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그 유명한 ‘正名’ 사상이다. 正名은 ‘政은 正이다(안연편 17장)’라는 말과 함께 儒家에서 정치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다. 위 문장은 앞서 술이편 14장에서 염구가 당시 위나라 군주인 첩(輒)의 요청이 있을 경우, 스승인 공자가 과연 정사에 참여할 것인지를 동료인 자공에게 묻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논어 易解 제2권, 135쪽 참조).
공자 첩(輒)은 위 영공에 의해 쫓겨난 태자인 괴외의 아들이다. 첩은 할아버지인 영공이 죽자 아버지 괴외가 위나라로 돌아오는 것을 막고, 할아버지인 영공의 사당을 마치 죽은 아비를 모셔놓은 양 禰(아비 사당 녜)로 칭하면서 제사를 지내고 군주의 자리를 계승하여 출공(出公)이 된 인물이다.
할아버지 사당을 마치 아버지 사당인양 칭했으니 얼토당토않은 호칭일 뿐더러 살아있는 아비를 마치 죽은 아비처럼 칭했으니, 인륜을 천륜으로 여기는 공자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공자는 제경공의 ‘政’에 대한 질문에 “인군은 인군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안연편 11장)”고 답변하였다. 또한 주역 風火家人(
) 괘에서는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동생은 동생답고, 지아비는 지아비답고, 지어미는 지어미다워야 집안의 도가 바로 서며, 집안이 바로 서야 천하가 안정되리라(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正 正家而天下定矣)”고 하였다.
공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았던 출공 輒(첩)의 정사에 애당초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더욱이 당시 공자는 67세로서 13여년의 주유철환을 마무리할 때이다. 그러나 현실정치 참여 욕구가 강했던 염구와 자로는 공자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공자가 위나라 정사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다만 직설적인 자로는 공자에게 직접 물은 반면에 염구는 자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물었다.
술이편 제14장에선 자공이 정치 참여에 대해 우회적으로 물었고 공자 역시 우회적으로 답변하였다. 자로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공자에게 정치참여 여부를 대놓고 묻는데다 또한 공자의 첫 답변에 대해 ‘선생님이 세상물정을 모른다’며 공박하기까지 한다.
공자 역시 솔직한 성격의 자로를 ‘저속하다’고 질책하면서 또한 자장에게 말했던 ‘의심나는 일은 빼놓으라’(위정편 18장)는 가르침을 주었다. 즉 공자가 평소에 늘 강조해오던 ‘言’과 ‘行’에 관해서이다.
“언행은 군자의 지도리와 기틀이니 추기의 발함이 영예와 욕됨의 주가 되니라(言行, 君子之樞機, 樞機之發, 榮辱之主 也). 언행은 군자가 이로써 천지를 움직이는 바니 가히 삼가지 아니하랴!(言行, 君子之所以動天地也, 可不愼乎:주역계사상전).” “言顧行, 行顧言(말은 행실을 돌아보며, 행실은 말을 돌아보니:중용)” “庸言之信, 庸行之謹(떳떳한 말의 믿음이며, 떳떳한 행동의 삼감이라:주역 乾괘 :
)”은 대표적인 구절이다.
주자
衛君은 謂出公輒也라 是時는 魯哀公之十年으로 孔子自楚反乎衛하시니라是時에 出公이 不父其父하고 而禰其祖하니 名實이 紊矣라 故로 孔子以正名爲先하시니라 迂는 謂遠於事情이니 言非今日之急務也라 野는 謂鄙俗이니 責其不能闕疑하고 而率爾妄對也라 禰 아비사당 녜 紊 어지러울 문
위군은 출공 첩을 이름이라. 이때는 노나라 애공 10년(기원전 485년, 공자 나이 67세)으로 공자가 초나라로부터 위나라로 돌아오심이라. 이때에 출공이 그 아비(괴외)를 아비로 여기지 아니하고 그 할아버지를 아비사당으로 하였으니 명분과 실제가 어지러워졌음이라. 그러므로 공자가 이름을 바로잡는 것을 우선으로 하셨음이라. 迂(오)는 사정에서 멂을 이름이니 오늘의 급한 용무가 아님을 말함이라. 野(야)는 비루하고 저속함을 이름이니 그 능히 의심나는 것을 빼놓지 아니하고 경솔히 망령되게 대답함을 질책하심이라.
