 내촐에서 가라산을 올라보기로했다.
산에서 멋진 조망을 보는 것 못지않게 숲이 주는 행복이 크다.
기대하지 않았던 단풍길을 걷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진마이재 쉼터에서 가라산방향으로 거제지맥을 따라 올라갔다. 뒤돌아보니, 노자산으로 이어지는 지맥이 힘차게 솟아있다.
주능선에는 겨울나목이 반긴다. 홀가분한 느낌이 좋다. 겨울나목은 여행자의 마음을 닮았다.
가라산 정상을 지나 전망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로 했다.
가라산 전망대에서의 조망은 아주 멋지다.
망산으로 이어지는 거제지맥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저구항과 명사해수욕장도 뚜렸이 보이고...
해금강도 손에 잡힐듯 모습을 드러낸다.
가라산 정상에서 진마이재로 돌아오는 길에 등산로를 이탈하여 우측으로 소로를 따라 들어 갔다. 거기에는 학동해수욕장을 조망하기에 최고의 바위전망대가 있었다.
평평한 바위위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밥상이 아니겠는가?
내친김에 산성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희미하지만 길은 있었다. 해금강에 더 가까이에서 보였다.
이름모를 재에서 산성 성곽을 넘어서 왼쪽 숲으로 들어갔다. 산짐승을 잡으려고 올무를 여기 저기 설치해 놓았다. 길없는 숲속을 걸었다. 길없는 길을 걷고 있으면 온전한 몰입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내촐마을 동백숲군락지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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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妙行無住(묘행무주) 원문보기 글쓴이: 行雲流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