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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장수업 - 지나치게 생략하고 있지 않은가 1
좋은 문장이란?
누가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ㅡ예문ㅡ
나는 그곳에서 김을 만났다. 대화 중 우리는 이후 일정이 같아서 한 택시에, 시내에 버스를 타 두 번째 목적 박물관에 도착했다.
문제는 이 문장을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것
잘게 자르면 구멍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그곳에서 김을 처음 만났다. 대화 중 우리는 이후 일정이 같았다. 우리는 한 택시를 탔다. 시내에 버스를 탔다. 두 번째 목적 박물관에 도착했다.
문장이 어색한 이유.
뭔가를 생략했기 때문. 단문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장문을 쓰면 달려가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이런 문장이 종종 탄생.
나는 그곳에서 김을 처음 만났다. 대화 중 우리는 이후 일정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한 택시를 탔다. 시내에(서) 버스를 같이 탔다. 두 번째 목적(지인) 박물관에 도착했다.
나는 그곳에서 김을 처음 만났다. 대화 중 우리는 이후 일정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 택시로 이동, 시내에서 버스로 갈아탔다. 그렇게 두 번째 목적지인 박물관에 도착했다.
우리가 커서도 사람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엄한 부모님이라면 사회에 나와서도 눈치를 보며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지 끝없이 의심한다.
우리가 커서도 사람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경우다. 그러)면 사회에 나와서도 눈치를 보며 자신이 잘못된 게 없는지 끝없이 의심한다.
끝까지 써주지 않아 의미가 헷갈리는 경우
긴장한 나는 더듬다가 발표를 마쳤다.
→ 긴장한 나는 (말을) 더듬다가 발표를 마쳤다.
글쓰기 강사로 첫 수업은 늘 ‘삶의 태도’였다.
→ (나는) 글쓰기 강사로 첫 수업 (주제는) 늘 ‘삶의 태도’였다.
너를 사랑해 아파.
→ 너를 사랑해(서 내 마음이) 아파.
소니엔젤은 랜덤 피규어다.
→ 소니엔젤은 랜덤(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피규어다.
모든 문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선 단문으로, 끝까지 쓰세요. 그다음에 문장의 리듬을 느끼며 단문, 복문을 반복해주면 됩니다.
2
지나치게 생략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상자에 증거품을 넣으며 사람에 주의했다.
지나치게 생략된 경우.
‘나는 주의했다.’ 주어와 동사도 딱 맞아떨어지니 틀린 것이 없다고요?
빨리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이런 문장이 탄생한답니다.
마지막 부분을 봅시다. 사람에 주의했다? 다행히 이 문장에는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습니다. 상자에 증거품을 넣는 것으로 봐서는 사람에게 들켜서는 안 되거나, 부딪혀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 것 같네요.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한 줄 안에서 가늠할 수 있나요? 이런 애매한 생략이 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에 괴리감을 만드는 겁니다. 문장을 만들어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정확히 써줄 의무가 있습니다.
· 나는 상자에 증거품을 넣으며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 나는 상자에 증거품을 넣으며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한결 정확하게 읽히지요? 이 문장이 확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 예를 봅시다.
우리는 주 32시간 근무에 노력하고 있다.
문장은 회사에 와서 앉아 있는 32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한다는 뜻인지, 주 32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듯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는 문맥을 추측하며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A라고 생각해 글을 읽어 나가다가 뒤에서 이 문장이 B의 의미였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비극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집중력을 잃습니다.
혹시 저 문장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분들을 위해 똑같은 구조의 다른 예를 보여드릴게요.
우리는 오전 근무에 노력하고 있다.
이건 어떤가요? 오전에만 일하고 퇴근한다는 건지, 오전에 중요한 업무가 많아서 특히 집중한다는 건지 헷갈리지 않나요?
· 우리는 오전에만 일하고 퇴근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우리는 오전 근무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고치면 어느 쪽이든 의미가 분명해지지요? 자, 그럼 이전 예시도 올바르게 고쳐봅시다.
우리는 한 주에 32시간만 근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문장에 어디가 어색한지 알 수 없다면 이 글에 어떤 오해의 여지가 있는지 밖에서 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의 시선으로요. 어떤 오해의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 문을 하나하나 차단하여 단 하나의 의미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좋은 문장을 쓰는 궁극의 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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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좋지 않은 문장, 버려야 할 습관들
① 자꾸 봐야 하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2-1
글이란 뜻이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 반드시 쉬워야 한다. 단문으로 쓰는 게 좋다.
작업 중 통화는 집중력 저하 초래와 사고 가능성 증대를 결과한다.
ㅡ일할 때 통화하면 집중력이 저하된다.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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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① 자꾸 봐야 하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3-2
고치기 전
베란다 및 계단에서 담배 피우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여 다른 세대에서 담배 연기로 인하여 많은 피해를 보고 있사오니 베란다 및 계단에서는 금연 및 담배꽁초를 밖에다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친 후
베란다와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기 때문에 다른 세대가 피해를 봅니다. 베란다와 계단에서는 금연해주시고 꽁초는 바깥에 버리지 마십시오.
사물보다는 사람을 주어로 써야 더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된다.
사물을 주어로 쓰면 문장이 어려워진다. 추상명사가 주어가 되면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운 글이 된다.
최근 늦은 저녁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에 쿵쾅 거리며 걷는 소리,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 음악 소리, 아이들 뛰는 소리, 문을 세게 닫는 소리, 운동기구, 애완견 소음 등으로 인해 주변 세대에서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다. 안내문 전체의 취지는 이런 소음을 조심해달라는 것이다. 이웃을 불편하게 할 만한 소리의 사례를 차례로 열거하고 있다. 모두 일곱 가지다. 그러면 ‘소리’나 ‘소음’이라는 표현이 일곱 번 나오면 맞다. 실제로 세어보면 정확히 일곱 번이다. 이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 사례인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의 경우 ‘소리’라는 표현이 두 번이나 등장한다. 둘 가운데 하나는 당연히 불필요한 반복이다. 그냥 ‘크게 떠드는 소리’로 쓰면 된다.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라니…. 아무래도 이것은 아니다.
