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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터뷰차 본보를 방문한 배리 피셔 변호사와 강제징용 및 위안부 소송을 함께 진행했던 ‘바른역사를 위한 정의연대’ 정연진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
"노근리 사건이 알려진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제1회 노근리 평화상 수상자 중 한명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배리 피셔 변호사는 "노근리사건이 한국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과 수단 콩고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국제법과 국제사회를 통해 이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인들이 목소리를 높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피셔 변호사는 이번에 '봉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미 법조계에서 국제 인권변호사로 유명하다. 90년대 후반 나치 치하 독일 기업들의 유대인 강제노역에 대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런 그에게 한인들이 도움을 청하러 찾아갔다. 피셔 변호사는 선뜻 힘이 돼 줄 것을 약속하고 무려 6년동안 일본의 보상을 받지 못한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들의 인권회복과 피해보상 소송의 대표 변호사를 맡았다.
2006년 2월 연방대법원이 케이스 심리를 거부하면서 소송은 모두 중단됐지만 피셔 변호사는 한인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이어나갔다.
지난 해 일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위안부결의안(HR 121)이 연방하원의 투표를 앞두고 일본 정부의 로비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워싱턴D.C.를 방문하고 관련 연방의원들을 만나 결의안이 투표에 회부되도록 보이지 않게 힘을 썼다.
피셔 변호사는 당시 소송 결과에 대해 "한국인 등 당시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게 돼 지금도 안타깝다. 하지만 소송이후 미 사법계와 이민자 커뮤니티가 변했다. 그들에게 2차대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역사를 알린데 만족한다"고 담담히 전했다.
피셔 변호사는 "2차대전 가해자였던 독일은 통일을 이뤘지만 피해자인 한국이 여전히 분단돼 있는 현실이 가슴아프다"며 "한반도의 통일이 속히 이뤄지길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역사 못지 않게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피셔 변호사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오는 12월 16일 오후12시에 LA다운타운에 있는 캘리포니아 프라자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인 피셔 변호사는 "한국 전통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겠다"고 웃으며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피셔 변호사와 함께 징용소송을 진행했던 '바른역사를 위한 정의연대'(대표 정연진)와 미주광복회(회장 배국희) 2차대전피해한인연합(대표 이준영)은 피셔 변호사의 평화상 수상 기념 축하 모임을 내달 3일 오후 6시30분 LA한국교육원(680 Wilshire Pl.)에서 연다.
■노근리 사건은…한국전쟁 초기인 50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충청북도 영동군 노근리 일대에서 참전 미군에 의해 수백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는 뉴스를 AP가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한미 양국 정부는 진상조사를 실시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 유감표명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