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에서 정산금 지연 등 유동성 문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백억원 규모 정산금이 묶인 간편결제사에게 리스크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협력사들은 티몬캐시, 문화상품권 등 추후 대금 문제 여지가 있는 포인트에 대해 매입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티몬캐시는 티몬이 할인발행하는 일종의 포인트 시스템인데, 티몬은 이달 티몬캐시를 10%대 높은 할인율로 발행하며 상당 규모를 유동화했습니다.
하지만 정산금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서비스는 종료되었고, 이러한 후폭풍을 소비자들에게까지 전이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문화상품권입니다.
티몬이 연간 수천억원 단위로 판 상품권은 해피머니·컬쳐랜드 등 발행사 플랫폼을 통해 페이코로 이동합니다.
고객들은 상품권을 현금화(Cash out)하는 루트로 페이코를 애용해왔고, 페이코는 포인트-현금 환전 수수료로 4%씩 이익을 봤습니다.
하지만 정산지연 문제가 터지면서 페이코 역시 충격파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여행사와 홈쇼핑입니다.
두 업종은 티몬을 통해 항공권, 숙박권, 렌터카, 각종 티켓,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정산금이 지연되면서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취소 안내 또는 재결제 요청을 보내고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대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정확한 추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취소 안내와 재결제 요청을 소비자들에게 전했으나, 이미 우려가 가득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기에 추가적인 손실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행사 중 하나인 '노랑풍선'의 주가는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편 주요 은행들은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고객이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이커머스가 정산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커머스는 통상 상품 판매 후 정산까지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자금이 필요한 판매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이게 중단되면서 자금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티몬과 위메프 내부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원급을 중심으로 퇴사자도 잇따르고 있고, 관련 MD(상품기획자)들은 정산 지연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받았지만, 항의가 빗발쳐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자본이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당장 다음달 10일에 예정된 급여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선 티몬과 위메프가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큐텐그룹의 무리한 확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큐텐그룹은 2022년 티몬, 2023년 위메프, 올해 AK몰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특히 지난 2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기 위해 1억7300만달러, 우리돈 약 2400억원을 쓰면서 유동성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적자폭은 점차 확대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입니다.