무단횡단, 저승길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음악’. 이 낱말은 기본적으로 ‘소리’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운동기구’. 운동기구는 그 자체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따라서 운동기구 뒤에 소리를 붙여주는 것이 좋다.
고친 후
최근 늦은 저녁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에 여러 가지 소음 때문에 주변 세대가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쿵쾅 거리며 걷는 소리, 크게 떠드는 소리, 음악, 아이를 뛰는 소리, 세게 문을 닫는 소리, 운동기구 소리, 애완견 소음 등입니다.
최근 늦은 저녁이나 밤중에 여러 가지 소음 때문에 주변 세대가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시간’이라는 표현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생략해야 오히려 깔끔한 문장이 된다. 이제 뒤의 문장을 이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소리’라는 표현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을까? 일단 ‘소리’라는 표현을 최소화해보자.
쿵쾅쿵쾅 걷거나 크게 떠들 때, 세게 문을 닫거나 아이들이 뛸 때, 애완견이 짖거나 운동기구를 사용할 때, 음악을 즐길 때에도 소음이 발생합니다.
‘때’라는 표현이 불가피하게 반복되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소리’를 하나하나 예시했을 때보다 조금 정리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 문장에서 ‘때’라는 표현까지 줄이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각자 한번 연구해보자.
거듭 이야기하지만 군더더기가 없어야 가장 좋은 글이다.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이해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군더더기가 없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똑같은 낱말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한다. 적어도 한 문장에서는 아주 불가피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낱말을 반복하지 말자. 이것을 철칙으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거나 고쳐보자. 이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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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① 자꾸 봐야 하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3-3
3. 지하주차장 이용 및 이중주차시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차공간이 많이 부족하지만 늦게 귀가하는 차량의 주차편의를 위해 가급적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라며, 주차자리가 있는데도 이중주차를 하는 세대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니 주차자리에 먼저 주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몇 줄의 문장에는 ‘주차’라는 낱말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과격하게 말하면 모두 없어도 좋은 것들이다. 불필요한 반복이자 자원의 낭비다. ‘주차’라는 표현을 한번 없애보자.
고치기 전
3. 지하주차장 이용 및 이중주차시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공간이 많이 부족하지만 늦게 귀가하는 차량의 편의를 위해 가급적 지하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라며, 자리가 있는데도 이중주차를 하는 세대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니 주차자리에 먼저 주차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왕에 고치는 것이니 문장의 다른 표현들도 다듬어보기로 한다.
고친 후
3.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이중주차를 할 때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늦게 귀가하는 차량을 위해 가급적 지하를 먼저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빈자리가 있는데도 이중주차를 하는 세대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빈자리를 먼저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일한 낱말의 반복은 아니지만 비슷한 뉘앙스가 계속되다 보니 뜻이 비효율적으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얼핏 보면 별개의 의미를 지닌 낱말들로 문장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지향’, ‘궁극’, ‘목표’는 그 뜻과 이미지가 상당히 유사하다. 이렇게 비슷한 뉘앙스의 낱말이 되풀이되는 것 역시 낭비다. 그냥 ‘우리의 목표는’이라고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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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ㅡ만연체 장문
② 마침표는 한 번만 찍어야 한다는 ‘한 문장 콤플렉스’ ㅡ만연체 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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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및 계단에서 담배 피우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여 다른 세대에서 담배 연기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사오니 베란다 및 계단에서는 금연 및 담배꽁초를 밖에다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고문이나 안내문을 보면, 마침표를 끝에 가서 한 번만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문장 콤플렉스’다.
짧게 끊어서 써도 되는데 굳이 한 문장으로 쓰려다 보니 오류가 많이 생기고 전달력도 떨어진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16년에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았던 음주경고문 가운데 하나이다.
지나친 음주는 암 발생의 원인이며,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 청소년 음주는 성장과 뇌 발달을 저해합니다.
‘한 문장 콤플렉스’ 때문에 한 문장 안에서 지나친 음주, 임신 중 음주, 청소년 음주의 문제점을 모두 경고하려다 사달이 났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저해합니다.’라는 뜻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 술을 마시면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인 셈이다. 문장을 길게 쓰다 보니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못한 사례이다. 이와 같은 오류를 방지하려면 문장을 짧게 끊어주는 게 좋다.
지나친 음주는 암 발생의 원인입니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초래합니다. 청소년 음주는 성장과 뇌 발들을 저해합니다.
이 문장을 조금 더 다듬어 보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람을 주어로 바꿔보면 어떨까?
고친 후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암에 걸립니다. 임신 중에 술을 마시면 태아가 기형이 되거나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 술을 마시면 성장과 뇌의 발달에 좋지 않습니다.
일찍이 열여섯 살에 스승의 중매로써 어떤 양가 처녀와 결혼을 하였지만, 그 처녀는 솔거의 얼굴을 보고 기절을 하고, 기절에서 깨어나서는 그냥 집으로 도망쳐 버리고, 그 다음에 또 한번 장가를 들어보았지만, 그 색시 역시 첫날밤만 정신 모르고 치른 뒤에는, 이튿날은 무서워서 죽어도 같이 못 살겠노라고 부모에게 떼를 써서 두 번째의 비극을 겪고 이러한 두 가지의 사변을 겪고 난 뒤에는 솔거는 차차 여인이라는 것을 보기를 피하여 오다가, 그 괴벽이 점점 자라서 나중에는 일체로 사람이라는 것의 얼굴을 대하기가 싫어졌다.
―《한국대표단편문학선》 중 〈광화사〉(김동인 지음, 번양사)
위에서 보듯이 유명 작가의 단편소설에도 긴 호흡의 문장은 자주 등장한다. 그런 만큼 짧게 끊지 않았다고 해서 그 문장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포유문을 최소화하면서 쉬운 낱말을 사용하는 가운데 주어와 서술어를 제대로 호응시킨다면, 길지만 오히려 좋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훌륭한 작가들 또한 이렇게 긴 문장을 자주 구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꾸로 이런 문장은 어떨까?
