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님의 글●
◎ 능소화 / 김재진
능소화가 핀다
저 꽃이 피기까지 나는
몇번의 옷을 갈아입고
몇번의 식사를 했던 것일까?
지금 피고 있는 저 꽃은
눈앞에 있지만 다시 보면 없다
다만 피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숨 쉬고 가끔 사랑에 빠지는 그대여,
그대가 느끼는 그것 또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는 어디에도 없다
'소화'의 무덤
시방 현상계의 능소화, 일명 '양반꽃'이 멍울져 있다.
'소화'의 무덤에 '소화'가 있을까?
천만에, '無'만 있을 뿐이다.
해서 부라마굽타라는 양반이 '0' 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낸다.
철학적으로 인간학은 실존주의 철학이랍니다.
철학적 인간학은
인간과 동물, 식물 등과 근본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지요.
실존주의 철학은
우주의 모든 것은 '의식'과 '그의 대상으로서 모든 것'으로 양분합니다.
의식(마음)은 언어를 창조한 인간에게만 볼 수 있는 속성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내적 자유에 의해 능동적인 선택에 따라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고 존재합니다.
식물의 능소화라는 의식의 대상에서는 의식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능소화가 속이 꽉 차있는 '有'의 존재라면,
인간은 속이 텅 비어있는 '無'의 존재
즉 자유로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詩人은 능소화도 그대가 사랑하는 그도
속이 텅 비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6월부터 9월까지 100일 이상을 멋들어지게 존재하는 그 능소화를.....
능소화(나비의 사랑), 초월의 遊(유)는 '無'의 다른 표현이다.
■ 능소화 / 박제영
요선동 속초식당 가는 골목길
고택 담장 위로 핀 꽃들,
능소화란다
절세의 미인 소화가 돌아오지 않는 왕을
기다리다가 그예 꽃이 되었단다
천년을 기다리는것이니
그 속에 독을 품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란다 .
혹여 몰라볼까
꽃 핀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니
참으로 독한 꽃이란다 .
담장 아래 꽃 미라들, 천년전 장안에
은밀히 돌았던 어떤 염문이려니
꽃 핀채로 투신하는 저 붉은 몸들,
사랑이란 무릇
저리도 치명적인 것이다.
내 사랑은 아직 이르지 못했다
순이도 금홍이도 순하고 명랑한 남자 만나서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아내는 내 먼저 가도 따라 죽진 않을거란다.
끝까지 잘 살거란다. 다행이다 .
이르지 못한 사랑이라
참 다행이다.
능소화(나비의 사랑),
은유의 遊(유)는 언어의 유(無)일 뿐.
● 황선화 작가
예술창작과 상상력은
이미지(은유)의 형상화를 위한 몰입의 과정과, 나를 둘러싼 셰계를 잊고
그 이후에 만나는 초월된 정신적 자유와 휴식을 위한 카타르시스를 가시화 하는 것이다.
화면 가득히 번져 나가는 스스로 빛나는 주황색의 빛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극적이고 짜릿한 자기 정화, 정신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능소화(나비의 사랑) 초월의 遊(유)
■ 능소화..
옛날 소화라는 상궁이 어쩌다 황제의 은혜(?)를 한번 받고는
'빈'의 자리에 올라 궁궐 후미진 어느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이후엔 님이 한번도 오지 않고 기다리다 지쳐 죽고 난 후
그 처소 담장에 주홍빛 멋들어진 꽃이 피었는데,
후세 사람들이 소화라는 빈의 이름에 "능"자를 첨가하여 능소화란 이름을 붙혀 주었다네요...
옛날 우리네 조선시대에는 양반집에만 키울 수 있다고 해서 '양반꽃'이라고 불리웠고요.
6월달에 피어 9월까지도 피고 지니 백일홍(혹은 배롱나무라고도 하지요)과 더불어 젤 오랫동안 꽃을 피우니
단독주택에 적합한 식물 입니다.
장마철엔 화관이랑 같이 철퍼덕 떨어지니 애처롭지만요..
'無'와 '有'의 세계를 보여주는 능소화는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지만 이놈은 화유백일홍 쯤 됩니다. ♡♡
●●●동백과 매치되는 꽃
첫댓글 *능소화 /화우
감히,
하늘을 능멸하며
그리움의 끝까지
우아한 색조를 펼쳐내었소
멸의 시간이 오면
미련없이 툭툭 떨어진다오
보고있자니
하염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