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 날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
우리나라에 스승의 날이 있듯 미국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크게(?) 한 주 동안 진행됩니다.^^ 그래서 그냥 나름대로... 스승의 날 주간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시기는 대략 5월 첫째주 정도 됩니다. 스승의 날 주간이 시작되기 전부터(대략 4월 말쯤) 캐보로 교육청에서 메일이 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을 위한 장미와 아침식사를 구매해 달라고요. 물론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매할 의사가 있다면 링크된 주소를 통해 장미와 아침식사를 구매하고, 선생님께 보내는 간단한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링크된 주소로 들어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입력하면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명단이 쫙~ 뜹니다.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선생님들을 한 명, 혹은 그 이상 선택하시면 됩니다. 대부분 담임선생님만 많이 선택하는데, 학급에 부담임 선생님이 계시면 함께 선택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다른 과목 선생님들 중에 감사드려야 할 선생님이 계시다면 그 역시 선택하면 좋겠지요. 선생님들은 자신에게 장미와 아침식사를 제공한 학생이 누구인지 그 명단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추후 선생님이 이에 대해 가정으로 감사 카드를 보내시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 이름이 제공되니, 대놓고 잘 봐 달라는 것 같아 낯간지러운 표현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열악한 교육환경에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평상시 기부와 관련한 통신문을 많이 받아 보시게 되는데, 이렇게 생색내며 기분 좋은 날 기부도 하고 선생님께 두루두루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스승의 날 주간이 되면 대표 학부모에게서 돈을 걷어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메일이 오기도 하고(저는 처음에 학부모가 대놓고 선생님을 위한 돈을 모집한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 또한 기부와 관련되어 있고, 나중엔 이런 문화려니 하고 이해가 되더라구요.) 각 요일마다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선물을 아이들이 직접 준비해 들고 오도록 메일을 보내기도 합니다. 선물은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 수준에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년 중 이때 만큼은 선생님들이 대놓고(?) 선물을 받으십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율적인 것으로 아무것도 가져 오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 날을 오해해 예전에 한국 학부모들 중 가방 같은 고가의 선물이나, 100불 이상의 gift card를 선생님께 드려서 선생님들이 교육청에 신고하고, 망신 당한 학부모들도 있었다...이야기 들었습니다...)
학교마다 차이가 나지만 대충 저희 아이 학교 예를 들자면,
(월) sweet day / (화) 감사카드 보내기 / (수) 선생님을 위한 도시락 싸오기 / (목) 꽃 가져오기 / (금) 선생님을 위한 door 꾸미기 등 이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발렌타인 데이 카드와 관련해 살짝 언급했지만 절~대 거창하게 보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윗 데이에는 샌드위치 사이즈 정도의 지퍼백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초콜렛, 캐러멜 등 달콤한 것을 담아 가면 됩니다. 저는 마침 포장용 비닐 주머니를 준비해 간 것이 있어 아이가 드리고 싶어하는 선생님 수 만큼 묶음으로 준비하여 보냈지만, 아이 말로는 대부분 지퍼백에 그냥 넣어 와서 드렸다 합니다.(어찌보면 참 성의 없어 보이지요...^^;;)
꽃도 한 두송이 들려 보내면 충분합니다. 이날 교탁에는 커다란 유리 화병이 준비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등교하며 드리고 싶은 선생님 화병에 한두송이씩 꽂게 됩니다. 그렇게 모인 꽃송이가 다발이 되면 선생님께서 가져가시기도 하고 교실에 장식해 두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 집 정원에 있는 꽃을 꺾어 오기도 하고... 참고로 저는 마트에서 저렴한 꽃 한다발을 사서 아이가 드리고 싶은 선생님 3분을 위해 삼등분해 리본을 묶어 보냈습니다.
감사카드와 선생님을 위한 door 꾸미기도 별 것 아닙니다. 아래에 사진을 첨부하겠지만 딱 아이 수준의 카드를 준비시키면 됩니다. door 꾸미기가 저는 처음에 낯설었는데 선생님을 ‘사랑한다, 존경한다’는 내용의 글을 도화지에 써서 그림을 그려가도 되고, 선생님 얼굴을 크게 그려 꾸며도 좋고, 색종이로 문을 장식할 수 있는 장식 고리를 만들어 가도 됩니다. 저희 아이는 색종이를 하트 모양으로 크게 잘라 줄줄이 연결하여 붙이고, 하트마다 담임샘, 부담임샘 이름을 적어 00를 사랑해요. 00를 존경해요. 00는 예뻐요. 라는 문장을 싸인펜으로 적어 갔는데, 선생님이 무척 감동(?) 했다며 문 기둥에 리스처럼 붙여 두시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좀 부담스러워서 준비하지 못했던 날은 선생님을 위한 도시락 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도 소풍때 선생님 간식 한 번 챙기지 않았는데, 입맛이 다른 외국 선생님들께 도시락을 보낸다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었거든요. 나중에 같은 학교 선배 어머니들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 이 날 선생님들께서는 점심식사를 개인적으로 준비하시지 않기 때문에 그 반 학부모들이 아무도 도시락을 준비해 주지 않으면 점심을 굶게 된다고 합니다.ㅠㅠ 그리고 부담없이 집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보내거나 과일, 음료 등을 단품으로 준비해 보내도 되지만, 종교적인 이유나 알러지 등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어느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해 포장해 가려고 하는데 어떤 음식이 좋으냐’ 선생님께 물어보고 포장을 해 가기도 한다는군요. 대부분 치킨 샌드위치나 터키 샌드위치 정도를 말씀하신다 했습니다. 이런 경우 미국에서도 반대표 엄마가 학부모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도시락을 준비하여 보내고, 남는 돈은 학급이나 학교 물품을 사도록 기부한다고도 합니다. 또 친한 엄마들 몇 명이 함께 도시락을 주문하기도 한다 하구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모든 것은 절대 강요가 아닙니다. 일주일 모두를 준비해 가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겠지만 그걸로 아이가 차별 받지 않고, 선생님들도 무엇을 아이가 가져 오든지간에 고맙게 받으며 이 주간을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스승의 날 주간이 끝나면 선생님들이 가족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 카드를 보내 주신 답니다. 최고의 스승의 날 주간으로 만들어 줘서 고맙다구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러한 문화가 나쁘지 않게 생각되었습니다. 오히려 아이와 함께 준비하며 즐겁고 재밌었던 순간으로 기억 됩니다. 결코 한국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즐거움이겠지요^^
(아래 사진은 스승의 날 주간에 선생님을 위해 문을 꾸며 둔 어떤 교실 사진을 찍어 둔 것입니다. 교실 문에 붙어 있는 장식물 수준을 보시면 정말 부담 없이 아이 수준으로 준비해서 보내도 되겠다는 느낌이 팍팍 오실 거예요^^)

첫댓글 매번 주옥같은 정보 감사합니다.많은 도움 되었네요^^ 아, 이런 시스템 참 좋은데 한국 가기 싫어져요...
저흰 랄리사는데 담주부터 아트선생님 appreciation week 라고 메일왔더라구요
좋은정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