그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두 손과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 갑자기 지친 몸이 그녀에게 너는 너무 늙었다고 말했다. 늙었지, 그리고 살인자이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다시 살인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언제 살인이 필요할까. 그녀는 생각하면서 현관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이미 죽은 것이 될 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그게 무슨 뜻일까, 말이야, 그저 말일 뿐이야. 그녀는 혼자 걸어갔다. 그녀는 앞마당으로 통하는 문으로 다가갔다. 정문의 쇠막대들 사이로 보초를 서는 병사의 그림자가 보였다. 밖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있구나,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녀 뒤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놈들이야,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가위를 치켜들고 얼른 몸을 돌렸다. 그러나 남편이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해냄)
열여덟 개의 문장이다. 앞서 예시한 법조계의 글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짧은 문장들이다. 이렇게 짧게 끊어진 문장을 읽고 있으면 특정한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긴박감이다. 호흡이 짧은 만큼 긴장감이 배가된다. 아무래도 긴 글보다는 독자들의 집중력을 붙들어놓는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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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③ 머리가 큰 문장은 보기에도 힘들다 2-1
나는 너의 어머니께서 강아지가 짖어대는 장면을 지켜보시다가 화를 벌컥 내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어.
복잡한 포유분이다. 전체의 주어와 서술어가 있지만, 그 안에는 두 개의 절이 또 있다. 절마다 각각의 주어와 서술어가 또 있다.
주어를 A, B, C라 하고 각각에 호응하는 서술어를 A’, B’, C’라고 하자. 이 문장은 A+B+C+C’+B’+A’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야말로 최악의 문장이다.
고친 후
강아지가 짖어대는데, 너의 어머니가 그 장면을 지켜보시다가 화를 벌컥내셨어.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어.
언론은 이 정부가 노동조합이 강경투쟁을 하는 데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고 추측하 고 있다.
무슨 뜻인지 전달되기는 하지만 뜻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려면 문장을 한두 차례 더 꼼꼼하게 보아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는 가까이 있는 게 좋다. A+A’+B+B’+C+C’와 같은 구조를 갖는 게 이상적인 문장이다.
고친 후
노동조합이 강경투쟁을 하는데 이 정부가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언론은 그렇게 추측했다.
한 문장에 주어가 지나치게 많으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특정한 주어에 호응하는 서술어가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실패한 문장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분명히 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주어+서술어, 주어+서술어’의 형식을 취하는 게 좋다. 그러면 중간 정도의 문장은 된다.
안내문
제목: “11월 11일(토) 교통통제 안내문”
안녕하십니까?
우리 회사 ○○○번 노선이 2017.11.11.(토) 14:00~19:00까지 도심 집회 및 행진으로 인하여 해당 시간에 운행하는 차량들이 정체 및 서행 운행될 예정이오니 이용 승객 분들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최고의 서비스와 안전운행으로 최고의 만족을 드리는 ○○운수가 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목’
안내문의 첫머리에 ‘제목’이라는 두 글자를 반드시 표기할 필요는 없다.
두 줄을 합쳐 ‘11월 11일(토) 교통통제 안내문’이라고 쓰면 된다.
‘11월 11일(토)라는 표현을 꼭 제목에 넣을 것인가는 회사측이 판단할 문제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통제 날짜를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수도 있다.
‘19:00분까지’
적절한 표현방식이 아니다. ‘
‘~’에는 이미 ‘…부터 …까지’라는 의미가 있다.
‘14:00~19:00에’로 쓰면 된다.
첫 문장의 주어는 과연 무엇일까?
전체 문장의 주어는 ‘○○○번 버스회사’인데 생략되어 있다. 이에 호응하는 서술부는 ‘이용 승객 분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이다.
‘우리 회사 ○○○번 노선이……서행 운행될 예정이오니’ 이 절의 주어는 무엇일까? 얼핏 ‘우리 회사 ○○○번 노선이’가 주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에 호응하는 서술어를 찾을 수 없다. 그 뒤로는 ‘해당 시간에 운행하는 차량들이’가 등장한다. 이 문구가 주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주어에 호응하는 서술부는 ‘전체 및 서행 운행될 예정’이다. 주어는 두 개인데 서술부는 하나뿐이다. 결국 앞의 주어는 생략해도 좋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니면 두 개의 주어를 합쳐 하나로 만들면 된다. 다음 문장을 보자. 주어는 누가 봐도 ‘우리는’이다. ‘우리는’에 호응하는 서술부는 ‘○○운수가 되겠습니다.’이다. ‘최고의 만족을 드리는’은 서술부가 아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이라는 주어는 앞 문장처럼 생략해도 무방하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안내문을 한번 고쳐보자.
고친 후
11월 11일(토) 교통통제 안내문
안녕하십니까?
2017.11.11.(토) 14시 00분부터 19시 00분까지 도심 집회와 행진 때문에 이 시간에 운행하는 ○○○번 노선버스가 정체되거나 서행 운행될 예정입니다. 승객 분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최고의 서비스와 안전운전으로 최고의 만족을 드리는 ○○운수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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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③ 머리가 큰 문장은 보기에도 힘들다 2-2
주어가 하나뿐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꽤 긴 경우가 있다. 가끔 잘 활용하면 글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길게 쓰거나 자주 활용하면 좋지 않은 문장이 될 수밖에 없다. 사례를 보자. 오래 전에 내가 썼던 글이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 대통령의 옛날 에피소드를 관계자로부터 듣고 나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15년 전의 글로 제목은 ‘발명가 대통령의 미완의 사업’이다.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 대통령은 회의를 위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의자 등받이 위쪽의 모양을 옷걸이 모양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무래도 그냥 의자에 웃옷을 걸어놓으면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일리 있는 발상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밑줄 친 문장의 주어는 ‘그것이 일리 있는 발상임을 부인할 사람’이다. 문장의 길이에 비해 주어가 상대적으로 길다. 그래도 이 정도면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다.
김해 장유의 불모산에서 함께 공부를 하던 노무현, A씨, B씨, 세 명의 고시준비생이 있었다. 뒤늦게 이 팀에 합류했던 A씨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수험생 노무현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던 독서대. 말하자면 대통령의 발명품이다. 그 독서대를 이용하면 책을 여러 형태의 각도로 놓을 수 있어서 책을 보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있어도 항상 편하게 책을 볼 수 있었다.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서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비스듬히 누운 것 같은 편안한 자세로도 볼 수 있는 그런 독서대였다. 게다가 두터운 수험서와 법전을 동시에 올려놓고 볼 수도 있었다.
