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하루, 울릉도로 출발하는 날이다.
황태국으로 속을 풀고, 서둘러 강릉항터미널로 이동한다. 배표를 받고 연락처를 쓰라는데,
사고가 나면 전달 할 곳을 적으라는 뜻이다. 단축키만 써 버릇해서 마눌 전화번호가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
세월호도 생각나고-----.
시간당 6-70Km로 달리는 쾌속정에 몸을 실었다.
출발 전 안내방송으로 너울성 파도가 있으니 멀미약을 먹어두라기에 모두 하나씩 마셨다.
배가 항구를 출발 하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뱃머리가 들렸다 내려않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스런 사람들이 속출하고 우리 대원 중 한 사람도 많이 고생했다.
배 멀미는 땅 밟으면 낫는다고 지나가는 아줌마가 거든다.
3시간 반 만에 울릉도 저동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옛날 50년 전 망망대해를 12시간 항해 끝에 섬이 보이니 모두가 손뼉 치며 환호하던 기억이 새롭다.
멀미한 친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복됐다.
새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떼지어 떠도는 울릉도 하늘이 예술이다.
저동항
울릉도 2박3일을 안내할 젊은 가이더가 우릴 맞는다.
VJ 특공대 사진이 걸려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저동항 주위를 둘러본다. 저동항은 울릉도에서 제일 처음 생긴 항구로 어업기지이며, 이 곳의 유명 인사는 촛대바위다.
조업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로 굳어버린 전설을 지닌 처녀바위라고 일컬어진다.
촛대바위
이어서 섬 내륙관광A코스가 시작됐다.
협동조합이란 팻말이 앞 유리창에 붙은 45인승 버스는 우리 외 여러 팀을 태우고 도동항을 출발하여 사동을 지나 독수리바위, 오징어판매점, 호박엿판매점, 예림원(식물원), 코끼리바위, 송곳봉을 거쳐 나라분지까지 왔다. 울릉도 해변을 차로 달려보는 것에 큰 의미가 있지만, 해외 패키지여행의 폐단이 이곳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씁쓸했다. 뭐 그래도 좋다, 언제 또 이런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러 올 수 있겠는가.
독수리바위
나리분지는 화산섬인 울릉도의 화산분화구에 화산재가 쌓여서 생긴 울릉도 유일의 평야지대로 일반 농촌마을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단, 4면이 산으로 둘러쌓인 것이 특징이다.
나리분지
나리분지에서 키운 삼나물 안주와 호박막걸리를 한잔 씩 나누고 버스는 온 길을 되돌아간다.
울릉도 해변의 3/4을 달려 왔지만 5Km 구간이 아직 연결 안되었기 때문이다.
붉은 석양을 집어 삼킨 어둠을 뚫고 버스는 우릴 숙소가 있는 사동항에 내려 주었다.
사동 비치온호텔, 이곳이 우리가 이틀간 머물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