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보면 유효기간이 나와 있습니다.
식품이나 과자 등 먹을 수 있는 것도 유통기간이 있습니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고 먹을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유효기간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오랜 세월 함께 의지( 意志 )를 나누던 친구가 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어느 날 통화를 하며 서로의 생각이 다른 소재로 통화를 했습니다.
일정이 촉박하여 결말을 맺지 못하고 서둘러 통화를 끝냈습니다.
이후 연락이 안 됩니다.
생각이 다른 것에 대한 서운함인지,
시간이 급해 서둘러 끝낸 전화가 문제였는지 통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형태의 연결도 단절입니다.
말이 없는 것은 서로에 대한 거부의사로 여길 수 있습니다. 무언의 항변일 수도 있고요.
소통의 창구가 막힌다는 것은 의도가 어찌 되었든지 관계의 단절을 낳고 그 단절이 지속되면 의도치 않은 해석을 낳게 됩니다.
말은 해야 하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말을 해야 알지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인간관계인데 전화 한 통의 얘기가 서운해서 단절을 의미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폐쇄하는 것은 곧 인간관계를 끝내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요. 혼자 생각입니다.
하긴 모든 인간관계는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지 않나요?
많이 친하다고 해서 허물없이 아무거나 말을 막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말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내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당연할 테지만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반복되어 쌓이다 보면 어느 한순간에 단절될 수 있을 겁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意思疏通 )입니다.
뜻이 달라도, 합이 달라도, 소통을 통해 어떤 중요한 의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이 있듯, 내 반대편의 사람이라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 차이를 극복할 수가 있습니다.
무언, 말이 없는 것은 관계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상대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끌어안음(포용)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보다 더한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된다면 서로에 대한 간극이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오랜 세월 의지의 합을 찾아온 친구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오랜 세월에 대한 소통이 단절된 것에 대해 자성을 해 봅니다. 더 깊이 생각을 해봐야 될 테지요.
그래도 소통의 통로를 모두 막아 놓은 것은 아마도 친구와의 관계가 유효기간이 지난 카드 같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 씁쓸하고 허전한 마음입니다. 별 일이 아닌 것을 확대해석하는 것도 참 나쁜 일입니다.
어떤 한 사람과 관계를 맺기도 쉽지 않지만 그 관계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쾌도난마 快刀亂麻란 말처럼 오랜 인연을 갑작스럽게, 별것 아닌 이유로, 아무런 설명 없이 단칼에 잘라버리는 것은 친구로서 할 일이 아니지요.
내 삶을 되돌아보며 자성을 해 봐야겠습니다.
◈ 전화통화내용은 이렇습니다.
9월 4일 죽은 서이초 모교사의 49재에 교원들이 연가 또는 병가를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잠시 입장을 달리 한 대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방향으로로 이야기를 하다가 점차 의견의 촛점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내 의견으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생이 등교하는 날 학생을 두고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란 것이고,
친구는 그러면 교권 침해에 대한 항변과 정책의 변화는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라는 쪽에서 단체 행동도 도외시할 수는 없다.
대충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중요한 교육현장의 이슈이고 무엇인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그에 대처한 행동방식에서 조금 차이를 두었습니다. 원론은 같고 세부내용에서 조금 시각차가 있었던 셈입니다.
어떤 게 더 옳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사안입니다.
어떤 행동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래도 오랜 우정이 단절될 만큼의 큰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요.
어느 때인가 부터 대한민국이 이념으로 인해 첨예하게 대립된 갈등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갈등이 증폭되고 그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요.
49재로 인해 친구간에도 갈등이 생겼습니다.
갈등의 시대입니다.
인간관계에는 유효기간이 필요 없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뿐이지요.
역지사지( 易地思之 )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