밑줄 친 문장에서 주어는 ‘뒤늦게 이 팀에 합류했던 A씨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이다. 역시 주어가 긴 편이다. 게다가 이 주어는 이중 포유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금 복잡한 느낌을 준다.
다시 시간이 흘러, 90년대 중반의 어느 날, 화려한 청문회 스타에서 초라한 낙선자로 전락해 있던 대통령과 A씨가 소주를 함께 했다. 그리고 제법 거나하게 취한 두 사람이 권양숙 여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헤어지려는 즈음, A씨는 권 여사가 건넨 뜻밖의 말에 술이 확 깨었다.
“그때 그 500만 원, 이 양반이 변호사 된 후에 제일 먼저 갚았습니다.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준 뜻밖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 A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이 또 있었다. 권 여사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권 여사를 향한 대통령의 불만 가득한 한마디.
“쓸데없는 소리! 그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더니….”
등장하는 주어들마다 대체로 긴 편이다. 밑줄 친 ‘화려한 청문회 스타에서 초라한 낙선자로 전락해 있던 대통령과 A씨가 소주를 함께했다’는 문장을 보면 역시 주어가 길다. 수식도 길지만 꾸미는 대상이 누구인지, 대통령인지 두 사람 모두를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혼란스럽다.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화려한 청문회 스타에서 초라한 낙선자로 전락한 대통령이 A씨와 함께 소주를 마셨다.’로 바꾸는 게 좋다.
다음 밑줄 친 문장을 보자. 이 문장의 주어는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준 뜻밖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 A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이다. 정말 긴 주어다. 게다가 사중 포유문이다. 주어가 사실상 문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 주어를 길게 쓰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길게 쓰지는 말아야 한다. 읽는 사람의 호흡을 거칠게 만들기 때문이다.
- 이 친구는 어릴 적부터 이웃에서 가깝게 지내온 가장 친한 친구다.
- 이 연설은 당대 최고의 연설이다.
- 이 책은 이 시대의 정신을 담은 몇 안 되는 책 가운데 하나다.
비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장들처럼 우리는 주어에서 한 번 사용했던 낱말을 서술부에서도 다시 언급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는 수밖에 없다. 얼핏 잘못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장이 길수록 이러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시 비문은 아니지만 가급적 쓰지 않았으면 하는 표현이 있다.
- 사랑을 하는 것은 마음을 모두 주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탓에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주어에도 ‘것’이 있고 서술어에도 ‘것’이 등장한다. 이런 문장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겠다. 그냥 ‘사랑은 마음을 모두 주는 것이다.’라고 쓰면 안 될까? 아니면 ‘사랑을 하는 것은 마움을 모두 준다는 뜻이다.’라고 바꾸면 어떨까?
다음 문장을 보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주어는 ‘공부하는 것’이고 서술어는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역시 좋지 않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 주어와 서술어 가운데 적어도 하나의 ‘것’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고친 후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서술부의 ‘것을 살릴 수도 있다. 과감하게 문장을 잘라내면 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고친 후
우리는 역사를 공부한다. 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주어가 길게 이어지는 문장은 대체로 멋을 부리려는 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는 영어식 표현이기도 하다. 영어에서는 관계대명사의 제한적 용법으로 주어를 길게 수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영문을 직역하면 주어가 긴 문장이 탄생하곤 한다. 이런 문장은 대체로 독자들의 숨을 차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나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글쓰기 분야에서 30년 동안 관련된 일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체득한 교훈이 하나 있다. 글쓰기는 장거리 운동과 같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마라톤 같은 것이다. 끈기와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문장은 단거리 운동과도 같다. 짧은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독자를 편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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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성분의 호응
① 주어 갖추기
· 시장에는 행인들만 오갈 뿐이어서 을씨년스러웠다.
문장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주어+서술어’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문장에는 주어와 서술어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이 기본 원칙이 무시되는 수가 있다. 예컨대 ‘산에 나무가 많아서 산이 푸르다’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주어를 빼먹고 ‘산에 나무가 많아서 푸르다’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비문에 해당한다.
제시문의 ‘시장에는’은 ‘시장에’ 뒤에 조사 ‘는’이 덧붙은 형태이다. 주어로 쓰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어는 아니다. 즉 제시문은 ‘시장에는 …을씨년스러웠다’라는 구조로서, 필수 성분인 주어가 빠진 불완전한 문장이다.
· 시장은 행인들만 오갈 뿐이어서 을씨년스러웠다.
간단한 해결 방법은 이처럼‘시장에는’을 ‘시장은’으로 바꾸어 주어를 갖추어 주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그 주어가 바로 뒤에 이어지는 서술어와는 잘 호응되지 않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이 점까지 감안하면 ‘시장에는’을 살려둔 채 뒷부분에 다른 주어를 내세우는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 시장에는 행인들만 오갈 뿐이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 더 알아보기
· 가게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늘 한가했다.
→ 가게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늘 한가했다.
· 제주도에는 돌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된다.
→ 제주도는 돌이 많은 곳이어서 농사가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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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주어와 술어의 연결 구조 … 능동형인가 피동형인가
· 이 동굴은 한국전쟁 때 괴뢰군이 폭격했다.
주어와 서술어는 긴밀한 연결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제기문은 ‘동굴은 괴뢰군이 폭격했다’라는 구조인데, 주어인 ‘동굴은’과 호응하는 서술어가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 ‘동굴은 … 폭격을 받았다’로 하면 뚜렷한 구조가 된다. 한편, 문법 학계에서는 ‘동굴은’처럼 ‘은/는’이 붙은 말이 문두에 나오면 그것을 주제어로 보아 ‘동굴의 경우’, ‘동굴로 말하자면’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석할 경우 제시문은 다소 불안정한 느낌이 들 뿐 비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래 예문도 이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이 경우에는 피동형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문장의 틀을 바꾸도록 한다.
