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온전히 마주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일
(2023.05.19 기록)
곽수진,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누군가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는 것은 어떤 가요?’ 라고 물었을 때
‘괜찮아요.’ ‘할 만합니다.’고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근무한 지 벌써 10여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가슴 뛰면서도 어렵고 두렵습니다.
사회사업은 수학처럼 공식을 넣어 답이 딱 떨어지는 일이 아니니 정답이 없습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마주하고,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일.
마주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온전히 살아가실 수 있도록 세우는 일.
어떻게 쉽게 바로 ‘할 만하다.’ 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와 함께 그 사람의 삶을 여행하고 이정표를 세우는 일을 돕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의미 있고 보람됩니다.
언제까지 사회사업가로서 기관에서 근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사업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그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맡은 바 사업 모두 뜻있게 사회사업 제대로 실천하며
동료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조금 내려놓았습니다.
복직 후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온전히 한 명의 사회사업가로서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한 명의 사회사업가이자 누군가의 자녀, 배우자이고 엄마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더 명확히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상황이 끝나도 여러 번 복기하는 제 성향상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양 쪽 모두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당사자와 함께 삶을 세우는 사회사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우리 가족의 삶은 제대로 세우고 있는가 생각하면 미안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을 때도 분명 있었습니다.
때때로 그런 순간이 파도처럼 다가옵니다.
사회사업 뜻있게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마음 한 켠에 있다 보니
이 기록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주하는 그 순간에,
제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 마음을 온전히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사업 할 만한가의 대답처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요.
명확한 해답은 아니겠지만 하루하루를 부딪쳐 살아나가며
언젠가는 스스로의 해답을 얻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기록을 하는 지금도 저는 현장에 서 있습니다.
사회사업 할 만 한가?
이렇게까지 현장에서 있어야 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오늘도 많은 사회사업가들이 현장에서 수천 번 고민할 것입니다.
고민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있는 그들이 저마다의 해답을 얻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첫댓글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가정을 이뤘기에 선생님 삶에 또 다른 중심이 생겼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뜻있게 실천하고자 하는 고민이 있기에 그 자리에 선생님이 계실 수 있겠지요.
자책하지마시고, 그 현장에 계속 계셔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위 동료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이 계신 그 자리에서 잘 살아내고, 실천해내는 그 모습만으로도 누군가는 가능성을 보고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음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며, 멀리서 마음 보탭니다.
김동광 선생님
어떻게 표현해야 고마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댓글을 답니다.
오늘 하루 선생님 댓글을 여러번 읽었습니다. 읽을수록 위로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사회사업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그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무엇을 잃고 싶지 않은 건지 절절히 와닿아요. 한편, 그 끝이라도 붙잡으려는 상황이 공감도 되고요.
다르지만 비슷한, 비슷하지만 또 다르겠지요. 그런데 제 마음을 읽는 것 같았어요.
유진, 함께 공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제 마음을 읽는 것 같았어요.’ 문장에 울컥했어요.
곽수진 선생님, 다른 일기도 궁금해요.
때때로 나눠주세요.
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