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했던 곳은 제주도 최남단에 위치한 남서쪽이었음에도
오래 지나다보면 필연적으로 많이 가야 하는 곳이 공항이었다.
주로 렌트 때문에, 그 다음은 여행을 시작할때 동행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공항까지 렌트하기 위해 1시간 반을 거슬러 올라가다니 그보다 비효율적인 일이 어디있을까.
쏘카를 이용하면 되지 않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동안 쏘카를 빌린 가격과 4일동안 공항렌트 가격이 동일하단 걸 알게 되어
얌전히 공항으로 향했다.
이례적인 엄청난 폭설이 제주도를 며칠동안 강타한 후였고,
오전까지도 눈이 내린다고 하길래 눈길 운전을 해본적이 없어서
눈이 그치고 오후에 운전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서기는 아침에 나섰다.
제주공항 근처 카페에서 10시 오픈 시간에 맞추어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버스를 타고 중산간을 넘어가는데
과연 도로쪽은 눈이 녹았어도 산간길은 눈이 아주 푹푹 빠질정도로 쌓여있었다.
렌트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제주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댓글로 어떤 분이 제주도 도로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http://www.jejuits.go.kr/jido/mainView.do?DEVICE_KIND=CCTV
이후로도 눈오는날이나 비오는날 도로상황을 체크하는데 요긴하게썼다.
산간쪽에 군데군데 눈이 남아있어서 눈이 다 녹은 해안도로쪽으로 차를 끌고 돌아왔다.
도로는 눈이 많이 녹았다.
제주시 시내만 보면 그 많던 눈이 언제 녹았나 싶을정도로
말끔하게 다 녹아있었다.
날씨가 맑아져서 잠시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반대쪽에서 바로 먹구름이 몰려와서 잠시나마
아침부터 렌트하러 갈까 하는 생각을 접고
원래 계획대로 카페로 향해야 했다.
오픈 시간에 방문한 카페의 이름은 이름부터 이쁜<마음의 온>이다.
시장 골목 사이에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숨어있다.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비오는날에도 운치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당부터 보이는 외관이 이쁘고 교토풍 분위기가 제대로였다.
좁은 골목을 역으로 이렇게 잘 활용해서
인테리어한 것은 정말 박수를 보낸다.
근데 숨어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는 이상은
이 안에 카페가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친다.
*위치
마음에 온
제주 제주시 칠성로길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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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보니 이곳이 인기석인 것 같았다.
창밖에는 울타리인지 다른 건물인지 담벼락같은 게 있었는데
풀들 때문에 답답해보이진 않았지만 약간 지하같은 느낌도 들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무래도 일본식 카페 느낌이 강하다.
비오는 날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햇빛이 들어오면
훨씬 더 분위기가 더 좋을 것도 같다.
음료를 주문하고 카메라와 삼각대와 함께 한바퀴 둘러보면서 사진을 남겼다.
정면에 나무 현관문도 분위기가 굉장히 멋스러운데
거리가 짧아서 삼각대로는 사진 각이 안나와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무가 많이 들어가서 전통스러운 느낌이 낭창했다.
과하진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서 편안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오른쪽에 들어가야 자연스러울지
왼쪽에 들어가야 자연스러울지
직접 실험해보면서 여러 각도로 왔다갔다
사진을 찍었는데 사람이 없는게 결국 가장 자연스러웠다.
사람이 없어서 혼자 삼각대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좋았다.
아쉬운 건 분위기에 비해 색감이나 각도가 잘 잡히지 않는 카페였다.
비가 와서인지 10시 오픈 시간에 맞춰온 게 무색하게 1시까지 손님이 없었따.
그래도 조용히 카페를 이용하긴 좋아서 책 읽으면서 오래 있었다.
사진을 여러 차례찍었는데 사람없이 찍은 게 더 낫다.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기 위해서
식사를 생략해서 살짝 배가 고파 우유가 들어간
시그니처 메뉴인 청보리 라떼에 보리강정 디저트까지 시켰다.
청보리의 쌉쌀함과 보리강정의 달큰함이 엄청 맛있어서
잘 시켰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째가 마당, 두번째가 창살 창가라 치면
내가 생각하는 세번째 사진 포인트는 바로 이곳이었다.
사진이 엄청 잘 나오진 않지만,
문짝 모양을 위로 올리고 밖을 바라보는 나무 의자라서
익숙한 프레임에 색다른 느낌이었다.
바로 옆이 주방이었는데 삼각대 들고
계속 왔다갔다 해서 부담스려우셨을 듯하다.
북카페는 아니었는데 괜찮은 책들이 많았다.
원래는 여행 정보를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을 연거푸 3권이나 읽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류 책들이 많았다.
하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아, 저 책이 참 괜찮았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열심히 읽었다.
책을 열심히 읽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 서둘러 차 렌트를 결정하고 렌트까지 완료했다.
차를 렌트하고 해안도로를 타고 서쪽을 한바퀴 돌면 너무 길게 돌아가서
중간에 식당 하나를 찍고 왔다.
애월쪽에 황게카레로 유명한 문쏘라는 식당이었다.
화려한 비주얼로 인스타에서 인기고, 인스타 식당 치고는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현지인의 추천이 있어서 갔는데 황게가 너무 알맹이가 없고
카레도 씁쓸한 짠맛이 나서 레스토랑 분위기는 좋았는데 맛이 쏘쏘했다.
어두워지면서 불이 켜지자 제주도의 운치가 느껴졌다.
해안도로를 타고 와서 운전은 생각보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제주도 아래쪽은 차가 별로 없는 것도 한몫했다.
안전하게 게하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해놓고
밤에 영화 한편을 봤는데 정말 뿌듯함과 힐링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고 일찍 잠들었고
차를 렌트한 김에 몰아쳐서 우당탕탕 여행기가 다음날부터 계속된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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