· 그는 4·19 때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라 분노한 시민들이 그의 집 앞에서 시위를 했던 사람이다.
☞ 그는 4·19 때 부정축재자 명단에 오른 사람이다. 당시 분노한 시민들이 그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 더 알아보기
· 그는 남들이 손가락질을 했다.
→ 그는 남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은 사람이다.
· 그는 로또 1등에 당첨돼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 그는 로또 1등에 담첨돼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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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주어와 술어의 결합력
· 영업이익이 1억 원을 달성했다.
주어와 술어는 강한 결합력을 지녀야 한다. 느슨하게 결합하면 문맥도 느슨해져서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 제시문의 ‘영업이익이 달성하다’는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주술 관계라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달성하다’의 주체는 ‘사람’과 같은 행동주가 된다. 즉 ‘누가 무엇을 달성하다’라는 문형으로 실현되어야 안정적이다.
☞ (그 회사는) 영업이익 1억 원을 달성했다.
☞ (그 회사는) 영업이익이 1억 원에 달했다.
☞ (그 회사는) 영업이익이 1억 원을 넘어섰다.
이와 비슷한 예로 ‘기록하다’라는 용언이 서술어로 쓰인 문장을 들 수 있다.
① 매출이 1억 원을 기록했다.
이 경우에도 ‘매출’과 ‘기록하다’는 주술 관계로 맺어지기 어렵다. 목술 관계인 ‘매출을 기록하다’가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 문장은 다음처럼 바꾸는 게 좋다.
☞ 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매출 1억 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② 영업이익은 1억 원을 달성했다.
제시문은 약간 변형된 것이다. 주어에 붙은 조사 ‘이’가 ‘은’으로 바뀌었다. 이 형태는 언론 매체의 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대개 이 문장 앞에는 다른 문장이 놓이게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그 회사는 올해 매출이 1억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억 원을 달성했다.
이때 두 번째 문장은 첫 번째 문장의 주어인 ‘회사는’의 지배를 받는다. 즉 ‘회사는’이 주제어가 되어 다음과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
· 그 회사는 영업이익은 1억 원을 달성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은 ‘영업이익의 경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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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주술 호응- 모호한 술어 피하기
·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우리가 1등도 가능해 보여.
문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성분은 주어와 술어이다. 주어와 술어가 좋은 짝을 이루여야 기본 구성이 탄탄하다. 제시문의 경우 주어진 ‘우리가’와 짝을 이루는 술어가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어찌하다’라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이 ‘어찌하다’에 해당하는 말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가능하다’라는 술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1등도’라는 주어와 더 잘 맺어진다. 물론 ‘우리가 1등도 가능하다’라는 중주어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주어와 술어끼리 1대 1로 맺도록 하면 더 명쾌한 문장이 된다.
☞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우리가 1등을 하는 것도 가능해 보여.
☞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우리가 1등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처럼 고치면 ‘우리가 (1등을) 하다’라는 주술 구조를 갖게 된다. 한편, 이 문장에서 ‘우리가’를 생략해 보자.
①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1등도 가능해 보여.
②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1등을 하는 것도 가능해 보여.
이 경우에는 ①, ② 모두 성립된다. ①의 ‘1등도 가능하다’는 ②의 ‘1등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를 줄인 형태로 볼 수 있다.
· 사장님은 여간해서는 대면이 어려워.
이 문장은 ‘우리는 사장님은(=사장님의 경우) 여간해서는 대면이 어려워’라는 문장에서 주어인 ‘우리는’을 생략한 형태이다. 그런데 ‘우리는 … 대면이 어려워’가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는 … 대면하기 어려워’로 바꾸어야 주술 구조가 명확해진다. 따라서 제시된 문장은 ‘사장님은 여간해서는 대면하기 어려워’로 표현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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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2주어 1술어 문장의 함정
· 그들은 길에서 한 친구가 돈을 주웠다.
일반적으로 한 문장에 주어가 두 개 있으면 술어도 두 개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주어가 두 개이고 술어는 한 개인 경우가 있다.
㉮ 코끼리는 코가 길다.
㉯ 그 회사는 재정이 탄탄하다.
하지만 이 문형은 쓰임이 한정적이다. 주로 형용사가 서술어로 쓰일 때 나타난다. 그리고 이 문형의 공통점은 문두의 ‘무엇은’을 ‘무엇의 경우’로 바꾸어도 의미가 잘 통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 ‘코끼리의 경우 코가 길다’로, ㉯는 ‘그 회사의 경우 재정이 탄탄하다’로 바꾸어도 문맥이 잘 통한다.
그렇다면 제시문을 이처럼 바꾸어 보자.
☞ 그들의 경우 길에서 한 친구가 돈을 주웠다.
바꾼 결과, ‘그들의 경우’가 뒷말과 잘 호응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즉 제시문은 구성이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
☞ 그들은 길을 가다가 한 친구가 돈을 주웠다.
제시문을 다듬을 요량으로 이처럼 고쳐 보았다. 2주어 2술어 문형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문형도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우선 앞의 방법처럼 ‘그들은’을 ‘그들의 경우’로 바꾸면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 또 예컨대 ‘그들은 길을 가다가 (그들은) 돈을 주웠다’라는 문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연결어미 ‘-다가’는 앞뒤 절의 주어가 같을 때 쓰는 말인데 이 문장은 앞뒤 절의 주어가 다르다. 다음처럼 바꾸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
☞ 그들이 길을 가던 중 한 친구가 돈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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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중주어문의 약점
· 한 집에 권력자가 두 명이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
조사는 명사나 명사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그 말이 문장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나타내 준다. 하지만 문장 내의 기능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때에는 조사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나 너 좋아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조사가 필요 없을 때도 있다. ‘발이 닿는 대로 걷는다’보다는 발 닿는 대로 걷는다‘가 더 부드럽게 읽힌다.
‘비 오는 날’, ‘번지 없는 주막’, ‘이 빠진 도끼’ 등에도 주격조사가 생략되었는데, 이는 수식어가 늘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언어 습관 때문이다.
