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대로 두면 강남 납치 살인사건, 반드시 또 일어난다”
이가영 기자
입력 2023.04.04. 08:30
업데이트 2023.04.04. 09:49
[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납치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줬습니다. 용의자 3인조는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3일 구속됐습니다. 검거된 3명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일면식이 있는 이모(35)씨는 가상화폐 ‘P코인’ 투자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 정말 금전을 노린 살인사건일까요?
보통 금전을 노린 살인 사건은 금전을 받아낼 때까지 피해자를 살려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번 사건은 납치한 지 약 6시간 만에 피해자를 살해했는데요. 굉장히 짧은 시간입니다.
이에 대해선 2가지를 추측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금전이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와 코인거래에서 일어난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피해자를 2~3개월 동안 미행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코인을 빼앗을 방법을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가능합니다. 주모자로 알려진 이씨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코인 이체 등 모든 금융거래가 휴대전화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3시간 가까이 흐른 지난달 30일 오전 2시 35분쯤 꺼졌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코인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뒤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범 가능성,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된 현장. /조선DB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된 현장. /조선DB
주모자로 알려진 이씨는 코인 투자를 통해 8000만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그리고 이 코인 폭락에 항의하기 위해 해당 코인 회사 관계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거침입, 감금, 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해당 코인은 최고가 1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17원으로 폭락했습니다. 해당 코인에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봤다는 거죠. 경찰은 이씨와 피해자를 함께 알고 있으며 최근 다른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던 40대 여성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행방을 확인 중에 있습니다. 또 납치 사건 전 이씨에게 착수금 형태로 4000만원이 흘러 들어간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분명 이씨 외 다른 공범자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살인사건입니다. 다른 공범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색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가담한 모든 자들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해야 합니다. 수사가 탄탄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루나’ 권도형 사건에서도 가상자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법조계에선 가상자산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체포된 권도형. / 로이터 뉴스1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체포된 권도형. / 로이터 뉴스1
먼저, ‘월컴투비디오’ 손정우 사건 기억하시죠. 이 사건에서 불법 동영상을 보기 위한 지급 수단으로 가상화폐가 사용되었습니다. 가상화폐를 불법수익으로 보고 환수하기 위해서는 재산적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가상자산이 불법의 영역에서 이용되었다면 반드시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해야 합니다.
둘째, 아직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성’ 인정 여부는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성립되지 않으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은 그간 가상화폐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가상화폐가 증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전례가 없습니다. 사법부가 가상화폐에 ‘증권성’을 독자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강남 납치·살해사건도 암호화폐 상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호황기엔 상장 전까지 0.001원 하던 암호화폐가 상장 후 100원 이상 폭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암호화폐 상장 관련 사기, 암호화폐 상장을 위한 뒷돈 거래 등 수많은 불법이 난무했습니다. 이를 원천적으로 막고,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실현할 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이 건전한 자본시장을 해치고, 그 꿈의 실현과정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준다면 막아야 합니다. 가상자산 관련 부처는 하루빨리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규를 꼼꼼히 챙겨 빈틈을 메워야 할 때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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