謝氏
正名은 雖爲衛君而言이나 然이나 爲政之道는 皆當以此爲先이니라
정명은 비록 위나라 인군을 위하여 말했으나, 정사를 행하는 道는 모두 마땅히 이로써 우선하여야 하니라.
楊氏
名不當其實이면 則言不順하고 言不順이면 則無以考實하여 而事不成이라
이름이 그 실제에 합당하지 못하면 말이 순하지 못하고, 말이 순하지 못하면 이로써 실제를 상고함이 없어서 일이 이루어지지 못함이라.
范氏
事得其序之謂禮요 物得其和之謂樂이니 事不成이면 則無序而不和라 故로 禮樂이 不興이오 禮樂이 不興이면 則施之政事 皆失其道라 故로 刑罰이 不中이니라
일이 그 순서를 얻음을 일러 禮라 하고, 물건이 그 화합함을 얻음을 일러 樂이라 하니,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순서가 없어 화합하지 못하니라. 그러므로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며,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베푸는 정사가 다 그 도를 잃으므로 형벌이 맞지 않느니라.
程子
名實相須니 一事苟면 則其餘도 皆苟矣니라
이름과 실제가 서로를 기다리니, 한 가지 일이라도 구차해지면 그 나머지도 다 구차해지니라.
胡氏
衛世子蒯聵 恥其母南子淫亂하여 欲殺之라가 不果而出奔하니라 靈公이 欲立公子郢한대 郢이 辭하니 公이 卒하고 夫人이 立之한대 又辭하니라 乃立蒯聵之子輒하여 以拒蒯聵라 夫蒯聵는 欲殺母라가 得罪於父하고 以輒은 據國以拒父하니 皆無父之人也라 其不可有國也 明矣니라 夫子 爲政而以正名爲先하시니 必將具其事之本末하여 告諸天王하고 請于方伯하야 命公子郢而立之면 則人倫正하고 天理得하여 名正하고 言順而事成矣라夫子 告之之詳이 如此어늘 而子路 終不喩也라 故로 事輒不去라가 卒死其難하니 徒知食焉하고 不避其難之爲義요 而不知食輒之食이 爲非義也라
위나라 세자 괴외가 그 어머니인 南子(위 영공의 부인)의 음란함을 부끄러워하여 죽이려 하다가 그 결과를 이루지 못하여 달아났느니라. 영공이 공자 영(郢)을 세우려고 하자, 郢이 사양하니, 영공이 죽고 부인(南子)이 (郢을 인군으로) 세우려 하니 또한 (郢이) 사양했느니라.이에 (南子가) 괴외의 자식인 첩(輒)을 세워서 이로써 괴외를 막음이라. 무릇 괴외는 어머니를 죽이려다가 아버지에게 죄를 얻고, 輒(첩)은 나라를 차지하고서 아버지를 막았으니, 다 아비가 없는 사람인지라 그 가히 나라를 둘 수 없음이 분명하니라.부자께서 정치를 함에 정명으로써 우선하셨으니, 반드시 장차 그 일의 본말을 갖춰 저 천왕에게 아뢰고 방백들을 초청하여 공자 영(郢)에게 명하여 (인군으로) 세우면 인륜이 바루어지고, 천리를 얻어 이름이 바루어지고, 말이 순하여 일이 이루어짐이라. 공자께서 가르쳐 주심의 자세함이 이와 같거늘 자로가 끝내 깨닫지 못했으므로 (훗날 자로가) 첩(輒)을 섬겨서 떠나가지 못하고는 마침내 그 난리(첩과 괴외와의 싸움)에서 죽었으니, 한갓 먹음(祿을 받음)을 알고 난을 피하지 않은 것을 의리로 여겼고, 첩(輒)의 녹을 먹는 것이 의리가 되지 못함은 알지 못하였음이라.
출처 :
『논어
易解』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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