제시문의 선행절은 ‘권력자가 두 사람이 있다’라는 2주어 1술어 문장이다. 주격조사 ‘이/가’가 연속으로 나왔다. 이런 문장을 중주어문이라고 하는데, ‘철수가 돈이 많다’, ‘영희가 키가 크다’, ‘이곳이 구두가 싸다’ 등으로 실현된다. 이러한 중주어문은 한국어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중주어문은 같은 조사가 연속으로 나오기 때문에 음끼리 간섭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교열 측면에서 후행 조사를 생략해도 되는지 검토하게 되는데, 직전에 나열된 예문들은 생략이 불가능한 반면 제시문은 생략해도 글의 의도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음처럼 주격조사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 한 집에 권력자가 두 명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
☆ 더 알아보기
· 일본이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
→ 일본이 입국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
· 동네 슈퍼가 물건 값이 조금 비싸다.
→ 동네 슈퍼가 물건을 조금 비싸게 판다.
· 그 노래가 제일 부르기가 어렵다.
→ 그 노래가 제일 부르기 어렵다.
· 왕릉이 새 개가 새로 발견되었다.
→ 왕릉 세 개가 새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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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주어가 되기 어려운 주어
· 고양이가 잠자는 곳 옆에 생선을 숨겨 놓았다.
이 문장을 중간에 한번 끊어 읽자면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고양이가∨잠자는 곳 옆에 생선을 숨겨 놓았다’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가 잠자는 곳 옆에∨생선을 숨겨 놓았다’이다. 전자처럼 해석하면 생선을 숨긴 주체는 고양이가 된다. 후자처럼 해석하면 생선을 숨긴 주체는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 또는 사람이 된다. 즉 후자는 주절의 주어가 생략된 것이다. 만약 글을 쓴 의도가 전자 쪽이라면 이 글은 온전하지 않다. 문두의 주어인 ‘고양이가’가 종속절의 주어만 되고 주절의 주어는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처럼 표현해야 비로소 확실한 주절의 주어 노릇을 하게 된다.
☞ 고양이가 저(자기) 잠자는 곳 옆에 생선을 숨겨 놓았다.
☆ 더 알아보기
· 새해 들어 그 회사가 경영 목표로 세운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새해 들어 그 회사가 자신들의 경영 목표인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로봇이 그동안 꾸준히 발달함에 따라 오늘날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게 되었다.
→ 로봇은 그동안 꾸준히 발달한 결과 오늘날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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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중간에 주어가 바뀌면
· (내가) 해외에 나갈 때 여행비에 보태라며 소액을 받았다.
어느 관료가 촌지를 받았다가 들통이 나자 이처럼 해명했다. 그런데 말을 얼버무리려다 보니 글도 얼버무려졌다. 주어와 술어가 호응되지 않는 것이다. 이 글의 뼈대는 ‘내가 해외에 나갈 때 소액을 받았다’이다. 여기에 ‘(그가) 여행비에 보태라며’라는 말이 삽입된 것이다. 삽입된 말을 보면 주어가 ‘내가’에서 ‘그가’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주어가 바뀔 때에는 그 주어를 밝혀 주는 게 상례이다.
☞ (내가) 해외에 나갈 때 그가 여행비에 보태라고 소액을 주어서 그것을 받았다.
☞ (내가) 해외에 나갈 때 여행비에 보태라는 명목으로 그가 준 소액을 받았다.
· 그는 모범 사원이라고 금일봉을 받았다.
이 문장은 ‘그는 금일봉을 받았다’라는 문장에 ‘모범 사원이라고’라는 절이 삽입된 형태이다. 이 삽입절은 본래 ‘회사가 (그를) 모범 사원이라고 (표창)하다’를 줄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문장은 주어가 ‘그는’으로 시작되었다가 ‘회사’로 바뀐 후 다시 ‘그는’으로 되돌아온 형태이다. 따라서 온전한 문장을 만든다면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다.
☞ 그는 회사가 모범 사원이라고 해서 주는 금일봉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문장을 ‘금일봉을’을 꾸미는 말이 길어 짜임새가 없어 보인다. 형태를 바꾸어 다음처럼 간략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택한다.
☞ 그는 모범 사원에 뽑혀 금일봉을 받았다.
☞ 그는 모범 사원에게 주는 금일봉을 받았다.
☞ 그는 모범 사원이라는 이유로 금일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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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무엇은 무엇이다’ 꼴 만들기
· 이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났다.
모든 문장은 세 유형으로 나뉜다. ① ‘무엇이(은) 어찌한다’, ② ‘무엇이(은) 어떠하다’, ③ ‘무엇이(은) 무엇이다’ 꼴이다. ①은 동작성을 띠는 동사 문형, ②는 상태성을 띠는 형용사 문형, ③은 서술형을 띠는 ‘체언+이다’ 문형이다. 그런데 특정 단어가 주어가 되면 ①, ②의 형태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추상명사인 ‘원인’은 동작성이나 상태성을 띨 수 없으므로 ‘원인이 어찌한다’나 ‘원인이 어떠하다’라는 문형으로 실현되기는 어렵다. 같은 이유에서 제시문도 ③의 문형인 ‘무엇은 무엇이다’ 형태일 때 가장 안정적이다.
☞ 이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다음 문장은 ‘무엇은 무엇이다’ 꼴로만 실현됨에도 불구하고 ‘무엇은 어떠하다’나 ‘무엇은 어찌하다’ 꼴로 만든 예이다. 이들 문장의 주어는 단어의 속성상 동사형 서술어나 형용사형 서술어와는 결합하기 어렵다.
① 그 기계의 장점은 사용하기 편리하다.
☞ 그 기계의 장점은 사용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② 아파트에서 개를 기르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
☞ 아파트에서 개를 기르면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
☞ 아파트에서 개를 기르는 것을 삼가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③ 행정력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 행정력으로 물가를 잡을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
☞ 행정력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무모한 일이다.
다만 추상명사가 주어로 쓰였다고 해서 반드시 ‘무엇은 무엇이다’ 꼴로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점은 적극 살린다’와 같은 문장은 ‘무엇은 어찌하다’ 꼴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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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무엇은 무엇이 있다’ 꼴 피하기
· 서울은 구청이 25개 있다.
제시문은 ‘무엇은 무엇이 있다’ 꼴로서, 주어는 둘인데 술어는 하나밖에 없다. 이 형태는 ‘나는 돈이 있다’와 같이 소유를 나타낼 때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그런데 제시문의 ‘있다’는 소유가 아닌 존재를 나타낸다. 이 경우에는 주어를 하나만 내세워 ‘무엇에는 무엇이 있다’ 꼴로 만들면 읽기가 부드러워진다. 한편, ‘그 집은 차가 없다’와 ‘그 집엔 차가 없다’가 모두 가능한데, 이는 ‘있다(없다)’가 소유와 존재의 경계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 서울에는 구청이 25개 있다.
☆ 더 알아보기
· 지하철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지하철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그 회사의 사무실은 책상이 없다.
→ 그 회사의 사무실에는 책상이 없다.
·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 잡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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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무엇은 무엇이다’ 꼴 피하기
· 이 회로도는 아주 간단한 형태이다.
‘무엇은 무엇이다’ 꼴의 문장에서 서술부의 ‘무엇’은 흔히 주어의 속성(또는 부류)을 나타낸다. 예컨대 ‘철수는 학생이다’에서 ‘학생’는 ‘철수’의 속성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시문의 서술부에 쓰인 ‘형태’는 주어인 ‘회로도’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므로 ‘무엇은 무엇이다’ 꼴의 문장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회로도의 모양을 설명하는 내용임을 고려하여 ‘무엇이(은) 어떠하다’ 꼴을 사용하는 게 좋다.
☞ 이 회로도는 아주 간단하다.
☞ 이 회로도는 아주 간단한 형태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다음 표현은 어떨까.
㉮ 이건 쓴맛이다.
㉯ 이 음식은 쓴맛이다.
입말에서는 ㉮의 ‘이건 어떤 맛이다’라는 표현이 굳어져 있다. ‘이건 천상의 맛이다’, ‘이건 달콤한 맛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 표현은 굳이 ‘이건 맛이 어떻다’로 바꿀 필요가 없다. 주어인 ‘이건’을 ‘이 맛은’으로 구체화하면 ‘이 맛은 (어떤 맛인가 하면) 천상의 맛이다’, 곧 맛의 속성을 설명하는 문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 ‘이 음식은 쓴맛이다’는 ㉮와 성격이 다르다. 이는 음식의 속성이 아닌 맛을 설명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이 음식(의) 맛은 짜다’나 ‘이 음식은 맛이 짜다’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
☆ 더 알아보기
·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다.
→ 이 책은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 이 커피는 쓴맛이다.
→ 이 커피는 맛이 쓰다.
→ 이 커피 맛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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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무엇은 무엇 때문이다’ 꼴의 함정
· 철수의 합격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때문이다’는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때문이다’의 문형으로 실현된다. 예컨대 ‘그것은 너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그것은’이 ‘그 이유는’이라는 의미를 지니므로 위의 문형에 해당한다. ‘빙판길이 된 것은 차가 계속 다녔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매끄러운 흐름을 보이는 것도 ‘빙판길이 된 것은’이 ‘빙판길이 된 이유는’이라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를 ‘빙판길은 차가 계속 다녔기 때문이다’라고 바꿀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빙판길은’이 ‘빙판길이 된 이유는’이라는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제시문 역시 ‘철수의 합격은’이 ‘철수가 합격한 이유는’ 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에 바른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
☞ 철수가 합격한 것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 철수의 합격은 열심히 공부한 데에 따른 결과이다.
☆ 더 알아보기
· 요즘 학생들의 일탈은 인성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 요즘 학생들이 일탈하는 것은 인성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 교회의 침체는 교리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교회가 침체된 것은 교리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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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⑬ 주어 술어 1 대 1 대응
· 그는 주먹이 최선처럼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한 문장에 주어가 두 개 있으면 서술어도 두 개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주어가 그에 대응하는 서술어를 따로 갖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주어는 둘이고 서술어는 하나인 문장이 있는데, 이때는 두 주어가 서술어 하나를 공유하게 된다. ‘김치는 신김치가 맛있다’와 같은 문장이 그런 예이다. 제시문은 주어 ‘그는’과 ‘주먹이’가 서술어 ‘생각했다’를 공유하는 형태지만, ‘주먹이 생각했다’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주먹이’에 대응하는 서술어를 따로 갖추어 준다.
☞ 그는 주먹이 최선인 것처럼 생각했다.
한편, 주어가 둘 이상이고 술어도 둘 이상인 경우에는 각각의 주어가 자신의 서술어를 제대로 거느리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 서울에서 주차난이 가장 심각한 곳은 종로로 나타났다.
이 문장은 주어가 두 개이고 술어도 두 개여서 일견 구조가 제대로 짜여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후행 주어인 ‘곳은’이 제짝을 찾지 못했다. 서술어 ‘나타났다’를 짝으로 삼자니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 서울에서 주차난이 가장 심각한 곳은 종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장을 이처럼 바꾸면 ‘(심각한) 곳은 종로이다’라는 안정된 주술 관계를 갖게 된다. (개인적인 판단에 따르면, 이 경우 서술어 ‘나타났다’는 주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 문장은 소주어만 있고 대주어는 없는 무주어인 셈이다. ‘그가 1등인 것으로 알려졌다’도 마찬가지이다.)
☆ 더 알아보기
·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저씨가 이곳으로 이사 오셨다.
→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아저씨가 이곳으로 이사 오셨다.
· 그런 점에서 나이 든 사람들은 보수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다.
→ 그런 점에서 나이 든 사람들은 보수적인 입장임을 엿볼 수 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가운데 1위는 암으로 나타났다.
→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가운데 1위는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 불량 식품이 그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 불량식품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불량식품을 그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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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성분과 성분의 짝 맺음
· 회사에서 동료를 폭행한 사람을 경찰에 신고했다.
글을 읽다 보면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도 중간에 뜻을 놓쳐 앞부터 다시 읽어야 할 때가 있다.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이는 성분과 성분의 짝 맺음이 불분명해 해석상의 혼선을 빚기 때문이다.
제시문은 앞부분만 읽노라면 ‘(누군가가) 회사에서 동료를 폭행했다’로 해석하게 된다. 그러다 문장 전체를 읽고 나서 ‘회사가 (누군가를) 경찰에 신고했다’라는 뜻으로 재해석한다. 즉 처음에는 ‘회사에서’가‘폭행하다’와 짝을 이룬다고 판단했다가 문장을 다 읽은 뒤엔 ‘신고하다’와 짝을 맺어 주어야 더 문법적인 문장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혼선을 빚게 하는 글은 좋은 글이 되기 어렵다. 다음처럼 ‘회사’를 확실한 주어로 만들면 확실해 진다.
☞ {회사가/회사 측이/회사 측에서/회사 관계자가} 동료를 폭행한 사람을 경찰에 신고했다.
만약 폭행 장소가 회사라는 점까지 밝히고자 한다면 다음처럼 한다.
☞ 회사 측은 사내에서 동료를 폭행한 사람을 경찰에 신고했다.
☆ 더 알아보기
· 그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난 거래처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 그 회사가 부도 난 거래처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 그 회사는 빚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난 거래처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 빚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난 거래처 때문에 그 회사가 곤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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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목적어와 서술어의 짝
· 요즈음은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 가능하다.
목적어는 타동사로 된 서술어와 짝을 맺는다. ‘무엇을 어찌하다’ 꼴로 실현된다. 그런데 제시문은 목적어만 있고 그것과 짝을 이루는 타동사는 없다. ‘질병을’이 ‘진단 가능하다’라는 서술어와 결합된 형태인데, 이 서술어가 타동사 기능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다음처럼 타동사로 된 서술어를 갖추어 준다.
☞ 요즈음엔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 요즈음엔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참고로 ‘진단 가능하다’는 ‘진단이 가능하다’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당뇨병은 피 한 방울이면 진단 가능하다’ 등으로 쓰일 때 문법성을 보인다.
☆ 더 알아보기
· 승리를 섣부른 만끽은 안 된다.
→ 승리를 섣불리 만끽해서는 안 된다.
→ 승리의 섣부른 만끽은 안 된다.
· 실탄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 실탄을 추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 실탄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
→ 실탄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해결이 어렵다.
→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
→ 단시간에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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⑯ 주어와 술어 사이에 부사어가 깨어들 때
· 이 물체는 숨을 쉬기 때문에 생명체다.
이 문장은 ‘무엇은 무엇이다’ 꼴이다. 즉 서술어가 ‘체언+이다’로 되어 있다. 이 경우 서술어 앞에는 관형어가 놓이는 게 상례이다. 체언으로 된 서술어를 꾸미는 말은 관형어이기 때문이다. 즉 다음의 예처럼 ‘무엇은 어떤 무엇이다’ 꼴로 실현된다.
① 그는 톡톡 튀는 신세대이다.
② 대한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원문의 ‘… 때문에’는 관형어가 아닌 부사어이다. 부사어는 동사나 형용사로 된 용언형 서술어를 꾸민다. 즉 다음과 같은 관계가 된다.
③ 그는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가수이다.
☞ 그는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가수 소리를 듣는다.
④ 이곳은 비가 왔기 때문에 축축한 땅이다.
☞ 이곳은 비가 왔기 때문에 땅이 축축하다.
따라서 원문도 다음처럼 서술어를 용언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 이 물체는 숨을 쉬기 때문에 생명체로 분류된다.
☆ 더 알아보기
· 그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신상품 개발에 힙입어 1억 원이다.
→ 그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신상품 개발에 힘입어 1억 원을 기록했다.
· 철수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다.
→ 철수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를 했다.
→ 철수 때문에 우리 반이 늘 꼴찌를 한다.
· 사람이 도둑질을 하면 도둑이다.
→ 사람이 도둑질을 하면 도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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⑰ 주어와 술어 간 의미의 호응
· 글은 사람의 인격이다.
글을 보면 그 글은 지은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제시문은 이 말을 조금 비틀어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써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점은 불만스럽다. 다음처럼 대상을 구체화하면 글의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
☞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의 인격이다.
☞ 글은 글쓴이의 인격이다.
한편 이 문장은 ‘글은 인격이다’라는 주술 관계를 띠는데,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비논리적이다. 구상명사인 ‘글’이 추상명사인 ‘인격’과 동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문학적인 표현에서는 허용된다. ‘내 마음은 호수요’와 같은 형태로서 일종의 은유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글에서는 은유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글이 다소 늘어지더라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
☞ 글은 글쓴이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다.
☞ 글은 글쓴이의 인격이 담긴 그릇이다.
☞ 글은 글쓴이의 인격을 나타낸다.
☞ 글에는 글쓴이의 인격이 담겨 있다.
☆ 더 알아보기
· 부모님에 대한 효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이다.
→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문화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이다.
· 이 책은 남녀의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남녀의 사랑이다.
→ 이 책은 남녀의 사랑의 관해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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⑱ 생략된 주어 따라가기
·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만의 제빵 비법이 탄생했어.
이 문장은 주어가 두 개이고 앞 절의 주어는 생략된 상태이다. 그런데 생략된 주어 ‘내가’를 넣고 보면 문맥이 잘 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간에 주어가 바뀐 것이 어색함을 자아내는 원인이다. ‘~를 겪은 끝에’는 주어 행위가 지속되다 어느 결과에 다다름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앞 절의 주어가 뒤 절의 서술어까지 거느려야 한다. 주어가 생략된 문장이 문법적으로 바른지 확인하려면 이처럼 생략된 주어를 넣어 보면 된다.
☞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만의 제빵 비법을 개발했어.
☆ 더 알아보기
· 취업용 스펙 쌓기에 올인하느라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애초부터 없었다.
→ 취업용 스펙 쌍기에 올인하느라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 이런 개인 정보를 노리고 끊임없이 해킹이 시도되고 있다.
→ 이런 개인 정보를 노리고 끊임없이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 이런 개인 정보를 노린 해킹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 남을 실컷 비판하면서 자아비판은 없다.
→ 남을 실컷 비판하면서 자아비판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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